5부-6 목가-Memory-(4)

"그래서 말인데, 마리안느."

　공원의 벤치에 나란히 앉아 앉자, 로이가 입을 열었다.

"금주보유자와 칠성사가 약혼한 사이라니, 웃기는 이야기네."
"엥...... 데이트에서 그 이야기를 하는 건가요 ......?"

　너, TPO 정도는 알아두라고.

　반쯤 눈을 뜨며 약혼자를 노려보자, 로이는 시선을 땅에 떨어뜨리며 조용히 손을 모았다.

"나는 어쩌면 ...... 칠성사의 권능을 이중으로 발동시키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네?"
"여름방학이 끝난 시점에 계시 같은 것을 받았어. 제4천과 제6천, 그것이 내가 힘을 끌어내는 근원인 것 같아."

　

 

〇일본대표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잠깐
〇사냥하러가자  아니, 잠깐만 진짜 기다려줘!
〇화성  NTR이잖아 장난치지 마
〇일본대표  그건 자고 나서 말해!　일어나!

　

　
　뭐야, 그거 너무 치트잖아!

　내 약혼남이 너무 치트라서 세상이 위험하다는 건에 대하여.

"...... 아, 그렇구나. 조금 이해가 갔어요. 여름방학 말미에 당신은 어느 정도 힘의 조절에 성공하고 있었음에도 그러는 걸 보면요."
"너나 유트나 ...... 세상을 멸망시킬 만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오히려 힘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내가 더 문제야."

　하지만.

"언제까지 저를 실망시킬 셈인가요?"
"...... 알고 있어. 믿을만한 힘은 아니야, 차라리 봉쇄하는 게 나아. 하지만 내 의식을 완전히 덮어씌워서........"
"그렇지 않아요. 두 사람의 데이트인데, 언제까지 이런 시시한 이야기를 계속할 거냐고 묻고 있는 거예요."

　엥, 하며 로이가 입을 쩍 벌렸다.

"신경 쓰인다면 데이트가 끝날 때 얼마든지 물어볼 수 있어요. 하지만 기분전환으로 놀러 가려고 하는데 그 화제는 대체 뭐예요?"
"............"

　침묵한 로이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자신의 뺨을 찰싹 치며 약간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그래, 미안. 내가 완전히 바보였어, 미안해."
"괜찮아요. 그럼 쇼핑이나 하러 갈까요?"

　벤치에서 일어나서 로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변을 살피다가 쭈뼛거리며 손을 잡으려 했다.

　나는 활짝 웃으며 손을 휙 들어 올렸다. 헛손질한 로이의 손이 허공을 지나간다.

"재미없는 이야기를 했으니 오늘은 안 된답니다~"
"어, ...... 그, 그런!　원래는 잡는 거였어!?"

　하하하하하!　진짜 강아지 같은 얼굴이라 웃겨!

 

"으으......이 내가 무슨 실수를......"

　본격적으로 우울해지기 시작한 로이와 함께, 일단은 상가가 있는 구역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모처럼이니까 롭존의 카페라도 ...... 아니, 데이트에서는 가고 싶지 않아!　정말 쓰레기같은 곳!　제대로 된 데로 가자!

　지인을 데리고 갈 수 있는 가게로 하는 것을 목표로, 나는 내심 『카페 라스트리조트』프로듀스 계획의 큰 그림을 그렸다.

　

　

　

　◇

　

　

　

　왕도 거리에 늘어선 노점들을 냉정하게 둘러보다가, 뜻밖의 물건을 보았다.

"이건 뭐라고나 할까 ......"
"서방의 전통 공예품이라던데. 이상한 문양이네."
"네, 게다가 론덴비아네요."

　라칸 씨로부터 가끔 소식이 온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여름방학에 다녀온 곳 말이지? 네 연줄은 정말 예측이 안 돼."

　쓴웃음을 짓는 로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도자기를 다시 선반에 올려놓고서 거리를 걷는다.

　전단지를 나눠주는 가게가 있어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창문 너머에서는 미용사들이 의자에 앉은 여성들의 머리카락을 가위로 자르고 있었다. 미용실인가.

"요즘 유행이라던데, 마력으로 머리카락을 코팅해서 색깔을 바꾼다더라."
"흐음, 좋네요. 한번 금발로 해볼까요?"
"...... 어, 꽤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을 것 같은데, 그거..."

　나도 가끔은 이미지 체인지 정도는 해보고 싶은데.

　컬러 콘택트렌즈 같은 걸 넣으면 완전 2P 컬러가 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