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에 광채를 머금은 마리안느는,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당신은 불타버릴 수도 없고, 어디에도 갈 수 없는 불쌍한 별의 왕자님! 하지만 저는 불타 없어질 때까지 어디든 갈 수 있는 별똥별!"
마리안느 피스라운드와 알트리우스 슈텔트라인.
별을 쫓아 계속 달리는 사람.
계속 별에 이끌려 달려온 사람.
둘은 분명히 같았고, 분명히 달랐다.
"젠장, 이제 인격의 완전 파괴밖에 없나! 자아가 너무 강하잖아, 이 여자!"
욕설을 내뱉으며 몸을 일으켜 세우는 알트리우스.
그리고 다시 한번 정면에서 마리안느를 바라보다가.
그 등을 중심으로 한, 공간 그 자체에 퍼지는 금을 바라보고는 말문을 잃었다.
"...... 잠깐. 피스라운드,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공간에 흐르는 균열은 칠흑 같은 검은 선이다.
지그재그로 퍼져나가는 그것은. 마치 그녀의 등에 돋아난 날개 같았다.
모두가.
로이도, 유트도, 지크프리트도, 세 기사도, 골드리프도.
그리고 알트리우스조차도, 그 모습에 단 하나의 감정을 느꼈다.
무섭다.
두렵다.
지금 자신들을 최대로 위협하는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
각자가 지닌 생존 본능.
알트리우스조차도 어린 시절에 존재했고, 스스로의 의지로 꺾어버린 의지.
즉, 세상을 정상적인 형태로 운영하고 유지하려는 생물이 가진 생존의 욕망.
그 영역이 외치고 있다.
지금 마리안느 피스라운드라는 존재는 우화하려고 한다는 것을.
그 끝에 도달하는 것은ㅡㅡ바로 세상을 멸망시키는 악성 권능.
"...... 그렇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자리의 유일한 적인 알트리우스였다.
"그래, 그러면 됐다, 피스라운드."
미소를 짓는 알트리우스.
세계 자체에 균열을 내는 마리안느의 모습이야말로, 그가 원하던 모습이었다.
"시작점에도 종점에도 닿을 수 있는 너라는 특이점. 그래서 필요했다."
균열이 퍼져나간다.
"세계의 시작에 존재하는 열둘, 아니 숨겨진 것까지 포함하면 열셋의 지고의 자리.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선 후발주자인 '칠성사'가 아닌 너라는 금주 보유자가 필요했다."
시야를 가득 채우듯, 하늘까지 닿는 균열이 퍼져나갔다.
마지막에는 부서지며, 저편으로 이어진다.
균열 너머에서, 그것은 나타났다.
은하를 억지로 변형시킨 몸에, 별이 박힌 갑옷을 입은 이형체들.
이쪽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세계가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자멸하기 시작할, 결코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 되는 존재.
균열 너머에 존재하는 그들은ㅡㅡ원초의 열세 영역을 관장하는 존재들이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알트리우스는 목이 터져라 웃었다.
"최고야, 최고야, 너는!! 기대 이상이다 ......!"
역시 알트리우스의 예상이 맞았다.
이런 것들이 있는 영역에 접속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얼마나 큰 규모인가. 얼마나 많은ㅡㅡ연산 능력이 필요할까?
"그야말로 우주라고 해야 할까, 어이!? 최고야, 우주를 연산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지! 너다, 너야말로 종말로 향하는 길을 계산하고 발현시키는 장치로서 유일무이한 성능을 자랑하고 있어!"
오히려 알트리우스에게 이 폭주하는 현상은 행운이었다.
지금의 마리안느는 무의식적으로 계속 돌리고 있던 계산을 전면에 드러낸 상태.
그렇다면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연산 장치로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해 줄 수 있다.
사실이었다.
말로는 내뱉지 않아도, 마리안느는 의식적으로 계산을 하고 있지 않다.
지금 알트리우스가 데이터를 입력해 주었더라면 결과를 내뱉었을 것이다.
하지만.
알트리우스의 가장 큰 오산은 마리안느가 막아섰다는 것이 아닌.
더 간단한 이야기.
모든 것을 뒤집을 수 있는 존재는, 그의 시야 밖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