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 13 화 메이드의 재회와 루시아나의 에스코트
    2020년 12월 22일 22시 49분 4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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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14/





     "에스코트 말씀인가요?"


     "그래! 오늘 밤 무도회에는 에스코트 역할이 필요해!"


     통로에서 부딪힌 소년인 태자 크리스토퍼와 헤어져서 무사히 식장의 대기실에 도착한 멜로디는, 직원을 통해 루시아라를 불러내게 하였다. 그 덕분에 무사히 입학허가증을 넘겨줄 수 있었지만, 당황한 모습으로 달려온 루시아나에 의해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사교계 데뷔를 하는 영애에게는, 에스코트 역할을 해줄 남자 동반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주인님도 안주인님도 그런 일을 말씀하시지는...."


     "남자는 한 명만 있어도 돼. 그리고 어머님은 당시에 이미 아버님이 있었어. 아버님도 어머님도 에스코트 역할에 곤란했던 경험이 없어서 '깜빡' 잊고 만 거야!"


     "그건......저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음~ 메이드 기술로 도와줄 수 있는 거라면 얼마든지 힘써주겠지만, 역시나 에스코트 역할은 좀. 나도 왕도에 에스코트 역할을 부탁할 수 있는 지인이 없는걸.....'


     어쩔 수 없었고, 입학식이 다가온다는 점도 있어서 멜로디는 루시아나에게서 떨어져야 했다.


     "일단 입학식이 끝나면 나중에 동급생 끼리 인사를 하니까, 그 때라도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 물어볼게. 뭐,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루시아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대기실로 돌아갔다.


     '빈곤귀족' 의 영애를 에스코트 해줘서 특별한 관계라고 착각되어 버리기라도 한다면 남자 쪽은 이후의 결혼상대를 찾기가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그런 귀찮은 일의 발화점이 될 수 있는 루시아나의 에스코트 역을 맡아줄 사람을 없을 거라며, 루시아나는 거의 포기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



     대기실을 떠난 멜로디는 끙끙 앓으면서 학원의 통로를 걷고 있었다.

     

     '그래! 이 참에 내가 남장해서 에스코트를 해주는 방법도.....아니, 아무리 그래도 안 되겠네. 누군지도 모를 남자가 에스코트 역을 해준다니 아가씨한테 죄송.....하지만, 음~'


     고민하는 얼굴을 지으며 걷던 멜로디의 볼에 상냥한 바람이 닿았다.

     문득 정신이 들자, 그곳은 밖으로 연결된 복도였으며, 멜로디의 좌측에는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진짜 예뻐......"


     저택에 귀여운 정원을 만들어 낸 멜로디조차도 감탄의 탄성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경치가 그녀의 시야를 메우고 있었다. 정원을 채색하고 있는 건 봄의 느낌이 나는 선명한 황녹색ㅡㅡ새싹과 새 이파리가 우거진 나무들이었다.


     "멋진 디자인이야. 우리 저택에 도입할 수 있을지도.....아, 정자도 있네."


     저택의 자그마한 정원에 정자는 불필요했지만, 이후의 참고가 될까 해서 멜로디는 정자로 뛰어갔다.


     그리고, 그 자리의 한 곳에 앉아서 독서를 하는, 한 소년의 모습을 발견했다.


     ".......맥스?"

     

     정자에서 멜로디가 발견한 인물은, 이전에 왕도로 향하는 마차에 동승했던 소년, 맥스였다.


     "멜로디?"


     그곳에는, 이전에 왕도로 향하는 마차에서 동승했던 귀여운 메이드 지망의 소녀, 멜로디가 있었다.


     "........오랜만이네. 그 모습, 아무래도 희망대로 메이드가 된 모양이야."


     "오랜만이네요, 맥스. 그땐 신세를 졌어요."


     상냥한 미소를 짓는 맥스에게, 멜로디도 또한 미소로 대답해주면 고개를 꾸벅 숙였다. 보아하니 그도 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다. 푸른 넥타이로 보아 2학년인 걸까.


     "맥스는 학교의 학생이었네요. 2학년인가요? ......그보다, 학생이라는 말은 귀족의 자제였단 말이네요!? 우와와, 실례했어요!"


     당황해서 다시 고개를 숙이는 멜로디에게, 맥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들은 친구잖아? 그런 건 신경쓰지 않아도 돼. 일단 질문에 대답하자면, 난 이 학교의 2학년이야. 그보다 오랜만이니까, 잠깐 대화 좀 안 할래?"


     맥스는 옆자리를 탁탁 쳐서 멜로디에게 자리를 권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멜로디도 즐겁게 그 권유를 받아들이고, 당분간의 담소를 즐겼다.


     "그러고 보니, 맥스는 왜 오늘 학교에?" 입학식은 신입생과 그 가족만 출석할 텐데요?"


     "올해의 신입생에 지인이 있어서 말야. 좋게 말하자면 시중들기, 나쁘게 말하자면 해보기라고 해야 하려나? 우수하지만, 때때로 망가진 것처럼 폭주하는 녀석이지. 옆에서 지켜보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어머, 그거 힘들겠네요."


     딱하다는 표정으로 맥스를 보는 멜로디. 설마 이 나라의 태자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멜로디야말로, 어째서 이곳에? 그 모습은 메이드같은데, 학교의 메이드는 아니지?"


     "예. 루틀버그 백작가의 메이드를 하고 있어요."


     "........루틀버그?"


     "예! 오늘은 아가씨께서 잊으신 물건을 전해주러 온 거예요."


     맥스는 루틀버그라는 가문 명에 기억나는 바가 있었다.


     '설마 그 [빈곤귀족] 루틀버그 가문을 모시고 있을 줄이야. 백작의 인품과 멜로디의 모습을 보면 심한 꼴을 당하지는 않은 모양이지만, 고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갑자기 귀족의 저택에서 일하다니 힘들지? 곤란한 일은 없어? 나한테 가능한 일이라면 도와줄 수도 있는데?"


     "아니요, 괜찮아요. 주인님도 안주인님도, 물론 아가씨도 모두 좋은 분이시고, 보람이 있는 일 뿐이에요. 전 진짜 즐거워요!"


     ".......그래, 그건 잘 됐네."


     미소를 가득 채우며 그렇게 말해버리면 도와줄 수가 없겠다며, 맥스는 약간 아쉬워하는 미소로 대답해줬다.


     '.......아쉽네. 설마 내 쪽에서 여자한테 도움을 주려고 했을 줄이야.'


     "ㅡㅡ아, 하지만 아가씨께서......"


     "........무슨 일이라도 있어?"


     멜로디에게서 미소가 사라지고,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어두워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아가씨의 에스코트 역이 없어서....."


     "ㅡㅡ에스코트?"


     "오늘밤의 연회가 아가씨의 사교계 데뷔인데도 에스코트를 할 분을 찾지 못했어요. 어떻게든 해드리고 싶지만,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요. 맥스와의 대화가 즐거워서 그만 잊고 말았네요. 중요한 일인데.....메이드 실격이에요."


     "ㅡㅡ푸훗, 큭.....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맥스!?"


     폭소를 하는 맥스를 처음으로 본 멜로디는 눈을 휘둥그레 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제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어째서 웃으시나요!"


     "아니, 크크큭! 미안, 미안. 설마 그런 일이라고는.....푸하하!"


     "아가씨한테는 중요한 일인데요!?"


     그렇다, 제일 중요한 건 어디까지나 루틀버그 백작영애 쪽이지 멜로디가 아니다.

     어두운 얼굴을 하며 고민하고 있어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자기 일이 아니라 아가씨의 일이었을 줄이야.....


     "아하핫, 미안. 사과의 뜻이라고 하기는 뭣하지만, 멜로디의 고민은 내가 해결해줄게."


     "맥스가?"


     "그래, 루틀버그가 영애의 애스코트 역할, 내가 맡을게."


     "ㅡㅡ네!? 괜찮은가요!?"


     "물론. 오늘 밤의 무도회에는 혼자서 출석할 셈이었지만, 곤란해하는 친구를 도울 수 있다면야, 이 오른팔 정도는 얼마든지 빌려줄 수 있다고?"


     맥스는 일어나서 오른팔을 허리에 대며, 에스코트의 포즈를 취했다.


     "와! 감사해요, 맥스! 빨리 아가씨에게 전해드려야지!"


     그런 포즈는 멜로디에게 통하지 않았고, 그녀는 다만 순수하게 맥스의 제안을 기뻐할 뿐이었다.


     '......반하게 만들려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반응이 없으면 역시 자신감이 없어지네.'


     미남의 프라이드에 처음으로 균열이 가는 순간이었다.


     "지금부터 간다면 입학식이 끝날 무렵이겠네. 아가씨가 다른 분에게 부탁하기 전에 이야기해둬야겠어!"


     기세좋게 일어선 멜로디는 에이프런의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들고서, 슥슥 저택의 주소를 기입한 후 그걸 맥즈에게 건네었다.


     "여기가 저택의 주소예요. 그리고, 마차의 준비는......"


     "마차는 우리 쪽에서 낼 거야. 그렇지....5시 경에 맞이하러 갈 거라고 영애에게 전해주지 않을래?"


     "맥스도 같이 오나요? 아가씨한테 소개해드릴게요."


     "미안. 지금부터 가야할 곳이 있어서 말야."


     "그런가요.....알겠어요. 아가씨께 그리 전할게요."


     "영애에게 잘 말해두라고."


     "예! 오늘밤 잘 부탁드려요."


     "그래, 맡겨줘."


     "그럼 실례하게요."


      멜로디는 어여쁜 카테시를 보여주고는, 다시금 입학식 회장으로 돌아갔다. 맥스는 눈을 가늘게 뜨며 멜로디의 뒷모습을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바라보았다.



    ◆◆◆



     입학식이 끝나고, 당분간 대기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루시아나의 앞에 다시금 멜로디가 나타났다.


     "에스코트 역을 찾았어, 멜로디!?"


     "예. 2학년의 맥스라는 분인데요, 예전에 알았었는데 방금 우연히 재회했어요. 설마 귀족이었다고는 생각치 못해서 놀라버렸네요."


     "그 분이 내 에스코트를 해준대?"


     "저녁 5시에 저택 앞으로 맞이하러 와주기로 했어요. 급한 일이 있어서 지금 같이 오지는 못했지만, 제대로 약속했으니 괜찮아요."


     "고마워, 멜로디!"


     감격한 루시아나는 그만 저택에서 그러던 것처럼 멜로디를 끌어안고 말았다. 멜로디는 보지 못했겠지만, 아마도 루시아나의 뒤에 있던 다른 영애들은 놀라고 있을 것이다.


     "아가씨, 귀족 영애가 공중장소에서 메이드를 끌어안다니 점잖지 못해요!"


     "글치만 기쁜걸 어떡해!"


     조금 지나서야 겨우 멜로디에게서 떨어진 루시아나가 정말 당연한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이름은 뭐라고 하셔?"


     "ㅡㅡ? 맥스인데요?"


     "저기, 가문 명은?"


     멜로디는 한순간 완전히 표정이 사라지며 입을 뜨억하고 벌리고, 순식간에 안색이 새파래지고 말았다.


     "......묻는 걸 잊었습니다."


     "뭐어어!?"


     루시아나가 놀란 것도 무리가 아니다. 왜냐면 그 후 그녀를 맞이하러 온 것이, '맥스' 라고 하는 이름 밖에 모르는 생면부지의 남자였으니까.


     "괘, 괜찮아요! 맥스는 정말 신사적이고 상냥하고, 거기다 정말 미인이니까요. 아가씨께서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구요!"


     "정말 미인인 맥스라니....."


     도대체 어떤 사람이 올 것인가.....

     아직 보지 못한 에스코트 역의 남자를 생각하며, 가슴이 뛰는ㅡㅡ것이 아니라, 불안감으로 가득해지는 루시아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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