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7부 331화 카가치히코vs사천왕C
    2023년 04월 17일 12시 42분 0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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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쏴라, 쏴라, 쏴라~!"

    "젠장! 왜 안 맞아!?"

    "끄아~!?"

    "말은 필요 없스므니다."

     전회까지의 줄거리. 대통령 관저 옥상에 하강한 후 해산한 호크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흑천구당 사천왕을 자칭하는 4명의 검객들이었다. 무슨 일인지 인질로 잡힌 정치인들이 감금되어 있는 가장 안쪽의 쟈파존 국 대통령 집무실 문을 열려면, 흑천구당 사천왕이 각각 가지고 있는 봉인의 열쇠 4개를 맞춰야 한다고 한다.

     솔직히 인질 따위는 상관없으니 빨리 흑천구만 쓰러뜨리고 가자며 노골적으로 로우 텐션이 되는 아브라미 소년이었지만, 생존자가 잔당을 이끌고 다시 결의를 해도 사후 처리가 번거롭기 때문에 일단은 모두 쓰러뜨리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해서 카가치히코는 복도에 몰려든 흑천구당의 검객들을 차례로 베어버리고 사천왕 C에게로 향했다.

    "오? 내 상대는 당신인가? 당신,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검술이네?"

     카가치히코의 상대는 흑천구당 사천왕 중 하나, 철포의 뱌코였다. 화승총을 어깨에 메고, 무심한 표정으로 남자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있던 실눈의 남자는, 소변을 다 보고 난 후 손을 씻지도 않고 턱을 문질러 버렸다! 불결해!

     하지만 상대가 어떤 태도를 취하든 카가치히코가 하는 일은 변하지 않는다. 허리에 차고 있는 명검 도겐자카를 뽑아 베어버리는 것뿐이다. 하지만 실눈의 남자는 아주 잠깐 차가운 눈빛을 내비치고는,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도망쳐 버렸다! 베려고 날렸던 카가치히코의 베기를 피하다니!

    "아! 생각났어, 생각났어! 그 무시무시한 칼솜씨, 키누사다류구나! 설마, 당신, 대죄인 기누사다 호오즈키마루가 아니겠지? 캬~! 이건 정말이지 어이없어! 설마 그 쾌걸 아브라미 꼬마의 동료가 무자비한 인면수심의 현상금 수배범이라니! 이게 무슨 스캔들이야!"

     경솔한 태도는 연기인가? 연극 같은 몸짓으로 '무서워!' 라며 아직 씻지 않은 양손으로 자신의 몸을 안고 떨고 있는 연기를 하는 철포의 뱌코.

    "어이! 왜 살인마가 정의의 편을 흉내 내는 걸 도와주고 있어? 혹시 다른 동료들도 모두 범죄자라던가? 어이, 알려줘! 나, 정말 궁금...... 하지는 않지만!"

     익숙하게, 뻔뻔하게, 카가치히코를 놀리는 것처럼 남자화장실 안을 돌아다니던 철포의 뱌코는, 다음 순간 마치 잡담을 하며 어깨를 툭툭 치는 듯한 여유로움으로 카가치히코를 향해 그 화승총을 쏘았다! 그것은 겉모습은 화승총이지만, 내부는 외국에서 수입한 기술로 마개조 된 화승총형 기관총이었다!

     하지만 비겁하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상대를 방심하게 하고, 순간의 틈을 노려서 쏘아 죽이는 것이 이 철포의 정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가치히코에게는 그런 틈이 1분도 없었다! 침착하게 탄도를 파악하고 몸을 피한다! 근거리일수록 산탄총은 피하기 쉽다! 왜냐면 총구는 좁으니까!

    "그렇게 무서운 표정 짓지 말라고! 당신 그거지? 마흔 살이나 어린 여자 부하를 짝사랑해서 질투심에 미쳐 그 약혼자 일가족을 학살했다지? 으~ 무섭다아! 나 아저씨 같은 기분 나쁜 할아버지 처음 봤어!"
     
     타타타타타!!! 끊임없이 발사되는 총알이 남자화장실 벽을 나무토막처럼 부수고 여자화장실 사이의 벽도 무너뜨린다! 카가치히코는 민첩하게 총구 방향을 관찰하며 총알의 폭풍을 피하며 몸을 피하지만, 총을 든 뱌코 역시 민첩한 몸놀림으로 참격을 피한다! 서로 유효타로 이어지지 않는, 숨 쉴 틈 없는 치열한 공방!

     가벼운 언행과는 달리 그 총격은 무겁고, 조준은 정확하다! 피하고 있는 것은 카가치히코의 뛰어난 동체시력과 반사신경이 적의 그것보다 뛰어나기 때문일 뿐이다! 하지만 그 옆모습에 조급한 기색은 없고, 그것은 적도 마찬가지였다!

    "사무라이란 그런 거지? 남색이라든가 중도라든가 하면서 남자끼리 서로 젖을 빨아주는 게 기본 아니야? 혹시 나도 지면 끔찍한 일을 당하는 거 아니야? 호모에 로리콘이라니, 구제불능이네 할아버지? 어이!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도 말해보라고, 이 살인마야!"

     듣기에 참을 수 없는 모욕! 조롱! 철포의 뱌코의 특기는 심리전이다! 말로 상대를 현혹하고, 짜증 나게 하고, 냉정함을 잃게 한 다음 끝장낸다! 더군다나 상대는 일방적인 짝사랑을 이유로 일가를 몰살했다는 역사에 길이 남을 흉악한 사건을 일으킨 희대의 에로 할배...... 라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놀릴 주제는 얼마든지 있다!

    "어이! 어서 안 오면 나, 도망쳐 버린다! 아앙! 당신이 옛날에 섬겼던 다이묘 저택! 그곳에 가서 당신을 만났다고 말 ...... 어?"

     시야가 흔들린다. 세상이 돌아간다. 빙글빙글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서, 처음에 철포의 뱌코는 자신이 넘어진 줄 알았다. 하지만 곧 깨닫는다. '내가 올려다보는 저 기관총을 무차별적으로 쏘아대는 저 목 없는 시체는 뭐야?' 그것은 바로 자신의 몸통이었다. 카가치히코가 눈 깜짝할 사이에 날린 참격이, 낫이 되어 그의 목을 단숨에 잘라낸 것이다. 너무 깔끔하게 잘려나간 탓에 목과 몸통에서 피가 튀지 않아 베였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남자화장실 바닥에 떨어진 그의 머리는 잠시 동안 죽음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몇 초의 시간이 걸렸다. 곧이어 눈앞에서 목 없는 몸통이 넘어지고, 충격으로 손에서 떨어진 화승총 모양의 기관총이 화장실 바닥에 쿵쾅거리며 널브러진다.

    "......쳇, 이렇게 오는 거야? 위험한데? 변태 주제에 무진장 강하다니, 반칙이잖아."

     마지막 말을 끝으로, 마침내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이 없어진 실눈의 남자의 목에서 시선을 뗀 카가치히코는 목 없는 시체를 말없이 뒤지다가 하얀 열쇠를 발견했다.

    "말했스므니다. 말은 필요 없다고."

     대답은 없다. 원하지도 않았다. 아무리 불명예라 해도, 자신이 주군을 위해 저지른 악행을 받아들이고 그 위에 새로운 주군을 섬기기로 결심한 카가치히코의 차분한 마음에는 그 정도의 말로는 한 치의 파문도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한 마디의 말도 없이 카가치히코는 철포의 뱌코를 격파하고 열쇠를 손에 넣었다.

     


    카가치히코 vs 흑천구당 사천왕의 하나, 철포의 뱌코. 카가치히코, 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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