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3부 277화 실버플라워호 살인 사건(1)
    2023년 04월 08일 16시 27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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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플라워호. 최근 건조된 세계 최대 규모의 호화 여객선이다. 마마이트 제국과 성지 베리즈를 잇는 대륙횡단철도 '아즈 써니호'의 등장으로 인류의 주요 교통망은 그쪽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지금도 기관차에 비해 한 번에 많은 양의 화물을 운송할 수 있으며, 비행선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배편이 유용하게 쓰이고 있어서 여전히 바닷길은 현역이다.

     티켓값이 비싸지만 그만큼 빨리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철도, 철도보다 저렴하지만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배라는 식으로 구분이 되어 있는 것 같다. 레일이 없으면 달릴 수 없고, 기존 레일을 빌리기도 어렵고, 애초에 어떻게 입수하느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따르는 기차에 비하여, 배는 개인이나 민간기업이 소유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철도 여행을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듯이, 배 여행을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런 여행자들의 새로운 동경의 대상. 서민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그림의 떡. 그런 최신형 호화 여객선의 정오의 출항을 한눈에 보기 위해 항구에는 수많은 구경꾼들이 몰려들어 그 호화로운 실루엣에 탄성을 지르고 있다.

     솔직히 그 심정도 이해한다. 세련된 하얀 선체와 액막이의 효능이 있는 빛 속성 마법으로 축복받은 성은 장식이 아름다운 외관은, 마치 수면 위를 휘날리는 한 송이 백은의 꽃이다.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최고급 호텔처럼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객실은 초대받은 손님들로 가득 찬 1등실부터 치열한 추첨 경쟁이 벌어졌다는 3등실까지 전석 만실이라서, 많은 사람들로 항구는 북적이고 있다.

    "음! 정말 멋진 배다! 어떠냐, 호크! 그대도 잘 볼 수 있도록 내가 업어주겠노라!"

    "그 정도는 아닙니다, 이그니스 공. 호크 군은 제 소중한 손님이니, 그 역할은 제가."

    "하하하! 아니, 소문으로 자자한 영웅의 손을 번거롭게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귀찮게 한다니 전혀 아니올시다. 호크 군은 제 소중한 친구라서."

     어쩌지,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다.

     왜 그런 최신식 호화 여객선 앞에서 이그니스 님과 로건 님이 웃으며 서로를 견제하고 있는 것일까. 사건의 발단은 며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실버 플라워호의 첫 항해의 초대장이 왔으니 함께 가지 않겠냐고 이그니스 님이 내 방에 전이 마법으로 직접 찾아왔다.

     마침 로건 님도 같은 이유로 나를 초대하기 위해 몰래 골드 저택을 방문하고 있었다. 물론 이쪽은 신사답게 사전 연락이 있었다. 노크도 없이 갑자기 빈손으로 방에 뛰어든 폭군 바보와 정중하게 선물까지 챙겨 온 현군. 어느 쪽을 우선시해야 하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

     라고 말하고 싶지만, 억지로라도 날 데리고 가려는 이그니스님. 끝내는 어차피 갈 곳이 같으니 셋이서 가자고 어른스럽게 대응하는 로건 님이었지만.

     안 돼요, 로건 님. 이런 연기파 남자는 오냐오냐하면 끝없이 잘난 척을 하니까요!!! 착한 사람이 손해를 보는 세상은 좀 잘못됐다고 생각하면서도, 아, 이렇게 나쁜 남자가 마지막에 승리하는구나, 하며 흔히 볼 수 있는 삼각관계 드라마를 떠올리며 조금은 아련한 눈을 하게 된다.

     참고로 내 호위가 아무도 없는 것은 로건 님이 '아드님의 신변 안전은 우리가 책임지고 보장하겠습니다'라고 말씀해 주셨기 때문이다. 지금쯤 다들 임시 휴가를 즐기고 있겠지?

    "너희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가자!"

    "폐하, 제발 한 나라의 황제로서 부끄럽지 않게 행동해 주십시오, 제발! 제발 부탁 좀 합시다."

     여러분 오른손을 보세요. 가장 높은 것이 중지입니다. 가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배가 침몰하는 영화에서 본 것 같은 복고풍의, 그러나 이 세상에서는 최첨단 유행의 호화로운 펄럭이는 진주빛 드레스를 입은 백발의 개의 귀를 한 미녀, 세토 님(외출 버전)입니다.

    평소에는 강아지였거나 짐승귀 미소녀였던 이 성수, 어느 정도는 자유자재로 몸매를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때다 싶어 헐리웃 여배우 같은 어른의 매력이 넘치는 미녀로 변신해 버렸다.  그 미모는 이그니스 폐하가 첫 대면에서 무심코 자연스럽게 구애를 시작할 정도다. 대단하다, 세토 신!

     그래서 오른쪽에는 바스코다가마 왕국이 자랑하는 정예 기사 일행. 왼쪽에는 마마이트 제국이 자랑하는 정예 군인 일행. 동행하는 마수인 재상 캐럽 씨가 이그니스 폐하에게 주의를 주면서, 우리는 승선 준비에 착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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