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부-22 데빌즈 홀리데이(5)

 

(소환된 이몸이 당해도 본체는 죽지 않는다 ......!　이 녀석들에게 대항할 신성한 권능은 없어!　이 몸을 버려도 상관없다!)

　상대를 바라보며, 벨제바브가 쌍검에 마력을 흘려보낸다.

　적갈색 머리의 남자는 단검뿐만 아니라 다리의 판금 갑옷에서도 마력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격돌까지는 몇 초 남지 않았다.

(......흥. 뭐냐고, 이몸이, 어느새 과몰입하고 있었구나)

　세상이 슬로 모션이 된다.

　한정된 세계에 갇힌 소녀에게, 어느 사이에 정이 옮겨가고 있었다.

　아, 그래. 알겠다. 저건 예전의 나였다. 나약해서 강한 존재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싫어서 계속 실력을 갈고닦아왔다. 내 의지로, 존경할 만한 상대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가증스러운 과거를 떨쳐버리기 위해 더 높은 곳을 목표로 삼았다.

(왜일까. 길가에 널브러진 쓰레기로 돌아가기 싫어서라고 생각했었다. 아 젠장──이몸은, 이몸을 위해 강해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둘이 동시에, 한 발짝씩 다가가서.

　


"──── 거기까지랍니다."

　

　
　하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행은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푸른 하늘이다.

　목소리는 더 낮은 곳에 있다. 바로 옆에 세워진 잡다한 건물의 옥상이다.

　그곳에 미니스커트의 메이드가 서 있었다.

"...... 앗!　거짓말이지, 왜 네가 이 타이밍에......!"

　지금까지 전혀 동요하지 않던 리더가,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동시에 기밀부대원들의 수중에 있던 물건들이 일제히 튀어나온다.

"아무래도 저와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음모가 돌아가고 있는 것 같네요. 그걸 전혀 상관없는 제삼자에게 짓밟히는 기분은 어떤가요?"

　그녀는 미소를 짓지도 않은 채, 절대적인 무표정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악에는 악역영애를. 기뻐하세요. 당신들 같은 삼류가 악의 종점과 맞먹는 영광을 얻은 것이니까요."

　아무렇지도 않은 푸른 하늘....... 아니, 아니다. 반짝임이 있다.

　한낮의 푸른 하늘과는 어울리지 않는 광채가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다!

"쏟아지는 것은 파괴의 비!　육지를 찢고 바다를 가르는 심판의 극광!　오직 선택받은 선한 자만이 맞설 수 있을지니!　잘 들어라, 강인한 악이 아닌 자들아. 너희들이 있을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노라!"

　모든 반짝임이, 이쪽을 향해 조준하는 포구.

　그 사실을 깨달은 남자들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구출된 청년의 놀람과 공포가 더 컸다.

"뭐야, 그게......!　루시퍼님 의 파동이, 왜 인간에게서 ......!"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면 쏘겠다고 소녀의 붉은 눈동자가 말하고 있었다.

　꼼짝 못 하는 남자들 사이에서, 리더 격인 남자가 조용히 입술을 열었다.

"── 철수하자."
"대장님, 하지만"
"위에는 내가 말해줄게. 여기서 서로 싸우다가는 다쳐. 미안하지만 밥 사주는 건 취소...... 아, 아니. 위로회라도 할까?"

　그렇게 말하고, 그는 소녀를 올려다보았다.

　역광을 등지고 눈부시게 빛나는 진홍색 눈동자에 싱긋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니. 그냥 지나가 주면 안 될까?"
"흐음. 그쪽이 물러나신다면 쫓아가지 않겠습니다만 ...... 이거, 린디한테는 말하지 않는 게 좋을까요?"
"......되도록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알겠습니다. 말할게요."
"너 참 무자비하구나."

　어깨를 숙인 남자는, 부하들에게 신호를 보내며 그 자리에서 일사불란하게 철수했다.

　놀라운 속도의 철수. 원래부터 쫓아간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을 텐데, 소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 다 치웠는데 ...... 왜 아까부터 계속 굳어 있는 거예요?　선생님."
"...... 뜻밖의 재회라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