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8부 242화 어쨌든 하늘에서 내려올 법한 것
    2023년 03월 31일 09시 48분 0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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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오타쿠는 꽤 많다고 생각한다 ...... 라는 것은 헤이세이(~2019년)까지의 이야기. 레이와(2019~) 시대의 젊은 오타쿠들은 크리스마스를 지나치게 적대시하지 않는다. 모바일 게임의 크리스마스 가챠나 이벤트도 있고, 초식남들에게는 어차피 여자친구가 없는 게 당연지사. 솔로부대라는 말도 상관없다.

     그러는 나도, 딱히 크리스마스가 싫은 건 아니다. 들떠서 남에게 폐를 끼치는 커플은 블랙 산타한테 뜨거운 석탄이라도 던져달라고 부탁하고 싶지만, 그렇지 않다면 예약도 하지 않고 러브호텔에 가서 추운 날씨에 4시간씩 줄을 서든 말든 그건 그 사람들 마음대로 하는 거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남에게 폐만 끼치지 않는다면 말이지. 남에게 폐만 끼치지 않는다면. 메리 강림제!"

     손가락을 튕기자, 두 명의 미소녀 흡혈귀가 내 눈앞에서 재로 변한다. 외모가 미소녀라 보기에는 살인 같지만, 인간을 공격하는 흡혈귀는 모험가들 사이에서 마물로 인정받고 있으니 안심해도 좋다.

    "오! 대단한데 꼬마!"

     박장대소하며 박수를 치고 있는, 배 나온 뚱뚱한 사벨타이거 수인 아저씨를 노려보면서, 나는 무거운 숨을 한 번 내쉬었다.

    "그래서? 누구시죠? 무슨 일로 왔죠?"

    "이야~ 꼬마한테는 볼일 없어. 미안, 끼어들어 버렸네."

    "끼어들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요?"

    "아니, 그건 무리라고. 서열 5위와 서열 6위를 순식간에 없애버렸으니까. 오히려 꼬마 쪽이 무엇인지, 나 신경 쓰일 것 같아! 하하하하하!"

     악의 없음. 적의 없음의 아주 좋은 미소를 지으며 호탕하게 웃는 검치호 수인의 아저씨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바로 방금 전이었다.

         ◆◇◆◇◆

    "아아아아아! 꼬마! 거기서 물러나아아아아!"

    "응?"

     곧 강림제라면서, 모두에게 줄 선물을 고르기 위해 나는 호위도 없이 혼자서 시내로 나갔다. 선물을 사는 모습을 들키면 서프라이즈가 되지 않을 테니까. 저택을 떠날 때는 아직 하늘이 맑아서 산책하는 기분으로 느긋하게 걸어 나갔는데, 점점 구름이 짙어지더니 아직 번화가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눈까지 뿌옇게 내렸다.

     비에 젖는 것이 싫어서 마차라도 불러서 갈까 생각했지만, 악천후로 인한 임시 특수가 있었는지 마차가 지나가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전이 마법을 쓸 만큼의 거리도 아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조금 골목길을 통해 지름길로 가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실수였다. 아무리 뒷골목의 치안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설마 갑자기 하늘에서 사람이 떨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잖아?

     아저씨! 하늘에서 아저씨가! 뭘 멍하니 있어 정말. 이대로 있다가는 부딪힌다고.

    "우오오오오! 뭐야 이게에에에!?"

    "날뛰지 마세요. 금방 내려줄 테니까요."

     투신자살을 하려던 건지, 아니면 지붕을 고치다가 발을 헛디딘 건지. 급히 떨어진 아저씨를 중력마법으로 받아 안고 그대로 천천히 땅에 내려주자, 그는 눈을 부릅뜨고 공중에서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며 발버둥 치기 시작한다. 뭐, 떨어졌을 텐데 갑자기 공중에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으니 놀라는 것도 당연하겠지.

    "미안해, 꼬마! 살았다! 이 아저씨, 금방 나갈 테니까!"

    "그 높이에서 떨어지고도 상처 하나 안 입었다니. 역시 전 서열 4위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제 끝났어~ 뭔지 몰라도, 더러운 쥐새끼가 한 마리 더 늘어난 것 같은데? 다 같이 여기서 죽으렴."

    "앗! 이 아이는 상관없어!"

     목소리가 들려서 눈발이 흩날리는 답답한 구름 낀 하늘을 올려다보니, 박쥐처럼 날개를 편 청발안경의 무자비한 미소녀와 은발적안의 잔인한 미소녀가 검은 망토를 휘날리며 날고 있었다. 뻐드렁니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한 날카로운 송곳니 ...... 흡혈귀나 뭐 그런 것 아니야?

     사벨타이거 아저씨도, 잘 보면 검은 옷에 노출이 심한 검은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잖아. 뭐지, 이 검은 옷을 입은 일행은. 눈바람에 흩날리는 검은 망토의 안감이 이것 보라는 듯한 와인 레드인 것은 의도한 건지, 아니면 무의식적인 건지.

    "꼬마야! 어서 도망쳐라!"

    "소용없어~ 우리 모습을 본 이상 입막음을 시켜야 해, 당신, 너무 어중간해. 그런 점, 정말 싫었거든!"

    "동의. 그래서 서열에서 추방당한 것도 납득이 가."

     나를 보호하듯 서서는 사신 같은 낫 ...... 이라기보다는 풀베기라도 하는 건가요? 라는 느낌의 농기구 같은 거대한 낫을 어디선가 꺼내 들고 자세를 취하는 검치호 아저씨. 그런 그를 내려다보며 은발의 미소녀 흡혈귀가 풍만한 가슴팍에서 철제 부채를 꺼내어 입을 가리며 조롱하고, 파란 머리 안경의 미소녀 흡혈귀는 양손의 손끝에서 피아노 줄 같은 반투명한 실을 생성한다. 진짜냐, 피아노 줄로 싸우는 건 능력자 배틀물의 국룰이잖아.

    "뭘 가만히 있어! 도망치라고, 꼬마! 내가 버티는 동안 어서 가! 가라!"

    "아하하하하하하! 진짜 초라해! 결국은 인간 따위의 하등생물, 우리들의 마력에 걸려서 겁에 질려 도망치기는커녕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다니, 우스꽝스러움을 넘어 짜증나네~!"

    "입을 막는 수고를 덜 수 있어 좋아. 빨리 처치하고 돌아간다."

    "서열 6위 주제에, 서열 5위인 나한테 명령하지 마!"

     아무래도 저쪽은 싸울 의욕이 가득한 모양이다. 반면 아저씨는 나를 지키면서 싸울 수 있을까? 라는 듯한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다. 뭐랄까.

    "서열 6위, 빙옥의 빅투리아가 명령한다. 너희들은, 빨리 죽어라."

    "서열 5위, 독부인 벨라트릭스가 명령한다. 어서 뒈져버려, 너희들! 못생긴 놈들은 살 가치가 없다고!"

    "그럼 이 자리에서 가장 못생긴 네가 먼저 죽어."

    "아앙!?"

     그 후의 이야기는 앞서 말한 대로다. 소환 마법으로 빛속성을 부여한 성스러운 간 마늘을 액체 금속처럼 조작하여,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성스러운 강판마늘의 칼날에 뒤에서 심장을 관통당한 두 마리의 날벌레는 상처에서 푸른색의 선혈과 함께 대량의 간 마늘을 뿜어내면서 추락, 눈 내리는 자갈밭에 부딪힌 충격으로 온몸이 재가 되어 폭발적으로 사방으로 흩어졌다. 만약을 대비해 정화의 마법을 걸어두는 것도 잊지 말자.

     내가 자주 가는 라멘집에서는, 지금쯤 테이블과 카운터 위에 상비되어 있던 모든 마늘이 갑자기 사라지는 희한한 사건이 벌어졌을 것이다. 미안, 마늘이 있는 곳을 순간적으로 떠올렸더니 거기밖에 없었어. 나중에 과자 선물을 들고 사과와 감사를 전하러 가야겠다.

         ◆◇◆◇◆.

    "설명해 주시겠어요?"

    "아, 뭐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내 이름은 오레가노다. 이래 뵈어도 얼마 전까지 서열 4위였던 흡혈귀족이었지만."

    "죄송해요, 뭐라고요? 서열 4위? 흡혈귀족?"

    "아~ 그래, 그런 거였구나. 어, 뭐랄까,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머리가 나빠서 그런가, 이해하기 어려웠다면 미안."

     그렇게 운을 뗀 그는, 조금씩 사건의 경위를 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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