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7부 241화 돼지에게 주는 선물 From 이글(1)
    2023년 03월 31일 03시 39분 5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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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12월 25일은 여신강림제다. 여신이 이 세상에 내려온 기념비적인 날이다. 그 전야제인 12월 24일부터 25일까지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성대하게 축하하는 것이 관례이며, 속칭 '신성한 6시간'이라 불리는 24일 21시부터 25일 3시까지의 6시간 동안 아이 만들기를 하면, 여신의 축복을 받아 튼튼하고 건강한 남자아이를 임신한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이 세상에는 9월생들이 꽤 많다. 다들 여신의 가호를 받고 싶어 하는 모양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 세상에도 역시 강림제에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과 24일 밤 착한 아이의 침대로 산타클로스가 찾아온다는 전승이 존재하여, 다시 한번 산타의 위대함을 느낀다고 호크가 중얼거리기 시작하는 12월의 초입.

     업무 도중의 휴식시간, 이글 골드는 문득 가족에게 줄 올해의 선물은 뭐가 좋을지를 생각하였다. 

         ◆◇◆◇◆

     

     나는 나의 어리석음을 안다. 나는 나의 죄악을 안다. 내가 얼마나 얄팍하고, 오만하고, 구제할 수 없는 멍청한 놈이었는지 알고 있다. 아니, 깨달은 것이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모든 것에 등을 돌리고 아들 이외의 것을 보려고 하지 않았던 나에게 그것을 알려준 것은, 다름 아닌 그 아들이었다.

    "실례합니다. 사장님, 사모님의 전화가 왔습니다."

    "용건은?"

    "예. 파운드케이크를 굽는다고 하셨는데, 바나나와 오렌지 중 어느 쪽이 좋냐는 것입니다."

    "바나나라고 전해. 그리고 호두도 잊지 말라고 전하고."

    "알겠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정말 병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막의 빈민가 밑바닥에서 이 나라에서 손꼽히는 큰 상회로 성장하기까지 꽤나 무모하고 위험한 다리도 건넜다. 이제 와서 들춰내면 안 되니까 조심스럽게 지워버린 과거와 내가 짓밟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원한의 시체 위에, 나는 앉아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나는 성공하고 싶었다. 성공한 사람이 되었다. 평생 놀고먹을 수 있을 만큼의 돈과, 위급할 때 도망갈 곳과 탈출구, 그리고 이런 나조차도 사랑해 주는 가족을 얻었다.

     왜 그럴까, 생각했다. 아내에게 한 무정한 처사도, 딸에게 가한 잔혹한 학대도 두 사람이 나를 미워하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그런 자격을 스스로 버린 나를 남편, 아버지라 부르며 다시 돌아왔다. 사랑해 주었다.

     기쁨보다도 의문이 앞선다. 어쩔 수 없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왜, 왜, 왜, 죄책감과 후회만 내 가슴 속에서 부풀어 올라 터질 것 같았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왜 그 두 사람은 사랑 없는 내가 버린 그것을 주워 정성껏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건네주었을까.

    [아빠!]

     호크는 말한다. 그 죄책감의 무게야말로 내게 주어진 속죄라고. 아니, 자신도 같은 죄인이라며 내 손을 잡고 껴안아주었다. 어리석은 오빠였던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라며. 아버지의 죄의 절반을 자기가 짊어질 거라며.

    [세상 누가 뭐라고 하든, 아빠는 나에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아버지니까]

    [나를 사랑해줘서 고마워. 누가 뭐라고 하든, 누가 뭐라고 생각하든, 아빠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쯤 더 거친 아이로 자랐을지도 몰라]

     나에겐 과분한 아들로 자라주었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는 나의 축소판, 아니 그보다 더한 폭군이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어느새 훌륭하게 성장해 내 말과 행동에까지 간섭을 하게 되었다. 그것을 귀찮게 여길 리가 없다.

     아내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친딸을 불륜의 자식이라고 욕하며 멀리했던, 천생 고독한 바보 같은 나에게 호크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호크에게 미움을 받는 것만은 어떻게 해서든 반드시 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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