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7부 239화 돼지에게 주는 선물 From 오크우드(2)
    2023년 03월 31일 02시 09분 1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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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스스로 생각해 봐도 영리하기만 한 아이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내 질문에 지치지도 않고 하나하나 정중하게, 진지하게 대하며 나름대로의 대답을 해주셨다. 훌륭한 학자가 되면 어머니를 편하게 해 드릴 수 있다. 어쩌면 그 계기는 그런 사소한 일에서 비롯된 것 같다.

     나는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생이 되었고, 귀족들의 괴롭힘에도 굴하지 않고 대학원 진학권을 따냈다. 어머니는 아주 기뻐하셨고, 아, 그래, 그렇구나. 완전히 잊고 있었지만, 먼 옛날 나도 어머니와 둘이서 강림제를 조촐하게 축하했던 과거가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머니는 언제나 내 편이었고, 웃으며 등을 밀어주는 사람이었다. 여자 혼자서 계속된 과로와 아이의 눈에도 보이는 지나친 흡연 때문에 너무 어이없게도 일찍 폐병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병상의 어머니의 얼굴은 울고 싶을 정도로 평온했다.

     가난했지만, 청빈한 사람이었다. 옳은 것을 당연한 것처럼 관철하는 강인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옳음만 내세우는 흉내만 내는 것은 절대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입보다 손을 먼저 움직이는 것.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것. 깨끗한 윤리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더러운 수단으로 스스로를 돕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할 것. 어머니에게서 배운 것이,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많았던 것 같다.

    [오크우드야. 이 엄마는 지금 조금도 아프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단다. 네가 만들어 준 약 덕분이야. 고마워]

    [엄마는, 조금만 먼저 아빠한테 갈게. 오크우드는 가급적 천천히 오렴, 알았지? 인생에는 힘든 일도 많지만, 그보다 더 좋은 일도 많이 있단다. 언젠가 네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멋진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때는 엄마를 사랑해 준 것처럼 그 사람을 소중히 사랑해야 한다, 알았지?]

     병실을 탈출한 어머니가 오랫동안 단골로 드나들던 라면집에서 둘만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고, 우리 집에서 결국 담배를 끊지 못했다고 웃으며 담배를 피우다 창가에서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까지 어머니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아무리 과학과 마법이 발달해도 살릴 수 없는 생명은 여전히 존재한다. 어머니는 무리한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머니라는 유일한 이해자를 잃고 미련을 버린 나는, 그때부터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따뜻한 식사는 차가운 샌드위치와 스콘이 되었고, 차가운 커피는 나의 피가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연어와 시금치, 꿀이었다는 것을 수십 년 동안 잊고 있었던 것 같다.

    [호크 골드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크우드 박사님! 안녕하세요!]

     그걸 상기시켜 준 건 너였다, 호크 군. 너는 제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새벽빛이었으며, 속삭이는 악마이며, 이해자이며, 첫 친구였다. 나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존재. 남의 존재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던 내 의지의 어깨를 붙잡고, 눈을 뜰 정도로 맹렬하게 혁신적 타격을 주는 듯 고독의 정점에 있던 나의 자의식을 흔들어 놓았던 신비한 아이.

     올해는 네게 무엇을 선물할까? 작년의 허니레몬은 아주 좋아했던 것 같으니 올해도 뭔가 맛있는 것을 선물할까? 아니면 직접 만든 쇼트브레드라도 구워줄까? 추억 속 어머니의 맛을 재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도전해 볼 만한 가치는 있을 것이다.

     만약 내가 사랑하는 어머니의 맛을 재현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때는 호크 군. 가장 먼저 너에게 그 맛을 맛보게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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