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6부 227화 붉은 정의의(3)
    2023년 03월 28일 12시 23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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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투 도중에 문득 위를 올려다보면, 식인 드라이어드의 꽃가루 때문에 심각한 중독 증상에 시달리면서 멈추지 않는 뇌내 물질의 과다 분비가 보여주는 극상의 행복감에 휩싸여 [보여줄 수 없어]로 [자율 규제]를 하고 있는 엘프들이 자신의 손바닥도 노랗게 보일 정도로 많은 양의 흩날리는 꽃가루 속에서 [전기를 소중히] 하는 모습이 보인다.

     
    칠백에서 팔백 살에 가까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라고 해도, 그곳은 역시 엘프답게 여전히 외모만 젊은 미남미녀들만 있는 것이 어찌나 배덕스럽다고나 할까, 야한 요소 가득한 서비스 장면이 너무 노골적으로 보여서 오히려 위축된다고 할까. 그다지 바라보고 싶은 것도 아니어서 슬쩍 시선을 돌린다.

     
    그러나 시선을 돌린 끝에 있는 것은 어린 소녀부터 중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반나체, 아니 거의 합법적인 전라의 여자 드라이어들뿐이라 보고 싶지 않은 정도는 똑같은가.

    "
    도련님! 위험합니다요!"

    "
    어이쿠!"

    "
    로열 부메랑!"

     
    그렇게 딴 데 보고 있었던 것이 잘못이었나 보다. 갑자기 뒤에서 뻗어 나온 촉수에 한쪽 다리를 휘감길 뻔한 나를 버질이 달려와 보호하려 하자, 갑자기 날아온 부메랑이 붉은 섬광을 그리며 식인 드라이어드의 양팔에서 뻗어 나온 촉수를 절단해 버린다.

    "
    로열 카마인, 등장일세!"

    "
    마찬가지로 로열 카디널, 등장! 후후후 왠지 재미있어졌소! 자, 로열 윕으로 벌을 주겠소이다!"

    "
    교장선생님과 박사님! 아니지! 카마인! 카디널!

     
    나와 버질의 위기를 구해준 것은, 우리와 똑같은 새빨간 히어로 슈트와 은색 보호대, 그리고 반투명 바이저를 입은 교장과 오크우드 박사였다. 나이답지 않게 신나게 포즈를 취하는 두 사람이 전선에 합류하자 식인 드라이어드들은 순식간에 그 수를 줄여나갔다.

     
    제발 장난이라고 생각하지 말아 달라. 이번에 우리가 여기서 발굴품의 시험 운용...... 이 아니라 사람을 돕는 것...... 이 아니라 엘프를 돕는 것은 교장의 지시로 인한 것이다. 아무래도 이곳이 그의 고향의 숲이었던 모양인데, 태어나서 사백 살 정도까지 살아온 고향이 이런 식으로 마굴로 변하는 것을 보다 못해 용돈을 털어서 나에게 도움을 요청해 온 것이다.

     
    교장한테는 신세도 졌고, 유학생 포크 피카타 관련으로 신경도 많이 써 주셨고, 이런 부끄러운 짓을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할 수 있는 곳도 없었 크흠, 교장에게 빚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았던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해 우리는 이번 식인 드라이어드 퇴치를 맡게 된 거다.

     
    물론 엘프들에게는 최대한 노터치로 일관할 생각이다. 이상 발생된 식인 드라이어드들을 전멸시킨 후 적당히 회복 마법이라도 걸어서 방치해 두면 언젠가는 정신을 차리겠지. 심각한 꽃가루 중독과 금단증상에 시달리겠지만, 자칭 숲의 현자를 자처하는 위대한 엘프님들이라면 인간 같은 도움 없이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겠지?

    "
    로열 슬래시!"

    "
    로열 스매시!"

    "
    로열 스팅!"

    "
    로열 스트라이크!

    "
    로열 스쿼시!"

    "
    로열 스트링!"

    "
    로열 스트레이트!"

     
    각각의 무기에 새겨진 오의 마법 재생 프로토콜이 음성 인증을 통해 활성화되고, 숲 여기저기서 새빨간 빛을 내뿜으며 화려한 필살기가 터져 나온다.

     
    순간적으로 세상의 종말인가? 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새빨간 빛이 엘프 숲에서 푸른 하늘을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더니, 이어 숲 곳곳에서 엄청난 새빨간 대폭발(필살기 발동에 따라 고밀도로 응축된 원소 입자가 흩어지는 모습이 폭발로 보일 뿐, 자연 동식물에 대한 피해는 전혀 없다)이 일어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셰리를 통해 빅투루유 호가 엘프의 숲을 광범위하게 스캔하게 하여 식인종 드리아드의 생체반응이 완전히 소실된 것을 확인하고, 이를 모두에게 알려주었다. 일부 드라이어드 중에는 뿌리 하나에서 재생하거나 씨앗 하나에서 또 다른 개체가 자라나는 종류도 있다고 하니 방심은 금물이지만, 뭐, 그렇게까지 돌볼 의무도 우리에게는 없으니 괜찮다.

     
    그들을 붙잡고 있던 식인 드라이어드들이 사라지면서 잘 익은 사과처럼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엘프들이 목뼈가 부러져 죽지 않도록 반중력 마법을 전개해 낙하 속도를 늦춰주는 동안, 교장이 광역 회복 마법을 시전 했으니 이제 엘프들은 뭐 괜찮겠지. 지금은 기절해 있지만 곧 의식을 되찾을 것이다.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우리도 얼른 퇴장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새빨간 전신 타이츠를 입은 건장한 남자들 일행은 누구에게 어떻게 설명해도 일단 의심스러운 존재라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
    여러분, 이번 협력에 대해 그들을 대신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네. 정말 고맙구려."

    "
    아뇨, 괜찮습니다."

     
    변신을 해제하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모두를 대표해 내가 대답하고는, 지상에 떠오른 붉은빛의 전송진을 타고 빅투루유 호로 돌아갔다. 다소 과격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뭐, 일생에 하루 정도는 이런 날이 있어도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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