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6부 227화 붉은 정의의(1)
    2023년 03월 27일 17시 49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한때 우주로 진출할 정도로 초고도의 문명을 가졌지만 인간의 업보로 인해 쉽게 멸망한 고대 모리슨즈 문명의 유산은 현대까지 상당 부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예를 들어 비행선 기술. 현대 과학으로는 아직 완벽한 재현이 어려운 비행선의 대부분은 고대 유적지에서 발굴된 것을 재사용하고 있을뿐이고, 아티팩트라고 불리는 강력한 힘을 지닌 전설의 마도구 등에도 대개 메이드 인 모리슨즈의 각인이 새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고대 문명의 당시 최첨단 과학기술의 결정체인 빅투루유호의 선창에는, 사룡 하인즈 신전의 보물창고와 맞먹는 수준의 어마무시한 악재......, 즉 귀중한 보물이 잠들어 있다.

     그것은 한 나라를 공격해 멸망시킬 수 있는 수준의 흉악한 무기이거나, 밸런스 브레이커가 되기 쉬운 방어구이거나, 아무 도움도 안 된다며 바닥을 치고 싶을 정도로 기괴한 효과를 지닌 장식품이거나, 아니면 그 모든 것을 엉성하게 하나로 합친 것이기도 하다.

    "모두! 준비됐어?

    "아아!"

    "그래!"

    "예!"

    "오우!"

     오른쪽부터 크레슨, 버질, 나, 카가치히코 선생, 올리브 순으로 일렬로 늘어선 우리는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엘프 숲에 우글거리는 식인 드라이어드 무리 앞에서 각자의 오른팔에 착용한 팔찌를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로열 체인저!"

     음성 키로 마력 인증이 작동하자, 팔찌에 박힌 보석이 눈부신 붉은빛을 내뿜는다. 단순한 보석이 아니다. 이것 하나만 있으면 태양을 일곱 번 태워도 돈이 되는 수준의 초순도 결정체인데, 어젯밤이 12,140년에 한 번 있는 아주 드문 특별한 월식날이라 좋은 기회라며 월식 에너지를 쏟아부어 원소 농축량을 초강력화 시킨 너무도 위험한 물건이다.

     셰리의 말을 옮기는 것이지만 설명하겠다. 팔찌에 내장된 새빨간 원소 입자가 방출됨과 동시에, 착용자의 발밑에서 그 육체를 덮도록 재구성되어 표면에서 정착되어 새빨간 슈트가 된다.

     그리고 새빨간 전신 타이츠를 입은 우리 몸 곳곳에 은빛 보호대와 장갑, 벨트, 부츠에 반투명 바이저가 장착되어 단 0.666초 만에 전투용 마도구 장비 일체를 착용할 수 있는 첨단기술의 간편한 유물이 바로 이 로열 체인저인 것이다.

     무기와 방어구를 하나하나 장착하는 것은 귀찮고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스위치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고대 기술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머, 멋지다!"

    "오, 대박인데 이거! 아무것도 안 입은 것처럼 가볍구만 어이!"

    "아니 아니!? 이런 건 나이 든 아저씨가 입는 옷이 아니잖아!"

    "전자 설명서에 따르면, 언뜻 볼 때 그냥 반짝이는 얇은 천처럼 보이지만, 방검-방탄-내열-내한 사양으로 강도도 완벽하다. 바이저는 유해가스, 음파, 섬광, 기타 마법 등을 자동으로 막아준다고 한다. 편리하군."

    "꼬리까지 잘 덮어주는 안심 설계가 돋보이므니다."

     멀리서 이쪽을 구경하고 있는 식인 드라이어드들을 제쳐두고 유물의 효과에 대해 떠들어대는 우리들. 아니, 그럴 만도 하지 않나? 특촬물 영웅 같은 변신 아이템을 좋아하지 않는 남자는 거의 없을 테니까?

    "점호! 로열 레드!"

    "로열 크림슨!"

    "로, 로열 버밀리온?"

    "내 모델 번호는 ...... 로열 스칼렛이구나."

    "로열 가넷이므니다."

     왜 모두 빨간색이야! 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저것 봐, 식인 드라이어드들도 왠지 모르게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위협적인 효과가 뛰어나다고. 그래도 키가 100cm인 나부터 240cm인 크레슨까지 문제없이 몸에 맞도록 자동 조절해 주는 등 고마운 기능을 가지고 있구나. 그 정도의 기술력이 있으면서도 일부러 음성인증식인 게 낭만이 있어서 정말 좋다.

    "그럼, 힘써볼까요. 방심은 금물이지만."

     자, 우리도 딱히 좋아서 이런 부끄러운 코스프레를 하며 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엄연한 일 때문에 일부러 브랜스턴 왕국을 떠나 세계에서도 꽤나 외진 곳에 있는 엘프의 숲까지 온 것이다. 왜냐하면 엘프 숲에서 식인 드라이어드라는 무시무시한 몬스터가 발생하여 곤란하니 도와달라는 의뢰가 모험가 길드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모험가도 아닌 너와는 상관없는 이야기 아니야?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너무 당황하지 말자. 순서대로 설명하자면, 먼저 식인 드라이어드는 머리에 머리 장식처럼 큰 꽃을 달고 있는 것 외에는 인간 미소녀와 다를 바 없는 외모를 가진 위험한 괴물이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