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6부 226화 아저씨의 우울(2)
    2023년 03월 27일 16시 48분 0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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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흐음, 그런 일이 있었구나. 운이 없었네...... 아니, 반대로 운이 좋았나?"

    "흠......흉복은 그야말로 끊어지지 않는 밧줄 같스므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아침에 아침을 맞이한 카가치히코는, 한숨도 자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의 일과인 단련을 무리 없이 해내고, 그대로 호크의 호위 당번을 맡으며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어젯밤부터 계속 내리는 폭우가 더 심해졌으니 나가고 싶지 않아요!"라는 이기적인 말을 내뱉은 호크는, 급하게 오늘 유급휴가를 받아 직장도 학교도 쉬고 말았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좋은 계란이 들어왔다는 주방장의 말에 혹하여 식당에 가서는, 카가치히코와 보드게임을 하면서 특제 특대 사이즈의 구운 푸딩이 구워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주방장 베이리프 씨와 그 점장님을 대결시키면 어느 쪽이 우세할까, 카가치히코는 그런 생각을 하며 말을 움직인다.

    "우리도 정말 원망받고 있네요."

    "어쩔 수 없는 일이므니다. 성공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질투를 받고 적반하장을 당하는 것은 흔한 일이므니다."

    "응, 나도 짐작 가는 일이 있어서 뭐라 말할 수 없겠어."

    "오오. 주군께서도 사람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이 있으셨스므니까."

    "너무 띄워주지 마. 한때 나는 남을 부러워하는 짓만 했었거든."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뺨을 긁는 호크의 어린 시절을 카가치히코는 알지 못한다. 그는 다른 세 명과 달리 혼자만 뒤늦게 호위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과거 그들과 호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듣기는 했지만,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므니다. 소인에게는 그런 감정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니 때문에."

    "오, 그거야말로 의외인데요. 선생님은 뭔가 달관한 느낌이라서 번뇌 같은 건 하나도 없을 거라고만 생각했거든요."

    "하하, 그러고 싶고 싶스므니다만."

     실례한다고 운을 떼고서, 카가치히코는 옆자리에 앉은 채, 조금 힘들어하는 듯이 크게 손을 뻗어 컬러풀한 말을 톡톡톡 움직이고 있는 호크를 끌어올려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힌다. 호크가 괜찮냐는 눈빛으로 올려다보길래, 미소를 지어 보이자 호크는 기쁜 듯이 그리고 조금은 쑥스러운 듯이 웃으며 신발을 벗고 짧은 다리를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만약 그 세 사람이라면, 호크는 꼬마라서 힘껏 뻗지 않으면 손이 닿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며 스스로 그들의 무릎 위에 올라탔을 것이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손자만큼의 나이 차이도 있고, 스승과 제자의 관계도 있어서인지 카가치히코에 대해서는 항상 어느 정도의 예의를 지키고 있다.

     그것은 어린 사람으로서 칭찬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자기만 조금 손자와 거리감이 있는 할아버지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 세 사람 역시 카가치히코와도 격의 없이 친하게 지내고 있지만, 역시 십 년이라는 세월의 차이는 메우기 힘들다.

    "아!

    "방심했스므니다."

    "실수했다~!"

     카가치히코의 한 수에 순식간에 대국판의 말을 대량으로 빼앗기고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어 격침된 호크가, 카가치히코의 배를 가볍게 치며 뒤통수를 기댄다. 무례하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것을 허락한 것은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나도 아직 미숙하다고 자조하면서, 카가치히코는 컬러풀한 말들을 모두 바둑판 밖으로 떨어뜨리고, 처음부터 다시 초기 위치로 정렬해 나간다.

     어젯밤에 목숨을 위협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한가롭게 놀고 있어도 되는 것일까? 괜찮다. 여기저기서 원한을 사고 있는 골드 상회가 목숨을 위협받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고, 자신들은 그것을 막기 위해 고용된 것이기 때문이다. 쫓기는 죄인인 자신을 숨겨주고, 거처를 마련해 주고, 스승이라고 불러주는 그에게 최소한 몇 가지 은혜를 갚고 싶다.

    "그럼, 내 선공으로."

    "알겠스므니다."

     점점 거칠어지는 빗줄기와 강풍이 창유리를 때리는 것을 보며, 카가치히코는 과거에 죄인이라는 이유로 큰길이나 역참 마을을 통과할 수 없어 노숙을 반복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따뜻하고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면 더더욱 좋다.

    "이제 슬슬 구워질 때가 되지 않았겠스므니까."

    "점보 푸딩! 기대되네요!"

     주방에서 구워지는 푸딩의 달콤한 냄새를 맡으며 카가치히코는 생각했다. 자의든 타의든 많은 생명을 죽인 자신은 사후에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적어도 이 행복한 여생을 조금이라도 더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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