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5부-20 영재(3)
    2023년 03월 27일 22시 41분 0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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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공 선생님 밑에서 직전제자로 공부하고 있는 청년은, 시야가 왜곡될 정도로 충격에 휩싸였다.

     공방 뒤편에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 무서운 재능이다)

     그는 엄청난 재능을 가졌고, 그것을 스승이 발견한 엘리트다.

     도자기를 만드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을 버린 생활에 몸을 담근 지 십 년이 다 되어간다.

     그래서 알게 된다. 나보다 훨씬 뛰어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조형 단계에서...... 거의 직관적으로, 완벽한 절차를 밟고 있었다. 그녀에게 설명하려고 했더니, 설명보다 열 걸음 앞서서 걸어가고 있었다. 천부적인 재능이란, 이런 거였구나)

     어린 시절의 자신은, 기술을 보고 훔쳤다.

     사이공은 온화한 스승이었지만, 도예의 근본은 결코 말로 표현하려 하지 않았다. 그 점을 느끼기 위해 필사적으로 물고 늘어졌고, 어느새 공방을 잠시 맡겨도 되는 제자까지 되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공방 안을 살며시 들여다보니, 두 번째 작품에 몰두하는 마리안느를 사이공이 마주 앉아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만든 건 잘 만들었어."
    "감사합니다."

     그럴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적절한 평가다.

     사이공 공방이라는 이름으로 출품했다고 치자. 그 옆에 가장 제자의 작품을 나란히 놓았다고 치자.

     어느 쪽이 더 높은 평가를 받을지 생각하기 싫다. 그 정도 수준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조금 부족한 것 같은데?"
    (뭐?)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번개가 치는 느낌이었다.

    (부족하다고? 그것으로?)

     직전제자는 깜짝 놀랐다.

     분명 생애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자신과 견줄 만한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도 스승의 의견은 엄격했다. 그것은 가장 제자의 노력의 결실마저 부정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네. 뭔가 좀 부족하네요."
    "!"

     그리고 놀랍게도 마리안느 본인도 인정했다.

    "테마를 정해버려서 그런가 봐요. 만들면서 더 이상은 확장되지 않을 것 같아서 끝냈거든요."
    "넌 참 신기한 학생이네 ...... 먼저 마음을 여는 것이 도예의 첫걸음이란다. 네가 마음을 열기만 한다면 최후의 빛나는 것에 도달할 수 있을 게다."
    "......흠, 그렇군요."
    "이해하겠어?"
    "아뇨, 전혀요."
    "아니 그럼 방금 반응은 뭐야? 뭐, 뭐 그렇겠지. 요컨대 한 번 아무 생각없이 만들어 봐라."
    "알겠습니다."

     그 후로 정적이 흘렀다.

     찰흙의 형태를 바꾸는 아주 미세한 소리가 이어진다. 회전용 페달을 밟는 소리가 조금 기분 좋고, 간헐적이다.

     아무리 봐도 처음 경험하는 손놀림이 아니다.

     하지만 놀라움의 본질은 거기에 있지 않다.

    (뭐야 저건)

     직전제자가 신음소리를 억누를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었다.

     평소에는 장난치면서도 말을 아끼지 않고 지도하는 스승이.

     말없이 그저 마리안느의 손만 바라보고 있다.

    "아,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음"

     두 번째 작품이 완성되자 사이공은 그것을 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릇은 가져가도 돼 ...... 이쪽은 다 만든 후 내 방에 걸어도 될까?"
    "어, 부끄러운데요......"
    "뭐, 그렇게 말하지 말고. 뭐든 사줄 테니."
    "그, 그건 너무 미안하잖아요!?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드리겠습니다."

     사이공은 고맙다는 미소를 지으며, 마리안느의 도자기를 가마에 넣었다.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
    "네, 뭔가요, 선생님?"


     가마의 불을 조절하면서, 사이공은 마리안느에게 등 뒤에서 물었다.

    "10년 뒤, 20년 뒤에도 마법사를 계속할 거냐?"
    "............"
    "음, 역시. 경솔한 게 아니라, 어쩌면 그런 인생 설계에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거겠지? 나도 젊었을 때는 그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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