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릴 것도 없이, 아빠의 물건은 전부 호크의 것이야!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가져가도 상관없으니까! 다만, 사실 꽤 위험한 물건이 많으니까 가져가기 전에 한 마디만 해 주면 아빠가 안심할 수 있을 텐데."
"네~ 조심하겠습니다~"
"응응, 호크는 정말 착한 아이구나. 그런데 그걸 보고 있자니 오랜만에 카레가 먹고 싶어졌어. 오늘 저녁은 카레돈가스라도 먹을까?"
"와~ 카레돈가스! 호크 카레돈까스 너무 좋아!"
"오! 그렇구나! 그럼 요리장에게 아주 맛있는 최고의 카레와 돈가스를 만들어 달라고 말해 두마!"
위험을 무릅쓰고 이런 걸 수집하는 걸 보면, 이 아버지도 꽤나 심취한 것 같다. 모두 밀봉 처리는 되어 있는 것 같아서 실수하지 않는 한 큰 피해는 없을 것 같지만, 이런 위험물이 널브러져 있는 보물창고 위에서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생각하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나중에 제대로 대책을 세워야겠다.
◆◇◆◇◇◆ ◆◇◇◆
"이봐, 셰리. 이 램프 좀 스캔해 줄래?"
"오, 꽤나 특이한 것을 가지고 오셨군요."
방으로 돌아와 램프를 테이블에 놓고 스마트폰을 꺼내 셰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왜인지 밀짚모자에 목장갑을 착용하고는 등을 돌리며 쭈그려 앉아 있다가, 어이쿠, 하고 일어나더니 빙글빙글 돌면서 평소 집사 복장으로 돌아갔다. 뭐야, 가상 텃밭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
"알고 있어?"
"예. 고대인들이 정리한 세계 기이한 마도구 대백과에 따르면, 마법의 램프로군요. 안에는 마신이 봉인되어 있고, 부르는 사람의 소원을 세 가지까지 무료로 들어준다는 아주 좋은 물건입니다."
"뭐야 그 램프보다 더 흥미로운 책. 한번 읽어보고 싶을지도."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가독성 데이터로 번역해서 마도구 대백과사전 폴더를 만들어 그 안에 복사해 두겠습니다."
"근데 이 램프가 고장 났는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아빠가 시도했을 때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고 하던데? 이렇게 마력이 소용돌이치는데 신기하네."
언뜻 보면 그냥 낡고 텅 빈 램프이지만, 눈을 부릅뜨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램프 안에서 마력이 은하처럼 소용돌이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마도 아버님께서는 정식으로 부르는 방법을 모르셨던 것이 아닐지?"
"정식으로 불러내는 방법이 있는 건가?"
"그렇습니다. 과거 한 권력자가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이 이 램프를 들고 자신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마신을 부르는 방법을 바꾸어 달라고 부탁했고, 이후 자손 대대로 그 마신을 부르는 방법을 전승해 왔다고 합니다."
"흐음. 그런데 너희들은 왜 그런 것까지 알고 있는 거야?"
"홀홀홀. 저희는 온갖 지혜를 축적하고 있는 인류 지원/관리/보조 프로그램입니다. 자자, 그런 것보다는 마신을 불러내는 방법을 알고 싶으신 거 아니십니까?"
뭐랄까, 노골적으로 이야기를 돌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내 기분 탓일까?
셰리의 지시에 따라, 먼저 왼손 중지로 램프를 잡고 오른손으로 램프의 배를 지시대로 세 번 문지른다. 손잡이 주변에서 곧장 밀어 넣어 호를 그리며 위쪽으로 당겨서 이번에는 아래쪽으로. 그대로 다시 원호를 그리며 처음 지점으로 돌아온다. 마치 기울어진 8자를 그리는 것처럼. 그래, 일부러 가운데 손가락으로 잡고 상당히 복잡한 쓰다듬는 방법을 세 번이나 반복해야 하는 건가. 이건 확실히 말해주지 않으면 모를 것 같다.
시키는 대로 하자 램프 끝에서 연기가 뽀얗고 무지갯빛 연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이내 사람 모양으로 모인 그 속에서 우뚝 솟은 거대한 램프의 마인이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