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장 29 쓸데없는 발악(3)
    2023년 03월 21일 10시 04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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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원수로는 3배 정도인가. 어때, 오귀스탱."
    "홀홀홀. 노인네가 죽을 장소는 다른 데서 찾아봐야겠구려."
    "아니, 성녀왕 폐하께서 '죽지 말라'라고 말씀하셨는데."
    "흠, 그쪽이 더 어렵지만, 뭐, 한번 해봅시다"

     오귀스탱은 자신의 키에 어울리지 않는 기나긴 장검을 들고 뮬 변경백의 옆에 섰다.

    "폐하께서는 많은 희생이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으신다.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 한다."

     뒤에서 루시엘 공작이 말을 걸었다.

    "알고 있다고. 그보다 저쪽의 별동대는 괜찮겠지?"
    "여기서 이 정도로 소란을 피우고 있으니, 여신 신전을 파괴하는 정도로 별일은 없겠지."
    "좋아. 그럼....... 이제 마음 놓고 난동을 부려도 되겠구만."

     뮬 변경백의 눈이 반짝였다.

    "간다아아아아아아! 죽여버려!!"

     그의 뒤를 이어, 변경백령의 실력파 병사들이 우렁찬 함성을 지른다.

    "홀홀홀."

     오귀스탱도 가볍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 가급적 희생자를 내지 말라고 했는데."

     루시엘 공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시각, 성왕국의 소도시에서도 비밀리에 움직이는 자들이 있었다.

    "노크, 이걸로 마술은 파괴되었지?"
    "아마도......"
    "하지만 더 이상은 못한다고."
    "음."

     그 교회는....... 그렌지드 공작의 명령에 따라 급하게 여신전으로 개조된 교회는 끔찍한 상태였다.

     벽은 파괴되고, 제단은 파괴되고, 의자는 파괴되고, 책상은 파괴되고, 교단은 파괴되었다.

    "앗......"

     소란을 듣고 달려온 병사, 그리고 교회 수도사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누, 누구냐, 너희들......."

     그곳에 있던 자들은, 많은 종족이 살고 있는 이 크루반 성왕국에서도 보기 드문 종족인 다크엘프 5명이었다.

     모두 키가 크고 근육질이며, 양손에 망치를 들고 파괴 활동을 전혀 숨길 생각이 없는 듯했다.

    "안개가 낀 것 같던 머리가 맑아진 것 같지 않냐, 인간 종족아."
    "어......?"

     노크의 말에, 이번에는 수도사가 깜짝 놀란다.

    "화, 확실히...... 뭔가 지금은 묘하게 머리가 맑은데......"
    "즉, 그런 거다."
    "뭐가!?"
    "안녕이다"

     다크엘프들은 몸을 돌려서 파괴한 벽의 구멍을 통해 밖으로 튀어나갔다.

    "잠깐! 쪼, 쪼, 쫓아! 쫓아가세요! 이런 짓을 하면 벌을 받습니다!"

     수도사의 말에 병사들도 서둘러 쫓아갔지만, 뚫린 벽의 구멍에서는 이런 목소리만 들렸다.

     ㅡㅡ벌이라면, 레이지가 주러 갔을 거야.



         ★ 리그라 왕국 ★



     키스그란 연방 내에 있는 리그라 왕국의 왕도에는, 지금 비상사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그런 바보 같은. 잘못 본 게 아닌가?"

     수비대 대장은 그 보고에 의아해했다.

    "아니요, 틀림없습니다. 여러 명의 감시병이 보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용이었습니다."

     녹색 용이 날아왔다.

     그리고 왕도 내에 착륙하자마자 건물을 파괴하고 날아가 버렸다.

     언제 다시 용이 돌아올지 몰라서, 왕도 내부는 엄중한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다.

    "지금까지 왕도에 용이 날아온 사례는 없었는데......"
    "단순히 변덕으로 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변덕으로 건물을 부수고 돌아갔다고? 그럴 리가 없잖아... 파괴된 것은 뭐였더라."

     병사가 대답했다.

    "여신 신전입니다."

     나중에 이들에게는 각지의 신전을 파괴하고 날아가 버린 용에 대한 보고가 들어왔지만, 그것은 모든 것이 끝난 다음 날의 일이었다.


         ★ 윈들 공화국 수도 ★



     새벽녘, 아직 어두운 수도의 골목길에 서 있는 5명은 빛을 받고 있다.

     인간 종족보다 키가 작고, 주황색, 노란색, 빨간색 등 선명한 색으로 염색된 옷을 입고 있다.

    "...... 이건 너무 과한 거 아니야, 얀야?"
    "...... 뭐, 어때? 할 거면 철저하게 하라고 장로님이 말씀하셨잖아."

     엘더호빗 얀야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그녀들의 눈앞에 있는 것은 여신 신전.

     다만, 무시무시한 화염을 뿜어내고 있다.

    "불이야!"
    "소방대를 불러! 연소를 막지 못하면 큰일이야!
    "대피하라!"

     인근 주민들도 깨어나 큰 소리로 외치고 있다.

     이 화재는 물론 엘더호빗들의 소행이다.

     작전 결행일 전날 수도에 잠입해 오늘 불을 지른 것이다.

     모두 레이지와 협의한 대로다.

     이동은 드래곤이 도와주었지만, 드래곤을 타고 날아가는 것을 싫어하는 장로는 젊은 얀야에게 명령을 내렸다.

     신전을 불태워라.

     오랜 원한을 지금이야말로 풀어야 한다.

    "좋아, 도망가자!"
    "그래!"
    "오오!"

     5명의 엘더호빗들은 황급히 도망쳤다.

     원래는 이후 '여신의 악행을 용서하지 않겠다!'라는 구호를 외칠 예정이었지만, 그럴 여유가 전혀 없었다.

     다행히, 화재는 여신 신전을 태우는 데 그쳤다.



         ★ 아헨바하 공작령 영도 유벨마인즈 ★



     대륙 곳곳에서, 시간을 맞춰 여신전을 파괴하는, 즉 신전의 마술을 무력화시키는 행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직접 날아다닐 수 있는 용은 물론 활약이 컸지만, 용만으로 대륙 전역의 신전을 파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엘프의 나라인 실비스 왕국에서는 아샤의 오빠인 마토베이가 비밀리에 움직여서, 마술의 일부를 지워내어 무효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술을 약화시켰다.

     수인이 사는 마을에는, 용족 키미드리고룬과 지저인 수메리아 일행이 잠입했다.

     노움의 마을에는 원수가 이끄는 지저인의 군사들이.

     키스그란 연맹 소속 각국에서는, 발할라의 게펠트 왕과 광천기사 왕국의 프리드리히 장군이 정예를 파견해 파괴 활동을 벌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큰 문제가 될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해야만 한다고 판단했다.

    "...... 이곳에 다시 오게 될 줄이야."

     희미한 새벽, 후드를 깊게 뒤집어쓴 소녀가 새로 지어진 신전을 올려다보고 있다.

     4년 전, 이곳에 용이 날아와 난동을 부린 적이 있었다.

     많은 건물이 파괴되어 한때는 황무지가 되었다.

     그곳에 세워진 것이 바로 교회였고, 지금은 여신 신전이 되었다.

     신전의 뒷문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었지만, 소녀의 손에서 검고 작은 칼날이 날아오르자 자물쇠가 끊어지고 문이 열렸다.

     어두운 복도를 따라 들어간다. 당번인 듯한 경비병이 의자에 앉아 졸고 있다.

     소녀는 나아가서, 곧장 전당으로 왔다.

     천장이 높지만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들어오는 빛의 양이 적었다.

     희미한 빛 속에 똑바로 서 있는 여인의 모습이 있었는데, 바로 여신의 석상이었다.

     그것이 바로 이 신전의 마법의 핵심이라고 한다.

     ㅡㅡ누나, 부탁이 있어. 여신 신전을 파괴하는 것을 도와줘.

     그것은 동생 레이지의 부탁이다.

     자신이 받은 것에 비하면, 훨씬 작은 부탁이다.

    "동생 군을 위해서라면, 신전 한 두 개쯤은 부숴버릴 수 있어."

     라르크의 몸에서 솟아오르는 검은 소용돌이.

     그것은....... 라르크가 수련을 거듭해 터득한【영왕마검술】.

     천부주옥에 의존하지 않는, 라르크만의 힘.

     스윽~

     공기를 가르는 소리는 가볍고, 어딘지 모르게 허전하기까지 했다.

     휘두른 라르크의 손끝에는, 5미터는 족히 될 것 같은 거대한 검은 칼날이.

     벽에 걸려있던 현수막이 도중에 잘려나가며 툭 떨어졌다.

     잠시 후, 여신상은 몸통 중앙에서 두 동강이 나서는 절단면부터 비스듬히 기울어졌다.

     곧장 그 상체가 완전히 분리되어 바닥에 떨어지자, 쿵 하는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여신상의 몸에 들어가 있던 마법 촉매가 빛을 냈지만, 금세 가라앉았다.

    "무, 무슨 일이야!"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난 경비병이 홀 안으로 뛰어 들어왔지만, 이미 아무도 없었다.

     전당의 입구, 대문의 빗장이 풀려서 바깥으로 활짝 열려 있다.

     밖에서는 새벽빛이 신전의 일부를 비추고 있다.

    "............"

     밖에 있던 라르크는, 뒤를 돌아보며 신전을 올려다보았다.

    (그날...... 나와 동생 군이 광산에서 도망친 날도 이런 새벽이었지)

     그때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다.

    "나머지는 부탁해, 동생 군."

     


         ★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맞춰서 여신전당을 파괴해 주었다.

     핵심이 되는 마술의 파괴를 해주었다.

    "...... 앗......"

     여자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이것으로, 끝이다."

     나는 여자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며, 마법을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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