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장 29 쓸데없는 발악(2)
    2023년 03월 21일 10시 03분 5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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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을, '쓸데없다'고 말하지 마."

     여자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너는 여신도 아니고 가짜 신도 아니야. 그저 오래 살아온, 독선적인 여자일 뿐이야."

     그 순간, 여자의 얼굴이 무너졌다.

    "시끄러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새된 목소리를 내뱉은 입이 흉측하게 일그러지고, 눈을 부릅뜬다.

     갑자기 20살, 30살이나 더 늙어 보이는 지친 얼굴이다.

    "원하는 대로 한 방에 죽여주마아아아아!!!!"

     여자가 석장을 내게 겨누었다.

     방금 전과 같은 자세, 그리고 방금 전과 같은 광선이........

    "............?"

     나오지 않았다.

    "휴~...... 드디어."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너, 무슨 짓을 한 거지.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
    "아직도 모르겠어? 역시 넌 단순한 사람이구나."
    "말해에!"

     석장을 이쪽으로 던졌지만, [바람마법]으로 어렵지 않게 궤도를 틀어막았다.

    "그 광선, 꽤 많은 에너지를 쓰는 거지? 그뿐만 아니라, 몇 번이고 육체를 부활시키는 데에도 에너지를 써야 할 거야. 생명력인지 마력인지, 그 원리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뭐야! 뜸 들이지 말라고!"
    "그것을 공급하고 있는 건 뭐게?"
    "............"

     여자는 자신의 양손을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마치 그곳을 보면 물이 무궁무진하게 솟아날 것 같다는 듯이 말이다.

    "............힘이 ...... 들어오지 않아......?"
    "아까 넘어졌을 때 생긴 당신 이마의 상처도 아직 아물지 않았어."
    "!"

     여자는 당황하며 이마에 손을 댔다.

     손끝에 피가 묻어있었지만, 여자는 고통보다 무엇보다 그 사실에 충격을 받고 있었다.

    "왜 그런지 알겠어?"

     여자는 이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손가락 끝에 묻은 피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왜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알겠어?"
    "......무, 무슨 짓을 한 거지. 블랑스토크 대성당을 부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을 터......."

     나는 그때, 작전이 성공했다고 확신했다.

     이 여자는 블랑스토크 대성당만 신경 쓰고 있었다.

     그렇게 되도록 꾸며 놓았기 때문이다.

     용을 타고 화려하게 등장.

     중재자 간의 대결.

     '은의 저울'의 모든 사람들과 하얀 공간에서의 싸움.

     그것도 모두 여신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었다.

    "!!!"

     여신은 그때서야 깨달은 모양이다.

    "서, 설마, 너는, 설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보기에는 쓸데없는 존재들과 힘을 합쳐서 발버둥을 쳤거든. 나는....... 우리는 온 대륙의 여신 신전을 일제히 파괴했다."



          ★ 크루반 성왕국 ★



    "뭐야, 제대로 된 기사가 하나도 없잖아!"

     뮬 변경백이 휘두른 양손도끼가, 카이트 실드를 든 기사들을 날려버린다.

     성도 크루바뉴의 중앙대로는, 이른 아침부터 일어난 동란으로 인해 행인 한 명 없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사람들은 창문 틈새로 바깥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싸우는 것은 성왕국의 기사와 병사들끼리여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일반 시민은 아무도 없었다.

    "애초에 자네과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은가."

     말을 탄 루시엘 공작은 웃으며 말했다.

    "흥. 오귀스탱 아저씨가 적이었다면 그나마 상대할만했을 텐데."
    "허허허."

     뮬 변경백의 농담에, 루시엘 공작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노인이 작게 웃는다.

     별 5개의 천부 [용검술]을 다루는 오귀스탱은 이 나라 최고의 무력으로 꼽히지만, 그는 루시엘 공작가의 사람이었다.

    "계속 온다, 변경백."

     전방에서 완전 무장한 기사단이 다가온다.

     5대 공작가의 로지에, 리스, 라메르 공작가는 방어 측이다.

     나머지 한 가문인 에베뉴 공작가는 성녀왕을 보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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