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안은 꽤 붐비고 있었는데, 그 덕에 우리도 잘 섞일 수 있었다.
왜냐면 키스그란 연방은 인간 종족을 우대하는 나라가 많아서 하프링의 미미노 씨와 하이엘프인 아샤는 아무래도 눈에 띄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데요, 우선 용은 아군인가요?"
용을 등에서는 차분하게 이야기할 수 없었으니까.
아샤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저는 용을 믿습니다."
아샤와 미미노 씨에게 '약리학의 현자'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라르크에 대해 이야기했다.
용들이 왜 여신에 대항하려고 하는가.
ㅡㅡ자연은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네.
미지의 땅 '카니온'의 안쪽에서 재회한 '약리학의 현자'님은, 그렇게 말했다.
ㅍ'조정자'로서 너무 오랜 시간 동안, 그들은 강자로 군림해 왔다.
때로는 사람과 싸우고, 때로는 짐승과 싸웠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생각을 내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약리학의 현자'님이 나를 도와주셨다는 것은 알고 있고, 그들이 여신을 쓰러뜨리고 싶어 한다면 그것을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용들은 지금 뭘 하고 있어? 암룡과 함께 블랑스토크 호수의 나라로 향하고 있어?"
"아니요, 그들한테는 여신을 대항할 힘이 없다고 했어요. 그게 세상을 나누기 전에 맺은 여신과의 계약이라고 하더군요."
용이 '조정자'가 되었을 때 맺은 계약.
그것은 여전히 용을 묶고 있는 것 같다.
같은 '조정자'인 환상귀인들도 물론 같은 입장이지만, 용은 환상귀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금은 지켜보자는 입장인 것 같지만, 어쩌면 여신에게 붙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환상귀인... 그 검은 그림자들과 싸우게 될 것이다.
"어쨌든 드래곤이 해줄 수 있는 건 지원뿐이라서, 여신과는 우리가 직접 싸워야 돼요."
"...... 대단한 존재인 거지?"
"예, 하지만 싸워야만 합니다."
신이 아닌데도 신을 자처하는 존재.
그 여신이 세뇌로 조종하는 세상...... 디스토피아다.
어쩌면 전쟁이 없어지고 평화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혜가 있는 자들이 모두 가축화되는 것과 같다.
여신이 단 한 명의 플레이어로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된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여신은 '맹약자'를 시작으로, 일방적인 세뇌를 시작하고 있다.
그런 일은 역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레이지 군, 이거...... 늦었지만......."
미미노 씨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것은, 익숙한 단검이었다.
뮬 변경백에게서 받은 것인데, 거듭된 전투로 인해 많이 망가져서 단테스 씨에게 수리를 부탁했던 것이다.
"고쳤어요!?"
"응. 뭐, 견고성을 높이기 위해 상당히 특수한 단조 방식을 써서, 휘어진 칼날을 고칠 수 있는 대장장이를 찾는 데 애를 먹었나 봐."
"우와......"
여전히 묵직한 무게의 칼을 칼집에서 꺼내자, 둔탁한 빛을 내며 칼날이 모습을 드러낸다.
뮬 변경백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것도 그대로였다.
"어라. 뭔가 빛이 좀 다르네요."
"그, 발할라 시의 길드마스터인 그루지오님이 소개해 준 대장장이라는 사람이 좀 특이한 드워프라서......"
"...... 아니, 잠깐만요, 지금 뭐라고요?"
"괴짜 드워프"
"그런 게 아니라! 이걸 고치기 위해 길드마스터에게 부탁한 건가요? 대륙 최고의!?"
"그래. 그루지오님도 레이지가 사용하는 물건이라고 하자 기꺼이 장인을 소개해 주셨거든."
"............"
와우...... 뭔가 대단한 사람이 나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