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장 24 여신 재고(1)
    2023년 03월 19일 17시 53분 0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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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 긴장했다.

     역시 한 나라의 수장쯤 되면 두르는 분위기가 다르구나. 설마 그런 상황에서 '짐을 죽여라'라고 할 줄은 몰랐어.

     합의가 잘 되어서 결국 성녀왕 폐하도 죽지 않는 것으로 납득해 주셨지만...... 나는 생각한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 뭔가를 하겠다는 것은 정말 좋지 않은 거라고.

    "출발할 준비가 됐다."

     단테스 씨가 말했다.

     아침 해가 천천히 떠오르자, 우리는 숲에서 도로로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지. 마도비행선을 찾을 수는 있을까?"

     단테스 씨가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부터 육로로 가더라도 대륙의 중동부에서 서쪽으로 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말을 이용한다고 해도 3개월은 족히 걸릴 것이다.

    "그 전에ㅡㅡ단테스 씨, 그리고 여러분. 다시 한번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나는 모두를 앞에 두고 말했다.

     '은의 천칭'에서는 단테스 씨, 미미노 씨, 젤리 씨, 아샤.

     크루번 성왕국에서는 에바 아가씨, 맥심 씨, 그리고 기사가 4명.

    "저는 이제부터 블랑스토크 호상국에 갈 생각입니다......그곳에 있는 여신을 토벌하기 위해서요."
    "...... 그 얘기는 어렴풋이 들은 적이 있는데. 신을 쓰러뜨린다니?"

     성녀왕 폐하한테는 호언장담 했던 말이지만, 그렇게 말해도 다들 '어? 라는 느낌일 것이다.

     애초에 다들 여신을 직접 본 적이 없으니까.

    "우선 제 추측부터 말씀드릴게요. 그 여신은 신이 아닙니다."
    "뭣 ......"
    "신이란, 애초에 무엇일까요?"
    "??"

     내가 반대로 질문하자, 단테스 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ㅡㅡ신이란 지상에 사는 우리에게 은혜를 베풀고 영혼을 구원하는 존재라고 들었어."

     미미노 씨가 작게 손을 들어 대답했다. 아마도 그것은 교회의 가르침인 것 같다.

    "그렇죠. 그 신은 어떤 모습일까요?"
    "응? 신은 형태가 없는 거 아니야?"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즉, 여신은 여신이기 때문에 신이 아닌 것이죠."
    "어이어이 레이지. 점점 더 모르겠다고. 나한테도 알기 쉽게 말해줘."

     단테스 씨가 항복하듯 두 손을 들었다.

     나를 대신해 입을 연 것은 에바 아가씨였다.

    "여신이라는 존재는 실제로 형체가 있고, 각 종족...... '맹약자'들을 불러냈다고 들었어요. 그 모습이 너무 신성해서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꿇을 정도였다고 들었어요. 그러니까 이 세상을 조화롭게 하는 신이 실존한다면, 그런 식으로 나오는 것이 이상하다는 거지요? 신은 영혼을 평등하게 대우해야지, 대표자들 앞에만 나타나거나 자신을 숭배하는 성전을 짓게 하지는 않을 거예요...... 즉, 이 세상에 너무 간섭하는 뜻이죠."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아가씨. 여신이 만들었다는 '맹약자', '조정자', '천부주옥'...... 이들 시스템이야말로 '여신이 신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어요. 진정한 신이라면 그런 사후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도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것이고, 혹은 시스템 없이 인류가 멸망하더라도 그것을 내버려 두는 것이 신입니다."

     내가 말하자 다들 생각에 잠긴 듯 조용해졌다.

     잠시 후, 아샤가 말했다.

    "하지만 레이지 씨. 세상을 둘로 나누거나 '천부주옥'을 만들어내는 존재라면 그것은 신이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글쎄요, 이 세상에 사는 사람이 보기에는 초월적인 힘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알고 있는 범위만 해도 그 여신은 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
    "우선, 세상이 붕괴하려 했을 때, 세상을 둘로 나눠서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즉, 세상을 구할 만큼의 힘은 가지고 있지 않아요. 애초에 '세계의 붕괴'가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시죠?"
    "그건 아마...... 뭘까요. 살아있는 모든 것이 멸망한다는 뜻일까요?"
    "예, 그것도 붕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신은 '천부주옥'을 사람들에게 주어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주었잖아요? 동물이나 몬스터한테는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여신에게 '세계의 붕괴'란 인간 종족이나 드워프, 엘프, 야수 같은 사람들...... 다시 말해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자의 전멸'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여신이 구하고자 하는 것은 '말이 통하는 자'만인 거죠."
    "!!!"

     깜짝 놀란 아샤가 멈칫하자, 이번에는 미미노 씨가 말했다,

    "하지만, 레이지 군. 아샤가 말했듯이 여신이 엄청난 힘을 가진 자라는 것은 변함없잖아? 어떤 녀석인지, 쓰러뜨릴 수 있는 녀석인지도 알 수 없고."
    "물론 그렇죠. 여신에게 있어 최악의 상황은 사람들이 모두 죽는 것이고, 그 안에는 우리도 포함되기 때문에 집단 자살 외에는 여신을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뜻이 되겠죠. 역시 그럴 수는 없으니 다른 방법이 필요합니다."
    "다른 방법?"
    "여신 신전."

     여기서 신전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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