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루반 성왕국 성녀왕 ★
성왕궁 안이 시끄러운 것은 알고 있었다.
성녀왕은 성왕궁의 가장 안쪽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갇혀 있었지만, 그래도 밖이나 통로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는 일도 많다.
(...... 어제는 침입자가 있었다는 연락이 왔지만, 오늘은 아무 일도 없었다. 하지만 이 왁자지껄한 소란은 침입자의 여파가 아니라...... 또 다른 것)
성녀왕은 개인 방의 침대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방 입구에는 두 명의 강인한 병사가 있다. 방을 둘러싸고 있는 10명의 병사, 그리고 안뜰과 지붕 위에는 암부가 배치되어 있을 것이다.
오늘 오전에 침입자의 이야기가 있어 경비병이 증원되었다.
그리고 저녁에 다시 증원되었으니,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난 것이 분명하다.
(아버님은 오늘도 오지 않으셨어......)
후우, 하고 작은 숨을 내쉬었다.
성왕이 살아 있는 동안에 다음 성왕에게 양위하는 일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런 격동의 시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성녀왕인 그녀는 낙관적이었다.
아버지를 존경하고, 아버지와 대화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화조차 하지 않을 줄이야......)
쿠데타가 일어난 것도 의외였고, 그 후 아무런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의아했다.
성녀왕의 오빠인 성왕태자, 그리고 동생인 크루브슈라토는 성왕도에서 달아났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는다.
"도대체 아버님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자신이 이렇게 살아있는 이상, 필요 이상의 피를 흘릴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지금까지는 의외의 행동을 해도 금방 그 이유를 알려주거나 왠지 알 것 같았는데 말이다.
정이 많고 때로는 감정적으로 변하는 것은 성왕으로서 그리 나쁘지 않다고 성녀왕은 생각한다.
오히려 국민들에게 호의적으로 비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사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꽤 깊은 곳까지 마음을 조종당하고 있는 것 모양입니다."
"!?"
자신이 던진 의문에 답하는 듯한 말에 그녀는 움찔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 너는, 레이지인가?"
"알고 계셨습니까."
언제 왔는지, 실내에 조용히 서 있는 소년은 흑발흑안이었다.
성녀왕이 즉위하는 계기가 된 '일천제단'에서의 중재자와의 싸움, 그리고 우로보로스 출현으로 인한 성왕도 파괴. 이를 막은 장본인이 바로 레이지다.
(그리고...... 이후 '흑발흑안'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도시에서 쫓겨난 것도 그였다.)
에베뉴 공작 가문 등 오래된 가문의 귀족들은, 레이지의 배척을 강력히 제안하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에 나섰다.
그 결과 추격자는 역습을 당했고, 레이지가 성왕도를 떠났다. 성녀왕으로서도 돌이켜보면 씁쓸한 일이었다.
아버지 그렌지드는 크게 후회하며 '구국의 영웅' 레이지에게 언젠가 대접하고 싶다는 말을 흘렸지만, 적절한 타이밍을 찾지 못했다.
그런 레이지가 왜 여기에?
"앗."
놀라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거기에는 이 방을 감시하는 암부가 있을 텐데........,
"위쪽 사람들은 제압했습니다. 바깥사람들은 손대지 않았습니다, 눈에 잘 띄니까요."
"세상에......"
쉽게 말했지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천장에 걸린 판자가 스르륵 열리고 거기서 고양이 귀의 수인녀가 빼꼼 얼굴을 내밀자, 천장은 이미 그들의 손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하...... 아무래도 너는 짐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모양이구나."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레이지가 작게 웃으며 답례했다.
그 여유로운 모습이야말로 그의 강인함을 말해주는 거라고 성녀왕은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