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장 23 성녀왕의 목숨(1)
    2023년 03월 18일 21시 45분 1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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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리즈 백작은 교회에서 탈출할 때 가장 먼저 성왕궁으로 가서 성녀왕 폐하를 데리고 나올 생각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없었다.

     반대파가 있기는 하지만, 성왕궁은 그렌지드 공작이 장악하고 있다. 성왕도에서 동원할 수 있는 병사들을 상대하지 못하면, 머지않아 백작은 성녀왕 폐하와 함께 잡혔을 것이다.

     하지만 5대 공작가의 에베뉴 공작과 루시엘 공작, 그리고 성왕국 최고의 무투파인 뮬 변경백이 움직인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다른 공작 가문은 지켜보기로 결정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제 성녀왕 폐하만 있으면 그렌지드 공작과 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ㅡㅡ사실 교회에서 그렌지드 님을 죽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터입니다만.

     백작은 슬픔을 토해내듯 괴로워하며 말했다.

     지금까지의 경위를 들어보면, 분명 그것이 가장 간단하고 빠른 해결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분명 백작은 평생 그 죄를 짊어지게 될 것이다.

     아니면 이 소동이 진정되었을 때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까지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 그런 건 싫어)

     그렇다고 해서, 그렌지드 님이 깨어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도 않았지만.

     그때 쉬리즈 백작이 그렌지드 님을 베려고 했을 때 튕겨져 나간 것은. 내 [삼라만상]으로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뭔가 물리적인 장벽이 있었다는 느낌은 아니고, 자석의 동극이 서로 반발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안 좋은 느낌이다)

     나는 [삼라만상]에 너무 익숙해졌을지도 모르겠다. 모른다기보다,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는 것이 있으면 필요 이상으로 불안한 마음이 든다.

    "도련님."

     밤이 깊어지자 건물 뒤편에 있는 나를 찾아온 자는, 어두운 색의 후드를 쓴 젤리 씨였다.

     나는 성녀왕 폐하를 모셔오라는 쉬리즈 백작의 부탁을 받고 혼자서 성왕도로 돌아가고 있었다.

     모험가 길드에서 단테스 씨와 재회하여, 그에게 맥심 대장의 일행과 함께 에바 아가씨를 만나러 가자고 했다.

     그리고 나는 길드를 통해 젤리 씨에게 연락을 취해 이렇게 함께 행동하게 된 것이다.

    "이야~ 도련님이 그렇게 화려하게 등장하다니, 더욱 사나이다워졌습니다요...... 현상금 액수도 올라갔을지도 모릅니다요?"
    "잠깐, 불길한 소리 하지 마요!"
    "이미 쉬리즈 백작과 에바 아가씨에게는 현상금이 걸려있습니다요."

     그건 나도 모험가 길드에서 들었던 이야기다. 하지만 '은의 천칭'에는 추격자가 없었던 것을 보면, 그렌지드 공작은 뛰어든 자가 나였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젤리 씨, 길 안내 좀 부탁해요."
    "예예, 사람 다루는 게 너무 거칩니다요, 정말."
    "............"

     어라?

    "음, 무슨 일입니까요, 도련님"
    "아, 그게...... 불평하는 것 치고는 젤리 씨가 뭔가 기뻐하는 것 같지 않아서..."
    "에엑!"

     젤리 씨의 꼬리가 바짝 일어선다.

    "따, 딱히 도련님이 살아있는 걸 알아서 안심한 건 아닙니다요!?"
    "저를 걱정해 줬어요?"
    "그런 게 아니라!"
    "어, 걱정하지 않았어요......?"
    "그런 불쌍한 강아지 눈빛을!? 걱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요. 그야 제가 돈을 빌리는 사람이니까 죽으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요!"

     그 반대잖아. 빌린 사람이 죽어서 빚이 없어지면 기뻐하는 타입의 사람이잖아, 당신.

    "...... 젤리 씨, 앞으로 경라대."
    "예이, 쉬운 일입니다요. 일단 성왕궁까지는 논스톱으로 갈 수 있으니...... 따라 오십쇼."

     불법침입을 할 때 굉장히 든든한 말을 들었다.

     나는 젤리 씨를 따라 밤거리를 질주했다. 젤리 씨의 안내와 나의 마법이 있어서 쉽게 성왕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앞으로가 문제인데...... 우선 성녀왕 폐하라는 분이 누구신지 모르겠고, 안에 지도 같은 게 없어서 길 안내를 할 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요."
    "문제밖에 없네요....... 그래도 단서는 있지요."

     나는 성녀왕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단서가 있습니까요?"
    "그야. 간단한 일이죠. 가장 경비가 삼엄한 곳부터 조사하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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