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부 176화 황금룡의 눈에 은하(1)

 

"...... 아름답구나.

"예, 몇 번을 봐도 멋진 광경입니다."

 용인의 모습으로 변신한 스승님을 빅투르유 호의 갑판으로 초대하고, 우리는 위성 궤도를 따라 여유롭게 우주를 날아갔다. 팔짱을 끼고 우뚝 선 스승님은 눈앞에 펼쳐진 행성의 웅장함에 크게 감격하는 듯했다.

 "용신이라는 이름을 대고는 있지만, 결국은 이 별에 사는 하나의 생명체에 불과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군. 오, 세상이란, 우주란 얼마나 신비로움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인가!"

"스승님이 이 우주와 세계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었나 보네요."

"그래. 나도 이 별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 생명에 불과하다. 다만 남들보다 강력한 힘을 가졌기 때문에 신으로 추앙받았을뿐. 여신과는 그야말로 존재의 격이 달랐겠지."

 아쉬운 소리도 없이 순수하게 우주와 이 별 ...... 가칭 지구의 광활함에 감탄하는 스승의 황금빛 눈동자에 반짝이는 별의 반짝임과 지구의 푸르름이 비친다.

"우주에는 이 별과 같은 별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사람과 같은, 용과 같은 생명체도 어딘가에서 번식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분명."

"그러나 오랜 세월의 표류 끝에 고대인들은 마침내 이주할 행성이나 인류 종족에 필적할 만한 지적 생명체를 발견하지 못하였다. 사막에 떨어뜨린 모래알 하나와 바다에 떨어뜨린 물방울 하나가 우연히 섞이는 것과 같은 불가능한 기적 위에서 이 행성과 그곳에 사는 생명체는 태어나고 번식하며 일상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기적이군요."

 지금을 살아가는 기적에 감동하고 있는 스승과 그 오른쪽 옆에 서 있는 늙은 집사의 홀로그램 영상. 그리고 스승님의 왼쪽 옆에서 멍하니 지구를 내려다보고 있는 나.

"곧 이 비행기가 목적지 상공에 도착합니다. 내리시겠습니까?"

"그래."

"셰리 부탁해."

"알겠습니다."

빅투르유호의 전송 기능으로 순식간에 지상으로 이동한 우리는, 어느새 수령이 천 년이 넘을 것 같은 웅장한 등나무를 중심으로 수백 년 된 장엄한 등나무 꽃들이 만개한, 등나무 빛깔로 물든 산속에 서 있다.

"아름답네요~"

"그래, 정말 멋진 등나무가 아닌가? 우주에서는 보이지 않았는데 이렇게 지상에 내려와 보니 그 아름다움에 가슴이 뭉클해지는구나. 정말 기적적인 아름다움이 아닌가, 그렇지?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차 있을꼬. 짐은 다시 한번 감동했느니라."

 수많은 가지에 매달린 꽃들이 화려하게 피어나는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보라색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바라보면 등나무가 줄지어 서 있고, 올려다보면 꽃잎의 선명한 등나무 색과 어린잎의 초록, 그 사이로 보이는 하늘의 푸르름이 햇살과 함께 바람에 흔들린다. 꿀 향기에 취해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이 만들어내는 보라색 융단을 밟으며, 그 아름다움에 한참을 넋을 잃고 바라본다.

 수억 년을 이어온 장엄한 지구의 아름다움도,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만 볼 수 있는 찰나적인 등나무 꽃의 아름다움도 모두 똑같이 대자연이 만들어낸 신비이며, 지금 이렇게 용인 스승과 인간인 내가 나란히 서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것조차도 엄청난 기적의 산물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해 준다.

"이제 점심 먹을까요?"

"음, 그게 좋겠지"

 등나무 꽃잎으로 된 카펫 위에 시트를 펴고 바구니에 담긴 도시락을 꺼낸다. 크로와상 샌드위치, 짭조름한 찐 감자, 튀김이 가득 들어 있다. 신선한 방울토마토의 붉은색과 산더미처럼 쌓인 삶은 브로콜리의 녹색과 황록색으로 색감을 더한다.

"이런 곳에서 먹으면 더 맛있네요!" 

"정말이 그렇지? 그리고 이 아름다움과 맛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곁에 있다면 더욱 좋은 법이니라!"

 뚱뚱하고 대식가인 나와 거구인 스승님에 맞춰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 한 두 배 큰 사이즈로 만들어 준 도시락을 먹으며, 우리는 멋진 휴일이라 부를 만한 야외 점심식사를 우아하게 즐겼다. 잔잔한 미소와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는 스승님의 금빛 비늘에 등나무의 옅은 보라색이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나고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