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부 174화 어린이의 세계/어른의 세계(2)2023년 03월 01일 12시 43분 1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음! 맛있어요, 박사님!
"그렇소이까! 더 있으니 마음껏 드시오!"
뼈도 잘 발라내었고, 손질을 제대로 했는지 생선 특유의 비린내도 잘 제거되어 있어서, 어렸을 때부터 아빠에게 사치스러운 음식을 많이 먹어 입맛이 많이 길들여진 나조차도 극찬하는 수준의 맛이다.
맛있다 맛있다 하면서 많이 먹는 나를 흐뭇하게 지켜보는 박사의 눈빛은 실험 중인 기니피그를 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조금 무섭지만, 이 사람은 뭐 그런 사람이니까. 특별히 다른 의도는 없겠지. 음식에 이상한 것이 섞여 있으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고, 무엇보다 그렇게 즐겁게 요리하던 박사가 굳이 필요 없이 음식에 이물질을 섞을 것 같지도 않다.
"성에서는 지금쯤 파티가 열리고 있겠네요~. 전혀 관심은 없지만........"
"귀족의 야회라는 것은 연회라기보다는 정치적인 흥정의 의미가 짙게 깔려 있는 자리요! 더군다나 왕족이 주최하는, 그것도 제1왕자파 중심의 모임이라면 더더욱! 지금쯤이면 내가 빨리 돌아간 것에 화가 난 녀석들이나 이번 연구로 피해를 입은 녀석들이 일제히 제1왕자에게 내 욕을 퍼붓거나 울부짖고 있을지도 모를 것이오! 와하하하하!!!"
사과주를 마시며 기분 좋게 웃는 박사. 평소에는 괴팍한 언행이 눈에 띄는 괴짜지만, 이렇게 저녁을 먹으며 손수 만든 요리를 먹는 모습은 그도 사람이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 줘서 왠지 모르게 신선하다.
"잘 먹었습니다~! 맛있었어요, 박사님!
"잘 먹었스므니다."
"잘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그거 다행이오! 아, 디저트 하나라도 준비할 걸 그랬구려!"
"아니요, 배불러서 충분해요."
"꿀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뇨, 정말 마음만으로 충분해요."
꿀을 숟가락으로 직접 먹기에는 너무 달달한 것 같으니까. 저녁 식사도 끝났고, 시간은 이미 9시가 넘었다. 너무 늦게까지 머물러도 미안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쯤에서 돌아가기로 했다.
"먹기만 먹고 돌아가는 것도 미안한데요. 다음에는 선물이라도 갖고 갈게요."
"에이 무슨! 오랜만에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이몸 신선했소! 호크군이라면 언제든 환영할 테니까! 또 오시구려!!!"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는데, 문득 신발장 위에 사진 한 장이 사진 꽂이에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빨간 털의 새끼 곰을 안고 있는 어미 곰의 사진이다.
"아, 저게 바로 우리 어머니요! 이미 수십 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착하고, 똑 부러진 분이셨소."
"그러고 보니 예전에 다른 세계선으로 날아갔을 때, 박사님의 어머니의 반지를 빌린 덕분에 돌아올 수 있었죠, 저..."
"아, 이 반지 말이구려. 실용성 없는 장식품이라니 이몸답지 않지만, 어쩔 수 없더구려."
박사가 왼손을 얼굴 옆으로 들어 올려 약지에 끼고 있는 작은 반지를 보여준다. 그때는 여러 가지 일이 있었는데, 박사님이 순간적으로 평행세계 사이를 가르는 벽에 뚫린 구멍을 통해 그때도 끼고 있던 이 반지를 나에게 던져준 덕분에 이 세계선과 저쪽 세계선을 연결하는 것이 매우 쉬워졌다.
"그때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박사의 어머니의 사진을 향해 합장하며 인사를 건넨다. 원래는 마법을 폭주시킨 박사의 책임도 크지만, 위험을 알면서도 재미 삼아 함께 실험한 나도 잘못이 있으니까. 누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지금은 좋은 추억이 되었다.
"그럼, 잘 먹었습니다, 박사님. 또 연구실에서 뵙겠습니다."
"그래. 다음번에는 숙박하러 와도 괜찮소...후후후"
"그래요. 기회가 되면 꼭 올게요."
문이 닫히고, 우리는 마도구의 불빛이 켜진 희미한 아파트 복도에서 골드 저택의 내 방으로 전이 마법을 써서 돌아갔다.
오크우드 박사. 희귀한 천재 학자이자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기인 괴짜의 이름을 갖고 있는 천재. 그런 그에게도 인간적인 면이 있고, 타인의 존재를 전혀 필요로 하지 않을 것 같은 철두철미한 연구 바보인 그에게도 역시 고독감이나 외로움 같은 것이 있었던 것일까. 본인도 말했지만, 어머니의 유품인 반지를 지금도 끼고 다니는 등 감성적인 면모도 있는 것 같다.
[후후후! 이몸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이몸와 동등하지 않지만, 아이디어는 이몸보다 뛰어나다고 인정한 천재 아이이니 말이오!!!]
상대가 제1왕자든 누구든 상관하지 않고 언제나 하이텐션으로 떠들던 박사의 말이 생각난다. 천재란 고독한 생물이다. 그 발상의 비약이나 사고방식이 일반인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다거나, 이해할 수 없다거나, 외면당하기 쉬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내 존재가 조금이라도 재미있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상대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이제야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손수 만든 음식을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웃으며 지켜보던 의외의 면모를 생각하니, 박사에게 좀 더 친절하게 대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혼자가 좋아서 혼자인 것과 혼자일 수밖에 없어서 혼자인 것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나니까. 그걸 깨닫게 된 것도 모두들 덕분이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그 은혜를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돌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18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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