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 교양 있는 사람들은 참 든든하다는 생각이 든다. 크레슨은 말할 것도 없고, 서민파인 버질도 이런 행사에는 약한 것 같아서 행동에 어색함이 남는다.
결국 마차는 석양의 왕궁 앞에 도착했고, 오크우드 박사한테는 올리브, 나에게는 카가치히코 선생님을 붙이고 그대로 야회에 발을 들여놓았다. 옛날 애니메이션 영화나 순정만화에서 왕자나 공주가 파티를 여는 구도를 자주 볼 수 있었는데, 바로 그런 느낌이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호화로운 음식이 차려지고, 사람들은 서서 술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고, 귀족의 딸들이 춤을 추는 등 전형적인 '성에서 열리는 파티'의 모습에 조금은 설레게 된다.
"오크우드 박사님!"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이런 사람으로서."
"호오? 귀공이 소문으로만 듣던."
여기저기서 인사를 하러 오는 사람들을 응대하느라 정신이 없는 오크우드 박사 옆에서, 나도 연구조교로서 적당히 한 두 마디씩 인사를 건넨다. 사실, 특례로 대학원에 진학했다는 천재 아이도 열여섯 살이 되면 그다지 신선한 놀라움도 없고, 더군다나 상대는 악명 높은 골드 상회의 바보 아들이다.
"여어, 네가 호크 골드 군인가?"
"소문은 들었어. 카드 게임으로 꽤 많은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요즘은 이런 야회에도 카드를 들고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어. 눈살을 찌푸리는 노인들도 있지만, 시대의 변화에는 언제나 노인의 비판과 젊은이들의 열광이 뒤따르는 법이지."
"그러는 나도 듀얼리스트야."
어차피 별 반응이 없을 거라 ......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니 의외로 DoH를 제조 판매하는 파스트라미 사의 사장으로서 꽤나 호의적인 시선을 받게 되었고, 일부는 악수를 청하거나 사인을 해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 오히려 놀랐다. 이게 유행을 탄다는 건가. 오히려 유행을 만들어내는 쪽이니까 더더욱.
어떤 분은 집에서 여는 조촐한 야유회에 손님으로 와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하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귀족 청년과 아저씨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뭐 그만큼 멀리서 악의와 적의를 품고 달려드는 아저씨 아저씨들도 많았지만 말이다. 아마도 골드 상회에 많은 빚을 진 자들이나 DoH 붐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종족 등일 것이다. 그냥 젊은이들이 성공했다고 해서 재미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세상 어디나 있는 법이니까.
"호크 공, 음료수를 가져왔스므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계속 떠들다 보니 목이 말랐는데 다행이네요."
어깨가 뻣뻣한 턱시도 차림으로 애교 섞인 웃음과 인사의 연속. 게다가 상대는 나를 평가하거나 관찰하는 듯한 눈빛과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피곤해지기 마련이다. 아~ 빨리 머리 감고 턱시도 벗고 싶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하룻밤만 참자고 생각하며 꾹 참는다.
"조금만 더 참으시오, 호크 군. 오늘 밤의 주인공은 데츠 제1왕자님이니까, 그가 등장해서 인사하고 나면 퇴장할 수 있소. 뭐, 왕자님 앞에서 노골적으로 돌아가고 싶은 아우라를 발산하면 곤란하겠지만, 자네에 한해서는 그런 걱정도 없을 것이오."
"수고하십니다, 도련님."
그렇게 쉴 새 없이 누군가와 대화를 이어가야 하는 박사를 동정하면서 연구 조교인 나도 조금씩 이야기에 끼어들거나 나 개인적으로 볼일이 있다는 귀족 아저씨들에게 둘러싸여 수다를 떨고 있자니, 어느새 높은 팡파르와 함께 데이트 제1왕자의 입장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울려 퍼지고 백발의 왕자가 나타났다.
얼굴은 꽤나 미남이고, 머리도 꽤나 길다. 소위 말하는 야생형 미남이라고나 할까. '아, 이건 분명 나님 캐릭터다'라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지고 있으며, 두 동생 왕자들에 비해 상당히 거칠어 보인다. 하지만 이미 스무 살이 넘은 탓인지, 가벼움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방심하지 않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행사장을 훑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