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8부 171화 강함과 약함과 상냥함과(2)
    2023년 02월 28일 17시 54분 0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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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젠장! 나답지 않네!"

     "
    그렇지 않아크레슨이 사람으로서 성장하려는 증거 아니야?"

     "
    마흔이 다 된 아저씨를 붙잡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너는."

     "
    나이 따위는 상관없다고. 인간은 몇 살이 되어도 공부하는 거라고 아버지도 말씀하셨고."

     
    사람은 변하는 법이다. 좋은 방향으로도, 나쁜 방향으로도. 반대로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은 채, 혹은 변하지 않은 채로 있으면 시대의 흐름에 뒤처질 수도 있다. 그것을 쉽게 휩쓸리지 않는 고집으로 받아들일지, 시대에 뒤처진 돌머리로 받아들일지는 케바케다.

     "
    , 그냥 우유부단해졌을 뿐이다. 예전에는 이런 일로 고민하지 않았어. 난 나약해졌어. 내가 한심해."

     "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하지만 나는 내 아이일지도 모르는 아기를 임신한 여성에게 '돈이면 다 해줄 테니 얼른 낳아 버려'라고 말하는 그런 비열한 인간이 아니게 되었다면, 그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그건 나약함이 아니라 부드러움이 아닐까?"

     
    기겁을 했는지 힘이 빠진 그의 팔에서 스르르 떨어진 나는크레슨의 통나무 같은 무릎을 꿇고 앉은 채 어색한 표정으로 눈을 돌리는 길 잃은 고양이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들고양이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
    결과는 달랐지만, 그래도 크레슨은 이번엔 자기 아이일지도 모르는 아기의 생명에 대해 계속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잖아? 그건 분명 우유부단하거나 쓸데없는 짓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해. 사람으로서 지극히 정당한 행동이었어."

     "
    사람으로서, 라고?"

     
    나는 크레슨의 무릎에서 내려와서 굴러다니는 물병 뚜껑과 물병을 집어 들고 가볍게 먼지를 털었다. 자신의 심경 변화에 당황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다. 나도 그랬다. 이 세상에 환생한 직후와는 아마 상당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그걸 깨닫고 내 성장을 실감했던 적도 있었다. 내 경우는 원래가 엉망진창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기쁜 일이었지만크레슨처럼 어느 정도 자아가 확립된 아저씨들 입장에서는 그게 전부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
    고민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고민하는 것도 적당히 해야지. 적어도 나는 그 친절함은 억지로 버리지 않아도 되는 거라고 생각해. 그럼 잘 자."

    "......
    어이, 주인."

    "
    ?"

    "......
    땡큐."

    "
    "

     
    다시 내게 등을 돌리고 보름달을 올려다보는 크레슨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서 분명 이제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울림이 느껴졌다.

     

     


    "
    마구간에 빈자리라면 있다고? 지금은 마침 봄이니까."

    "
    아니, 역시 그건 좀."

    "
    그러니까, 이제 괜찮다고 했잖아. 너네들한테도 걱정 끼쳐서 미안해."

     
    다음날 아침. 평소보다 조금 늦잠을 자고 식당에 갔더니 식후에 커피와 홍차를 마시는 호위 트리오의 모습이 있었다. 오늘 아버지의 경호원은 카가치히코 씨인 것 같은데, 아버지와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는 부녀회 모임이 있다며 이른 아침부터 이미 나간 모양이다.

     "
    , 좋은 아침, 주인!"

     "
    모두들 좋은 아침."

     
    해맑은 미소로 아침 인사를 건네는 크레슨평소와 다름없는 무표정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당황한 듯한 분위기의 올리브. 아주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버질. 그래, 이제 괜찮을 것 같다.

     "
    좋은 아침이에요, 도련님. 아침 드시겠어요?"

     "
    , 부탁해, 로리에"

     
    호크 골드의 우아한 아침은 메이드장 로리에가 내어준 블랙커피에 신선한 우유를 넣어 마시는 것으로 시작된다. 왜일까, 요즘 로리에의 평소와 다름없는 차분한 표정을 보면 조금은 안심이 된다고 할까, 안심이 되는 건 왜일까. 안정감이 반쯤은 있는 것 같다. 로리에가 평상시와 다름없이 지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안심이 된다.

     
    어쩐 일인지 연휴는 전반전, 후반전 모두 말아먹은 정도가 아니라 후반전에서 연장전에 돌입한 느낌이었거든. , 소동은 무사히 해결되었으니 올해는 이쯤에서 만족하기로 하자. 하지만 대체휴무 정도는 줬으면 좋겠다. 자영업이라서 마음만 먹으면 일주일 정도 마음 편히 쉴 수 있기는 하지만, 심정적으로 그렇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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