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측근들을 데리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린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깊고 무거운 한숨 한 번 내쉬었다. 정말, 뭐지? 남자끼리 조금 친하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의심하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있는 거구나.
애초에 그런 말을 할 거면 여자 넷이서 굳게 뭉쳐서 걸어가는 너희들은 왜 그러냐고 말하고 싶다. 큰 소리로 말하고 싶다. 네 명이서 가위치기라도 하며 놀고 있는 게 아니냐고 따져 물으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고 싶다. 뭐, 말하진 않겠지만. 저렇게 자기들한테 유리한 것만 보고 듣는 놈들은 상대해 봤자 소용없으니까. 다음에 또 엮이면 그때는 가차 없이 칼의 대화다.
"상쾌했던 아침이 날아갔어."
"그럴 만도 하므니다. 권력과 색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 들었스므니다."
"OH..."
그러고 보니 카가치히코 선생은 무가 출신이셨지. 바스코다가마 왕국이라든가, 자파존이라든가, 뭐야 이 풍요로운 토양. 차라리 성지 베리즈에라도 이주해 버릴까? 거기는 백합국가라서 그런 쓸데없는 소문도 나지 않을 것 같고. 아, 하지만 여교황이 있으니 그녀의 청혼을 거절하고 이곳에 있는 올리브는 좀 힘들지도 모르겠네.
"왠지 피곤해졌으니 돌아갈까. 그러고 보니 두 사람 모두, 모처럼 제도까지 왔으니 들르고 싶은 가게 같은 건 없어?"
"소인은 아무것도."
"괜찮으시다면 총기 전문점에 들러도 괜찮을까? 역시 제국의 상품은 다른 나라보다 충실하기 때문에."
"OK, 가게 위치 같은 건 알아?"
"사전 조사를 해 두었으니 바로 갈 수 있다. 너무 오래 걸리지는 않으니까."
"상관없어. 급한 용건도 없고, 천천히 좋은 걸 골라서 사면 돼. 아, 경비로 깎아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고맙다."
총기 전문점인가. 검이나 창이나 활을 취급하는 일반 무기 가게와는 좀 다르겠지. 개인적으로는 남자아이로서 권총에 대한 로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할리우드 영화 같은 데서 총을 쏴대는 액션을 보면 나도 권총을 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차라리 마총 같은 걸 쓰면 안 될까? 마법으로 신체 능력을 강화하면 더 쉽게 쏠 수 있을 것 같고, 마총이라든가 마탄이라든가 하는 것도 중2병들의 마음을 울리는 소리잖아. 음, 괜찮을 것 같아.
"저기 올리브, 사격장 같은 곳에 가면 나도 총을 쏠 수 있을까?"
"제국 내의 사격장은 모두 군사 시설이기 때문에 이그니스 폐하께 부탁해야 할 것 같다. 그냥 쏘는 것이 목적이라면 내가 가르쳐 줄까?"
"진짜? 꼭 좀 부탁할게!"
그래, 이 세계에서는 총기 휴대 허가나 구매에 관한 복잡한 절차 같은 건 없구나. 그래, 평범한 무기 가게에서 무기를 팔고 있는 세상이었지. 그렇게 생각하니 참 무서운 세상이네. 어린아이도 사용법에 따라 쉽게 상대를 죽일 수 있는 마법이 일반화되어 있는 세상이라서 새삼스러운 감이 있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조금은 걱정이 된다. 그래도 총을 쏜다는 것은 기대가 된다. 물론 동물을 쏘아 죽이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냥 과녁을 겨냥해서 쏘는 스포츠 사격 같은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