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1부 114화 남은 시간 7시간
    2023년 02월 02일 19시 37분 0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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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년 전의 과거로 날아가고 말았으니 현실로 돌아갈 때까지의 72시간 동안 미래를 바꾸지 않도록 조용히 있자는 입장이었는데, 시장에서 어린 시절의 아버지와 부딪혔다는 대실수를 범해버린 나는, 멀리서나마 아버지를 지켜보기로 했다.

     

     사실은 아무것도 안 하고 여관에서 가만히 있는 게 제일이겠지만, 내가 40년 전으로 와버린 원인 중 하나가 아버지에게도 있을 같다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이젠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테니 조금만 아버지의 과거를 들여다보기로 한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나는 아버지의 과거를 거의 모른다. 내가 5살 때 전생의 기억에 눈떴을 대는 이미 이글 골드는 골드 상회의 사장으로서 부동의 입지였고, 아버지가 옛날이야기를 해준 적도 없었다.

     

     그렇게 어린 시절의 아버지한테서 모습과 소리를 인식해도 그건 의식하지 못하도록 새롭게 어둠마법을 걸고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눈이 썩나 싶었어."

     "부정할 수가 없네요." 

     

     먼저 아버지는 이 나라 출신이었다. 아들인 내가 흰 돼지라 불릴 정도로 살갗이 흰데 반해, 아버지는 검은 돼지라고 은유될 정도로 피부가 까맸던 것은 단순히 바스코다가마 사람의 피가 들어있으니까. 아버지는 바스코다가마인 창부가 낳은 외국인의 자식이었다.

     

     그리고 아버지 또한 매춘에 손을 대었던 것이다. 때로는 뚱뚱한 아저씨를 상대로, 때로는 뚱뚱한 아줌마를 상대로. 상대가 일당쟁이든 요괴같은 할멈이든, 아버지는 쉴 새 없이 몸을 팔아 돈을 벌었던 것이다.

     

     어린이를 고용해주는 장소는 거의 없고, 설령 있어도 푼돈 정도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매춘이라면 그 10배는 벌 수 있다. 하루하루 살아가던 아버지로서는 가장 손쉽고 빠르게 돈을 버는 방법임은 틀림없었다.

     

     거의 방치된 상태로 몸을 팔며 살아가던 아버지의 목적은, 이 나라에서 나가는 일로 보였다. 돈만 있으면 이 산지옥 같은 곳에서 도망칠 수 있다고 믿고서 열심히 돈을 모아가는 모습은 보기 딱했지만, 나로서는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자칫 손을 댔다가는 역사가 바뀌어버려서 내가 태어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 여기 있는 내가 사라지던가, 아니면 현대로 돌아갔을 때 골드 상회 자체가 소멸하고 나만 원래의 역사에서 동떨어진 이방인이 되니 곤란해진다.

     

     "네 아빠, 고생했네."

     "그런 모양이네요."

     물론 잘 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어린애라는 이유로 입막음을 당할뻔하거나, 갇혀서 구금당할뻔하거나, 돈을 안 내고 도망치는 손님한테서 금품이 될만한 것을 훔치는 등 파란만장하게 지냈다.

     

     누구도 믿지 않고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며, 단지 여기가 아닌 다른 먼 곳으로 가는 것만을 꿈꾸며 열심히 돈을 버는 그를 대체 누가 비웃을 수 있을까.

     

     덕분에 곳곳에서 원한을 사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이 나라 기준으로는 [예쁜 아이]를 품고 싶다는 수요는 끊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추측도 포함이지만, 아마 크게 빗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구제할 도리가 없네."

     "동감입니다."

     

     보지 말았어야 했다는 마음과, 알아버렸으니 기억해둬야 한다는 마음. 평소 내 앞에서는 매번 가벼운 분위기로 응석을 들어주는 아들바보였던 아버지. 하지만 사실은, 아버지 자신이 그런 아버지를 원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괜찮아, 너는 장래 보답받을 거야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게 되는, 끌어안아주고 싶어지는 그런 마음.

     

     그리고 다른 세계선에서는 그랬던 끝에 어리석은 아들놈 탓으로 목을 매어 죽어버릴 정도로 내몰렸다는 애절함. 호크 골드 정말 용서 못 해.

     

     왠지 울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서, 괜히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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