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0부 101화 주인공이 먼저인가 사건이 먼저인가
    2023년 01월 27일 02시 02분 5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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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말은 산더미처럼 있지만, 먼저 형을 구해준 것, 감사하네."

     아, 형이었나요 국왕 폐하. 밤중에 부러서 대뜸 화가 났나 싶었더니, [형님! 형니임!] 하고 외치면서 아저씨를 따라 울부짖는 왕을 보고, 죽지 않았어요 괜찮아요라고 전했더니 점점 진정하고 말았다. 뚱보 아저씨의 공주님 앉기는 수요가 없다고.

     

     그렇게 진정한 왕의 지시하에, 제1왕자가 척척 지시를 내린 덕분에 탑에서 뛰어내린 아저씨의 일은 일단 그쪽에 맡기고, 나는 사정을 설명해 주게 되었다.

     

     그 아저씨는 로건 바스코다가마라고 하는데, 조쉬 왕이 즉위하기 전부터 대규모의 전란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이 나라에 나타난 것이 쇄국의 마녀였다고 한다.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으로 변한 그 마녀는, 매료와 세뇌의 마법을 써서 차기국왕이었던 로건과 조쉬 및 나라의 중추를 담당하는 자들을 꾀어서 자신을 둘러싸고 살육전을 벌이도록 하였다.

     

     미안, 그거 메아리 이스도 했었는데. 아니, 시간순으로는 이쪽이 먼저이니, 메아리 쪽이 베낀거구나. 어쨌든 나쁜 마녀가 나라를 집어삼키려고 했다. 그것을 구한 자가, 젊은 시절의 로건 님이라고 한다.

     

     "내몰려서 형님의 검에 심장을 꿰뚫리자,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에서 추한 노파의 모습으로 진정한 모습을 드러낸 마녀는 죽을 때 저주를 날렸다."

     그것이, 그 뱀의 저주.

     

     "벌써 30년이나 되는가. 형님은 저주에 의해 다가오는 것들에게 죽음을 선사하는 존재로 변하여, 스스로 이 탑에 틀어박혔다. 나는 그런 형님 대신에 나라를 다스려야만 하게 되었다. 공부로도 싸움으로도 형님을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이 내가 말이다."

     그 후 로건은 그 높은 탑의 위에서 나라를 내려다보게 되었고, 때떄로 조쉬가 고민을 상담하러 올 때면 탑의 입구에 하루 3회 놓이는 식사에 편지를 딸려 보내게 되었다고 한다.

     

     용맹하고 현명하며 근면했던 형에 가려졌지만, 그런 형이 저주에 의해 국왕의 자리에 오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대리로 시급히 왕이 된 조쉬 왕의 심려는 얼마나 대단했을까.

     

     왕이 된 기쁨보다 걱정과 압박감 쪽이 컸음은, 고개를 숙이며 말하는 왕의 얼굴을 볼때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런데, 어째서 오늘밤에 자살을 시도하셨는데요?"

     "아마 저주를 견디지 못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군. 그 저주는 형님의 주위에 있는 자에게 불운과 불행을 흩뿌리고 목숨까지도 앗아가는 강력한 저주라네. 형님은 탑의 내부에 스스로 결계를 치고, 그 내부에 저주와 함께 자신도 가둬두셨지."

     하지만 날이면 날마다 강해져가는 저주를 주위에 발산시키지도 않고, 그는 30년 동안 그것을 계속 억눌러왔다. 모든 것은 나라와 가족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점점 강해지는 저주 때문에 내부에서 잡아먹히게 된 로건은, 드디어 오늘밤 이 탑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저주에 조종당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이 이상 억누를 수 없어서 스스로 목숨과 함께 묻어버리려고 했는지는 본인에게 묻지 않으면 모르겠지만.

     

     "그래서 결국 이 뱀은 죽여도 되는 건가요? 이 녀석을 죽여버리면 형님이  죽거나 하지 않을까요?"

     "아마 괜찮을 걸세. 이 녀석은 형님의 심장에 파고든 바람에, 바깥에서 뽑아내기란 불가능하니까. 하지만 자발적으로 나와 이렇게 형님의 몸에서 벗어난 지금이라면... 조쉬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흙이여, 망치를. 우리의 가증스러운 원적을 부수는, 심판의 철퇴를!"

     

     일어선 조쉬 왕의 양손에, 마법으로 만든 거대한 해머가 들린다.

     

     "이! 잘도! 잘도 형님을 괴롭혔겠다! 네놈 따위! 네놈 따위 이렇게 해주마!!"

     외치면서, 온몸에 어둠의 이 박힌 뱀의 동상을 해머로 때려서 분쇄해나가는 조쉬 왕. 갑작스러운 일에 누구도 말없이 절규하고 있기 때문에, 나도 분위기에 따라 그가 원하는 대로 내버려 둔다.

     

     어차피 저주는 이제 죽은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런 이야기를 들었으니 제대로 처분해야겠다. 부서진 옆에서 재생해서, 이번에는 조쉬 왕의 심장으로 도망치려는 저주를, 나의 마법으로 제대로 뭉개버린다.

     

     왠지, 솟구치는 기시감. 전에도 여신교에서 10년 이상을 괴로워했던 불쌍한 여자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30년 가까이 마녀의 저주에 괴로워해온 남자라니, 조금 원패턴 아냐?? 아니 그런 말을 하면 왕한테 얻어맞을 것 같아서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없지만. 그만큼 이 세상이 괴로움에 넘쳐난다는 뜻? 괜찮아? 다음에는 50년 규모로 괴로워하는 사람이 나올지도?

     

     "하아, 하아, 하아!!"

     "아버님!"

     이제야 온몸이 부서진 저주의 뱀이 얼음과 함께 녹아서 사라질 즈음. 조쉬 왕은 혈압이 너무 올랐는지 쓰러질 뻔했고, 그것을 제9왕자가 지탱하려 했지만 뭐 무리다.

     

     체중 차이가 얼마나 나는데. 서둘러 달려온 병사들과 함께 셋이서 지탱하자, 국왕은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대의 헌신에, 진심으로 감사하네. 형님을 구해줘서 고맙구나."

     "... 별일 아니었습니다."

     이 나라에 온 첫날부터 갑자기 뭐 하고 있는 거냐 나는. 아니 사람을 구할 수 있었으니 상관없지만. 그보다 직접 와서 다행이었다. 만일 하루만 늦었더라면 로건의 죽음으로 어수선했을 테고, 하루가 빨랐다면 이렇게 밤의 산책 중에 눈치채지도 못했을 것이다.

     

     엄청난 우연. 아니, 운명인가. 전에 여신이 말했었다. 시청자들과 독자들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내가 있기 때문에 사건이 일어나는지, 사건이 일어나는 곳에 내가 유도되는 건지. 주인공 체질이란 것은 참 곤란하다.

     

     옛날에는 나와 다르게 이 세계에 선택된 주인공 주제에!! 라는 느낌으로 반 군을 질투했던 기억이 있는데, 막상 당사자가 되고 보니 이렇게나 성가신 것도 없다.

     

     어쨌든 왠지 탐정만화의 주인공의 기분을 알겠다. 전생에서는 경솔하게 사신이라 불러서 미안해, 탐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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