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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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10월 29일 13시 52분 1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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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접실의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제국을 대표해서 온 아크라이트를 응대하는 레오루드와 실비아. 양측은 서로에게 웃어 보이고는 있지만, 내심으로는 시커먼 감정이 휘몰아치고 있다.

     

     "하하핫. 그렇다면 증거를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저와 아크라이트 님이 만난 적이 있다는 증거를."

     "그건 수도 자체가 증거 아닐까요. 그 수도는 우리 제국이 개발한 것입니다. 그걸 레오루드님께 제공했으니 지금의 제아트가 있는 겁니다. 그게 가장 큰 증거가 아닐까요."

     "이상한 말씀이십니다. 저는 제국한테서 기술제공받은 적도 없고, 그 수도는 제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 제국과는 비슷해 보여도 다르단 말입니다."

     "이거 이거, 훌륭하군요. 저희가 제공한 것을 독자적으로 개량했다는 말씀이군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이야기를 못 들으셨는지? 그 수도는 제가 개발한 것입니다."

     자신이 개발했다고 강조하는 레오루드인 반면, 아크라이트는 제국이 기술을 제공했다는 거짓말을 주장하고 있다.

     

     "하아...... 거짓말은 안 됩니다, 레오루드 님. 그 수도는 저희가 제공한 것. 실비아 왕녀가 있다 해서 어물쩍 넘어가려는 건 그만두시죠."

     (이 녀석, 계속 그 거짓말만 주장할 셈이냐고!)

     

     "우후훗. 곤란하실 것 같아서, 제 쪽에서 레오루드 님께서 폐하께 진상한 설계도를 미리 갖고 왔답니다."

     

     "호오? 볼 수 있을까요?"

     "상관없어요. 이자벨, 설계도를."

     

     "네. 여기요."

     어느 사이에 준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자벨은 실비아에게 설계도를 건넸다. 받아 든 왕녀는 아무 주저도 없이 설계도를 아크라이트에게 넘겼다.

     

     (상당한 자신이 있는 모양이네......)

     

     설계도를 받아든 아크라이트는 가볍게 훑어보았다. 그리고 설계도를 실비아에게 건네주고는 입을 열었다.

     

     "역시, 우리 제국 것이 틀림없군요. 설마 자기 것이라고 가장하여 국왕에게 진상할 줄은...... 이건 크나큰 사태입니다만?"

     "후훗, 아하하하하하핫! 아크라이트 님. 재밌는 말씀을 하시네요. 제국의 것?

     아니요. 틀렸어요. 그건 레오루드 님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 그리고 개발자는 한 명 더 있는걸요."

     "호오. 그거 부디 만나뵙고 싶군요. 우리 왕국의 기술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어리석은 자를."

     "어리석은 자는 당신이에요. 아크라이트 님. 레오루드님과 협력해서 수도를 개발한 자는 샤를로트 그린데 님이랍니다."

     

     "예? 샤를로트 그린데 님? 후하하하하하하! 이상한 것은 당신이 아닙니까? 샤를로트 님은 어느 나라도 모시지 않는 분이라구요?

     얼마나 많은 권력자들이 그녀를 수중에 넣으려다가 당해버렸는지 잘 아실 텐데요?"

     "물론, 알고 있답니다. 하지만 아크라이트 님. 샤를로트 님은 나라에 충성하지는 않지만, 여기 있는 레오루드 님의 친구라고요."

     "농담도 참. 그거야 말로 증거를 보여주셨으면 하군요."

     "그래요.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

     미소를 짓는 실비아가 일어서더니, 응접실에서 나갔다. 그녀가 향한 곳은 샤를로트의 방이었다.

     

     도착한 실비아는 한번 크게 심호흡을 하고서, 문을 두드렸다.

     

     "열려있어~"

     "실례할게요."

     "어라? 실비아? 벌써 대담이 끝났어~?"

     "아니요. 아직에요. 샤를로트 님, 부디 힘을 빌려주시지 않겠나요?"

     고개를 숙이는 실비아를 보고, 샤를로트의 푸근한 분위기가 일변하여 싸늘해졌다.

     

     "그건 내게 국가 간의 문제에 관여하라는 뜻이려나?'

     

     "그건 아니에요, 샤를로트 님. 제가 아닌, 레오루드 님을 도와주셨으면 하는 거예요."

     "내게 다 떠넘길 셈?'

     

     "아니요. 저는 유효한 한 수를 쓰고 싶은 거예요."

     "흠~ 나를 장기말로 삼을 생각인 거네."

     "그렇게 생각하셔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저는 꼭 레오루드 님을 돕고 싶어요. 그를 위해서라는 샤를로트 님께 이 몸을 내어드릴 수 있어요."

     "진짜? 그럼 무슨 짓을 해도 불평하지 않을 거야? 예를 들어 인체실험을 해도."

     "각오한 바예요. 제국은 꽤 억지를 쓰고 있답니다. 자칫하면 전쟁이 일어날지도 몰라요. 그렇게 되면 아마 레오루드 님이 다스리고 있는 제아트는 가장 먼저 타겟이 되겠죠.

     제아무리 견고한 요새를 지녔다 해도, 지금의 제국이 진심으로 제아트만, 아니 레오루드 님만을 쓰러트리려 한다면 그건 쉬운 일이겠죠. 저는 레오루드 님이 죽게 놔둘 수 없어요."

     "이유는 알았어. 그래서 본심은?"

     "조금 전의 말이 진심인데요ㅡㅡ"

     "아니. 왕녀라던가 그런 걸 빼고, 너의, 너만의 본심을 보여봐."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무슨 말을 듣고 싶은지. 실비아는 전부 이해했다.

     

     "저, 저는......"
     

     "괜찮아. 방음 결계를 쳐놓았으니 있는 힘껏 외쳐."

     방음 결계, 그것은 말 그대로 결계 내에서 흘러나가는 소리를 막는 결계다. 비밀 이야기를 할 때 자주 사용된다. 다시 말해, 실비아가 마음속에 있는 심정을 외쳐도 문제없는 것이다.

     

     "......죽지 말았으면 해......왜냐면, 아직 좋아한다고 말도 못 했는데!

     아직 내 마음을 레오루드 님께 전하지 못했는데, 죽지 말았으면 해! 사라지지 말았으면 해!

     국가라던가 신분은 상관없어! 좋아하는 레오루드 님이 죽지 말았으면 해! 샤를로트 님이 경멸하게 된다 해도, 난 어떤 수를 써서라도 레오루드 님을 지키고 싶어.

     이 가슴의 아픔을 기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준 레오루드 님을 저는...... 사랑하고 있어요.

     그러니, 부디 레오루드 님을 도와줘요."

     "그 말, 제대로 들었어. 맡겨줘, 실비아. 네가 사랑해 마지않는 레오루드는 내가 도와줄 테니까."

     한 여자의 고백에, 세계 최강의 여자가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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