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89 노이에 베지아 성에서(1)
    2022년 10월 27일 06시 48분 4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나와 게오르기우스를 태운 와이번은 계속 남쪽을 향해 나아갔다.

     

     얼마 지나자 밑에 닐나르 제국의 것으로 보이는 마을과 밭이 나왔고, 그것이 다가오더니 멀어져 갔다.

     

     "날 어디로 데려갈 셈이지?"
     "노이에 제비아 성. 거기서 황제라는 녀석이 널 기다리고 있어."

     

     내가 묻자, 게오르기우스는 그렇게 대답했다.

     

     "어이, 여왕ㅡㅡ그레빌레아라고 했었나. 카티아라는 이름의 아이를 알고 있나. 너랑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흑발과 비슷한 갈색 눈동자를 한 소녀인데."

     "안타깝지만 모르겠는데. 내가 그 아이를 죽였다고 말하고 싶은가?"

     갑자기 그가 묻자, 난 그렇게 대답했다.

     

     "아니. 카티아는 아라크네아한테는 살해되지 않았어. 남부통일전쟁에서 죽었다. 그녀는 전투 마술사로, 적과 교전 중에 불덩어리를 맞고 죽었거든. 내가 봤을 때는 화상을 입고 있었는데, 정말 심한 몰골이었지......"

     

     "소중한 사람이었나?"

     "그래. 매우. 난 여동생을 잃었다. 용의 저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 여동생과 카티아는 똑같았다. 정말로 똑같았다. 난 생각했다. 카티아는 여동생의 환생이 틀림없다고."

     

     "그렇게 말해줬나?"

     

     "아니. 비슷한 것은 외모뿐이고 성격은 카티아와 딴판이었다. 하지만 좋은 녀석이었다. 어른이 되면 예쁜 숙녀가 되었을 소녀였다. 뭐, 조금 말괄량이 같은 면도 있었지만."

     "소중한 사람이었구나."
     "그래. 소중한 사람이었다. 난 그녀가 죽었을 때 마구 울었지."

     내가 말하자, 게오르기우스는 작게 웃은 다음, 침묵했다.

     

     "......카티아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오랜만이다. 난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으니까. 평화로운 시대에는 나 같은 것이 필요 없어.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서 나는 눈을 뜰 수 있었다. 감사하고 있다, 그레빌레아."

     "그런 일로 감사를 말해도 말이지. 적어도 전쟁을 일으킨 쪽은 닐나르 제국이었다."

     "어쨌든, 이 전란의 시대에 건배다. 이런 일이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나는 영원히 잠든 채로 널 만날 수 없었다. 이런 전쟁은 대환영이라고."
     "난 어떤 전쟁이든 환영하지 않아. 해야만 한다면 해내 각오는 있지만."

     게오르기우스는 크게 웃었고, 난 어깨를 으쓱였다.

     

     "이제 곧 제도다. 그리고 노이에 베지아 성도. 준비는 되었나?"
     "납치당하는 바람에 준비도 뭣도 못했지만."

     

     게오르기우스가 말한 대로, 광대한 이중 성벽의 도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중심부에는 견실한 요새가 자랑스럽게 군림하고 있다. 저것이 노이에 베지아 성이라는 걸까. 센스는 그리 나쁘지 않네.

     

     "바로 내린다."

     "마음대로 해."

     게오르기우스와 나를 태운 와이번은 급강하해서, 성의 뒤뜰에 해당하는 장소에 있는 활주로 같은 장소로 낙하했다. 와이번은 속도를 줄이면서 체공하더니, 지면에 발이 닿자 달리면서 속도를 줄였다.

     

     "착륙했다. 오, 바로 맞이하러 왔구만."

     게오르기우스가 와이번에서 뛰어내리자, 내 시선은 그 앞으로 향했다. 야윈 남자가 우리의 도착을 기다렸다는 듯이 활주로 가장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저 자가 황제 맥시밀리언은 아닐 터.

     

     "자, 손을."
     "혼자 내려갈 수 있다."

     게오르기우스는 내가 와이번에서 내려가는 걸 도와주려고 손을 뻗었지만, 난 혼자 알아서 와이번에서 내려왔다. 일반인 이하의 스탯이라 해도, 간호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다.

     

     "그 성격은 카티아와 비슷하구만."

     게오르기우스가 그렇게 말하고서, 남자를 향해 나아갔다.

     

     "데려왔다, 베르톨트. 아라크네아의 여왕이다."

     "그런 모양이로군. 저것이 그 악명 높은 아라크네아의 여왕인가."

     야윈 남자는 품평하는 시선을 내게 향했다. 기분 나빠.

     

     "우리 쪽에서 악명 높은 쪽은 황제 맥시밀리언이지만. 그 자의 악명은 널리 알려졌다고. 어부지리, 소국 괴롭힘, 일구이언 등등. 내 악평은 맥시밀리언의 악평에 비하면 사소하지 않을까."

     "말을 삼가시지, 아가씨. 황제 폐하께선 부녀자라 할지라도 용서치 않는다."

     

     내가 작게 웃으며 그렇게 고하자, 베르톨트라는 남자가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어린애 말에 화내지 말라고, 베르톨트. 황제도 한탄할 거다."

     "넌 빠져 있어, 게오르기우스. 볼일은 끝났다. 네놈은 다음 임무가 주어질 때까지 조용히 있어."

     게오르기우스가 놀리자, 베르톨트가 그를 노려본다.

     

     "어린애 취급은 하지 말지 그래. 이렇게 보여도 어엿한 18살이다. 성인이다."
     "어이어이, 농담이지. 그게 18살? 말도 안 돼."

     

     내 주장에 게오르기우스가 웃는다. 이 녀석 열받아.

     

     뭐, 18세로 안 보이는 건 이해하지만. 어째선지 아담한 게 더욱 아담해졌으니까.

     

     "그래서, 나를 어떻게 할 셈인가? 공개처형이라도 할 건가?"

     

     "처형할 셈은 없어. 지금은 말이지. 황제 폐하께서 널 만나고 싶어 하신다. 먼저 폐하를 배알 할 기회를 줄 테니, 실례하지 말도록."

     실례인 것은 사람을 납치해 온 황제인데.

     

     "그럼 빨리 안내해. 나도 한가하지 않단 말이다."

     "그런 실례되는 말을 절대 하지 말란 말이다."

     

     내가 어깨를 으쓱이자, 베르톨트가 날 노려보았다.

     


     

     난 베르톨트의 안내로 노이에 베지아 성의 내부를 나아갔다.

     

     세리니안. 지금은 기다리고 있어. 난 무사하니까.

     

     "황제 폐하. 아라크네아의 여왕을 데려왔습니다."

     집합의식에 집중하고 있다 보니, 우리는 어느 사이엔가 커다란 문 앞에 서 있었다.

     

     "들여보내라."

     문 저편에서 낮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근위병 같은 병사들이 문을 열었다.

     

     "호오. 저게 대륙이 벌벌 떠는 그 아라크네아의 여왕인가. 의외로군.좀더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을 줄 알았건만."

     

     문 저편에 있던 것은 애매한 미소를 짓고 있던 장년의 남자였다.

     

     저 자가 황제 맥시밀리언인가. 좀더 나이 들었다고 생각했었는데.

     

     "환영하네, 아라크네아의 여왕. 잘 왔다, 노이에 베지아 성에. 뭐, 큰 환영은 하지 못하겠지만."

     

     "나도 너 같은 남자한테서 환영을 기대하지 않는다. 기대라고는, 빨리 이 성에서 내보내 주는 일뿐이다."

     "하핫! 전 대륙을 둘러보아도 이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 건 너 정도일 게다. 다른 것들은 나와 내 부하인 닐나르 제국을 두려워하는데 말이지. 이런 계집이 날 두려워하지 않을 줄이야."

     "두려워할 이유가 없지. 네가 엘프의 숲에 보낸 군대는 몰살시켰다. 린트부름에 여유는 있나, 황제?"

     

     적은 아직 엘프의 숲은 침공한 침공군의 전멸을 모를 것이다.

     

     "......사실인가, 게오르기우스."'

     

     "사실이다, 황제. 이 녀석의 벌레들은 린트부름을 쓸어버렸더라. 그 상태라면 살아남은 병사도 없겠지. 카티ㅡㅡ그레빌레아의 말대로, 엘프의 숲에 있던 녀석들은 한 명도 돌아오지 않을 거다."

     황제의 물음에, 게오르기우스가 대답했다.

     

     "좀 하는군, 아라크네아의 여왕."

     "얼마든지 칭찬해도 좋아."

     맥시밀리언이 무표정하게 고하자, 난 조금 웃어주었다.

     

     "확실히 자랑할만한 공적이다. 린트부름을 80마리나 보냈는데, 그것들이 유린될 줄이야. 하지만 그쪽도 무사하진 않겠지. 뭘 잃었나?"

     "......네놈들은 싸움과 무관계한 엘프들을 죽였다. 내가 보호를 약속한 것들이다. 이 보답은 반드시 해주마."

     "지금의 네가 보복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지금의 넌 사로잡힌 한 명의 여인에 불과하니 말이야. 따르는 기사도 없고, 통솔하는 군세도 없지. 널 죽이고 살리는 건 내 마음대로다."

     맥시밀리언은 그렇게 말하고 웃더니, 내쪽을 바라보았다.

     

     "어째서 너 같은 계집이 사나운 벌레들을 다룰 수 있지? 너의 뭐가 특별한 건가?"
     "글쎄. 내게는 인망이 있는 거겠지. 어디의 누구랑은 다르게."

     나도 왜 여왕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어째서 이 세계에 왔는지도 모른다. 모르는 일 투성이다. 오만불손한 황제와 대화하는 것보다 불안하게 생각되는 이야기다. 무엇이 일어났고, 어째서 이렇게 되었지?

     

     "뭐, 좋다. 이야기는 천천히 듣기로 하지. 넌 오랫동안 이 성에 머물게 될 테니까."

     "지긋지긋하게 하는군."

     바로 죽이려 들지 않은 것만으로도 나은 편일까.

     

     "베르톨트. 여왕을 방으로 안내해. 정중히."

     "알겠습니다, 황제 폐하."

     "게오르기우스. 넌 보고를 위해서 남아라."
     "남아주세요겠지. 내가 충성을 맹세한 것은 아우구스투스 뿐이다. 프리드리히건 너건, 명령을 받을 이유는 없어."

     

     호오. 게오르기우스는 자유로운 남자구나. 그 게임 안의 지휘관이었던 아우구스투스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우리가 없으면 넌 살아갈 수 없는 일."
     "그게 의외로 될지도 모른다고. 왜냐면 벌레 괴물이 날뛰는 이런 시대잖아. 괴물 사냥꾼이 되어 생계를 유지해도 좋다고."

     

     정말 자유로운 남자다.

     

     "알았다. 남기를 원한다. 보고를 부탁 하마. 이거면 됐나?"
     "그래. 보고해주지. 그 심각한 상황을 말이야."

     그렇게, 맥시밀리언과 게오르기우스는 대화를 시작했다.

     

     "뭐 하고 있나. 가자, 아라크네아의 여왕."
     "가면 되잖아."

     

     나는 조금만 더 그들의 대화를 보고 싶었지만, 베르톨트의 재촉에 내가 머물 방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어떻게 될까.

     

     적지의 한복판이라서, 탈출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