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88 엘프의 숲의 전투(3)
    2022년 10월 25일 18시 07분 2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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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4568el/96/

     

     

     

     린트부름 80마리, 전멸.

     

     린트부름만 없으면 남은 것은 잔당뿐이다.

     

     중장보병이라 할지라도 제노사이드 스웜의 어금니는 멈출 수 없다. 케미컬 스웜의 독침도 못 막는다. 어떻게 발버둥 쳐도 그들은 죽을 운명이다.

     

     "제노사이드 스웜과 포이즌, 케미컬 스웜은 양측에서 일제히 공격해라. 그리고 퇴로를 막아. 이곳에서 한 놈도 놓치지 마. 어느 녀석이 바움푸터 마을을 어지럽힌 녀석인지 모르니까."

     나는 엘프의 숲에 침공해온 녀석들을 살려보낼 생각이 없다.

     

     닐나르 제국군의 병사들은 어떤 상황이냐면, 선행한 린트부름의 발소리가 멎은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여 대열을 세워두고 있다. 척후를 보낼지 말지로 장교와 참모가 의견을 나누다가, 척후를 보내기로 정하였다.

     

     "저쪽의 상황을 보고 와."

     장교가 그렇게 말하는 것이 제노사이드 스웜의 감각 너머로 들려왔다.

     

     "척후가 간다!"

     

     말에 탄 척후는 땅을 달리며 린트부름이 나아갔던 지면을 달려 우리들 쪽으로 뛰어들려고 했다.

     

     "라이사. 죽여."
     "네."

     내가 명령하자 라이사는 화살을 쏘았다.

     

     그녀가 쏜 화살은 척후의 머리를 관통하였고, 곧장 낙마하여 지면에서 경련을 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신호가 되어 스웜들의 일제 공격이 시작되었다.

     

     양측에서 스웜들이 독침을 날리고, 제노사이드 스웜이 뛰쳐나와 병사와 말에 달려들었다.

     

     병사들은 필사적으로 항전하려 했지만, 게임의 세계와는 다르다. 게임 안에서의 중장보병은 일정한 체력과 공격력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의 중장보병은 움직임이 느리고, 급소를 당하면 일격에 쓰러지며, 두려움 때문에 도망치려고도 한다.

     

     이것은 게임이 아니다. 현실의 전쟁이다.

     

     그렇게 내게 호소하는 듯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병사들이 절반 이상이 쓰러졌을 때였다.

     

     병사들은 제각각 원진을 짜서 몸을 지키고 있다. 핼버드를 360도의 방향으로 내밀어서 제노사이드 스웜의 접근을 막고, 격파하고 있다. 하지만 독침의 상대로서는 대처할 방법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런 상황에서 전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이 나타났다.

     

     "상공에 와이번!"

     

     세리니안이 외치자, 나는 하늘을 보았다.

     

     와이번이다. 와이번 부대가 이 격전지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 그것도 100마리는 가볍게 넘을 규모다. 이건 좋지 않다. 이건 위험하다.

     

     와이번들은 급강하하더니, 독침을 쏘고 있는 스웜들이 있는 숲을 향해 화염방사를 썼다. 나무들이 엄폐물이 되어 일부는 맞지 않았지만, 화염방사에 당한 포이즌, 케미컬 스웜들은 산채로 불타면서 숨이 끊어졌다.

     

     스웜들이 표적을 와이번으로 변경했을 때, 이미 와이번은 상승해서 가속하며 불규칙한 움직임으로 스웜드을 노리고 있었다.

     

     손쓸 방도가 없다. 이쪽의 비행 유닛은 그리폰 스웜 3마리 뿐. 3마리로 100마리의 와이번을 저지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냥 당할 수밖에 없다.

     

     독침이 맞으면 다행이라는 식으로 스웜들이 하늘을 향해 탄막을 펼쳐 와이번을 요격한다. 대여섯 마리의 와이번이 독침에 맞아 녹으면서 낙하하지만, 남은 와이번들은 다시금 지상에 화염방사를.

     

     "여왕 폐하."
     "왜 그래, 세리니안."

     세리니안이 날 부르자, 난 의아하게 생각하며 세리니안 쪽을 바라보았다.

     

     "저 와이번 안에 뭔가가 숨어있습니다. 위험한 것입니다. 주의하는 편이 좋을 듯싶군요. 제 추측으로는 전에 싸웠던 [치천사 메타트론] 이상의 존재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마리안느의 영웅 유닛 이상의 존재가 와이번의 안에?

     

     저 안에는 드래곤이 없다. 그레이트 드래곤도 없다.

     

     그렇다면, 설마......

     

     "그레고리아의 영웅 유닛인가......?"

     

     나는 와이번으로 눈을 돌렸다.

     

     와이번은 제각기 기수를 태우고 있다. 그 기수들 안에 이상한 것이 섞여있지는 않나 아닌가를 조사했다.

     

     하지만 와이번의 비행속도가 재빨라서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에도 지상은 불바다가 되고, 제노사이드 스웜은 제국군 병사들을 처리하고 있다. 남은 닐나르 제국군의 병사는 이제 3분의 1도 남지 않은 규모다.

     

     한 와이번이 내려온 것은 그때였다.

     

     "아라크네아의 여왕! 있는 거 다 안다! 얼른 나와라!"

     정말 다부진 남자가 그렇게 외치더니, 클레이모어를 든다.

     

     바보 같은 남자다. 그런 곳에서 포즈를 취하면 독침이 몸을 뚫거나 제노사이드 스웜한테 찢길 것이 뻔한데.

     

     내 심정이 집합의식에 전해졌는지, 케미컬 스웜이 남자를 향해 독침을 날렸고, 제노사이드 스웜 4체가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흡!"

     하지만 다음 순간 우리가 본 것은, 한 손에 독침을 움켜쥐고 또 한쪽 손으로는 클레이모어를 휘둘러 제노사이드 스웜들을 쓰러트린 남자의 모습이었다.

     

     "설마, 저것이 그레고리아의 영웅 유닛 [용살자 게오르기우스]인가......?

     

     용살자 게오르기우스.

     

     옛날, 인류의 위협인 용들을 죽여오던 영웅이 있었다. 그는 용을 죽이고 죽여서 인간을 용한테서 지켜내었다. 이윽고 용과 인간이 화해한 뒤에도, 남자는 용을 계속 죽이는 바람에 용들이 미워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때 고룡을 정벌하러 간 곳에서, 고룡에 의해 그의 여동생한테 저주가 걸려, 이 이상 용을 죽이면 여동생이 죽을 거라는 선고를 받았다.

     

     저주를 풀려면 그레고리아의 위대한 지도자이며 드래곤인 [아우구스투스]의 밑에서 전사로서 일하라고 듣고, 그는 마지못해 적이었던 용들과 화해하고 그레고리아의 영웅이 된 것이다.

     

     그것이 [용살자 게오르기우스]의 설정.

     

     게임 안에서의 게우르기우스의 힘은 장난 아니었다.

     

     최종 형태의 세리니안한테는 못 미치지만, 방어력과 공격력이 함께 높아서 늘어선 적을 유린해가는 존재였다. 내 아라크네아도 게오르기우스를 상대로 싸워 스웜이 연이어 죽어나간 일을 기억하고 있다.

     

    일반 유닛으로는 대항 못할 상대. 그것이 영웅 유닛.

     

     "여왕 폐하.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제가 저놈을 끝장내겠습니다."
     "세리니안, 기다려! 지금의 너로서는......!"

     지금의 너로선 최종 진화 형태의 게오르기우스를 못 이겨.

     

     "거기 너!"
     "앙? 아아. 아라크네아 녀석인가."

     세리니안이 주의를 끌자, 게오르기우스가 시선을 향했다.

     

     "잡것한테 볼일은 없다고. 내가 볼일이 있는 건 아라크네아의 여왕이란 녀석뿐이다. 이 전장에 있잖아. 죽이지 않을 테니까 데려오라고. 황제 폐하가 아라크네아의 여왕과 대화해보고 싶다더라."

     "누가 잡것이라고? 이 무례한 것. 우리 여왕 폐하의 신병을 넘겨줄 수는 없다. 그게 어떤 목적이라고 해도 말이지. 지금 여기서 시체가 되어라."

     게오르기우스가 도발하자, 세리니안이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셔. 교섭 결렬이구만. 그럼 죽어라, 벌레."
     "해 봐라, 인간."

     게오르기우스가 천천히 클레이모어를 들자, 세리니안이 장검을 든다.

     

     둘의 충돌은 머지않았다. 지금의 세리니안으로선 게오르기우스를 이길 수 없다.

     

     멈춰야 한다. 내가 몸을 내어줘서 세리니안을 구해야 한다. 하지만 다리가 떨려서 앞으로 나설 수 없다. 둘의 투지가 그 자리에서 휘몰아쳐서, 난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승부ㅡㅡ!"

     세리니안이 움직이자, 다음으로 게오르기우스가 움직였다.

     

     선수를 친 자는 세리니안이었다. 그녀가 장검을 휘둘러 게오르기우스의 머리를 노린다. 하지만 게오르기우스는 클레이모어의 칼날을 휘둘러 그걸 쳐내고서, 단번에 세리니안의 품에 파고들었다.

     

     "뭐야, 아라크네아란 것은 이 정도냐."

     다음 순간, 게오르기우스가 클레이모어를 옆으로 휘둘러 세리니안을 뒤흔들었다.

     

     "크윽......!"

     다행히, 세리니안의 갑옷이 참격을 막아냈지만 대미지를 입은 것은 명백하다.

     

     "자, 빨랑 나오라고, 아라크네아의 여왕."

     게오르기우스는 세리니안에게 일격을 더 먹이고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오지 않으면 부하를 다진 고기로 만든다?"

     그렇게 말한 게오르기우스는 클레이모어를 휘둘러 세리니안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크억......!"

     세리니안은 신음소리를 내며 입에서 피를 토했다.

     

     이제 안 되겠다. 보고 있을 수 없어. 내가 세리니안을 구해야만 해.

     

     "여왕 폐하!"

     라이사가 내는 목소리를 무시하며, 나는 숲에서 나왔다.

     

     "그만. 거기까지다."

     

     나는 게오르기우스한테 그렇게 말했다.

     

     "여왕 폐하......! 어째서......!"

     세리니안은 아직 싸울 수 있다는 시선을 내게 보냈다. 하지만 안 돼, 세리니안. 이 이상 싸우다간 정말 죽어버려. 난 네가 죽는 일을 절대 견딜 수 없어. 절대로.

     

     "내가 아라크네아의 여왕이다. 네가 볼일이 있는 건 나겠지. 그럼 날 데리고 가."

     게오르기우스는 날 바라보자마자, 여태까지의 살의가 빠져나간 듯한 얼굴을 하였다.

     

     "카티아......? 카티아냐?"

     "아니. 나는 아라크네아의 여왕 그레빌레아다."

     

     의미불명의 말을 하는 게오르기우스한테, 나는 강하게 고했다.

     

     "그래. 네가 여왕인가. 14세 부근, 흑발과 갈색 눈동자. 정보대로다."

     게오르기우스의 시선에 다시금 이성과 투지가 깃들며, 날 바라본다.

     

     "함께 올 건가?"
     "안 그럼 내 충신을 죽일 거면서. 대답은 YES다."

     

     게오르기우스의 말에, 나는 수긍했다.

     

     "그럼 함께 가자. 묶지는 않으마. 하지만 저항은 하지 말고. 죽일 수밖에 없게 되니까. 난 널 죽이고 싶지 않아."
     "그래. 나도 죽고 싶지는 않으니 조용히 있겠다고 약속하지."

     게오르기우스는 왠지 가까운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친절했다.

     

     "안녕이다, 아라크네아의 충신. 너희 여왕은 잠시 우리가 빌린다."

     게오르기우스는 그렇게 말하고서, 날 업고서 와이번을 이륙시켰다.

     

     세리니안이 지상에서 뭔가를 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참아. 난 널 죽게 놔둘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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