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31 갈등(2)
    2022년 10월 10일 19시 53분 0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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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4568el/33/

     

     

     

     "적은 전력을 조금씩 내놓고 있구나."

     난 적과 싸우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척후로 나선 리퍼 스웜은 적당히 적을 끌어들였다.

     

     우리에게 유리한 지형으로 적을 유인해서는 일거에 섬멸한다. 그렇게 한 것은 척후로 나선 리퍼 스웜 덕분이다. 적 군대는 혈기왕성하게도 함정에 걸려들어서는, 새빨간 피를 흘리며 지면에 누워버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앞서 10만을 보냈던 다음의 병사는 15만. 본래 두 전력을 합류시켜 25만의 전력으로 싸워야 할 것이다. 전력의 집중은 싸움의 기본. 전력의 순차적인 투입은 날 죽여달라고 바치는 제물이나 마찬가지다.

     

     "적의 수뇌에 문제가 생겼을까요?"
     "그럴지도 몰라. 쿠데타가 일어난 뒤니까."

     

     슈트라우트 공국에서는 레오폴드의 쿠데타가 일어난 참이다. 그것도 그 삼류 귀족은 반대세력을 이 전시에 숙청하고 있다. 이래서야 단결되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프란츠 교황국의 군대를 기다리는 게 아닐까요?"

     그렇게 고한 것은 리퍼 스웜 중 하나였다.

     

     "확실히 프란츠 교황국에 통행 허가를 내어줬다면, 그쪽 군대가 올 때까지 시간 벌이를 하려고 전력을 순차적으로 투입하는 것도 말이 돼. 시간 벌이에 쓰이는 제후들은 잠재적인 라이벌이라는 걸까?"

     

     방해된다 해서 싸우다 죽으라니, 생각하면 할 수록 짜증 나는 남자다.

     

     "매국노 그 자체로군요. 자국의 전력을 감소시키고 외국의 밑으로 들어가려 하다니. 군사력을 장악당하면 그 나라의 말대로 하게 되는 것을."

     "맞는 말이다, 세리니안. 난 이 레오폴드라는 남자가 정말 싫다.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밉다. 그러니, 죽인다."

     세리니안이 분노를 드러내자, 나도 맞장구쳤다.

     

     "이대로 계속 동쪽을 향하며 적을 섬멸시킨다. 적의 도시까지도. 남은 적의 도시는 마린을 멸망시킨 귀족의 영지다. 주저하지 말고 쓸어버려. 주민은 전부 고기경단으로 만들고 돈은 건물을 해금하는 데 사용해라."

     우리들은 이제 곧 슈트라우트 공국의 중앙 부근에 도착한다.

     

     교역국가답게 정비된 도로가 우리의 진격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우리들은 전선 부근에 전진기지를 설치하면서 계속 전진하고 있다.

     

     아아. 성벽이 보인다. 매스커레이드 스웜에게 성문을 폭파시키도록 하자.

     

     매스커레이드 스웜은 의태할 때 [자폭]이라는 특수 능력을 가진다. 그 자폭을 쓰면 성문에 구멍을 내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다. 우리들은 도시에 잠복시킨 매스커레이드 스웜을 자폭시켜서 성벽을 열었다.

     

     "신이시여! 부디 구원을!"

     성문이 폭파되자, 성벽 위의 병사가 외친다.

     

     신에게 빌어서 뭐가 어떻게 되는 줄 아나. 신은 어딜 찾아봐도 없다. 아무리 기도해도 의미는 없다. 모든 우리의 적은 피의 힘 앞에 유린될뿐인 운명인 것이다.

     

     무너진 성문을 통해 리퍼 스웜의 대군이 밀고 들어갔다. 그들은 성벽도 올라서 발리스타로 그들을 노리던 병사들을 쓰러트렸다. 마술사들도 잊어선 안 된다. 마술이 날아와서 내 눈앞에서 작렬하는 것을 본 세리니안이 혼란에 빠졌다는 일도 제대로 기록해둔다.

     

     "여왕 폐하, 명령을."

     "평소대로다. 짓밟고 부숴라."

     

     유린.

     

     마을의 전 지역에 스웜이 퍼져서, 병사도 민간인도 구분없이 학살한다.

     

     ......이러면 되는 걸까?

     

     ㅡㅡ결코 사람의 마음을 잊지 말아 주세요.

     

     그 소녀의 목소리가 뇌내에 떠오른다.

     

     난 인간으로서의 마음을 잃어버린 걸까. 사람으로서 해선 안 될 일을 하고 있는 걸까. 내 마음은 괴물이 되어버린 걸까.

     

     "여왕 폐하, 고민되십니까?"

     "조금은."

     집합의식을 통해 내 불안이 전해졌는지, 세리니안이 내게 말해왔다.

     

     "내가 아직 인간이라 생각하나, 세리니안?"

     

     나는 세리니안에게 그렇게 물었다.

     

     "여왕 폐하께선 인간이십니다. 누가 뭐래도 인간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희 아라크네아의 여왕이기도 합니다. 여왕 폐하께선 저희를 인도해주시는 존재. 단순한 인간이 아닙니다."

     "그런가."

     나는 아직 인간. 하지만, 나는 말하지 않았다. 난 괴물의 마음을 가진 괴물이라는 것을.

     

     ......뭐, 깊게 생각해도 별 수 없겠지.

     

     분명 내가 사람의 마음을 잃어도, 아라크네아의 스웜들은 받아들여줄 것이다. 머물 곳이 있으니 행복하다.

     

     다만, 이걸로 내가 본래 있어야 할 장소인 평화로운 일본에서 멀어지는 것처럼 생각된다. 영원히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된다. 부모와 친구들과 만날 수 없을 거라 생각된다.

     

     그것이 조금 쓸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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