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44 오니를 잡다 ~신궤편~ (1)2022년 08월 07일 21시 08분 4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409
혼전 속에서, 하얀 장미가 피어났다.
"ㅡㅡㅡ아아, 아아아, 아, 아, 아, 아오, 아아앗!!"
그것은 실로 형용하기 어려운 외침이었다.
절규라고 말하기에는 드문드문 끊기는, 포효라고 부르기는 너무나도 더듬거리는, 뚝뚝 끊기면서 울리는 사이렌.
아즈마 쿄코의 뇌리에, 문득 좀비 영화에서 자주 들었던 단말마가 재생된다.
저것이, 오니의 비명인가.
"아, 아아아, 아ㅏ아아, ㅏ아아...!!"
점점 약해지는 오니의 비명.
끓는 물에 던져 넣은 돼지고기처럼, 적귀의 몸이 손끝부터 흰색으로 물든다.
신경은 이미 충분히 기능을 상실했고, 붉고 두터운 피부는 동상을 뛰어넘어 내부까지 얼어버렸다.
이윽고 온몸이 하얗게 바뀌자, 오니는 파직, 하고 약간 기본 소리를 내며 쪼개졌다.
마치 유리세공처럼, 덧없이.
깨진 것은 그 오니 하나만이 아니다.
비슷한 동사체가, 주위에 몇 겹이나 거듭 흩어져 있는 것이다.
오니였던 얼음덩이를 밟아 으깨며, 아즈마 쿄코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침 시선이 닿은 곳에서, 두 오니가 아즈마 쿄코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붉은 거체는 생각보다 날래서, 자동차보다도 약간 빠르다.
서로의 간격이 좁혀질 때까지 그리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아, 아, 아, 아ㅏ앗!!!"
기분 나쁜 외침 소리와 함께 내지르는 강권. 오니의 주먹이 피부를 닿을 때까지 앞으로 촌경.
평소였다면 이미 늦었을 타이밍. 저항할 수 없는 궁지.
하지만.
"Valkyrie stamp."
짧은 문장과 함께, 쿄코가 품에서 꺼낸 거대한 철괴가 휘둘러진다.
철괴는 순식간에 2체의 오니를 후려쳐서 먼 저편으로 날려버렸다. 벽에 격돌할 즈음에는 온몸 구석구석이 완전동결되어 있었다.
".............후우."
오니를 처리했음을 확인하고서, 커다란 숨을 한번.
한 손에는 방금 휘둘렀던 해머가 들려있다.
단순한 해머가 아니다.
타격부를 담당하는 원주는 드럼통처럼 굵고 거대해서, 그 원주를 관통하는 손잡이 부분은 빨랫대처럼 길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거대한 해머였다. 사용자인 아즈마 쿄코보다도 큰.
이것이 발키리 스탬프라고 불리는, 협회가 보유한 마술영장 중 하나.
30년 정도 전에 묘르닐을 모티브로 제작했는데, 그 나쁜 연비와 특성 때문에 누구도 사용할 수 없었던 무기.
그것이 그녀에 손에 쥐어진 것은, 벌써 15년 전의 일이다.
"........."
문득 기척을 느낀 쿄코는 말없이 옆을 바라보았다. 시선 저편에는, 득실거리며 몰려오는 수십 체의 적귀의 모습이 있었다.
냉정하게 바라보며, 해머의 손잡이에 힘을 준다.
"후우.........."
심호흡에 응하는 것처럼, 해머의 머리에 새겨진 장미의 문장이 옅게 발광한다.
빛의 기세에 비례해서, 쿄코와 주위의 온도가 급격히 저하하기 시작했다.
대기에 섞인 수분이 서리가 되어 공중을 난다. 그걸 쳐내는 것처럼, 쿄코는 해머를 높게 쳐올렸다.
여성의 가느다란 팔로 다루기에는 너무나도 부적합한 특대의 무기.
쿄코는 그것을 오니의 무리를 향해 온 힘을 다하여 휘둘렀다.
"하아앗!!"
이번에는 적귀가 접근하기도 전에, 해머를 정면으로 쳐버렸다. 휘두른 지면에는 청색의 마법진이 전개. 적귀의 무리를 포착했다.
위기감을 느낀 오니들이 즉시 회피를 시도했지ㅡㅡㅡ만, 이미 때는 늦었다.
한번 그 진에 발을 들이면, 이미 도망칠 수는 없다.
하늘을 진동시키려는 것처럼 수직으로 뻗어나가는 청색의 섬광. 빛이 직격 한 수십에 달하는 오니의 군세는, 점점 얼음인형으로 변하더니 산산조각 나 버렸다.
".......후우."
지금 것으로 몇 놈째일까.
이제 세는 것도 귀찮아졌다.
"우ㅗ오ㅗ오오옷!?"
갑자기, 먼 곳에서 절규와 함께 커다란 땅울림이 들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키드가 풍신의 주먹을 정면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제법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받아내고는 있다고 생각한다.
확증은 없지만.
참고로, 나인과 뇌신의 모습은 이미 여기에는 없다.
비범한 속도를 지닌 그녀들은, 싸움을 시작하고 조금 지나자 기세에 따라 어딘가로 가버렸다.
가버렸다고나 할까, 날아가고 말았다.
30분 정도 전의 이야기.
잇신사이와 빅토르를 보낸 뒤, 동료 사이에서 간단한 대책을 짜내고서, 먼저 적귀부터 확실하게 청소하기로 했다.
풍신과 뇌신이라는 거물은 나인과 키드한테 맡기고, 다른 마술사들이 아즈마 쿄코를 필두로 적의 수를 줄여나간다는 계산이었다.
오니의 무리를 일정수까지 확실하게 줄이면, 전체적인 부담도 더욱 경감될 거라는 생각이었다. 거물은 나중에 천천히 사냥하면 된다.
그리고 그녀의 마술영장인 발키리 스탬프는 광역섬멸술식을 탑재하고 있다. 일대다의 전투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는 무기다. 이름은 약간 그렇지만, 위력은 보장한다.
예상한 대로, 작전은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뛰어난 두뇌도 없이 그냥 달려들기만 하는 요마 따윈,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이나 마찬가지.
험지를 경험해 온 쿄코로서는, 오리무중보다도 더욱 다루기 쉬운 잔챙이였다.
그리고 마술사들의 호위도 있어서, 오니의 수는 마침 절반 정도까지 분단되어 있다.
이렇게까지 조건이 좋으면, 오히려 부족하게 느낄 정도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생각했었지만, 실제로는 쿄코의 상상과는 달랐다.
오니의 수가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분명히 500은 땅으로 돌려보냈는데, 무리는 전혀 줄어들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무작정 쓰러트리는 것보다, 먼저 그 발생원을 조사했어야 했다. 아마 적귀가 영구적으로 솟아나는 장치가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이대로는, 끝이 안 나겠군요...'
어디까지나 냉정함을 잃지 않은 채, 쿄코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 군세를 저들한테만 맡겨도 좋을까.
"................"
과연 자신이 빠진 상태에서, 우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아즈마 공."
뒤에서 나온 목소리에, 심사숙고하던 쿄코는 생각을 중단했다. 돌아보니, 모모야마다 가문의 기모노를 입은 젊은이가 서 있었다.
"일단, 이 자리는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아무리 키드 공이라 해도 혼자서 저걸 상대하기란 어려워 보입니다."
그건 마치, 이쪽의 생각을 꿰뚫어 보는 듯한 말투였다. 청년의 눈동자에서는 강한 의지와 투지가 느껴졌다.
쿄코는 무심코 고개를 숙고는, 냉정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잠시 심사숙고하고서, 쿄코는 얼굴을 들고 청년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 무운을 빕니다."
◇
특공복의 옷자락을, 주먹의 끝이 찢어놓는다.
"ㅡㅡㅡ으옷...!"
마치 로켓처럼, 고속으로 직진하는 풍신의 주먹.
그리고 뒤늦게 연주되는 질풍의 선율.
종이 하나 차이로 그걸 피해 가는 과정을, 키드는 전율하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풍신한테서 거리를 둔 키드는, 일단 태세를 정비했다.
그리고 입안에 고인 피를 지면에 내뱉고는, 아직도 여유만만한 풍신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흐흐흥. 방금 전의 수염도 대단했지만, 너 좀 하네."
감탄했다는 듯 말하는 풍신에게, 키드는 일사분란히, 신경을 집중한다.
저만한 질량과 마력이다.
직격 당하면 그냥 끝나지 않는다.
하지만.
키드도 무작정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선을 내려서, 손에 들고 있는 [백인(白刃)]을 바라본다.
충전까지는 앞으로 수 분.
그때까지 버티기만 한다면.
"이봐, 딴 곳 보면 안 되지?"
풍신의 목소리와 동시에,
후욱, 하고 대기에 바람구멍이 뚫리는 소리가 났다.
키드는 주먹에 맞기 직전에 뛰어올라서,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회피.
그대로 중력에 맡겨 풍신의 손등에 착지하고서, 즉시 지면을 박차 올랐다.
전력으로 가속하여 목덜미를 향해 단번에 질주한다.
"촐랑대기는, 짜증 나네."
마치 먼지라도 털어내려는 동작으로, 풍신이 키드의 위에서 손으로 누른다.
이 타이밍이면 목표에 도달하기도 전에, 벌레처럼 짓눌릴 것이다.
하지만.
"얕보지 말라고."
특공복의 안감에 숨겨놓았는지, 키드는 품에서 여덟 개의 칼날을 꺼내 들고는, 양손의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그대로 오니의 손에서 도망치는 것처럼 도약해서는, 공중에서 자세를 바로잡는다.
키드는 순식간에 안면을 노려서, 먼저 한 손으로 네 자루의 칼날을 투척했다.
그것은 거대한 이 오니한테는 너무나 왜소한 물건이었다.
이 정도로는 몸에 두른 기류장벽의 위협이 안 된다.
"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신은 약간 놀란 목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경악에서 조금 뒤, 주위를 흐르고 있던 질풍의 소용돌이가 조금 완만해졌다.
그것은 마치, 이물질이 낀 톱니바퀴 같은 광경이었다. 칼날이 충돌한 장소를 기점으로, 장벽의 풍속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그리고 네 자루의 칼날은 여전히 기세를 줄이지 않았고, 점점 바람의 장벽을 파고들면서 풍귀의 코앞까지 조금씩 다가왔다.
그 타이밍에, 키드는 다른 쪽 손도 휘둘렀다. 추가로 투척된 네 자루의 단도.
그것은 총알보다도 빠르게 육박하여, 얼마 안 지나 첫 투척과 같은 장소에 명중. 팡, 하고 대기가 가볍게 파열했다.
댐에 생긴 균열처럼, 점점 녹아드는 질풍의 벽.
이대로 가면 깨질 거라 예감한 풍신이, 즉시 양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약간 타이밍이 늦다.
호기로 판단한 키드는 바로 공중을 박차고 백인을 크게 휘둘렀다. 고압에 수렴된 마력은 도신을 감싸서 예리함을 몇 배나 끌어올렸다.
"트아앗!!"
노호성과 함께 방출되는 참렬의 기합. 지금 그야말로 구멍이 난 장소를 향해, 키드는 두 번의 투척에 더해 세 번째의 참격을 꽂아 넣었다.
손목을 축으로 휘둘러진 요도와 동시에, 하나의 검섬이 날아간다.
찰나, 타이어가 펑크 난 것처럼, 여태까지 버티고 있던 대기의 띠가 터져버렸다.
절대 안정을 자랑하던 질풍은 흐트러졌고, 그 결과 거대한 바람구멍이 입을 열었다.
이것은 예상 밖이었는지, 풍신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든다.
그 잠시의 틈을 파고들듯이, 키드는 추격을 개시. 짧은 체공이 끝나는 사이, 다시 한번 온 힘을 기울여 백인을 휘둘렀다.
세밀하게 수렴된 일곱 가지의 섬광이, 마치 제비처럼 가볍게 목덜미를 향해 날아간다.
서걱, 하고 첫 번째 참격이 풍신의 목덜미에 명중했다. 이어서 두 발, 세 발을 때려 박는 둔색의 검섬. 후열로 따라가는 잔탄도 무사히 명중하여, 풍신의 급소에 명백한 대미지를 남겼다.
모든 참격을 얻어맞자, 풍신의 우직임이 눈에 띄게 저하되었다. 팔은 추욱 늘어졌고, 다리는 간헐적으로 경련하고 있다.
공격에 겁먹었나.
어쨌든 그대로 추격을 이행하는 키드는, 심장을 노려 칼끝을 휘둘렀다.
그와 거의 동시에, 지금까지 정지해 있던 풍신의 오른손이 대단한 기세로 키드한테 뻗어왔다.
'ㅡㅡㅡ이런... 연기였냐고!'
즉시 몸을 피해서 다섯 손가락에서 도망친다. 풍신이 펼친 압도적인 사정거리의 앞에서는, 이미 회피는 불가능해 보였다.
"ㅡㅡㅡ!!"
널찍한 천에 휘감긴 것처럼, 거대한 손바닥이 온몸을 사정없이 옭아맨다. 말 그대로 송두리째 붙잡힌 키드는, 순식간에 움직임을 봉인당했다.
확실히 처리하게 위해 접근을 시도한 것이 문제였다. 이 요마한테는, 사람 하나 죽이는데 대단한 힘은 필요 없을 것이다.
아니, 그보다도ㅡㅡㅡ
"..지금의 공격, 꽤 좋았어. 뭐 어차피 생채기 정도로는 죽지 않지만."
키드는 고개를 돌려서, 방금 베어버렸던 목덜미를 응시했다. 참격은 살을 깊게 베었지만, 목의 절단까지는 이르지 못한 모양이다.
분했던 나머지 자연스레 혀를 크게 차 버린다.
잇신사이는 이걸 야채처럼 베어버렸었는데.
"네 독검, 아무래도 지금은 못 쓰는 모양이네."
싸늘한 음성으로 그렇게 말하면서, 풍신은 키드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건 마치 품평이라도 하는 듯한, 기분 나쁜 시선이었다.
"뭐, 설령 쓸 수 있었어도 나한테 독은 전혀 듣지 않지만.
....어쨌든, 끝장이야."
풍신은 그렇게 덧붙이더니, 움켜쥔 오른손에다 또 하나의 손을 덮었다.
그 후 키드를 덮친 것은, 클램프와 비슷한 강렬한 압박감이었다.
"커...헉........!!"
피부가, 근육이, 뼈가, 내장이.
마치 걸레를 짜내듯이, 온몸이 압착되어간다.
대체 몇 킬로그램의 압력이 작용하는 것일까.
".....크악..........!"
"힘 빼는 편이 좋아. 그 편이 편하게 죽으니까."
"...만둬."
"뭐?"
갑자기, 키드가 쉰 목소리로 말을 짜냈다. 하지만 너무 작아서 잘 안 들린다. 죽기 직전의 기도라도 되나.
"...그만둬."
하지만, 풍신의 예상은 나쁜 쪽으로 흘렀다. 뭐야, 단순한 목숨 구걸인가.
자긍심이 있는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잘못 본 모양이다.
"유언은 그것 뿐?"
제대로 끝장내기 위해, 풍신은 양손에 더욱 힘을 주입했다.
그때, 키드의 절규가 울렸다.
"그만둬... 아즈마. 오지 말라고!!"
여기서 풍신은 깨달아야 했다.
조금 전부터, 키드의 시선이 자신의 아득한 후방에 집중되어있었음을.
조금만 더 경계를 했더라면, 탐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후방에서 오는 사람을.
"그 남자를 놓으세요.'
목소리와 함께, 자신의 키보다도 거대한 해머가 풍신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따앙 하고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컥!?"
갑작스런 기습에 의해 한순간. 아주 잠시, 풍신을 의식을 놓았다.
그때에는 이미, 아즈마 쿄코가 다음 공격의 태세에 들어서 있었다.
"Valkyrie Stamp Rally."
제트 분사에 힘입어, 해머가 악마 같은 속도로 나아간다.
먼저 일격.
풍신의 후두부를 함몰시켰다.
이격은 척추에 수직으로 내리꽂았다.
삼격부터는 더욱 기세를 늘렸고,
십격에 이르러서는 경이로운 가속을 보여줬고, 그 시점에서 철괴는 흑색의 섬광으로 변해있었다.
다음으로 내지른 거추의 난타.
그리고 공격에 따라 새겨지는 푸른 마법진.
해머의 폭풍이 몇 초만에 엄청난 강격을 연발하여, 풍신을 샌드백처럼 마구 두들긴다.
십수 초의 때가 지나자, 러시가 겨우 끝을 고했다. 때려 박은 강타의 수는 이미 눈으로 셀 숫자가 아니다.
풍신도 빙추의 폭풍에는 견딜 수 없었는지. 정신 차리고 보니 온몸이 빠짐없이 얼음덩이가 되어있었다.
미동도 하지 않고 풍신의 등을 바라보면서, 쿄코는 지면까지 수직낙하. 그대로 가볍게 착지해서는 곁눈질로 빙상을 바라보았다.
".............."
쿄코는 해머의 손잡이 끝으로 풍신의 발목 주변을 쿡쿡 찔렀다. 그러자, 발목부터 밑으로 금이 일제히 퍼져나갔다.
붕괴를 붕괴를 불렀고, 또 새로운 파손을 일으켰다. 결국 10초도 지나지 않아, 풍신의 몸은 완전히 붕괴되었다.
풍신을 만들고 있던 얼음의 양은 상당해서, 주변 일대에 크고 작은 얼음덩어리가 널브러졌다.
하지만 그때, 중앙 부근의 얼음덩어리가 단번에 튀어올랐다.
눈을 의심하자, 충격의 중심에 키드가 왠지 언짢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무사한 모양이다.
"죄송합니다. 조금 늦었습니다."
"좋은 부분을 독식하기는, ...모처럼 내가 끝장을 내려고 했는데."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미끼 역할, 정말 감사했습니다."
억양이 없는 목소리로 말하면서, 쿄코는 지면에 걸터앉은 키드한테 손을 내밀었다.
"부상, 없습니까?"
"바보 취급하는 거지."
"그럼 빨리 일어나시죠."
"예예 알았ㅡㅡㅡ어이어이, 끌어당기지 말라고."
쿄코는 키드의 손을 잡고 억지로 일으키고는, 둘이서 나란히 풍신이었던 것을 돌아보았다.
그때 갑자기 키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미 절명했다고 생각했던 풍신의 잔해에서, 마력의 파동이 조금도 끊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 녀석."
"놀랐습니다. 아직도 살아있다니."
"정말 괴물이구만. 어떻게 해야 죽냐고."
"...어쩌면, 얼려둔 채로 놔두는 편이 좋았을지도 몰랐겠군요.'
그 탄식 섞인 말과는 대조적으로, 얼음덩이에서 나타난 것은 왠지 맥 빠지는 것이었다.
흩어진 얼음을 헤치고서 한 거한이 기어 나왔다. 처음으로 의외의 목소리를 낸 자는 키드였다.
"...아앙?"
우뚝 선 3m 전후의 거한.
하지만 온몸에 두른 비취색 피부가 그 정체를 짐작케 한다.
부활의 대가인지, 일어난 풍신은 많이 축소되어 있었다.
"뭐야 저건."
키드의 중얼거림을 무시하고, 먼저 한 걸음.
풍신은 무표정한 채, 피아의 거리를 말없이 좁혀나갔다.
"꽤나 줄어들었구만."
"방심하지 말고, 발치를 보시죠."
"음?'
그 말을 듣고, 즉시 풍신의 밑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순식간에 이변을 이해했다.
주의를 끈 것은, 풍신이 새긴 몇몇 발자국.
새겨진 발자국 하나하나가, 마치 철구로 내려친 것처럼 크레이터로 변모해 있었던 것이다.
인간의 모양을 하고 있을뿐, 조금 전의 거인과 발자국의 사이즈가 다르지 않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저 녀석."
"예, 아마 체중은 변화하지 않았을 겁니다."
"저런 게 말이 되나?"
"옵니다. 준비하세요."
팽팽해지는 공기.
침묵한 지 몇 초 후.
띵, 하는 짧고 높은 소리가 울렸다.
마치 여름의 풍경처럼 산들바람을 알리는, 전장과는 너무나 다른 청아한 음색.
그리고 아즈마 쿄코는 후방으로 날아갔다.
"!?"
뒤늦게 키드가 경악에 휩싸였다.
그것도 그럴 터.
정신 차리고 보니, 옆에 있던 쿄코 대신 오른팔을 휘두른 풍신이 서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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