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41 오니를 잡다 ~신진편~ (1)
    2022년 08월 07일 05시 49분 5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388 

     

     

     

     "오오오!!!"

     

     그 몸을 인간형의 질풍으로 바꿔서, 잇신사이가 소년에게 질주한다.

     

     소년과의 거리는 50보 정도.

     그 거리를, 잇신사이는 불과 두 걸음만에 간격을 좁혔다.

     

     눈에 안 보일 정도로 고속의 돌진은 대기의 벽을 돌파했고, 그 충격파가 주변의 잿더미를 나뭇잎처럼 날아오르게 했다.

     

     소년은 움직이지 않았다.

     심홍색 눈으로, 단지 따분하다는 듯 잇신사이를 바라보고 있을뿐.

     

     

     퉁, 파고 파열하는 대기의 포효.

     태도가 지나가고서 한 박자 늦게, 소년의 왼팔이 밑동부터 스윽 떨어졌다.

     

     

     "하앗!!"

     

     

     이어지는 2조의 검섬.

     거기에 겹쳐지는 것처럼 5진의 열풍.

     잠깐 간격을 두고서, 마무리로 몸통을 노린다.

     

     그 모든 것이 소년의 급소를 노렸다.

     

     호쾌하게 살점이 벌어지면서, 참혹하게 뼈가 베인다. 소년에게는 아직 저항할 기색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비명도 지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대로 주저 없이 절명시킬 뿐.

     

     

     잇신사이는 손잡이에 더욱 한층 힘을 주고서, 더욱 빠른 속도로 태도를 휘둘렀다.

     

     들린 바람 소리는 단 한번.

     그 한번 사이에, 잇신사이는 10번 남짓의 검격을 자아냈다.

     

     소년에 몸에 새겨진 파손은 이제 간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이대로 내버려 둬도 쓰러질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ㅡㅡㅡㅡ

     

     

     잇신사이는, 조용히 그리고 담담하게 소년의 목덜미를 노렸다.

     

     잇신사이가 필중을 확신하고 마지막 한칼을 베려고 하던, 그때.

     

     

     "진정해, 인간.'

     

     

     소년의 오른손이 흔들리더니, 칼날의 배 부분에 살짝 닿는다.

     순간, 검격의 궤도가 급속히 틀어졌다. 마치 변화구처럼.

     

     목표를 잃은 도신은 근처의 대지를 호쾌하게 베어버리며, 기나긴 선을 새겼다.

     

     

     "과연, 복숭아 아이의 말예였나."

     

     공격을 끝낸 잇신사이가 완전히 무방비해지자, 소년은 그의 가슴에 손끝으로 가볍게 밀었다.

     가볍게 찌르는 것처럼.

     겨우 그것만으로, 그의 거구가 둥실 떠올랐다.

     

     잇신사이는 그대로 완만한 궤도로 공중을 떠서는, 원래 있던 자리로 별 탈 없이 돌아갔다.

     

     옆에서 보면, 아주 잠깐의 공방. 그걸 이긴 것이 야윈 몸의 소년이라니, 대체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마치 어린애의 손을 비트는 것처럼 멋진 수완이었다. 그리고 이미 소년의 상처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큭!"

     잇신사이의 얼굴에, 식은땀이 폭포처럼 흐른다. 그는 그걸 닦으려 하지도 않고, 거친 호흡을 하며 소년을 노려보았다.

     

     "...먼저 대화를 하려고 생각하는데."

     소년은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기색의 잇신사이를 일별하고는, 무표정하게 중얼거렸다.

     

     "...옛날과는 완전히 다르구나.

     난폭하며 야만, 마치 개다.

     선조가 울겠구나 복숭아의 아이여."

     

     "ㅡㅡㅡㅡㅡ!!"

     

     그 말이 불씨가 되어, 다시금 잇신사이의 온몸에 혼신의 마력이 깃든다. 처음보다 더욱 강하게 충만한 그것은, 그의 육체강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잇신사이의 등뒤에 고양이의 눈이 반짝였다.

     

     "바보냐 너는."

     신속의 달음박질을 뛰어넘는 속도로, 나인의 따귀가 그의 후두부를 정확하게 강타한다.

     짝! 하는 소리와 함께, 잇신사이의 몸이 크게 무너졌다.

     

     "왜 혼자서 돌진하는 거냐구. 조금 냉정해져 봐."

     "......미안하다."

     

     잇신사이는 머리를 누르면서, 낮은 목소리로 사과를 했다. 표정에는 여전히 여유가 없었지만, 일단은 진정한 모양이다.

     

     그런 모습을, 소년은 탄식을 하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뭐, 그리 성급해하지 마라 인간. 어차피 너희들, 이제 와서 날 죽이러 온 거겠지. 그전에 한 가지, 오니의 왕으로서 너희들에게 제안이 있다만."

     ".............제, 제안?"

     

     엘리제가 당혹해하는 목소리를 낸다.

     

     요마하고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그녀에게, 그 제안은 정말 예상 밖이었던 것이다.

     

     

     "그래, 제안이다.

     뭐, 나쁜 이야기는 아닐 거다.

     나에게 모든 것을 바치고 복종한다고 맹세해라. 그럼 특별히 가축의 지위를 부여해주마.

     나도 무익한 싸움은 좋아하지 않으니."

     

     "..........가, 축...?"

     

     이라니 무슨.

     소년이 말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엘리제는, 순간 빅토르에게 시선을 옮겼다.

     

     "생활의 양식이 되기 위해 키워지는 동물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소, 돼지, 말, 닭, 양 등이 해당되지요."

     

     과연, 그것 말이구나.

     예의 바르게 대답해준 빅토르에게 납득하는 반면, 동시에 알 수 없었던 마음이 샘솟았다.

     

     "저, 저는 인간인데요?"

     

     "그에게 있어, 우리들은 그런 존재라는 뜻입니다."

     "그, 그런 건..."

     

     "당연히 싫지 바보냐."

     엘리제를 대변하는 것처럼, 키드가 앞장서서 대답했다. 그러자 소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어째서지? 내 나라의 소유물이 될 수 있거늘."

     "나라...?"

     

     잠시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던 나인이었지만, 상황과 문맥에서 곧장 대답을 찾아냈다.

     

     다시 말해, 이 오니가시마 전부가 그의 영토. 그는 그런 말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것이 너무나 유쾌하다고 생각한 나인은, 조소 섞어 대답했다.

     

     "당신, 졸려서 몸상태라도 나빠? 머리 괜찮아?"

     

     "흥. 너희들 같은 하급 요마가 그런 말을 하는 건가."

     소년은 소년답지 않게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면서, 하하 웃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두 눈에 심홍의 불꽃을 지피면서, 귀신은 나인을 시야에 넣었다.

     

     "그럼, 내 요구를 거절하겠다는?"

     

     "당연하지. 뭐가 즐거워서 당신의 애완동물이 되어야 하냐구."

     "흠, 그런가."

     나인이 내보인 거절에, 귀신은 왠지 후련한 얼굴로 수긍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마술사 전체, 다시 말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인간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그럼 몰살이로군."

     탁, 하고.

     소년의 손가락이, 드높게 울려 퍼졌다.

     

     

     ◇

     

     

     "세, 세상에..."

     하늘로 고개를 들고서, 엘리제가 경악이 목소리를 내었다.

     그곳에는 푸르른 하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대신 끝없이 펼쳐진 검은 천장이 있었다. 천장만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흑색의 바닥과 벽. 그리고 주위에는 굵고 투박한 기둥이 가지런히 나열되어 있다.

     

     다르게 말하자면, 어딘가의 신전 안에 있는 듯한 광경이었던 것이다.

     

     

     이곳 일대가 원래는 불타버린 황야였다니, 대체 어떤 사람이 믿을 것인가.

     

     

     정말 수십 초 전의 이야기.

     

     귀신의 신호를 시작으로, 여러 경관이 바뀌고 말았다.

     점토와 마찬가지로 꿈틀거리는 대지.

     그것이 보는 사이에 여러 모양을 만들어가는 거대한 벽과 바닥.

     

     

     그리고 정신 차리고 보니 고색창연한ㅡㅡㅡ하지만 그윽함은 티끌만큼도 느껴지지 않는ㅡㅡ석조 건물이 전개되어 있었다.

     

     

     "어때? 이것이 위대한 나의 나라. 오니가시마의 진정한 모습이다."

     

     귀신의 야유에도, 이번만은 대답할 말을 찾을 수 없다.

     

     '....약화되었음에도, 이 정도의 힘을.'

     

     주위를 둘러보면서, 아즈마 쿄코는 내심 답답해했다. 예상 밖의 사태가 일어난 탓인지, 주위의 동요도 심각하다. 이대로 가면 분위기에 휩쓸려버리겠다.

     

     "모르겠다는 표정이로구나 인간. 그거면 됐다. 하등한 너희들에게, 그건 당연한 반응이지."

     마치 마음속을 읽은 것 같은 말투에, 쿄코의 심장이 뜀박질한다. 그걸 딱히 신경 쓰는 일 없이, 귀신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요즘, 너희 동료가 내 나라를 조사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그래서 이쪽도 나름 손을 써뒀다. 이제 와서 부활을 방해받으면 곤란하니까."

     귀신은 "하지만." 이라며 잠시 말을 끊고는,

     

     "그쪽의 얼빠진 지장은, 전혀 눈치를 못 챘던 모양이구나."

     "...뭐라구?"

     

     그 말에, 누구보다도 빠르게 나인이 반응했다.

     

     화를 내는 나인은 무시하고서, 귀신은 더욱 놀리기를 이어나갔다.

     

     "전력에서 밀리니, 잔재주로 어떻게 해보려고 한 거겠지? 너희들은 항상 그렇다. 언제든 그랬다."

     조금 전과 달리 달변가가 된 귀신의 그것은, 마치 전부 깨달은 것 같은 말투였다.

     

     "폭력과 지혜ㅡㅡㅡ그 양쪽을 겸비했기 때문의 [오니족]이다. 숫자만 믿는 너희들이 조금 지혜를 짜낸다 해서, 아무런 저항도 안 된다. 하지만, 조금 전의 일격은 꽤 괜찮았다. 그것만은 칭찬해주마."

     어딘가 감개무량해하는 중얼거림으로, 귀신은 갑자기 시선을 훑었다. 누군가를 찾고 있는 건가. 귀신은 붉은 초점을 두세 번 왕복시키고서,

     

     "흠, 너구나."

     

     엘리제의 가느다란 목을 거머쥐았다.

     

     "...에?"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귀신을 보고, 엘리제는 반격할 생각도 못했다.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신경의 반응이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다.

     

     

     "첫 제물은 너부터다.

     기뻐해라. 내가 직접 손을 써주는 것이니."

     위험해.

     나인의 직감이 위험신호를 울렸다.

     

     "에리~!!"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쿄코가 가장 먼저 대지를 달렸다.

     

     이어서 빅토르, 나인.

     그리고 잇신사이가. 제각각의 무기를 손에 들고 귀신을 향해 일직선으로 질주했다.

     

     귀신은 다가오는 네 명을 바라봤지만, 의연하게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다. 뭔가 책략이라도 있는 것일까.

     잇신사이의 때와 완전히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네 명이 제각각 기세를 더하여, 악마 같은 속도로 귀신과의 거리를 좁혀갔다.

     

     빅토르의 창이.

     잇신사이의 칼이.

     나인의 손톱이.

     쿄코의 오른손이.

     

     폭죽조차 미처 못 터질 찰나의 때.

     

     자신의 무기로 귀신의 목을 노리고 있던, 그때.

     

     

     "가라, 풍신."

     

     

     하늘에서 에메랄드 색 천장이 내려왔다.

     

    728x90

    '이능력배틀물 > 개와 용사는 꾸밈이 없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043 오니를 잡는 마술사 일람  (0) 2022.08.07
    042 오니를 잡다 ~신진편~ (2)  (0) 2022.08.07
    040 개전(2)  (0) 2022.08.07
    039 개전(1)  (0) 2022.08.07
    038 일본 제일의 모모타로(2)  (0) 2022.08.0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