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38 일본 제일의 모모타로(2)
    2022년 08월 06일 19시 17분 2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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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354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어찌 된 조합인지, 출입구에는 유가의 장녀와 사토 소스케가 나란히 서 있었다.

     

     "마안하네 잇신사이 공.

     조금 늦어졌네."

     "아니, 상관없다. 그보다 의논 쪽을."

     "알겠네."

     류코린은 그렇게 말하며 방의 정면으로, 사토 소스케는 재빨리 네코구미가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모두 기다리게 해서 미안했네.

     마법협회 본부소속의 류코린일세.

     그럼 대책회의를 시작해보지 않겠나."

     그렇게 말한 코린은 놓여있던 화이트보드에 대략적인 뭔가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펜이 몇 번 쓱싹거리자, 저택 주변의 지도가 완성되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대로, 전날의 영맥폭주가 원인이 되어 오니가시마의 결계에 왜곡이 생겨서, 그 귀신이 각성했다고 하네."

     

     정확히는 16일 전의 일. 전 세계에서 고대의 요마가 눈떴다고 판명된 것은, 그로부터 열흘 후의 일이었다.

     

     "결계의 파손 자체는 미미한 것이지만, 그 안에 있는 요마가 또 성가셔서 말일세. 아직 봉인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파괴하려고 날뛰고 있다고 하더군. 뭐, 이대로 가면 잘해봐야 열흘 정도일까."

     그렇게 말한 코린은 다시 펜을 휘갈겼다. 이번에는 오니가시마의 지도와, 섬을 두르는 커다란 결계. 그리고 그것에 발생한 손상도 포함해, 코린은 대략적인 일러스트도 그려 넣었다.

     

     "만일 귀신이 바깥에 나왔을 때의 피해는 예상할 수 없네. 그 결계는 아덴로브의 특제 결계라서, 아쉽게도 대신할 것이 없고, 애초에 자세한 술식을 모르기 때문에 수선도 못하고 있지."

     결계의 그림을 탁탁 치면서, 코린은 탄식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기서 주제를 전환시키려는 듯,

     

     "그래서 나는, 오니가 완전히 잠에서 깨어나기 전에 말끔히 소멸시키려고 생각하고 있네."

     코린은 옅게 웃더니, 이번에는 섬과 결계의 입면도를 그렸다.

     

     "간단한 부분부터 설명하지.

     먼저 결계의 균열을 이용해서, 내 술식으로 작은 입구를 일시적으로 만든다. 물론, 결계의 능력은 떨어트리지 않고. 그걸로 일단 오니가시마의 안에는 들어갈 수 있을 터.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네." 라고 코린은 강한 어조로 말한 뒤, 숨도 안 쉬고 말을 이어나갔다.

     

     "먼저 며칠에 걸친 현지 분석 결과, 오니가시마의 봉인에는 두 효과가 있음을 알았다네."

     

     하나는 감옥처럼 대상을 가둬두는 물리적인 기능. 그리고 또 하나는, 안에 있는 요마의 생명력을 극한까지 약화시키는 것.

     

     "놀랍게도 이 결계, 생명력을 약화시키는 기능은 인간한테는 작용하지 않더군."

     

     방 안에 있는 많은 사람한테서, 감탄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걸 이용해 상대측에 들키지 않고 기습을 한다면, 쓰러트리기란 그리 어렵지 않아보여서다.

     

     하지만 코린은 못을 박듯이,

     

     "안심해서는 아니 되네.

     조금 전에도 말했듯, 오니가시마의 결계는 날이면 날마다 그 효과가 약해지고 있으니."

     그건 다시 말해, 안에 있는 귀신은 점점 힘을 회복하고 있다는 뜻.

     

     "뭐, 그래서 이 장소에만 특급 이상이 8명이나 있다만...

     어쨌든, 귀신은 완벽한 상태로 상대하기에는 조금 위험천만한 상대일세. 확실히 말해, 난 이것만은 절대 피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지. 기회는 단 한번. 겨행은 내일 아침. 아직 덜 깬 지금 사이에 확실히 끝장내야 하네."

     

     거기서 말을 끊으며, 코린은 가볍게 한숨을 지었다.

     

     그러자 나인이 납득했다는 듯 두세 번 고개를 끄덕이다가, 코린을 향해 오른손을 들었다.

     

     "간추리자면, 몰래 섬에 들어가서 약해진 오니를 쳐 죽인다는 걸로 되는 거냐구?"

     

     "음 대략 그러하네."

     그러자 나인은 할 말이 끝났는지 손을 내렸고, 코린은 모두를 돌아보더니 말한다.

     

     "누구 질문할 사람?"

     

     모두가 조용한 와중에, 당주인 모모야마다 잇신사이만이 뭔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상하게 생각한 코린은 놓치지 않고 질문했다.

     

     "잇신사이 공, 무슨 일이라도?"

     

     "아니, 아무리도 아니다. 계속해주시오."

     "그런가. ...그럼, 대략적인 개요는 이러하네. 다음에는 돌입하는 포인트의 확인 및 각각의 역할의 설명을 시작하세나."

     그 후에도 잇신사이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고, 그런 그의 표정을 나인은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찌저찌해서 밤이 되었다.

     아직 8시 경이지만, 내일 일직 일어나야 해서 이미 잠에 든 사람도 만하.

     

     코린쨩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작전회의가 끝난 뒤, 모모야마다 가문의 사람들한테서 저녁식사를 대접받았다.

     

     그 후 네코구미 일동은 숙박하기 위한 방으로 안내받았다. 저택이라고 하기에는, 방의 수가 거의 여관 수준이다.

     

     그곳에서 할 일이 없어져 한가해졌기 때문에(빅토르는 어디론가 갔다), 저택을 돌아다니고 있는 중이다.

     

     기온도 그리 높지 않다.

     밤바람을 맞기에는 적당한 밤이다. 내일은 지구에서 하는 첫 대형 프로젝트. 기합을 넣어야만 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던 때,

     

     

     "사토 소스케가 맞습니까?"

     

     

     고개를 돌리자, 아저씨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울퉁불퉁한 체격의, 탱크탑을 입은 중년남.

     

     

     "저기...누구시죠?"

     

     "실례, 본인의 이름은 히토야마 간지로. 부중무뇌령희노염에서 부총장을 맡고 있습니다."

     "...베놈 레기온...?"

     

     듣고서, 약간 눈썹을 찌푸리나.

     그 단어에 생각나는 바가 있었는데, 분명ㅡㅡㅡ

     

     [우리들 지금 좀 열받았으니까, 꺼지라고 아저씨]

     

     [땡땡이 친 주제에 건방지다고, 아저씨]

     

     

     그          건            가.

     

     

     "...불량 그룹의."

     

     기억나지 않는 사람은 제1화를 보시라.

     

     

     내 말에 생각나는 바가 있었는지, 간지로 씨는 의아하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무서워.

     

     "불량...? 아아...우리 존재는, 양아치들 사이에선 도시전설이니까. 우리 이름을 멋대로 빌리는 건 그리 드문 이야기가 아닙니다."

     "헐..."

     RPG의 무기 이름이 걸핏하면 듀란달이나 하야부사의 검으로 붙게 되는 것과 비슷한가.

     

     그러는 나도 예전에 애용했던 자전거에 타이타닉이라고 이름 붙였으니 기분은 이해한다.

     

     "그래서, 그... 베놈 레기온이 제게 무슨 일로?"

     "조금, 당신한테 부탁이 있어서. 조금만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습니까?"

     "지금부터...?"

     "뭐, 바로 끝날 겁니다."

     항의를 말하려고 생각하던 때, 어둠 속에서 검은 리젠트 컷의 남자가 나타났다.

     

     "오, 네가 사토냐."

     순간, 강렬한 데자뷔가 덮쳐왔다. 기억의 잔해가 뇌리를 스친다.

     그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총장님, 말은 해두었습니다."

     "어, 수고했어 간지로. 다음은 내가......응?"

     그리고 내가 느낀 기시감을 리젠트도 느낀 모양인지, 그는 조금 눈을 부릅뜨면서,

     

     "너...분명 지부에서...

     과연, 그때의 남자였나."

     리젠트는 왠지 납득했다는 듯 혼자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내 이름은 키드. 베놈 레기온에서 총장을 맡고 있지. 잘 부탁해."

     "...하아...잘 부탁해."

     

     미덥잖은 움직임으로 악수를 교환한다.

     왜일까. 이 녀석한테서 나인과 같은 냄새가 난다.

     

     "네 소문은 들었다고, 사토 소스케. 그 나인을 이겼다며."

     "그게~ 딱히 이긴 것은..."

     "음? 그랬나?"

     

     구경꾼은 몰라도, 당사자의 입장에선 다르다.

     

     "음~~~~"

     

     잠시 동안 찌르는 듯한 시선을 보낸 뒤, 키드는 날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뭔가 너, 그리 강해 보이지 않은데... 잔챙이 냄새가 난다고."

     "............."

     

     아니, 뭐야 그게.

     일부러 불러내놓고 욕하지 말라고.

     

     하지만 뭐, 확실히 그 말대로다.

     나보다 강한 녀석을 찾으면 많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스승이라던가.

     숨바꼭질인데 다른 대륙까지 도망칠 수 있는 남자를, 난 녀석 이외엔 모른다.

     

     ".........."

     ".........."

     

     "저기, 이제 돌아가도 됩니까."

     대사를 끝내자마자, 키드의 오른손이 흔들렸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뒤로 젖히자, 눈앞에 둔색의 섬광이 허공을 갈랐다. 정신 차리고 보니, 이상한 색의 단도가 지나가고 있었다.

     

     "헐, 지금 것을 피했냐고."

     목덜미에 손을 대어 본다.

     상처는 없다.

     

     "너, 지금 목을..."

     "과연... 쬐끔 불안했지만, 이거라면 따분하지 않겠구만."

     내가 불만을 늘어놓기 전에, 키드는 가세게 한발 내딛더니 내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댔다. 그리고 험상궂은 표정으로 이 이상 없을 시비를 걸었다.

     

     "사토 소스케, 나랑 싸워."

     "..............."

     

     단지, 절규했다.

     말이 나오지 않는다.

     

     혹시 바보?

     아니면ㅡㅡㅡ

     

     "라고 말하고 싶지만, 잇신사이 아저씨한테는 빚이 있다.

     오늘 몸에 지장이 가면 안 되니깐 말이야."

     

     문득, 충만했던 압박감이 사라진다. 키드는 그렇게 말하고서, 갑자기 발걸음을 돌리더니 특공복을 걸쳤다.

     

     "또 보자고. 다음에 만날 때가 기대되는데."

     그런 말을 남기고, 키드는 간지로 씨와 함께 떠나갔다.

     

     

     

     

     세계급 사이코 녀석과 헤어진 뒤, 나는 정원 주변을 똑바로 걷고 있다.

     

     향하는 곳은 네코구미가 있는 방.

     조금 전의 일로 기분이 상해서, 오늘은 이제 쉬자고 생각한 것이다.

     

     열심히 걸어가던 차에, 문득 옆으로 긴 간판이 눈에 띄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이 앞 연습장] 이라고 쓰여있다.

     확실히 먼 곳에 그럴듯한 광장이 있다. 연습용인지, 학교의 운동장 정도로는 넓다.

     그보다 너무 넓다고.

     

     "이런 것까지 있나..."

     

     엄청나구나 모모야마다 가문.

     조금 흥미가 동했던 나는, 잠깐 들러볼 생각으로 안을 엿보았는데ㅡㅡㅡ

     

     "음? 오, 선생님 아닙니까.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정말 우연입니다."

     

     

     ㅡㅡㅡㅡ후퇴한다.

     후퇴라기보다, 거의 백스탭이었다.

     

     "................."

     이런, 뭔가 있었다.

     있을 리가 없는 뭔가가.

     

     일단 지금 것은 못 본 걸로 하고서, 그곳을 떠나기 위해 재빨리 발걸음을 돌렸다. 몸을 돌린 직후, 후방에서 아는 사람이 걸어오는 것을 깨달았다.

     

     "...........어라, 사토 씨?"

     

     "티아.. 왜 네가 여기..."

     "?.... 아니, 난 그냥 사토 씨와 마찬가지로."

     "오니의 정벌을 위해 지역 유지로서 가세하러 왔다구요."

     

     고개를 돌리자, 폭포수 같은 땀을 흘리는 타카츠키 코지가 우뚝 서 있었다.

     

     "참가... 할 수 있는 거야?"

     "2급 이상은 학생이라 해도 의뢰를 맡을 수 있습니다. 당주님이 낸 시험도 통과했으니까요."

     "시키가미 양한테서 뭔가 못 들었어?"

     

     "아니... 아무것도."

     

     그렇게 말하자, 티아는 무표정하게 "그래." 라고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티아, 넌 뭐하러 온 거야? 방에서 쉬고 있지 않았어?"

     

     "타카츠키 군이 너무 늦어서, 대장이 데려오라고 했거든."

     "...그래...대장이.

     미안하지만 조금 더 늦어진다고 전해주지 않겠어?"

     

     "...혼나도 모른다?"

     "괜찮아."

     문제없다고 한다.

     

     확실히 말해 타카츠키의 표정은 진지함 그 자체라서, 내일을 향한 기백이 느껴졌다. 가능한 한 연마된 상태로 임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니 선생님, 전 조금 더 몸을 풀고 쉬도록 하겠습니다. 편히 쉬십쇼."

     "음? 어어."

     그렇게 말하고서, 타카츠키는 재빨리 운동장 쪽으로 돌아갔다.

     

     "....그러고 보니, 사토 씨는 뭐 하고 있었어?"

     

     "산책."

     짧게 대답하자, 티아는 싱긋 웃더니

     

     "사토 씨, 왠지 할아버지 같아."

     "............."

     

     "아, 아니... 아니야.

     그런 의미가 아니라..."

     "아니, 알아.

     알고 있어."

     

     

     이런 종류의 말에 반응해버리는 자신이 밉다.

     

     

     "그러고 보니 티아, 다른 멤버들은 어쨌어? 그, 미키라던가, 금발이라던가."

     "시시도 군과 미츠키라면 야마타 쪽으로 가 있어. 시시도 군이 협회에서 직접 지명당해서, 미츠키는 그를 쫓아간 거야."

     "올."

     

     두 사람은 없나.

     조금 아쉬운데.

     아니, 그보다도 직접 지명인가.

     대단해.

     

     

     ㅡㅡㅡ라고,

     나와 티아가 대화하던 그때, 운동장 쪽에서 둔한 폭발음이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타카츠키가 커다란 벽 같은 것에 화염 마술을 팍팍 쏘아대고 있었다.

     

     하지만, 기분 탓일까.

     저것은 내가 아는 불의 마술과는 어딘가 다르다.

     사냥할 때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잘 보니 색이 옅다.

     그것도 흰색에 가까울 정도로.

     

     "예쁘지? 타카츠키 군의 저거, 농화라고 해."

     갑자기, 티아가 내 의문에 대답해주었다.

     

     "농...?"

     "농화.

     오르키스라는 사람이 쓰던 화염 마술을, 겉모습이 빗대어 그렇게 불러. 예전에는 옥염이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어쨌든 평범한 불꽃보다 훨씬 강하고, 강력한 파마의 힘이 깃들어 있대.'

     

     그건 그렇고 수행인가.

     그리운데.

     나도 한때는 죽을 기세로 했었다.

     

     눈을 감으면, 지금도 떠오른다.

     이계에서 보냈던, 내 스승과의 나날을.

     

     [당신이 소스케로군요.

     무술강사를 맡게 된, 갈팡스 에리온이라고 합니다. 그럼, 먼저 발디딤부터 시작해볼까요]

     

     [누구냐고 넌. 그런 건 됐으니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 달라고]

     

     [아아 그리고, 저는 스승님이라 부르십시오. 알겠지요?]

     

     [싫어 웃기지 마]

     

     

     

     [그래 잘하네요. 하면 되지 않습니까]

     

     [어이 스승님, 언제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 줄 거야]

     

     [전 마술사가 아니니, 그런 것은 공주님께 말하시죠]

     

     [세계를 구하라니 뻥인게 틀림없잖아. 빨리 돌려보내 달라고 경찰 부른다]

     

     

     

     [스승님, 기본훈련은 됐으니 슬슬 필살기 좀 가르쳐 줘. 낭아풍풍권이라도 좋으니까]

     

      [안 됩니다 소스케. 기초를 소홀히 한 자는 발목을 잡힙니다. 저처럼 한 팔을 잃어버릴지도]

     

     [...알았어. 제대로 할게]

     

     

     

     [스승님]

     

     [뭡니까 소스케]

     

     [왜 대머리야?]

     

     [어이 꼬마... 뒤로 나와]

     

     

     

     

     "......씨.........소스케 씨?"

     

     문득,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깨닫는다.

     옆으로 돌아보니, 티아가 걱정하는 기색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아? 멍하니 있었는데."

     

     "아니, 미안. 생각 좀 했어."

     

     "그래."

     

     티아는 갑자기 "하암..." 이라며 작게 하품을 하더니, 기지개를 켰다.

     

     "...그럼, 난 슬슬 가볼게. 내일 빨리 가야 하니, 사토 씨도 너무 밤새면 안 된다?"

     

     "어."

     

     작별의 말을 나눈 뒤, 티아는 손을 작게 흔들면서 원래 왔던 길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대로 티아의 뒷모습이 보이기 직전, 나는 그녀를 불러 세웠다.

     

     "...어이."

     

     약간 딱딱한 목소리에 놀랐는지, 어깨너머로 돌아본 티아는 의아해하는 얼굴이었다.

     

     "...왜 그래?"

     "...그, 뭐냐. 내일은 조심하라고. 특히 타카츠키한테는 단단히 일러둬."

     그 말이 약간 의외였는지,

     티아는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그녀는 다시 평소의 표졍으로 돌아가서는 담백하게 미소 지으며,

     

     "고마워, 하지만 괜찮아.

     이제 어린애도 아니니. 그리고 자기 책임은 자기가 질 테니까. 타카츠키 군도 그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다시 작별을 고하는 것처럼, 티아는 다시 손을 흔들었다. 이번에는 조금 전보다 확실히.

     

     "바이바이 사토 씨. 모두를 위해서도, 내일은 힘내자."

     

     

     ◇

     

     

     티아와 대화하자 적당히 바깥에 있었다는 느낌이 들어서, 슬슬 방에 돌아가기로 했다.

     

     일부러 우회해서 바다가 보이는 길을 거든다. 이 저택은 마침 언덕 위에 있어서, 바다와 함께 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는 것이다.

     

     "음?"

     

     걷다가, 문득 어떤 기척을 느꼈다.

     바라보자, 저택과 바깥을 구분하는 담장 위에, 뭔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실루엣으로 보니 어린이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주의를 주자.

     

     "어이, 너 뭐해?"

     

     "힉!?"

     

     사람이 지면으로 떨어졌다. 말을 걸어서 많이 놀랐는지, 그 사람은 그대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누, 누구...누구야!? 설마...아, 아버님!?"

     

     "어이, 진정해."

     다가가서 바라보니, 나이도 안 들어찬 소년이 앉아있었다. 엘리제와 같은 나이 정도인가. 그 녀석이 왠지 빵빵해진 배낭을 짊어지고 있다.

     그보다 오늘은 인카운트율이 높네.

     

     "누, 누구....?"

     

     "넌 누군데. 그보다 어린애가 밤늦게 바깥에 다니지 마."

     일단 방치할 수 없으니, 아직도 혼란스러워하는 소년의 옆구리를 안았다.

     

     "...어, 어이 놔!

     멋대로 데려가지 마!

     아버님한테 이른다!"

     

     소년은 난폭하게 외치면서, 양팔과 다리를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너무 날뛰지 말라고...

     그보다 그런 곳에서 뭐 하고 있었던 거냐 넌."

     "야반도주 몰라!?"

     

     무슨 말이냐 이 녀석.

     

     "네 방은 어디?"

     

     "말 좀 들어!!"

     

     "들어줄 테니 일단 돌아가자고. 빠져나온 것을 알게 되면, 부모도 걱정할 거 아니냐."

     그 대사를 말한 순간, 갑자기 저항이 멈췄다.

     

     "...걱정 따위, 할 리가 없잖아."

     그 후의 소년은 놀랄 만큼 온순해져서, 방까지 데리고 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소년의 지시에 따라 몇몇 계단을 오르자, 한층 더 커다란 미닫이에 도착했다. 열어보니, 내 방의 3배는 되었다.

     

     도달하자마자 소년은 내 손을 뿌리치고는, 놓여있던 방석에 걸터앉았다.

     

     "멋대로 들어오지 마."

     "들어오겠냐."

     

     말하면서, 책장의 정면에 섰다. 비싸 보이는 책이 주욱 늘어서 있다. 그것도 꽤 사용했다. 독서를 좋아하는 건가.

     

     "그러고 보니, 너 이름은?"

     

     "모모타로."

     

     되묻는 내게, 소년은 딱딱한 목소리로 답했다.

     

     "...모모야마다, 모모타로.

     이 집안의 장남이며, 모모야마다 가문의 차기 당주야."

     "뭐라고."

     후계자였나.

     매우 높은 사람이잖아.

     

     "모모타로.. 너 왜 야반도주를 하려고 한 거냐?"

     

     "왜, 설교라도 하려고?"

     

     "아니, 그럴 셈은 없지만..."

     "..............."

     모모타로는 약간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말하기 시작했다.

     

     "...아저씨도, 오니를 쓰러트리기 위해 모인 마술사지?"

     

     "그래."

     ........아앙?

     

     "그럼, 내일 오니랑 싸우겠네."

     

     "그게 문제라도?"

     

     "별 것 아냐. 그것 탓에 여기도 위험해지려고 해서, 나만이라도 안전한 장소로 도망치려고 했을 뿐이야."

     "아니... 여기 이상으로 안전한 장소가 있을까."

     하지만, 모모타로는 무심한 태도로 시치미를 뗐다.

     

     "그렇진 않아."

     

     "왜?"

     

     "죽으니까."

     "...뭐?"

     "내일 싸우러 가는 사람은, 모두 죽어. 아버님도, 그 불사묘도 포함해서."

     

     싸늘한 옆모습으로, 모모타로는 불쑥 내뱉었다. 어린 소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체념이 깃든 표정이었다.

     

     "왜 니가 그런 걸 알아."

     

     "그건 못 가르쳐줘. 하지만, 내 말은 거짓이 아냐."

     "흐음......"

     그런가, 죽는 건가.

     

     "농담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사실이야. 마술사가 전멸한 뒤, 오니가시마의 결계가 곧장 파괴되는 바람에, 이곳 일대는 순식간에 먼지로 변해버려. 아니, 귀신이 그럴 생각이면, 서일본 정도라면 바로ㅡㅡㅡ"

     

     "그럼 더욱 기합을 넣어야겠는데."

     대사를 가로막듯이 말하자, 모모타로는 약간 어이없어졌는지 말을 그쳤다.

     

     "....화 안 내네?"

     "어째서."

     어떻게 화내라는 거냐.

     

     "아니, 보통은 화내잖아. 나 같은 어린애한테 그런 말을 들으면."

     "그래?"

     

     "그렇다구."

     "그런가."

     "...아저씨, 별난 사람이네."

     너, 그 말투라면 필연적으로 내가

     [이상한 아저씨]로 랭크업 되잖아. 그만두라고.

     

     그보다 먼저 아저씨부터 그만두라고. 그런 건 적어도 20살 넘은 사람한테 말해.

     

     "저기, 아저씨, 이름은?"

     

     "사토 소스케."

     "음... 사토 씨면 돼?"

     

     "그래."

     아저씨만 아니면 뭐든 좋아.

     

     "사토 씨는, 좋은 사람이네."

     "글치?"

     

     "딱히 칭찬하지 않았어.

     좋은 사람은 일찍 죽으니까."

     너 그 이상 뒤숭숭한 말 해서 어쩔 셈이냐고.

     

     "하지만 고마워. 이렇게나 진지하게 들어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모모타로는 그로부터 잠시 생각하다가, "좋아." 라고 뭔가를 결심했는지 일어서서는 책장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사토 시한테는 우리 쪽 일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 이거, 줄게."

     말하면서, 천에 감싸인 뭔가를 내밀었다. 뭐가 들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큰 것은 아니다.

     

     "뭔데 이건."

     "복숭아."

     "...복숭아?"

     

     "그래, 복숭아. 맛있으니까 먹어봐."

     아니 너, 그야 맛있긴 하겠지만. 왜 이런 타이밍에.

     

     "그럼 난 쉴 거야. 여기까지 데려다줘서 고마워 사토 씨."

     "아니, 어이..."

     "괜찮아. 이제 빠져나가진 않을 테니까. 잘 생각해보니, 내가 도망칠 곳도 없고."

     그 후 이리저리 해서, 난 반쯤 쫓겨나는 형태로 방을 나왔다.

     

     이곳에는 내 생각보다도 여러 녀석들이 모여있다.

     내일에 대한 생각을 더 강하게 하며, 난 방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문득, 녀석한테서 받은 것을 떠올리고는 주머니에서 꾸러미를 꺼냈다.

     

     묶여있던 천을 풀자, 모모타로가 말한 대로 썰린 복숭아 한 개가 들어있었다.

     냉장고에 들어있던 것도 아닌데, 차갑다...

     아니 그보다도, 잘라진 상태인데도 신선도가 안 떨어진 걸로 보인다.

     뭐야 이거 이상해.

     

     뭐, 모처럼 받았으니 먹도록 하자. 이대로 묵혀두는 것도 아까우니까.

     

     복숭아를 집어서, 입에 던져 넣는다.

     깨물어보니 기분 좋은 느낌과 함께 과즙이 터져 나오며, 상쾌한 단맛이 입안을 채웠다.

     

     오, 꽤 맛있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방에서 눈을 붙이려던 코즈미는 움찔거렸고, 나인은 감았던 눈을 부릅떴고, 쿄코는 무기를 들었으며, 엘리제는 괴성을 지르며 튀어올랐다.

     

     잠을 자려던 모두가 일제히 일어났다. 지금 것은 그것만으로는 안 끝난다. 아마 저택 전체에 울려 퍼질 정도의 비명소리. 그 정도의 절규였다.

     

     "...잠깐, 뭐야 지금."

     "............어린이...?"

     

     쿄코가 생각할 틈도 없이, 방의 미닫이가 기세 좋게 열렸다.

     

     그곳에는, 이상하게 눈매가 나쁜 소년이 헐렁한 옷을 입고 서 있었다.

     

     "어이 나인!! 나인 있어!!?"

     이름을 불렸기 때문에, 일단 소년의 눈앞까지 다가가 봤다. 전등을 켜고 가까이에서 봤는데, 바로 익숙한 얼굴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저기...누구...?"

     "나인! 나야! 도와줘!"

     

     "..........아니 누구냐구?"

     

     "그러니까 나라니깐!! 나야 나!! 아무리 봐도 나지!?"

     

     누구야.

     

     "...아니, 난 너 같은 아이 모른다구. 쿄쨩의 숨겨진 자식이라도 돼?"

     "죽여버립니다 나인. 저는 그와 면식이 없습니다. 에리는 어떻죠?"

     

     "아, 아뇨...저도...."

     그럼 누구일까.

     

     "잠깐...만요...."

     모두가 고개를 돌리자, 눈을 부릅뜬 시키가미 코즈미가 서 있었다.

     

     "...코즈미쨩......?"

     ".......어떻, 게...."

     

     많이 놀랐는지, 나인의 물음에도 대답하지 않는다.

     

     "...............소, 군?"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방이 조용해진다. 코즈미 이외의 모두가, 방금 꺼낸 말의 의미를 몇번이고 몇번이고 곱씹다가,

     

     [............뭐?]

     

     아연실색하는, 그러면서도 얼빠진 목소리가 일제히 울려 퍼졌다.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에게로 모여들었다.

     

     

     

     작전 시작까지, 남은 시간 7시간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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