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40 개전(2)2022년 08월 07일 02시 24분 5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378
"...음, 왜 그래? 쿄쨩."
"아니, 아무것도..."
"그래?"
적당히 대답했지만, 그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애초에 왜 그 대사에 반응했는지, 쿄코 자신도 잘 모른다.
방금, 나인이 뭔가 묘한 말을 해서 그런가? 문득 가슴속에 피어나는, 작고 작은 위화감.
뭐가 마음에 걸렸는지 알 수 없는 채,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진다.
"그래서, 어쩔래? 할래?
그보다 하자구."
"...하지만 나인. 그걸 정말로 할 수 있다 해도, 코린 공한테 무단으로 하는 건 역시..."
"아, 괜찮아. 오기 전에 허가는 맡았으니까."
그 말을 끝으로, 반쯤 떠밀린 형태로 두 사람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리고 이 여자는 이런 녀석이었다고 이제야 떠올렸다.
키드는 그대로 신중한 표정을 지은 채 잇신사이를 돌아보고서,
"어쩔 건데, 아저씨."
"음...."
잇신사이는 잠시 생각하는 몸짓을 보이고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알겠다. 해보자."
◇
엘리제와 나인은, 300m 정도 상공인 결계의 정상 부근에서 나란히 서 있다.
오니가시마를 돔 모양으로 둘러친 그 결계는, 발판으로서도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사람을 내쫓는 옵션까지 더해서.
위에서 하는 포화 사격 쪽이, 보다 구석구석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 나인의 제안이었다.
"저기... 전력으로 쏴도 되나요?"
"그래."
"저, 정말로 전부 사라질 텐데요?"
"그 정도가 딱 좋아. 아무 신경 안 써도 되니까, 있는 힘껏 해버리라구."
"아, 알겠어요..."
엘리제는 신중한 얼굴로 끄덕이고는, 천천히 목을 풀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리고, 마지막으로 목소리의 상태를 면밀히 확인한다. 상태는 좋다.
이 컨디션이라면, 아마 실패할 가능성은 극단적으로 낮다. 각오를 다진 엘리제는, 조용히 마스크를 턱 밑으로 내렸다.
"그럼..."
그 말을 시작으로, 엘리제는 푸른 하늘을 우러러보며, 숨을ㅡㅡㅡ아니, 우주를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별조차도 떨리게 하는 노호성이, 지금 방출되려 하고 있다.
◇
그런 모습을, 마술사들은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지켜보고 있다.
"...빅토르 나으리, 정말로 하게 냅둬도 괜찮았냐고?"
대열의 선두.
아직 의구심이 가시지 않은 키드가, 빅토르에게 물어보았다.
"뭐, 의외로 좋은 방법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녀라면 결계 안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것이 결코 불가능하지 않지요."
"맞습니다. 기습으로는 꽤 좋다고 생각합니다."
쿄코의 말대로, 생각대로만 된다면 정말 피해 없이 싸움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왜일까.
아무리 지나도 쿄코는 묘한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방금 전의 나인의 대사에서 느낀 묘한 위화감이, 아무래도 가시지 않는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되새겨본들 대답에 도달하는 일은 없었고.
그렇게 하는 사이.
"슬슬, 시작되겠군요."
빅토르의 말과 함께, 공기의 떨림이 뚝 그쳤다.
"ㅡㅡㅡㅡ후우..."
충전은 별 탈 없이 끝났다.
"됐어? 신호하면 쏴야 해?"
엘리제한테 주의를 주는 나인의 오른손에는, 작은 부적이 들려있었다.
결계에 침입할 때 쓰라며 코린이 만들어준 것이다. 예비를 포함해 한 명당 3장씩 지급되었다.
나인의 말에, 엘리제는 양손으로 입을 누르면서 두세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확인하자, 나인은 천천히 부적을 결계에 붙였다.
순간, 거미줄 같은 마법진이 단번에 전개. 반투명한 결계가 휘어졌다. 왜곡은 1초도 안 지나 임계점에 달했고, 결계에 직경 3m 정도의 구멍이 뚫렸다.
"지금이야."
그 말을 신호로, 소녀는 구멍을 향해 노호성을 질렀다.
단지, 파괴에 전념했다.
"ㅡㅡㅡ아아아아아아아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재앙의 음색이, 오니가시마를 사정없이 내리친다. 그것은 목표물에 도달하기에는 너무나 충분한 일갈이었다.
동시 진행형으로 대규모의 진동이 바깥의 모두를 덮쳤다. 결계가 없었다면, 이미 이곳 일대는 흙먼지로 변했으리라.
천재지변 이외의 뭣도 아니다.
아니, 솔직히 그보다도 흉악하다.
"..............!"
그 상궤를 벗어난 현상에 전율하면서도, 시키가미 코즈미는 눈을 떼지 않았다.
전에 그녀의 힘을 목격하여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긴 덕분이다.
모든 것이 끝나버린 뒤 남은 것은, 거대한 크레이터. 아무것도 없는 황야였다.
위력의 정도는 다음과 같다.
오니가시마의 면적은 총 82평방 km.
그리고 섬 주위 15km.
이것들이 약 20초도 안 되어 황야로 변하고 말았다.
"대단해..."
"그 아이 아직 열두 살이라고.."
"거짓말이지..."
"정말로 같은 인간이냐..."
본래 그림책에서나 있을 법한 일에, 제각각 자연스레 경외의 말을 입에 담았다.
그렇게 마술사들의 경탄하는 도중, 결계의 상부에서 사람이 날아왔다.
네코구미의 나인이다.
그녀의 옆구리에는 엘리제가 안겨져 있다.
"훌륭했소이다, 에리."
"역시 대단합니다."
가장 먼저 빅토르가, 뒤이어 쿄코가 칭찬의 말을 입에 담았다.
"자, 잘 되어서, 다행이에요."
반면, 엘리제의 반응은 쾌활하지는 않았다. 얼굴에는 피로와는 또 다른 의미로 땀이 솟아나 있었고, 왠지 딱딱한 표정에는 아직 긴장의 끈이 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력이 짧은 그녀에게 있어, 이런 거사는 아직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 대중의 주목을 받는다는 감각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엄청난 아가씨구만.'
"그렇군."
어안이 벙벙해져서 말을 흘린 자는, 키드와 잇신사이였다.
그리고 경악할 만한 것은 또 하나.
"......................."
잇신사이가 말없이 결계를 올려다본다.
불타오른 대지와는 정반대로, 거대한 결계는 의연하게도 반짝임을 잃지 않았다.
저 상궤를 벗어난 일격을 당했음에도, 결계는 여전히 건재하다.
아무래도 수백 년 동안 귀신을 가둬뒀다는 강도는 빈말이 아닌 모양이다.
"...뭐, 어쨌든 잘 돼서 다행이군."
"맞아. 오니랑 싸우지 못한 건 쬐끔 아쉽지만 말야."
"그래."
말과는 다르게, 잇신사이의 표정은 어딘가 내키지 않는 것이었다.
'..........?'
그 반응에, 키드는 무심코 의구심을 느꼈다. 돌이켜보면 조금 전의 나인도 그렇다.
작전 변경을 전했을 때, 약간이지만 초조해하던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걸 간단히 승낙한 잇신사이도 묘하게 부자연스러웠다.
판단을 그에게 맡긴 것은, 확실히 키드 자신이었지만.
키드가 드물게도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자, 갑자기 나인 쪽에서 기계음이 들렸다.
아무래도 통화기의 착신음 같다.
나인은 단말을 주머니에서 꺼내서, 전원 버튼을 누르고 귀에 갖다 댔다.
"여보세요...코린? 왜 그래?"
나인은 그대로 몇 번의 대답을 되풀이한 뒤 "오케이~" 라고 말하고서 재빨리 통화를 끝냈다.
"나인. 코린 공은 뭐라 하던가?"
"오니가 죽었는지 확인하래."
"그런가."
잇신사이는 맞장구와 함께 수긍하고서, 대열 쪽을 돌아보았다.
그대로 잠시 뜸을 들이고서, 큰 목소리를 내었다.
"이제부터 오니가시마의 수색을 시작한다! 각자, 정신 꽉 붙들어 매라!"
대열의 끝까지 울려 퍼지는 대호령.
그걸 시작으로, 대열은 줄지어 결계의 내부로 침입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부적에 의해 해제된 결계는, 가로로 넓게 열리며 대량의 인간을 받아들였다.
그런 와중에, 네코구미의 아즈마 쿄코만은 대열을 거스르며 홀로 서 있었다.
그 표정은 당혹감에 가득 차 있다.
그 원인이 방금 나인한테 왔던 무선에 있음을, 이 시점에서는 그녀 이외엔 누구도 몰랐다.
나인은 태연하게 있었지만, 옆에서 듣고 있던 아즈마 쿄코한테는 들렸다.
아니, 듣고 말았다.
나인과 코린이 나눈, 그 대화의 내용이.
'아니. 하지만....왜...'
만일 그렇다면, 그녀치고는 너무나 조잡하다.
적어도 사전에 꾸미고 계산한 것은 아니다. 아마 즉흥적인 일.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사실이 언젠가 공공연해질 것은 확실하다. 적어도 저택에 돌아가면 자연스레 누군가한테 전해진다. 아니, 이 임무 중에 들킬 가능성도 높다.
그런 것쯤은 총명한 그녀도 알고 있을 터. 그리고 그것이 자신에게 불이익이 될 것도.
그럼, 잠깐.
그럼 왜 그런 짓을.
왜 그런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그것은ㅡㅡㅡ
그것은 정말로, 이 타이밍에 할 필요가 있었을까?
"왜 그래 쿄쨩? 가자구."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눈앞에 나인이 서 있었다. 평소와 같은 앳된 표정을 짓고서.
"어, 아... 죄, 죄송합니다.
조금 생각을..."
"응? 왠지 쿄쨩답지 않네. 뭐 좋아. 나 먼저 갈게."
"아..."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말을 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나인은 이미 결계 내부로 가버렸다.
그리고, 불안감을 품은 사람은 한 명이 아니었다.
"......."
티아 버밀리온은, 섬 안에서 결계로 눈을 돌리며 무표정하게 서 있다.
그 눈은 예리하며, 깜빡이는 일도 없이 지긋이 결계를 바라보고 있다.
티아는 조금 주저하다가, 결계에 살짝 손바닥을 대었다.
반투명한 막은 수면에 떠오른 파문처럼 천천히 파도를 일으키며, 내부에서의 도망을 가로막고 있다.
느낌은 마치 쉘터.
강철 같은 무거움.
무거운ㅡㅡㅡㅡ가.
"..................음."
뻗은 오른손에 힘을 준다.
추가로 주입하는 오른손의 압력.
내디딘 신발을 바닷속 모래에 파고들게 하며, 슬슬 전력으로 누르기 시작했다.
"............"
마지막으로 결계에 손톱을 박으려고 할 때,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티아. 뭐 하고 있어?"
티아는 곧장 그 자리에서 몸을 돌려, 타카츠키를 바라보았다.
"미안 타카츠키 군. 가자."
"...? 대장이 기다리고 있어. 빨랑 와."
"응."
타카츠키의 뒤를 말없이 따라가면서, 티아는 다시 한번 어깨너머로 결계를 돌아보았다.
알아낸 것은 두 가지.
하나는 저 결계의 구성이 자신이 다루는 [박식]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
또 하나는.
결국 누구한테도 전하지 않고, 몰래 가슴속에 담아두기로 했다.
그 생각이, 부디 쓸데없는 기우였기를 바라면서.
◇
섬의 내부는 상상 이상으로 참혹한 것이었다. 잇신사이를 선두로 그 오니를 찾기 위해 걸어가고는 있지만, 둘러본 전부가 황야였다.
일단 코린과의 무선이 닿도록 수신기를 하나. 그리고 섬의 영맥 상황이 코린에게 전해지도록 수신기도 하나.
제각각 포인트에 설치.
수신기를 설치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코린한테서 통신이 들어왔다.
[수고했네. 섬의 영맥 상황은 3분 정도면 해석이 끝나. 여러분은 계속해서 탐색을 해주게나]
그렇게는 말해도, 이 섬은 좁다.
그리고 많은 인원 덕분에 수색은 빠르게 진전되었다.
결국,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것은 섬의 가장자리. 사람들이 침입한 입구에서 가장 먼 지점이었다.
걸어가는 사이, 그 장소의 윤곽이 보였다.
원래는 하나의 언덕이었을까.
저것을 건너면, 바다가 보일 것이다.
둔덕을 30초 정도 올라간 앞에는, 예상한 대로 황야 끝에서 펼쳐지는 푸른 바다.
그리고 또 하나.
묘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나무?"
반사적으로 코즈미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가장 먼저 모두의 주먹을 끈 것은, 생생한 몇 그루의 붉은 활엽수였다.
총 3그루인 그것들은 의연하게 대지에 뿌리박으면서, 황폐해진 황야 속에서 아직도 직립을 유지하고 있다.
그 주변에는 잡초의 융단.
넓이는 어림잡아 집 한 채 정도.
잘 보니 몇몇 꽃도 뒤섞여 있다.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조금 전 보았던 그 무서운 광경이 모두의 뇌리를 스쳤다.
엘리제의 포격은 확실히 이 섬의 기능과 외견을 철저하게 파괴했을 터.
그랬을, 텐데.
"...........왜."
저 풍경을 완전히 인지한 순간, 코즈미의 등골에 오한이 달렸다.
그녀만이 아니다.
이 강렬한 위화감은. 연이어 마술사들에게 전염되었다.
"여러분, 저것을."
갑자기 빅토르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가리킨 곳은 나무의 밑.
그곳에 한 어린이가 있었다.
아마도 남자.
나이는 엘리제와 비슷한 정도인가.
그 소년은 뼈가 보일 정도로 빼빼 마른데다, 거적때기 한 장만 걸치고 있다.
마치 못난 유령 같다.
벤치에 걸터앉은 것처럼, 바위 위에서 계속 얼굴을 숙이고 땅만 바라보고 있다.
"......어린이, 맞죠?"
"에리, 외모에 현혹되면 안 됩니다. 경계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긴장을 푸는 엘리제한테, 쿄코가 강하게 다그친다.
여기 있는 이상, 저것이 귀신이라는 것은 아마 틀림없다.
"칫...."
매우 짜증 난다는 얼굴로, 나인이 갑자기 혀를 찼다. 그 얼굴에는 동요가 조금도 없었고, 단순히 짜증난다는 표정만 있다.
일촉즉발.
그가 움직이면, 맞설 준비는 되어 있다.
긴박한 상황하에서, 마술사들이 단지 위에서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던, 그때.
"....너희들."
갑자기, 구슬을 굴리는 듯한 높은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서 있지만 말고, 앉으면 어떤가?"
딱히 소리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린이의 그 목소리는, 후열까지 제대로 들렸다.
갑작스런 권유에, 엘리제는 약간 곤란하다는 얼굴로,
"................어, 어디에 앉으면 되나요?"
"바보, 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거냐구."
어이없어하는 나인이, 정면을 바라본 채로 엘리제의 머리를 쥐어박는다.
"...저기, 잇신사이ㅡㅡㅡ"
나인이 잇신사이에게 말을 걸려던 그 찰나.
일진의 광풍이 몰아쳤다.
직후, 갑자기 불어오는 질풍.
대기의 유동에 따라, 대지에 깊은 선이 새겨진다. 그 강풍은 소년을 향해 똑바로 창을 향했다.
그것이 모모야마다 잇신사이의 참격이었다고 이해한 것은, 나인을 포함한 몇몇 실력자들 뿐.
웬만한 자로선 지각도 못한다.
그 정도의 속도와 위력이었다.
조용함이 자리를 지배한다.
그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한 코즈미가, 즉시 잇신사이를 향해 돌아보았다.
시선에 담긴 그의 표정은, 여유와는 먼 것이었다.
적어도 코즈미한테는, 선수를 친 남자의 얼굴로는 보이지 않았다.
마치 놀라서 손을 뻗은 어린애처럼, 내몰린 쥐처럼, 긴박감에 가득 차 있던 것이다.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코즈미는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이 표정은ㅡㅡㅡ알고 있어.
츠치무라 나에의 때.
티아가 코즈미한테 보였던 그 얼굴이다.
그 얼굴은ㅡㅡㅡㅡㅡㅡㅡㅡㅡ
쩌억, 하고 등 뒤에서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다. 살점이 찢어지는듯한, 그런 불쾌한 소리.
음원은 방금 막 베어버린 소년의 시체에서 나왔다.
시체는 꿈틀거리며 작게 경련하고 있다.
불쾌한 소리는 그치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보다 더 심한 소리를 내며, 그에 따라 두 살덩이에서 내장이 촉수처럼 뻗어 나왔다.
촉수는 서로에게 달라붙으면, 점점 반신을 맞춰나갔다.
이윽고 반신은 단면끼리 딱 달라붙었고, 다음에는 부들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완전히 접착되었다.
모든 것이 끝나자, 소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서 있었다.
그리고 소년의 두 눈이 이쪽으로 향했다. 불타오르는 듯한 붉은 눈. 하지만 새빨갛지는 않고, 시커먼 늪처럼 탁한 느낌이다.
"..............히익."
소년과 눈이 맞은 순간, 코즈미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말 바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한, 심연이 바라보는 듯한.
끌어당겨지는 듯한 이 느낌.
그때 느꼈던, 잊을 수 없는 감각이 되살아난다.
그래, 이것은.
"뭐야, 버르장머리가 없구나 인간."
이것은 두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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