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04화 이 광경을 보고 싶었다
    2022년 08월 06일 01시 01분 4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https://kakuyomu.jp/works/1177354054890293039/episodes/16817139557393035594

     

     

     

     오전의 쾌청한 태양빛이 내리쬐는 왕궁의 어느 방에, 두 명의 인물이 있다.

     

     침대에서 상반신을 일으킨 여성과, 옆의 의자에 앉은 남성.

     

     "......몸상태가 좋아질 때까지, 편히 쉬시오."

     라이트 왕이, 다른 사람에게는 결코 보여주지 않을 온화한 얼굴로 그리 말했다.

     

     "우후훗, 전 굳어있었을뿐인데요? 이렇게나 쉬지 않아도 괜찮은데. 당신과 아이들이 호들갑을 떠니 가만히 있을 뿐이라고요."

     연보랏빛 머리카락은 길고, 부드러운 얼굴을 한 조용한 여성.

     

     '레라자 라이트'. 라이트 왕국의 왕비다.

     

     "베네딕트는 알트의 주도로 탐색하고 있네. 주검도 무사히 확보했고, 세레스도 뭔가 협력해주는 모양이더군."

     

     알트는 정말 튼튼해서, 하루가 지났을 무렵에는 숙청부의 잔당을 찾거나 베네딕트의 발자취를 조사하는 등, 바쁘게 일해주고 있다.

     

     세레스티아는 중요한 볼일이 있다고 말하며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모두, 제각각 병문안을 와줬답니다."
     "......알트까지? 그런 낌새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는데."
     "제 취침 전에 잠시요. 예전부터 그 아이는 항상 여동생과 시간을 달리 해서 왔거든요. 고민거리나 말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항상 그랬죠.'

     "그랬던가..... 내 자식인데도 전혀 몰랐었군."

     자식들이 어렸던 시절에는 레라자한테만 맡겨뒀었다며 자책하는 왕.

     

     "세레스도 한번 와줬고, 에리카도 자주 들러주고 있답니다. 그 아이들은 지금이 정말 즐거워 보이더군요. 알트 군도 뭔가 목표 같은 것이 생긴 걸지도."

     "......아이들의 일은 뭐든 아는 모양이군."
     "어머나, 저는 당신을 가장 잘 아는데요?"

     "저, 난 됐다......"

     

     부끄러워하는 라이트 왕에게 미소 짓고서, 레라자는 정원 쪽에서 들리는 소란을 눈치채고서...... 뭔가 깨달았는지 미소를 거듭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에, 에리카가 마음에 들어하던 하인을 불렀다면서 기쁘게 말했던 일을 떠올렸다.

     

     

     ♢♢♢

     

     

     티 세트를 든 하인들을 데리고, 팔과 얼굴에 치료를 받은 에리카가 정원에 준비해놓은 테이블을 향해 걷는다.

     

     뒤에는 기사와 하인이 줄을 지어있는데, 앞서 가는 하인에게 질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테이블에 도착하자, 하인은 말없이 한잔의 홍차를 우리기 시작했다.

     

     "............"
     "......저기 그라스, 난 이상하다고 생각해."
     "아니, 이상하다고 비하할 정도는......"
     "내가 어떻게 되었다는 의미가 아냐!! 스스로 '이상해지고 말았어용' 이라고 말할 리가 없잖아! 처음부터 열받게 하는 거 그만!"

     

     궁전에 소집된 그라스. 왕도를 지키기 위해 분투한 에리카 왕녀의 신변을 돌보라는 명령이었다.

     

     본인은 이상해했지만, 왕궁의 명령에는 거역하지 않았다.

     

     정원을 내려다볼 수 있는 테이블에서 서늘한 바람에 머리를 식히면서도, 에리카의 푸념은 그치지 않는다.

     

     "그렇게나 수련해왔는데, 그라스의 사제라는 이상한 남자한테 져버려서 비웃음당했다니까."

     ".............."
     "그리고 아크 대성당에서의 활약은 언니한테, 하늘의 마법진을 파괴한 공적은 흑기사한테 전부 긴빠이 당했지 뭐야?"

     "저기, 긴빠이.....라는 말은 쓰지 않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왜냐면 왠지 불량해 보여서."

     언짢아하는 에리카는 토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몸을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휴우~...... 그라스, 잠깐 그..... 그거 해도 돼."
     "그거? ......아, 알겠습니다."
     "응, 수고했어."

     적당히 손을 내저으면서 약간 알기 어려운 명령을 했지만, 하인의 감으로 눈치챈 모양이다.

     

     "후우...........................음? ......뭐하는 거야!?"

     눈을 감고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일광욕을 하고 있던 에리카가, 상반신을 일으키며 위쪽을 본다.

     

     "어...... 지시하신 대로 차를 들면서 쉬고 있었습니다만."
     "차를 마시라고 한 게 아냐!! 다른 기사와 하인들처럼, 조금 떨어져서 뒤에 서 있어도 된다고 말했거든!! 왜 차나 마시면서 구경하는데!?"

     

     맞은편 의자에 걸터앉아서, 다리를 꼬고 왕녀의 차를 음미하는 그라스. 막 우려낸 찻잔..... 에리카의 찻잔을 써서, 정원을 바라보면서 우아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건......그건 '그거' 라고 말해도 전해지지 않습니다만..... 수고했다고 말하니 일상의 피로를 치하하는 걸로 생각해서..... 후루 룹."

     "지적받았는데도 계속하다니!? 이제 마시는 거 그만!! 그거 내 차, 내 컵과 내 과자!! 여긴 내 테이블이야!!"

     

     일어나서 테이블을 탁탁 치고는, 빈 컵을 난폭하게 빼앗고 만다.

     

     "뭔가 후루룹 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예상을 완전 뛰어넘었잖아......!! 설마 왕녀의 차를 마시다니!!"

     "뭐, 그렇게 들으니 그렇군요. 그럼............서로에게 사과할까요?"
     "나도 사과하는 거야!? 멋대로 마신 건 그라스인데!? 그, 그런 어른의 제안 같은 느낌으로 잘도 말하기는......"

     에리카와 함께 하인에게 있을 수 없는 행동을 보고 놀라고 있는 등 뒤의 사람들을 무시하고, 그라스는 고개를 숙였다. 의자에 앉은 채.

     

     "매우 죄송했습니다. ......자, 저 사과했습니다."
     "뭐야, 그게! 왜 내가 억지로 사과하지 않는 느낌인데? .........아악, 역시 안 되겠어! 이걸로 사과하면 내 사과 쪽이 왠지 더 커지는 느낌이 들잖아!! 그라스보다 더 사과하는 느낌이 되어버려!!"

     

     어째선지 궁지에 내몰린 에리카였다.

     

     ………

     

     ……

     

     …

     

     베르나르도의 성묘를 하러 온 제랄드와 코니.

     

     왕도, 특히 환락가 주위를 바라볼 수 있는 언덕의 묘지.

     

     장갑과 부츠로 몸을 숨기고, 후드를 깊게 눌러쓴 코니는 기도를 한 뒤에도 계속 묘소 앞에 서 있었다. 베르나르도 아치라고 새겨진 이름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살짝 손으로 쓰다듬으며...... 이제 없다는 실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윽고 아쉬움을 느끼면서 발걸음을 돌려, 제랄드와 함께 왕도로 돌아갔다.

     

     "반주라도 들고 가. 그 마왕도 온다더군."

     "그렇게 해야 겄구먼. 감사를 전해야지. 아무래도 마왕공의 힘으로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니께."

     "이번에는 언제까지?"
     "체류기간? ......찾는 사람이 있으니, 이번에는 최소한의 인사만 하고 빨리 떠날 셈이었지."
     "우리 쪽 녀석을 써."
     "아니 뭐, 카지노 업무로 바쁠 텐데 수고를 들일 정도는 아닐세. 전언을 맡은 것에 불과하지. 그게 끝나면 조만간 또 들르겠네."

     "그런가."

     별 것 아닌 대화를 하면서 카지노로 돌아간다.

     

     제랄드의 지명도와 대화 상대의 체격 차이도 있어서, 의아해하는 시선은 있어도 신경 쓰지 않고 귀로에 올랐다.

     

     그렇게 영업 전의 아치 치까지 찾아오자, 아무래도 소란이 일어났음을 느꼈다.

     

     "어이, 그닥 변하지도 않았잖아!! 사나이가 되고 나서 얼굴을 보이라고, 겁쟁이 오즈왈드!!"

     "저, 저희들은 그냥 코니 씨와 아버지한테 감사를 전하러 왔을 뿐이라구요......!!"

     

     딜러 모습의 라나한테 차이는 오즈왈드와 하쿠토.

     

     "나랑 오빠가 결혼할 때에는 돌아와. 어머니라고 불러."
     "싫은데요!? 설령 그런 상황이 되어도 라나를 엄마 취급하다니 닭살 돋습니다!!"

     "뭐야앗!? 엄마를 향해 무슨 말이니, 이 꼬맹이가!!"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엄마 행세!? 라나는 어린 시절과 똑같이 억지라구요.....!!"

     

     소꿉친구의 얼굴을 보고 기뻤는지, 라나가 평소 이상으로 활기차 있다.

     

     "왜 나까지? 첫 대면인데......"
     "오즈왈드의 친구면, 오즈왈드 같은 거니까."
     "무슨 의미!? 오즈왈드 취급은 그만...... 오즈왈드 취급이라는 단어가 생겨버린다고. 네 탓에 나까지 실례되는 말을 해버렸다고......"
     "신경쓰지 마."
     "아앙!? 뭐냐고 이 녀석!! 짜증 나!"

     

     라나한테 유린당하는 오즈왈드 일행을 보며, 동료와 제랄드의 부하들은 쓴웃음을 지을뿐이었다.

     

     ".........."

     "이 광경을 본 것만으로도, 방문할 가치가 있었구먼."

     내심 놀라는 목소리를 참으며 탄식하는 제랄드에 반해, 코니는 온화하고 솔직한 감상을 중얼거렸다.

     

     그리고ㅡㅡ

     

     [...........]

     

     그런 소란을 왕성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푸른 고양이.

     

     왕도에서 소란을 피우는 지인들을 번갈아 보며, 사뭇 기분 좋은지 꼬리를 흔들고 있다.

     

     

     

    〜・〜・〜・〜・〜・〜

     신 5장 종료

     


     ※ 작가의 코멘트로 보면 8장까지는 이미 써놓은 것 같으나, 뭔가의 사정으로 다시 지웠다 수정해서 한편씩 다시 올리고 있는 모양.

    728x90

    '판타지 > 옛 마왕의 이야기를!'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장 106화 마왕, 출장가기 전에 일하다  (0) 2022.12.04
    6장 105화 무욕과 탐욕  (0) 2022.12.03
    제103화 노로이  (0) 2022.08.05
    제102화 저주  (0) 2022.08.04
    제101화 너희들의 이야기  (0) 2022.08.0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