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장 106화 마왕, 출장가기 전에 일하다
    2022년 12월 04일 00시 50분 1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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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지노 [아치 치]의 주방 구석에서는, 조리반 이외의 여성들이 즐겁게 주어진 임무에 힘쓰고 있다.

     

     빼어난 외모의 여성들이 수다를 떨며 요리를 맛보는 것이 바로 그 임무다.

     

     "음......괜찮지 않아?"

     "맛있어!"
     "......네, 그렇네요. 맛도 나쁘지 않사와요."

     가장 혀가 고급진 전 귀족영애들도, 새로운 간판 메뉴에 합격점이 나온다.

     

     "......"
     "제, 제 생각이었잖아요? 은근 슬쩍 갖고 가지 말아 줄래요?"

     

     마르코가 마왕에게 마련해 준 여성들이었다.

     

     "그러면 안 돼요. 이 아이는 붙잡아둘 테니, 크리스 씨는 빨리 보스한테 가져다줘요."
     "알겠어요."

     크리스라고 불린 소녀가, 시제품이 담긴 그릇을 목제 대차에 올리고는 주방을 나선다.

     

     "오, 벌써 다음 것이 온 거냐?"
     "아, 네."

     들뜬 마음으로 1층 복도를 급히 걸어가고 있자, 지배인실로 향하는 마르코와 만났다.

     

     평소에도 험상궂은 얼굴의 마르코는, 아직도 겁먹는 크리스의 태도에 신경 쓰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앙?"
    "죄, 죄송해요......"
     "아아, 아니......"

     대답만으로도 두려워하면, 아무리 마르코라 해도 상처 입고 만다.

     

     "......뭐 잠깐 가게의 일로 좋은 변화가 보였으니까. 보스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느껴서, 나이에 맞지 않게 들뜨고 말았거든."
     "저기....... 어째서 저희를 보스의 시종으로 삼으셨나요?"

     소녀들 모두가 이유를 듣고 싶지만, 마르코가 두려워서 묻지 못했던 질문.

     

     기분이 좋은 지금이라면서, 용기를 내어 물어본다.

     

     "......뭐라고 해야 하나...... 보스가 선대의 분위기와 비슷해서 말이야. 너희들은 사정이 사정인 만큼 바로 창관으로 보낼 수 없었다. 저쪽도 저쪽대로 즉시 전력감이 안 되는 계집은 싫어하고. 그렇다 해서 특별취급으로 빚을 탕감해줄 수도 없는 것이, 다른 녀석들의 눈이 있으니까." 

     

     [아치 치]에서 마왕의 시종이 된 자들은, 부모가 빚을 갚기 위해 팔린 자나 야반도주해서 남겨진 자 등, 본인들로서는 어쩔 수 없었던 여성들이었다.

     

     창관에 보내진다면, 창부로서의 가혹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부유층을 노리는 [크로노스]의 창관이라면 그런 걱정은 드물지만, 일반적으로는 폭력, 성병, 지하조직...... 그중에는 돌연 자취를 감춘 자나 시체로 나타난 자들까지 있다.

     

     다른 마을도 그렇고, 이곳 왕도에서도 발견된다.

     

     그런 위허과 마주하는 직업인 것이다.

     

     "보스라면 이상하게는 안 다루겠지?"
     "안 해요"

     그것만은 알 수 있다.

     

     불과 며칠, 불과 몇 마디의 대화.

     

     하지만, 자신과 다른 종업원도 포함해, 수많은 자들이 마왕에게 마음을 허락했다.

     

     마치 마왕의 능력으로 영혼이 매료된 것처럼.

     

     "그래서다. 보스한테 줄 공물이라면 누구도 불만을 갖지는 않을 테니, 안심하며 일하라고."
     "......고맙습니다."
     "그래."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에 휩싸인 채 걸어간 두 사람은, 말없이 지배인실에 들어갔다.

     

     그 안에는 흑과 백의 편한 차림을 한 마왕이 있었다.

     

     "......조금 내려갔어?"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방금 마르코가 그 답지 않게 들떠서는 말했다고."

     커다란 탁자에서 일을 하는 마왕과, 여전히 소파에 드러누운 거체의 제랄드가, 일에 대한 것으로 보이는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예뻐......)

     

     전승회의 뒤인지 조금 노출도가 높은 드레스 차림의 세레스티아가, 머리카락도 틀어 올린 채 마왕의 급사를 하고 있었다.

     

     귀엽다고 떠받들리며 살아온 자신들과도 몇 단계는 격이 다른 아름다움.

     

     마르코한테서 가볍게 연락과 입막음을 당했지만, 정말로 국가의 상징인 세레스티아 왕녀가 마왕의 하수인이라며 감탄한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생활했던 왕국. 최근 들어서야 출현한 [흑의 마왕]과 철저한 항전의 자세를 보여주는 왕국.

     

     그 불가침의 라이트 왕국이, 언제부터인가 이미 마왕에 의해 내부부터 침식되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하필이면 대륙의 보석인 라이트 왕국의 상징 세레스티아 라이트가, 마왕에게 농락되어 악의 길로 타락하고 만 것이다.

     

     "......마르코, 정말로 내려갔어?"
     "으음, 약간입니다."
     "약간...... 내려갔다고?
     "약간만 내려갔습니다."

     재차 마르코에게 확인하는 마왕에게, 세레스티아가 조용히 찻잔을 내민다.

     

     (대단해...... 점점 매상이 하락한다고 들었는데, 하루 이틀 만에 약간까지 회복했다니......)

     

     상인의 딸이었던 크리스도 놀라는 마왕의 수완.

     

     마왕의 평소의 부드러운 분위기나 상업의 재능을 발휘하는 모습에서는, 천상의 초월자다운 면모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읏!!"

     

     마르코와 함께 방으로 한걸음 들어서자, 별천지 같은 압박이 크리스에게 덮쳐진다.

     

     그것은 회의와 일하던 때 마왕이 보이는 위엄이 틀림없다.

     

     "......흠~"
     "크로노 님, 뭔가 마음에 안 드시는 일이라도 있으세요? 어떠한 불만도 제게 걸린다면, 즉시 해소시켜 보이겠어요."

     이것이 진정한 그녀이리라. 무감정하게도 보일 정도로 희박한 미소로, 등받이에 기대어 천장을 올려다보는 마왕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 눈동자는 냉철하면서도 경외의 마음을 담은 것처럼도 보이지만, 정말 사랑스럽고 연모에 넘치는 면모도 있다.

     

     "아니 전혀? 불만 없는데? 너희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조금 착각하고 있었을뿐이니까. 아무 문제도 없어. 그러니까, 그...... 방향성은 틀리지 않았다니까. 음악성이 다른 것 같다고나 할까. 그렇게 이리저리 말해도 근본은 모두 같은 밴드라고. 응, 알겠지?"
     "......네, 정말 잘 이해했답니다."

     무조건 포로로 만들어버릴 세레스티아의 심술궂은 미소에, 조금 땀을 흘리는 것처럼 보이는 마왕은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재빨리 지껄여댔다.

     

     이번에도 세레스티아가 어렴풋하게나마 행복해하는 것처럼 표정을 푸는 것으로 보아, 완전히 속박되어버린 모양이다.

     

     "마르코, 다른 마을에다가 낼 새로운 점포의 상세를 나중에 가르쳐 줄 수 있을까?"
     "예이, 바로 자료를 준비합지요."

     

     마왕의 지시에, 잠시의 주저도 없이 마르코가 인사하고서 곧장 지배인실을 뒤로했다.

     

     "......그럼, 크리스."

     "네, 네엣!"

     공사다망한 마왕이, 자신의 이름을 부른다.

     

     이런 대단한 마왕이, 자신 따위의 이름을 누구보다도 빨리 기억해주었다.

     

     팔려버린 자신들은, '어이' 나 '너'로 불리는 일이 보통임에도.

     

     동료들 사이에서도 그것 하나만으로 떠받들게 되어버린 자들이 많다.

     

     "그래, 좋은 대답이다. 피로가 다 풀리네. 그것은 시제품이었지. 가져와줄 수 있을까. 바로 받고 싶은데."
     "아,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

     

     

     이런...... 세레스한테 맡겨뒀는데도 바로 매상이 떨어져 버렸어.

     

     본인의 앞에서 폭로해버렸다고..... 화내는 줄 알고 잠깐 쫄고 말았다.

     

     왜 일부러 본인이 있을 때 말하는 거냐고, 제랄드 녀석.

     

     세레스도 세레스지 '이것 봐라?' 같은 느낌으로 들여다보기나 하고! 여유만만한 미소로 받아쳐주기는 했지만!

     

     그야말로 사면초가. 꽤나 마왕군다워졌잖아......

     

     보통, 진보된 지식을 쓰면 크게 버는 거 아니었어? 오히려 내려갔잖아. 가게 안에 화장실을 설치하거나, 술의 제공은 무료로 하거나 하는 등 여러 가지로 해봤는데.

     

     ".........."

    ......뭐, 그래. 전문가가 아니니까. 세상은 그렇게 쉽지 않은 거지. 지식이라고 해도 일반인 수준인걸.

     

     "......저기, 어떠세요?"

     불안해하는 크리스가, 고기 조림을 한입 먹고서 가만히 있던 내게 물어보았다.

     

     "음? .......음, 정말 맛있는데. 신경 쓰이는 것은..... 이 정도로 공들일 거라면, 좀 더 좋은 고기를 써서 가격도 올리는 편이 낫지 않나 싶어서."

     나중에 수정 가능한 말을 그럴듯하게 하고서, 곁눈질로 세레스를 바라본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이것보다 가격이 싼 것도 생각하는 편이 좋겠죠. 본격적인 식사 외에, 가벼운 것을 찾는 자도 있을 테니까요."

     술술 보충설명을 해오잖아. 이번에는 정말로 하극상일지도......?

     

     "전에 크로노 님께서 말씀하셨던 햄버그나 오무라이스 등을 시험해보는 것도 좋을 거라 생각해요. 말씀을 듣는 것만으로 식욕이 솟구쳤으니, 시도해볼만 할 거예요."
     "내가......말했던 거지?"
     "네. 크로노 님의 장기 상대를 해드리던 때, 제 주의를 돌리려고 말씀해주셨던 거랍니다. 정마 귀여운 방해였지요."

     "으음, 그런가."

     엄청난 빈정거림을 섞어서, 말씀해주셨다는 표현까지 써온다.

     

     놀릴 생각은 있어도, 공을 빼앗을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제랄드도 먹어봐. 이번 것은 특히나 맛있다고?"
     ".........."

     귀찮다는 뜻으로 시선을 향하더니, 성큼성큼 이쪽으로 다가와서는...... 다이렉트하게 손가락으로 고기를 쥐더니 한입에 먹고 만다.

     

     "누가 전부 먹으라고 했냐고. 내가 내민 나이프와 포크는 뭐냐고."
     "......먹지 말라고도 안 했으면서."

     그리고 등을 돌리더니, 와인을 들이켠 뒤 다시 소파에 드러눕는다.

     

     "........."
     "........."

     

     말없이 제랄드와 시선을 교환한다.

     

     "........."
     ".........뭘 봐."

     아니......

     

     "......그야 보고말고. 난 딱히 네 술의 안주로 주려는 게 아니었다고. 시제품의 감상을 기다리고 있잖아 이쪽은. 농담이 아니라고."
     "양이 적어. 안 배불러."
     "안 배부른 건 이쪽이라고. 그냥 잠자코 디비 자."

     세레스가 가만히 따라준 차를 쭈욱 들이키고서, 튀어나오려는 설교의 말을 참으면서 다시금 크리스를 돌아본다.

     

     "후우...... 그러니, 나중에 주방으로 가서 레시피를 몇 개 가르쳐줄 테니까 그때까지 쉬고 있을래?"
     "아, 네, 알겠습니다!"

     

     인사하고, 문 앞에서 또 인사하고, 문 닫기 전에 또 인사했다.

     

     삼고초려라고 해야 하나.

     

     크리스는 착한 아이네.

     

     방금 전부터 제랄드한테 살기를 보내고 있는 세레스는 어쩌지.

     

     

     ♢♢♢

     

     

     제랄드에게 무언의 압박을 걸어서, 세레스티아가 바깥으로 나가라고 지시한다.

     

     "......훗, 이래서 이 여자는 좋아할 수가 없어."
     "응? 뭔가 말했어?"
     "조금 먹었더니 배고파져서 밥 먹으러 갔다 온다."
     "비아냥!?"

     소리친 크로노에게 반응한 제랄드의 무례에 짜증이 나서, 평상시는 표정에 기복이 없는 세레스티아가 미간에 주름을 짓는다.

     

     "......어이, 출장이라고 말했었지. 그 마을에 간다면 [오보로구미(朧組)]라는 조직에는 관여하지 마."
     "어, 왜?"
     "미친 녀석의 쓰레기통 같은 조직이라서다. 수도 많고 실력 있는 녀석도 많아. 너나 내가 상주하는 게 아니니까 관여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다."
     "음......응, 그래. 알았어."

     신경 쓰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 크로노와 제랄드는 별일 없이 대화를 끝냈다. 문 저편으로 떠나는 제랄드한테 손을 흔들어 배웅하는 크로노.

     

     이제야 둘만 남았다면서, 세레스티아의 굳은 표정이 풀린다.

     

     ".....,크로노 님, 저와 에리카의 여행이 결정되었답니다. 상처를 치유하는 목적으로 온천으로 유명한 마을을 향해 훗날 떠나게 되었어요."
     "......상처를 치유할 생각이 있다면 조용히 자라고 하고 싶지만...... 그것은 학교 행사랬던가?"
     "아뇨, 요양은 명분이고, 매년 이루어지는 유명한 행사를 보러 갈 생각인 모양이에요. 제게도 이후를 위해 명확한 목표가 있으니, 필요한 여행이다 싶어요."
     "흐음~ 뭐 괜찮은데? 출장이 끝나면 잠깐 보러 가볼까나. 뭣하면 온천을 즐겨볼까."

     뒤에서 크로노의 몸을 품어서, 배와 가슴에 손을 댄다. 근육을 매만지면서, 이 자의 모든 것을 알아가려는 것처럼.

     

     "그리고, [검성]에게 의뢰가 나와 있어요. 내용은 작년과 마찬가지로ㅡㅡ"

     귓가에서 말하는 평탄한 목소리는, 이윽고 열기 섞인 속삭임이 되었다.

     

     만질 때마다 초조해진다. 눈으로 볼 때마다 사랑스럽다. 말할 때마다 취해버린다. 이 자를 위한 모든 것에 빠져든다.

     

     갖고 싶어. 나만의 것으로 삼고 싶어. 내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이 머리를 나만으로 채우고 싶어.

     

     "ㅡㅡ이상입니다."
     "수고했어. 검성 머시기는 리리아한테 전해둘게. 슬슬 모리가 뭐하나 보고 싶기도 하고."
     "알겠습니다."

     불타는 사랑의 갈증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풍만한 가슴으로 크로노의 머리를 감싼다.

     

     "으, 응......?"

     

     여행에 갖고 갈 것을 생각하던 크로노도, 이변을 눈치챘다.

     

     "반드시, 나만의 것으로......"

     "음!? 그건 크로노스의 일!? 그리 간단히는 CEO를 넘겨줄 수 없다고!!"
     "어어!! 아.....아니에요......"

     불온한 말투에 화가 난 크로노가 기세를 타고 세레스티아의 왼쪽 가슴을 움켜잡고 만다.

     

     "앗, 미안. ......그럼 뭐든 좋아. 손에 넣었으면 좋겠어."
     "네..... 지금부터, 즐기실 건가요......?

    '

     반걸음 떨어져서 각오를 굳히고 물어보았다.

     

     내려다보는 표정에 변화는 없다. 하지만 눈동자는 정욕에 지배되어, 그 매혹적인 몸에서는 음마처럼 색기가 나오고 있다.

     

     지금 바로 크로노한테 먹히고 싶다. 이제야 이 몸을 탐해준다면서, 폭발하는 환희에 부르르 떤다.

     

     "그야 그래야지. 왜냐면 밑에서 모두가 기다리는걸. 내 요리 실력이 불을 뿜을 차례야. 보고 있어. 파티가 시작된다고."
     ".........."
     "어어!? 이마를 짚으며 쓰러지다니 왜!? 왜 삐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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