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06 시시도 왕자와 웃을 수 없는 나
    2022년 07월 30일 13시 51분 4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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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51 

     

     

     

     때는 7시경.

     장소는 알바처인 슈퍼마켓의 주차장.

     

     하루의 역할을 끝낸 해님이 지평선을 향해 저물어가는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나는 달달한 캔커피를 홀짝이고 있다.

     

     사실은 알바 후에 머무르지 않고 바로 돌아가지만, 앞서 타카츠키가 '시간이 되면 그 슈퍼마켓으로 직접 데리러 오겠다' 라고 말한 것을 떠올렸다.

     

     그래서, 이렇게 녀석을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대기하기를 10분 정도. 마침 캔의 내용물이 바닥날 즈음에 누군가가 다가왔다.

     

     "사토 씨."

     

     쾌활한 미소를 지으면서, 연하의 퇴마사ㅡㅡㅡ타카츠키 코지가 손을 흔들면서 다가온다.

     

     "기다리게 했습니다."

     "그래."

     알루미늄 캔을 으스러뜨리고는, 저편으로 가볍게 던져버린다. 약간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쓰레기통에 빨려 드는 것을 확인한 나는, 타카츠키에게 걸어갔다.

     

     "그럼, 가볼까."

     

     

     

     

     "그래, 그래서 오늘은 늦어져. 어, 어어... 응, 그러니 저녁은 안 내놔도 되니까. 그럼..."

     

     휴대전화의 전원을 끄고는 호주머니에 넣는다. 문득 옆을 돌아보니, 타카츠키가 날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다.

     

     "가족입니까...?"

     "그래. 일단은 연락해둬야지."

     특히 할머니는 내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투병생활을 했던 시기가 있다.

     

     그랬는데 나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쇼크사를 당할지도 모른다. 아니, 정말 그럴지도. 되도록 쓸데없는 걱정은 끼치지 않게 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가족을 소중히 하시네요."

     "아니, 이 정도는 보통 아냐?"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타카츠키는 약간 웃을뿐 그 이상은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아아, 맞다.... 사토 씨, 사전에 건네드릴 것이 있습니다."

     "뭔데?"

     그는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두루마리 같은 뭔가를 꺼내 들었다.

     

     "지도입니다. 요마의 행동 범위는 여기 기록되어 있으니, 사전에 확인해주십시오."

     "음..."

     타카츠키한테서 작은 지도를 받아서, 들은 대로 주욱 훑어본다. 조부모님의 집이 범위에 없는 것에 약간 안심했다.

     

     "오늘은 구체적으로 뭘 하는 건데? 그 호랑이 같은 것을 찾아서 죽이면 되는 거냐?"

     

     "예. 영맥의 활동으로 보건대, 오늘이 가장 활동이 활발할 것입니다."

     잠깐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괴물을 쳐 죽이면 되겠지.

     

     "저 공원이 집합장소입니다. 아마 벌써 모였을 겁니다."

     슈퍼마켓에서 5분 정도 걸어갈 무렵, 타카츠키가 그런 말을 꺼냈다.

     

     그때는 이미 날이 완전히 저물어서, 어둠의 장막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목적의 장소는, 어린 시절 빈번히 놀러 갔던 공원이었다. 확실히, 잘 보면 이미 몇 명 모여있다.

     

     "왠지, 모두들 젊은데..."

     

     여기서는 어렴풋하게만 보이지만, 왠지 복장이 젊다. 나랑 그리 차이 나지 않는 것 같다.

     

     대뜸 아저씨들이 음양사 같은 복장으로 기다리나 생각했었다.

     

     "날 포함해서 여기 있는 퇴마사는 마술학교의 실습으로 온 거니까요."

     

     "실습?"

     그건 다시 말해, 요마의 구제를 학생이 담당한다는 뜻인가?

     아이들한테 그런 위험한 임무를 시키다니 괜찮은 걸까.

     

     "그러고 보니, 사토 씨는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막 생각났는지 타카츠키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그것이 지뢰라는 걸 모르는 채로.

     

     "18."

     

     짧게 대답하자, 그는 눈을 부릅떴다.

     

     "십..!? 엥!? 그럼 한 살 위!? 하지만...!?"

     

     "말하려는 것은 알겠지만 잠시 입 좀 다물어."

     "예."

     날카롭게 내뱉는다. 아니, 알고 있다. 나쁜 생각이 없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죽이고 싶어 지니 그만해.

     

     "...이건 비밀인데, 몇 살 정도라고 생각해?"
     

     "............솔직히, 24살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냐..."

     6살 위인가.

     6이나 레벨이 위인가.

     

     "죄송합니다..."

     "사과하지 마 죽고 싶어 지니까... 그보다, 기다리는 모양이니 서두르자고..."

     

     마음을 다잡고 걸어가자, 점점 저편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과 윤곽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자 셋, 남자 하나, 어른 여성 하나. 총 다섯.

     

     어째선지 모두 미남미녀다. 타카츠키도 그렇지만, 아부가 아니라 아이돌 그룹이라도 결성하면 나름대로 팔리지 않을까.

     

     그래그래. 오른쪽에 있는 그 긴 머리카락의 아이는 특히나ㅡㅡㅡㅡ.

     

     "ㅡㅡㅡㅡ헐!?!??"

     

     순간, 내 심장이 얼어붙었다.

     

     가로등에 비쳐 반짝이는 밤하늘 같은 검은 머리카락.

     

     작은 얼굴과 커다란 눈, 그리고 오똑한 코. 예쁜 입술. 키는 결코 크지는 않지만, 긴 팔다리는 도자기처럼 하얗다.

     

     역시 모델 같은 외모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코즈미...!?"

     

     틀림없다.

     저것은 내가 예전부터 잘 아는 소꿉친구, 시키가미 코즈미다.

     

     "어째서...네가..."

     코즈미는 [이런 것]과는 전혀 관련 없을 터. 그보다 너 캐스퍼를 두려워할 수준으로 유령 싫어했잖아.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왜 그러시죠?"

     타카츠키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본다.

     

     "아니, 저 녀석..."

     

     코즈미를 가리키는 손가락이 약간 떨리고 있다.

     

     "저 녀석? 아아... 시키가미가 왜요?"

     "...아는 사이냐?"

     "예, 같은 마술학교니까요. 거기다 꽤 유명한 녀석입니다."

     

     다다다다다다시 말해서, 코즈미는 마술의 학교라는 곳을 다니고 있다는 결론이 난다.

     

     놀라는 나를 개의치 않고, 타카츠키의 설명이 이어진다.

     

     "시키가미는 의료마술이 특기라서, 어린 시절부터 장래가 유망한 수재입니다. 동시에 소환사이기도 해서, 학생의 신분이면서도 이미 몇몇 고위 신수와 계약해 놓았습니다."

     

     그런 일은 아무래도 좋아. 지금은 눈앞에 있는 소꿉친구다. 확실히 말해 너무 급전개라서 따라갈 수 없어.

     

     "그 10대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실력 때문에, 주위에서는 [치유의 무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치유의...무녀..."

     

     코즈미... 너, 어느 사이에 그런 재밌는 별명이 붙었냐고.

     

     "...음?"

     

     문득, 코즈미의 옆에 있는 남자에게 시선이 간다. 저 금발... 어딘가에서 본 듯도 하고, 없는 듯도 한...

     

     "어이 타카츠키. 저 금발은..."

     "저 녀석은 시시도 료우야. 마술 역사상 희대의 천재입니다."

     

     아, 맞다. 시시도 료우야, 아니 시시도 왕자다. 생각났다. 노골적으로 내 컴플렉스를 공격했던 못마땅한 사람. 설마 왕자도 마술사였다니...

     

     "시시도는 지수화풍의 어느 것도 아닌 특수 속성의 [뇌]를 다루며, 수백 년 만에 성검 엑스칼리버의 사용자로 선택된 남자.

     여태까지 무수한 기록을 남겼고, 졸업 후에는 1급 마술사의 지위도 약속되었다고 합니다."

     "너 자세히도 아네..."

     

     어쨌든 이대로 코즈미와 대면하는 것은 뭔가 안 좋은 느낌이 든다. 어떻게든 해야.

     

     "사토 씨, 설마 시키가미와 아는 사이십니까?"

     

     "...예전부터의 친구야. 하지만 저 녀석은 내가 마법 쓸 줄 아는 거 몰라~ 나도 저 녀석이 마법사였다고는 생각도 못했어."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이대로 만나면 난처하다는 말씀이시죠?"

     "음... 뭐... 상당한 아수라장이 될 것 같은데..."

     "그렇군요."

     타카츠키는 그렇게 혼자 납득한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이고서,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어떤 물건을 꺼내 들었다.

     

     "이걸 써보시죠."

     "뭐야 이건...?"

     

     "변장용 마스크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타카츠키가 내민 것은 가면이었다. 그렇다, 우리들 일본인에게 친숙한, 축제 때 자주 보이는 가면.

     

     가면.

     

     가면...

     

     가면...이라고...?

     

     "단순하지만, 마술적인 처리를 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벗지 않는 한 정체는 들키지 않을 거라 봅니다."

     "단순하다고나 할까, 이거 노점에서 파는 가면이잖아? 뭐야? 축제에서 샀던 거냐고 너? 그리고 왜 그걸 계속 갖고 다녀? 좀 기분 나쁜데."

     그리고 왜 추남이냐고. 바보 아냐? 거기다 사이즈도 꽤 크고. 이러면 사이즈가 딱 맞아버린다고.

    추남 가면

     

     "뭐 좋아... 이참에 뭐든 상관없지. 빌린다?"

     들은 대로 추남의 가면을 장착. 고무가 머리에 쓸려서 아프지만, 이 정도는 참자.

     

     가면의 위치를 조절하고, 휴대전화의 카메라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

     

     우효~! 보라고 이 모습! 마치 불한당 같다고!! 이거라면 될지도 모르겠어~!!

     

     일단의 준비가 갖춰졌으니, 티셔츠를 입은 추남, 아니 나와 타카츠키는 예정시각보다 조금 늦게 공원에 도착했다.

     

     뭐 늦었다고는 해도 2,3분 정도다. 미안해한다면 그리 탓하지도 않겠지. 애초에 난 관계없으니까.

     

     

     

     

     "늦어! 지각이야!"

     

     입을 열자마자 혼났다.

     역시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다.

     

     우리를 혼내는 자는 갈색 머리의 트윈 테일 여자.

     

     나보다도 머리 둘 정도 키가 낮은 그 녀석의 눈매는 매우 날카로워서, 길냥이를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큰소리 내지 마. 이웃에 민폐라고."

     날 감싸려는 것처럼. 타카츠키가 앞으로 나선다.

     

     나와 대화하던 때와는 다르게, 의연한 목소리와 표정이다. 그것은 위협적이라고 말해도 좋다.

     

     이쪽이 진짜일까, 아니면 특별히 사이가 나쁜 걸까.

     

     어느 쪽이든, 이런 고압적인 녀석한테 그런 태도를 취하면...

     

     "뭐어? 뭐야 그 태도!? 바보 아냐!?"

     

     당연히 이렇게 된다. 그야 화를 내겠지.

     

     이대로 스트리트 파이트까지 전개되나 싶더니, 바로 중재에 들어선 남자가 있었다.

     

     "자자...진정해 미츠키."

     갑자기, 부드러운 목소리가 주위를 감싼다.

     

     "...료, 료우야..."

     

     "많이 늦은 것도 아니니, 그렇게 화내지 않아도 괜찮잖아. 응?"

     

     "으, 응... 료우야가 그렇게 말한다면..."

     

     왕자가 상쾌한 미소로 그렇게 달래자, 표정이 바뀌어 얼굴을 붉히는 트윈 테일.

     

     왕자 대단해. 순식간에 온순해졌다고.

     네기 선생이냐고 너.

     

     "미안. 이 녀석 맨날 시비를 걸어서."

     왕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 짓더니, 트윈 테일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래서, 그 녀석이 네가 데리고 온 실력 있는 마술사?"

     "맞아."

     그렇게 강하게 긍정하는 타카츠키. 이건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여기 온 뒤로는 한 마디도 말하지 않은 나였다.

     

     아니, 긴장하는 게 아니라 말할 타이밍을 모르겠습니다.

     

     "흐음..."

     

     그렇게 작게 중얼거린 트윈 테일이, 싸늘한 눈길로 내 구석구석을 품평하는 듯 둘러본다.

     

     "...왜 가면을 썼어?"

     

     그걸 눈치채다니... 역시 천재인가...

     

     "이 사람은 여러 가지로 사정이 있어."

     곧장 옹호해주는 타카츠키의 언변에 혀를 내두른다. 언뜻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타카츠키는 정말 싹싹한 녀석이라는 느낌이 든다.

     

     "수상해... 잘도 츠치무라 선생님의 허가가 떨어졌네...

     뭐 좋아. 당신, 이름은?"

     

     "아아... 이름은..."

     그 말을 듣고서야, 타카츠키는 입을 다물었다.

     

     위험해. 변장하고 있는데 코즈미의 앞에서 본명을 말하면 본말전도라고.

     

     그다지 소리 내고 싶지는 않지만, 여기선 내가 처리하는 편이 좋아 보인다.

     

     타카츠키를 오른손으로 제지하고서 불쑥 앞으로 나온다. 뭐든 좋아. 뭐든 좋으니 적당한 가명을 생각해야.

     

     뭐가 좋지. 그냥 적당한 거면 되니까...

     

     "캬베츠 타로다. 잠시 동안이지만, 잘 부탁한다."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다.

     

     선택을 잘못했나. 이럴 거라면 우마이 봉으로 할걸 그랬다. 생각한 대로, 트윈 테일 소녀가 대단히 미심쩍어하는 얼굴로 날 바라본다.

     

     "캬베츠(양배추)......? 뭐야 당신, 장난쳐?"

     

     "장난 아니다."

     

     "장난치고 있잖아! 뭐가 캬베츠 타로야!? 본명을 말해!"

     

     "좋아하는 음식은 오코나미야키입니다."

    "그런 거 묻지 않았어!!"

     

    "너무 물어보면 곤란하타로~"

     

     "그 어미는 전면금지!!"

     

     트윈 테일, 의외로 재밌는 애였다.

     

     

     

     

     

     "네가 타카츠키가 말했던 조력자인가."

     뒤에서 들린 늠름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20대 후반의 정장 차림의 누나가 우뚝 서 있었다.

     

     보아하니 이 안에서는 가장 연령이 높다. 아마 이 녀석들의 선생이겠지.

     

     실제 나이보다도 높게 보이는 사람일 가능성도 있지만, 나 같은 특수한 사람이 둘이나 있겠어?

     

     "이야기는 들었어. 본래 누군지 모르는 외부인에게 협력을 부탁하고 싶진 않지만, 이번에는 약간 버거운 모양이라서 말야. 협력은 감사하지만, 부디 수상한 짓은 하지 마."

     이 사람도 트윈 테일과 마찬가지로, 약간 가시 돋친 느낌이다.

     새로운 직장에 익숙지 않아 약간 위축된 모습의, 밤비노 1권에서 맛본 그 답답한 감각. 그야말로 그거.

     

     

     "자기소개가 아직이었지. 난 이 녀석들을 맡은 츠치무라 나에다.

     그리고 여기 있는 애들이 내 학생들."

     

     츠치무라라고 이름을 댄 누나의 손끝에 맞춰 주욱 늘어서는 4명의 소년소녀들이었다.

     

     먼저 선두에 선 자는 아직도 날 노려보기를 그만두지 않는 눈매가 나쁜 갈색 트윈 테일.

     

     

     "우토 미츠키야. 말해두지만 이상한 짓거리를 하면 때릴 거다?"

     그 오른쪽에 있을 때 특히나 가느다란 녹색 머리카락을 가진 무표정한 소녀. 이 소녀는 언뜻 보아 외국인 같은 외모다.

     

     

     "티아 버밀리온. 잘 부탁해.'

     

     이 아이는 아직 내게 적대심을 품지 않았지만, 예의상으로 하는 느낌의 작은 인사를 해줬다. 다만 한 가지 신경 쓰이는 점이 있다면, 목소리에 억양이 없고 표정에 변화가 없다. 가면을 쓴 듯한 소녀다.

     

     "나는 시시도 료우야. 함께 잘해보자."

     

     

     상쾌한 미소를 짓는 시시도가 오른손을 내게 내민다. 이걸로 이 녀석과의 악수는 두 번째가 되는가.

     

     "저기, 시시가미 코즈미예요... 잘 부탁드립니다..."

     

     쭈뼛거리는 태도로 다가온 코즈미가, 정중히 꾸벅 고개 숙인다. 이 녀석은 예전부터 낯을 가리니 예상대로의 반응이지만, 뭔가 상태가 이상한데...?

     경계하고 있나?

     

     뭐 됐다. 어차피 내가 알 바 아니지.

     

     

     

     

     

     

     사냥의 목적은 요마의 수색이라서, 결국 두 팀으로 나뉘게 되었다.

     

     인원은 이렇다.

     

     나, 타카츠키, 녹색 머리, 트윈 테일.

     

     선생, 왕자, 코즈미.

     

     이 멤버로 찾아내는 대로 죽여도 좋고, 별동대에 보고해서 응원을 불러도 좋다. 소수를 세면서 가만히 있어도 좋고, 멋들어진 술집에서 한잔 해도 좋다.

     

     어쨌든 죽지 않는 걸 명심하라고 츠치무라 여사는 진지하게 말해줬다.

     

     "그럼,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알려라."

     그렇게 말을 남긴 츠치무라 여사의 멤버는 가버렸다. 들은 바에 의하면 왕자 일행은 마을 바깥, 우리는 산 쪽의 요마를 담당하는 모양이다.

     

     "그럼, 우리도 가보자. ...캬베츠 타로 씨."

     

     "응...그래...타카츠키 군..."

     캬베츠 타로 씨는 슬퍼하지 않아.

     왜냐면 강하니까.

     

     

     "잠깐, 왜 너희들끼리 정하는 거야. 갑자기 온 녀석이 대단한 척 굴지 말라구."

     나와 타카츠키의 대화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따지는 트윈 테일..... 말하기 어려운데. 더 좋은 이름은 없는 거냐고.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이름이 미츠키였지.

     

     "그렇게 화내지 말라고 미키."

     

     "미츠키야! 이상한 별명 붙이지 마!!"

     

     이상한 별명이라니 흘려들을 수 없는데. 꽤 친숙한 녀석을 오마쥬 했다고. 그래, 이것은 오마쥬다. 결코 표절이 아니다. 그보다 성까지 똑같으면 키 블레이드로 살해당할지도! 하핫☆

     

     등 뒤에서 익숙한 소리가 나온 거슨, 그 직후였다.

     

     "저기, 죄송한데요..."

     머리만 돌려보니, 이미 출발했을 터인 코즈미가 쭈뼛거리며 말을 걸어왔다.

     

     설마 들켰나?

     

     "무슨 일인데?'

     

     "아뇨...저기...그..."

     

     약간 가시 돋친 목소리로 질문했다. 그러자 겁먹었는지, 조그만 목소리로 뭐라뭐라 두 세 마디를 중얼거렸다. 하지만 솔직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그렇게 우물쭈물하는 사이, 저쪽에서 코즈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왕자다.

     

     "코즈미~? 빨리 와~!"

     

     "앗...! 아, ...아으..."

     

     나와 왕자를 교대로 바라보며 약간 고민하던 모습을 지은 끝에, 깊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래?"

     

     "네... 거듭 죄송했습니다..."

     다시 정중한 인사를 하고서, 코즈미는 왕자를 쫓아가려고 달려갔다.

     

     저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깊게 물어보지 않아서 다행이다. 말하고 있으면 묘하게 정체가 탄로 날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럼, 슬슬 가볼까 타카츠키."

     

     "예, 선생님."

     "선생님이라고 하지 마."

     "그럼 스승님."

     

     "그만해."

     정말 그만해.

     

     몸이 간지럽다고.

     

     "정말이지...

     대체 왜 코즈미만 료우야랑 함께냐구...

     이젠 됐어. 가자 티아."

     깊게 탄식하는 미키. 그에 동조하는 것처럼, 녹색 머리의 소녀는 안색을 바꾸지 않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서두르는 편이 좋아. 이미 움직이고 있어."

     티아는 그것만 말하고는 곧장 몸을 날려서, 미키와 함께 먼저 가버렸다.

     

     내가 생각하는 것도 뭣하지만,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소학교의 급식 시간 같은 느낌으로 괜찮을까.

     

     여러 불안요소를 품으며, 요마 사냥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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