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3 satoh 412022년 07월 29일 12시 27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26
슈퍼마켓의 휴게실에서 혼자 박스 접기에 힘쓰고 있자, 지친 표정의 사사미네 미코 양이 들어왔다.
"수고했어."
"아.......사토 군... 수고했어."
사사미네 양은 그렇게 대답하는 둥 마는 둥, 어두운 표정으로 테이블에 엎어지더니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어라, 오늘 일이 그렇게 힘들었나? 항상 기운찬 사사미네 양답지 않아. 이것은 말을 걸어봐야 하나.
"사사미네 양, 무슨 일 있었어?"
".........들어줄래?"
완만한 움직임으로 고개만 이쪽으로 돌리고서, 가라앉은 목소리로 되묻는다.
"아니...그야 나로도 괜찮다면 듣겠지만."
힘이 될지 말지는 제쳐두고.
"저기..."
긴장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한다. 항상 미소였던 만큼 이런 표정은 매우 귀중하다.
"요즘, 이 근처에 나온다고 해..."
"...뭐가?"
내가 그렇게 묻자, 사사미네 양은 핼쑥한 표정으로 두려워하는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떨리는 어조로 살짝 중얼거린다.
"유, 유령..."
"유령?"
뭐야 그건.
너무나도 예상외였던 얼빠진 대답에, 무심코 눈썹을 찌푸린다.
그런 내 태도가 맘에 안 들었는지, 사사미네 양의 단정한 얼굴이 점점 빨개졌다.
"사, 사토 군 지금 날 바보 같다고 생각했지!?"
분홍색 입술을 파르르 떨면서, 드물게도 약간 소리 높여 항의한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
조금 놀랐을뿐이다.
이상한 녀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치, 친구들 중에 봤다는 사람이 꽤 많단 말야!"
"흠~ 그렇구나."
"아~! 역시 믿지 않네!?"
"아니, 믿는다니까."
유령인지 아닌지는 제쳐두고, 어제 뭔가가 서성거렸던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난 무차별 살인마가 아닌가 싶어 노려보기만 했다.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유령보다 무차별 살인마 쪽이 훨씬 무섭다. 이 세상에 사람의 악의 정도로 두려운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다.
"그 유령, 언제부터 소문이 났어?"
"응? 그, 그러네... 2주일 전...정도려나..."
의외로 역사가 얕다. 그보다 거의 최근에 일어난 일이잖아. 정말 인위적인 것이 아닌 건가.
사사미네 양은 손에 든 차를 마시며 한숨 돌린 후, 의미심장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 유령 말인데... 이야기에 따르면, 검은 그림자 같은 것이 어둠 속에서 스으윽 하고 나타난대."
"스으윽..."
뭐냐 그 의성어는. 기분 나빠.
"아~ 나 오늘 돌아갈 때 어쩐담... 왠지 불안해졌어..."
"그럼, 누구랑 같이 돌아가면 되지 않아?"
사사미네 양은 친구가 많으니 집 방향과 시간대만 맞으면 같이 돌아갈 사람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특히 종업원 남자들한테 직접 부탁한다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마구 낚일 것이 틀림없다. 가슴도 크니까.
"뭣하면, 점장님 차에 태워달라고 해도 되고."
".........그거라면...사토 군이........"
"......?"
왜 여기서 내 이름이 나오지. 하고 생각했을 때, 시계의 분침이 쉬는 시간의 끝을 고했다. 일이다.
"그럼, 난 이만."
"아, 응... 수고해."
사사미네 양을 두고 문을 열었을 때, 뒤에서 작은 한숨이 들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사미네 양, 아무래도 정말 유령을 두려워하는 모양이다. 내가 점장한테 말해두자.
하지만, 유령인가.
나도 조금 신경 쓰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
그날 돌아가는 길, 또 그 기척이 내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아무도 없다.
강풍이 수풀을 건들거리고 있어서, 주변의 소리를 분간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있다. 그것도 확실하게.
거기다 이번에는 기척이 둘이다. 꽤 빠른 속도로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쪽은 어제 이 부근을 서성거리던 녀석. 또 한쪽은 처음 느끼는 기척.
두 기척이, 마치 술래잡기를 하는 것처럼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이미 목전까지 도달했음을 눈치채고, 서둘러 주먹을 들며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렇게 있자, 하늘에서 한 남성이 떨어졌다.
"......뭐야?"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여서, 떨어지는 물체를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캐치한다.
충격으로 팔이 저렸지만, 그걸 신경 쓸 정도의 여유는 없었다.
품속의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이는 나와 비슷한가. 옅은 은발과 구릿빛 피부의 청년이다.
몸체가 전체적으로 컸고, 옷 위에서도 다부진 근육의 감촉이 전해져 온다.
어제 저녁 코즈미와 있었던 금발(이름은 잊었다)이 상쾌함 계열이라면, 이 녀석은 와일드 계열이라고나 할까.
요코하마의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을 것 같다.
아니, 그런 일은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녀석이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점이다.
거기다 어째선지 온몸이 상처투성이고, 숨도 매우 거칠다. 가까스로 의식을 유지하는 느낌이다.
어이어이 위험하다고. 이런 걸 내버려 두면 큰일 난다고.
"어이, 괜찮아!? 정신 차려!!"
내가 그렇게 부르자, 은발 남자는 힘겹게 눈을 떴다. 시선이 맞은 순간 눈을 부릅뜨더니 경악의 표정을 짓는다.
"너...일반 시민인가...? 어째서 여기에...!?"
"뭐...?"은발은 험악한 표정으로 내게 물어보았다. 하지만, 만신창이라 그런지 쉰 목소리를 내는데 그친 모양이다.
"어디의 누군지는 모르지만, 지금 바로 여기서 도망쳐......"
뭐야,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이 녀석은. 상황이 전혀 파악되지 않지만,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다.
"이제 됐어. 말하지 마.
기다려 봐, 지금 바로 구급차를..."
서둘러 주머니 속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서, 통화 화면으로 바꾼다.
이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됐더라? 110번? 119번? 젠장, 이세계의 삶이 너무 길어서 상식의 기억이 애매하다.
그런 식으로 혼란스러워하는 날 보고, 남자의 표정은 더욱 험악한 것으로 바뀌어간다.
"그런 짓은 안 해도 돼...!
괜찮으니 빨리 도망쳐. 우물쭈물하다가는......녀석이ㅡㅡㅡㅡ:"
그의 외침을 가로막듯이, 그것은 수풀 안쪽에서 나타났다.
뒤를 돌아보고, 돌아보고ㅡㅡㅡㅡ동골이 열리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히히히히히히히."
웃음소리가 들렸다. 천진난만한 어린이의 그것과도 비슷한 유쾌한 음색.
하지만 그 너무나도 추악함에, 소리가 귀에 닿는 순간 무심코 닭살이 돋는다.
유열이 듬뿍 담긴 그 소리는, 사람이 낼만한 것이 아니다.
호랑이였다.
눈앞에서, 검은 호랑이가 나타났다.
"히히히히히히히힛. 이몸한테서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동물원에서 도망친 것은 아닌 모양이다.
".......뭐야 이 녀석."
왜 이런 녀석이 지구에 있는 거냐. 이상하다고.
UMA냐. UMA인 건가. 역사적인 대발견인가.
"젠장... 따라 잡혔다...
어이, 너, 빨리 날 놔두고 도망쳐! 죽는다고!!"
은발이 노호성을 지른다. 하지만, 눈앞에 중환자가 있는데 놔두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상황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이 녀석은 적이다. 그것만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럼, 죽여버릴 수밖에 없잖아.
"앙~? 뭐야? 또 한 마리 있잖아~ 뭐 좋아. 한꺼번에 먹어주마."
나의 존재를 깨달은 호랑이는, 입에서 송곳니를 드러내면서 위협하기 시작한다.
칠흑의 털을 일제히 곤두세우며, 땅에 기어있는 것처럼 자세를 잡는다.
"빨리 해...! 여긴 내가 막을 테니.......!!"
은발 남자가 성치 않은 몸으로 내 방패가 되기 위해 앞으로 나선다.
하지만 걸음을 재촉하는 다리는 이 이상 없을 정도로 후들거린다.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다.
그걸 보고, 호랑이는 감탄한 듯이 눈썹을 찌푸린다.
"헐, 아직도 맞서는 거냐고? 인간 주제에 좀 치잖아. 아니면 단순한 바보냐?"
잠시 뜸을 들이고서, 호랑이는 그 얼굴을 비릿한 미소로 채웠다.
"뭐, 어느 쪽이든 좋지만! 오랜만의 인간이다! 먹을 수 있다면 뭐든 좋아!! 편식하면 안 되고 말고~!!"
딱히 상관없지만, 이 녀석 입냄새가 심하다.
떨어져 있어도 냄새나.
"일반인한테 손대게 할 순 없어...!"
짧게, 그리고 카랑카랑한 노호성을 입에 담으면서, 은발의 양손에 야구공 크기의 불덩어리가 발생한다.
마술ㅡㅡㅡㅡ이세계에서 본 것과 같다. 이쪽에도 같은 기술이 있었는가.
하지만 저런 상태라면 당연히 제대로 발동할 리가 없다. 예상대로, 은발의 불꽃은 다 되어가는 전구처럼 점멸을 반복했다.
이제 이 녀석은 말로 해도 멈추지 않겠지. 돌이킬 수 없게 되기 전에 은발의 소매를 붙잡고, 뒤쪽으로 끌어당긴다.
"앗...!"
순간, 은발의 단정한 얼굴이 크게 일그러졌다.
"너는 이제 됐으니 쉬고 있어."
시선은 맞추지 않고 호랑이에게로 향한다. 그런 내게 잠시 어안이 벙벙해하던 호랑이였지만, 곧장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
"아앙~!? 뭐야 넌? 평범한 인간이 이몸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냐?"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것처럼, 호랑이는 그 날카로운 송곳니를 입에서 내비친다.
"어, 어이! 뭐 하고 있어! 그 녀석이 보통 생물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라고!"
다급히 내게 말을 건다. 한쪽은 만용을 한탄하듯이, 또 한쪽은 무모함을 비웃으면서.
그것들을 한꺼번에 무시하고,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요즘 소문으로 듣던 유령이 너였구나."
"나 인간들한테서 그런 식으로 불리고 있어? 헐~ 처음 알았는데."
호랑이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어조로,
"그게 어쨌다고?"
"알바 친구가 두려워하고 있다. 밤에 귀가하기 무섭다더라."
사사미네 양은 좋은 사람이다. 내가 신입이었던 시절 여러 번 신세를 졌다. 지금도 친구로서 나를 신경 써주고 있다.
"그러니 죽인다."
똑바로, 시선을 돌리지 않고, 난 호랑이에게 선언했다.
"...원숭이가 입만 살아서는."
내 말에 분노의 불씨를 당겼는지, 호랑이의 근육이 털 위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부풀어 올랐다. 기부 ㄴ나빠. 그에 비례하여, 내게 보내는 살기의 질이 보통이 아니게 되었다.
그리고 이 뭐라 말하기 어려운 압박감.
이거, 마력이다.
"ㅡㅡㅡㅡㅡ쉭."
깜짝 놀랄 틈도 없이, 호랑이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주변에 질풍이 몰아친다. 호랑이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깊게 함몰된 아스팔트에서 그 범상치 않은 각력이 느껴진다.
호랑이의 질주는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그대로 전등, 나무, 벽, 주위의 모든 것을 써서 내 주위를 종횡무진으로 달려 나갔다.
어둠의 상승효과도 있어서, 보통 사람이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캬아!!"
"우왓..."
등 뒤에서 다가오는 손톱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한다. 지금 것은 정말 위험했다. 몇 개월이나 싸우지 않은 탓에 몸이 둔해져 있다.
이건 빨리 결판을 내는 게 좋겠어.
"오, 좀 하는구만! 하지만 그래선 다음 것에 따라갈 수 없다고!!"
호랑이의 모습은 가속에 따라 형태를 바꿔서, 이제 거의 가느다란 선으로만 보인다. 주위를 달리는 소리가 거의 끊임없이 메아리치고 있다.
이 안에서 호랑이의 움직임을 정확히 포착하는 일은 좀 어려웠다.
"히히히히히히히힛! 자아!! 죽어ㅡㅡㅡㅡ"
"우쭐대지 마."
뒤로 돌아가서 두 꼬리 중 한쪽을 거머쥔다. 호랑이는 잠시 뭐가 일어났는지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있는 힘껏 지면에 패대기쳤다.
"끄엑.......!?"
한 발로는 끝나지 않는다. 다시 한번 높게 들어 올리고, 다시 힘을 줘서 내리친다. 육체의 강도가 정말 높은지, 아스팔트가 푸딩처럼 깨졌다.
이걸로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이 녀석 아직 숨이 붙어있다.
그래서, 끝장을 내기 위해 이번에는 호랑이를 상공으로 내던졌다. 수직 던지기다. 이거 시험에 나온다고.
오른팔에 마력을 집중시켜서, 떨어지는 호랑이의 복부를 향해 혼신의 주먹을 날린다.
"크오오ㅡㅡㅡ카악!!!?!"
호랑이의 강인한 몸은 그야말로 강철 같은 저항을 보여줬지만, 쏜살같은 기세로 내지른 나의 오른주먹은 복근을 뚫고 갑옷 같은 뼈를 분쇄하기에 이르렀다.
"크ㅡㅡ아!! 커ㅡㅡ아아아아아아아아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절규.
인간이었다면 세 번은 죽었을 양의 혈액을 흘린 호랑이는, 그대로 지면에 눕더니 아픔에 의해 발버둥친다.
이 상태로 내버려 두면 조만간 죽을 거라 생각하지만, 방심은 금물. 곧장 호랑이의 배를 오른발로 고정시키고, 끝장을 내려고 안명을 강타한다.
"꽥!?"
그것이 호랑이의 마지막 대사였다.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되었다고 예상했었지만, 찌그러진 호랑이의 안면은 안개처럼 흩어졌으며 남은 나머지 부분도 마찬가지로 사라지고 말았다.
".........후우."
이겼다.
두말할 것 없는 퍼펙트 게임이다.
마물과의 전투는 실로 1년 만이었지만, 무사히 쓰러트려서 다행이다.
"바, 바보 같은............."
등 뒤에서의 목소리에 돌아보니, 지면에 엎어져있는 은발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이런, 잊고 있었다. 애초에 이 녀석이 최우선이었다.
마술을 쓰는 모양이니 일반인보다 생명력은 높겠지만, 만일 죽어버리면 뒷맛이 나빠진다.
나는 회복이나 덴데 같은 기술은 전문 외라서 곧장 병원으로 옮기는 편이 좋을 것이다.
다시 한번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은발 남자에게 다가갔다. 직후,
"너...
아니... 당신은 대체...?"
그 물음을 들은 순간, 나의 걸음이 멎는다.
"나는......."
무엇일까.
일반인?
슈퍼마켓의 알바?
아니면 프리터?
전부 맞지만 전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시절의 칭호는 이미 이 세계에선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나는.
"나는... 사토 소스케.
용기 있는 젊은이다."
그러자 은발이 매우 수상쩍어하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본 탓에, 미묘한 분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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