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2장 4 레온 소년
    2022년 07월 15일 09시 30분 3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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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470gm/26/

     

     

     

     지난 인생에서, 레온과 나는 사이가 나빴다. 나와는 주종관계임에도 서로 얼굴도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레온은 건방지다. 어렸던 내게, 레온은 항상 대들면서 무시하는 말투를 썼다.

     그럼에도 내가 레온을 계속 종자로 삼았던 것은, 아버님의 명령이었기 때문이다.

     마르케스 남작의 자식인 레온은, 공작가의 딸인 내 종자에 어울리는 태생이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난 곧장 레온을 잘라버렸을 거라 생각한다.

     

     또 하나는, 내 쪽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레온은 죽은 앨리스의 후임이었다.

     나는 앨리스가 죽은 슬픔을 그만 레온한테 풀고 말았다. 거기다 항상 상냥했던 앨리스와 레온을 비교하며 불만을 말했었다.

     이러니 레온이 싫어하는 게 당연하다.

     

     난 지금 눈앞에 있는 11살의 레온의 푸른 눈동자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레온은 기분 나쁜지 뒤로 물러났다.

     

     "아~ 아가씨?"

     

     "어라, 레온이잖아. 잘 지냈니?"

     "나름대로는."

     

     뚱한 표정으로, 레온이 말했다.

     ......귀엽지 않아.

     이목구비는 단정하고, 앳된 모습은 분명 미소년이지만.

     

     "이런 곳에서 놀고 있으면 나으리한테 혼난다구요."

     "괜찮아. 할 일은 했으니까."

     

     레온은 어이없어했다.

     

     "그렇다고 해서, 왜 아가씨께서 주방에......"

     

     그때 레온은 발걸음을 멈췄다.

     냄비에서 풍기는 좋은 냄새를 깨달은 모양이다.

     

     냄비 안을 바라보는 레온.

     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레온을 바라본다.

     

     "......먹을래?"

     

     "따, 딱히 필요 없습니다......!"

     

     그때, 레온의 배가 꼬르륵 울렸다.

     나와 필이 바라보자, 레온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아, 아닙니다......!"

     

     하지만 다시 레온의 배에서 소리가 난다.

     필은 접시에 아로스 콘 레체를 담아서 레온한테 내밀었다.

     

     "이거 줄게."

     

     "뭐, 뭐어, 모처럼이니 받아두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레온은 스푼으로 음식을 떠서 입으로 날랐다.

     즉시 얼굴에서 빛이 난다.

     

     맛있었나 보다.

     ......나이에 걸맞은 행동도 할 줄 아네.

     

     "이걸 만든 사람은......?"

     

     "나야."

     필이 쭈뼛거리며 손을 든다.

     레온은 필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너, 대단한데......!"

     

     그렇게 말하고서, 레온은 얼른 입에 손을 갖다 댔다.

     나이 차이가 하나 난다고는 해도, 필은 왕족 출신이며 차기 공작. 하인이 편히 말해도 될 상대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필은 고개를 옆으로 내저으며 미소 지었다.

     

     "너라고 불러도 돼."

     

     "하지만, 필 님께선 다음 공작님이시니......"

     "하지만 지금은 단순한 열 살짜리 아이니까."

     

     그리고 필은 날 올려다보았다. 그를 따라서 레온도 날 바라보았다.

     난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 괜찮아. 둘 다 아직 어린애니까. 그냥 어린애다운 말투를 쓰는 게 어때?"

     

     "그런 클레어 아가씨도 어린애입니다만."

     레온이 그렇게 말한다.

     쓸데없는 말을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레온이 부끄러운 듯 얼굴을 돌린 모습을 보니 흐뭇해졌다.

     부끄러워하면서도 그런 말을 하는구나.

     

     필은 기뻐하며 레온에게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해...... 근데 이름이......"

     

     "레온입니다. 레온 라 마르케스."

     "레온 군, 잘 부탁해."

     

     "......잘 부탁......합니다."

     

     레온은 그릇을 놓더니, 주춤거리며 손을 내밀어 필의 손을 붙잡았다.

     필은 쑥스럽다는 듯 미소 지었고, 레온도 얼굴을 붉혔다.

     

     필한테 친구가 생긴 것은, 누나인 나로서도 기쁘다.

     

     순조롭다고 생각하고 있자니, 레온이 날 돌아보았다.

     

     "아~ 아가씨. 중요한 용건을 말씀드리는 걸 잊을 뻔했습니다."

     

     "용건? 뭐길래?"

     

     기분 좋게 물어본 나는, 다음 순간 얼어붙게 된다.

     

     "왕태자 전하께서 방문하셨습니다. 아가씨의 약혼남인 왕태자 전하 말이죠."

     레온은 별일 아니라는 것처럼,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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