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2장 3 요리하자!
    2022년 07월 14일 18시 01분 2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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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470gm/25/

     

     

     

     어쨌든, 나와 필은 동굴에서 무사히 돌아왔다.

     시아가 공작가에 입양된 것은 위협적이지만, 곧장 어떻게 된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지금은 시아도 귀여울뿐인 소녀고, 어째선지 내 여동생(?)이 되어서 날 흠모하고 있다.

     

     아아, 평화로워.

     그런 나날이 며칠 이어지던 어느 날, 나와 필은 다시 저택의 주방에 서 있다.

     

     "오늘은 특별히 주방을 사용할 허가를 받아왔답니다."

     내가 자랑스럽게 말하자, 필이 피식 미소 지었다.

     

     "......왜 존댓말이야?"

     

     "왠지 모르게요. 어쨌든, 이걸로 필의 요리 실력을 마음껏 떨칠 수 있다는 말이에요."

     필이 꺼낸 재료는 간단한 것들이었다.

     설탕, 우유, 그리고 약간의 레몬 과즙.

     

     그리고 봉 모양의 계피다. 동방의 섬나라에서 난다는 이 향신료는, 카롤리스타 왕국의 요리에서도 폭넓게 쓰이고 있다.

     

     필은 마지막으로 오래된 곡물을 끄집어냈다.

     

     "......쌀?"

     "응."

     

     필은 고개를 끄덕였다.

     

     "뭘 만들려는데?"

     

     "그건...... 만들고 나서의 재미로."

     

     미소 지은 필은, 불을 붙이고는 붉은 구리 냄비에 우유와 레몬 과즙, 그리고 계피를 넣었다.

     

     "저기...... 내가 도와줄 일은 없니?"

     "누나는 봐주기만 하면 돼."

     "그래도 그럼 미안한걸."

     

     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손바닥을 탁 쳤다.

     

     "그럼 쌀을 씻어줄래?"

     

     "쌀을?"

     

     "응."

     쌀을 씻기 전에 씻는다는 지식은 있지만, 당연히 귀족집 딸인 나는 실제로 해본 일이 없다.

     필도 그 점을 깨달았는지, 내게 방법을 가르쳐줬다.

     

     내가 다 씻은 쌀은, 어느 틈엔가 끓여놓은 우유의 냄비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걸 끓인다.

     

     이제부터는 꽤 긴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필과 나는 주방의 의자를 가져와서 걸터앉았다.

     

     그리고 수다를 떨면서 키득거렸다.

     때때로, 필이 냄비를 휘젓는다.

     

     이윽고 냄비의 내용물이 굳었다. 필은 불을 끄고서, 그 새하얗고 걸쭉한 쌀을 냄비에 담았다.

     이상한 모습이다.

     

     필은 예쁜 미소를 지었다.

     

     "자...... 먹어봐."

     난 스푼을 들어서 그걸 입으로 날랐다.

     열기 속에서, 우아한 단맛이 느껴진다.

     

     "이상한 감촉...... 하지만 부드럽고...... 정말 맛있어."

     

     "아로스 콘 레체라고 해. 왕도의 저택에서 가끔씩 만들었어."

     

     "이곳 북방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 음식인걸? 이렇게나 맛있는데, 왜 그럴까?"

     "귀족들은 잘 안 먹을지도 몰라. 오래된 쌀을 맛있게 먹는 방법이니까."

     

     그렇게 말하는 필도, 귀족 중의 귀족인 왕족인데. 하지만 필한테는 좋은 의미로, 귀족다운 분위기가 거의 안 난다.

     내가 열심히 먹고 있자, 필이 키득거린다.

     

     "차가워도 맛있으니까...... 조금 남기지 않을래?"

     "으, 응......"

     

     "누나가 맛있게 먹어주면, 나도 기뻐.:"

     

     "나도...... 필이 날 위해서 또 과자를 만들어줘서, 정말 기뻐."

     ......다음에는 내 차례야. 언젠가 요리를 배워서 필한테 먹여줘야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주방에 발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

     

     금발의 어린 소년. 나보다 연하고, 상급 하인의 옷을 입고 있다.

     푸른 눈동자는 건방진 반짝임을 내고 있다.

     

     "뭐하고 계십니까...... 클레어 아가씨?"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한 자는, 레온이라는 이름의 아이였다.

     레온 라 마르케스.

     마르케스 남작의 아들이며, 지금은 10살일 터.

     

     그리고, 지난번 인생에서 내 종자였으며...... 나의 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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