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화 마을사람 A는 전생의 기억을 떠올린다
    2022년 06월 17일 11시 21분 2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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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kakuyomu.jp/works/16816452218841045726/episodes/16816452218841343775

     

     나무위키 : https://namu.wiki/w/%EB%A7%88%EC%9D%84%EC%82%AC%EB%9E%8C%20A%EB%8A%94%20%EC%95%85%EC%97%AD%20%EC%95%84%EA%B0%80%EC%94%A8%EB%A5%BC%20%EC%96%B4%EB%96%BB%EA%B2%8C%EB%93%A0%20%EA%B5%AC%ED%95%98%EA%B3%A0%20%EC%8B%B6%EC%96%B4#s-3

     

    ※ 제2회 어스 스타노벨 대상에서 가작(2등상)을 수상했습니다. 대상은 헬모드


     

     "아나스타샤, 지금 이 시간부로 너와의 약혼을 파기한다!"

     휘황찬란한 댄스홀에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여기는 센트랄렌 왕국의 왕도 루르덴에 있는 왕성이며, 왕립 고등학교의 학년말 파티가 열리는 도중이다.

     

     목소리의 주인은 칼하인츠 발티유 폰 센트랄렌 왕태자 전하. 이 나라의 왕족의 특징인 붉은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 그리고 훤칠한 잔근육형의 체형을 가진 그야말로 왕자님 다운 미남이다.

     

     그의 옆에는 분홍색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가련하고도 자그만 체형이라 감싸주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여성, 에이미 폰 블레이스 남작영애가 불안한 표정으로 달라붙어 있다.

     

     그런 그녀를 지키는 것처럼 왕태자 전하 외에도 4명의 미남이 주위에 포진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왕태자가 손찌검을 하는 대상은 그의 약혼녀인 아나스타샤 클라이넬 폰 람즐렛. 아이스블루의 눈동자, 그리고 씩씩한 분위기의 굳센 인상을 주는 단정된 이목구비의 이 여성은, 이 나라의 3대 공작으로 꼽히는 명문 람즐렛 공작가의 영애다.

     

     "전하, 말씀하시는 의미를 모르겠습니다."

     "흥. 여전히 이해력이 부족한 여자로군. 너처럼 성격 더러운 여자가 아니라 이렇게 상냥하고 치유의 힘까지 가진 에이미야말로 내 약혼녀에 어울리지 않겠느냐."

     

     그러자 그녀의 눈썹이 움찔하고 움직였지만, 그 이상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왕태자에게 반박한다.

     

     "예의범절도 귀족의 소양도 모르는 그녀가 괜찮다고 하시는 겁니까? 전하께서는 그 여자가 국모에 합당하다고 진심으로 생각하시는 겁니까?"

     

     아나스타샤는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냉랭한 시선을 에이미한테 향한다.

     

     그 시선을 받은 에이미는 움찔거리며 위축되었고, 그 모습을 본 왕태자가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바보 같은 말 마라! 그녀의 상냥함이야말로 이 나라에 필요하단 말이다. 일일이 쓸데없는 이유로 따지는 너 따윈 필요 없다. 애초에, 우리는 네가 에이미한테 했던 수많은 괴롭힘도 알고 있다! 너 같은 성격의 여자야말로 국모에 어울리지 않아!"

     

     눈동자에 분노의 화염을 불태우며 아나스타샤를 규탄하는 왕태자 전하. 그리고 측근 4명의 남자가 "맞다, 맞아!" 라며 찬성하고 있다.

     

     

    ****

     

     

     라는 꿈을 꾸었다, 로 끝난다면 고생은 안 한다.

     

     내 이름은 아렌. 센트랄렌 왕국의 왕도 루르덴에 사는 8살의 매우 평범한 소년이다. 가족은 어머니와 나뿐. 빈곤하지만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다.

     

     다만 하나 평범하지 않은 것은, 조금 전 갑작스럽게 성대한 재채기를 해버린 반동으로 항공 엔지니어로서 일했던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는 것이다.

     

     괜찮아, 기억은 돌아왔지만 나는 아렌이 틀림없다.

     

     인격은 전생과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행동해왔는데, 방금 전 전생의 기억이 갑자기 돌아온 감각이다. 혼란되기는 하지만 위화감은 전혀 없다.

     

     그런데, 갑작스럽지만 지금의 상황이 안 좋다. 어쨌든 진짜 안 좋다.

     

     먼저 설명하자면, 이 세상은 스마트폰 용 여성향 게임 [매지컬☆판타지 ~사랑의 두근두근♡스쿨 라이프~]의 세계라고 생각한다.

     

     일단 지금은 이 닭살 돋는 게임의 작명센스는 따지지 말아 줘.

     

     그래서 뭐가 위험하냐면, 이대로 간다면 나도 어머니도, 그리고 마을 사람들도 8년 후에 모두 죽게 된단 말이다.

     

     그걸 눈치챈 것은 내가 사는 나라와 마을의 이름, 그리고 8살의 칼하인츠라는 이름의 왕태자 전하와 아나스타샤라는 이름의 공작영애의 약혼 뉴스가 전생의 기억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은 말이지.

     

     앗차, 조금 성급했을지도 모르겠네.

     

     먼저 게임의 이야기를 계속해보자.

     

     그 후, 너무나 일방적인 비난을 견디지 못하게 된 아나스타샤는 손수건을 꺼내서 에이미한테 던져 결투를 신청한다.

     

     아나스타샤라는 여성은 매우 냉정하고 얼음장 같은 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강한 의지로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여성이다. 그리고 그때는 여태까지의 경위도 있어 분노가 그 자제력을 뛰어넘었다는 상황일 것이다.

     

     그리고 결투를 신청한 것은 좋았지만, 에이미의 결투 대리인으로서 아나스타샤의 약혼남인 왕태자가 스스로 입후보한 것이다.

     

     왕태자한테 결투를 신청할 자가 있을 리 없어서, 아나스타샤는 스스로 싸워서 지고 만다.

     

     져버린 아나스타샤는 그대로 학교에 나오지 않고 지방의 수도원으로 보내졌고, 가는 길에 도적한테 습격당해 행방불명이 된다.

     

     여기까지만 보아도 상당한 똥겜.....크흠, 별난 전개가 되지만, 이야기는 이걸로 끝나지 않는다.

     

     먼저, 기분 나쁘게도 그 도적은 왕태자가 보낸 녀석들이다.

     

     아니, 정확히는 게임 안에서 명확히 설명하는 장면은 없지만, 그렇게 생각되게 만드는 발언이 드문드문 등장한다.

     

     그리고 그 일을 계기로 권력의 밸런스가 무너져 내란이 일어나고, 왕국의 통치는 크게 흐트러진다. 그리고 그 혼란에 편승해 동쪽 나라 에스트 제국이 전쟁을 걸어온다. 그리고 혼란스러운 왕국은 그 전광석화의 진군에 대응하지 못해서, 우리가 사는 왕도 루르덴은 잿더미로 바뀌어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상황이 매우 안 좋다고 말한 이유다. 하지만, 나는 크게 소리치고 싶다.

     

     너희들의 쓸데없는 치정 싸움에 우리들 민중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그런고로, 어쨌든 나는 우선 어머니의 안전을 확보하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 제국의 침략을 받지 않을 상황을 확보하고 싶다.

     

     참고로, 루르덴을 버리고 도망친다는 선택지는 취할 수 없다. 이 나라에서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사의 자유가 없는 것이다.

     

     방법은 몇 가지를 생각했지만, 나는 악역영애 아나스타샤의 단죄를 뒤집어엎는 길을 고르기로 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만일 게임대로 나아간다면 무엇을 해야 뒤집을 수 있을지 예측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단순히 내가 그녀를 구해주고 싶어서다.

     

     아나스타샤는 이 게임에서 내가 마음에 들었던 유일한 캐릭터다. 죽게 놔두고 싶지 않다.

     

     이 악역영애 아나스타샤. 악역으로 일컬어지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이다.

     

     "신분제도가 있으니 예절을 지켜."

     "식전과 식사의 매너를 지켜."

     "약혼자가 있으니 오해를 살만한 짓은 하지 말고 시키지도 마."

     

     "백성의 세금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정략결혼의 의미를 생각하고 나라를 위해 백성을 위해 노력해."

     

     "왕태자한테는 왕태자의, 귀족한테는 귀족의 의무가 있다. 그걸 지켜."

     어투나 뉘앙스가 약간 다른 점은 있겠지만, 아나스타샤의 말투는 대략 이런 느낌이다.

     

     이렇게 말하자 밑에서는 괴롭힌다, 위에서는 짜증 난다, 잔소리만 해서 재미없다, 러브 앤 피스 최고.

     

     그래서 그 결과가 왕도 괴멸이라니?

     

     그리고 더 말해보자면 아나스타샤는 8살에 왕태자와의 정략결혼이 결정된 뒤로 국모가 되기 위해 피를 쏟는 노력을 거듭해왔다.

     

     그 노력의 결과가 이렇다니 너무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리고 단죄 이벤트 후에 행방불명된 아나스타샤는 죽은 것이 아니다. 그녀는 도적한테 농락당한 뒤, 심신이 망가진 뒤 에스트 제국으로 팔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제국한테서 마검을 받아 암흑검사가 되어, 제국의 첨병이 되어 센트랄렌 왕국으로 공격해 오는 것이다.

     

     결국에는 평화를 기원하는 자애의 마음으로 성녀의 힘에 눈을 뜬 에이미 님과 공략대상자들ㅡㅡ왕태자와 측근들 총 5명ㅡㅡ이 힘을 합하여 타락한 아나스타샤와 제국을 타도하고 나라를 되찾은 다음 맺어진다는 것이 이 게임의 스토리다.

     

     참고로, 아나스타샤의 친가는 내란 때 정치적인 이유로 방관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모자로 내몰려 일가가 전부 처형되었다. 물론 이것도 아나스타샤가 타락한 이유 중 하나다.

     

     어때?

     

     제작팀의 악의가 느껴지지 않아?

     

     그런데 말이다. 이런 사실을 내가 왜 알고 있느냐 하면 망할 누나 때문이다. 누나는 남친한테 차였다며 내 자취방에 눌러앉더니, 매일 밤 취해서는 짜증나게 굴었다. 그 누나가 이 게임을 완전공략해서 모든 이벤트 컷을 모으라고 명령했던 것이다. 그래서 기분이 풀리면 나가주겠단다.

     

     누나 왈, 너는 게임을 잘하니 어떻게든 될 거라고는 했는데.

     

     하지만 남자인 내가 뭐가 아쉬워서 고추 달린 놈들의 호감도를 올려야만 하는 거냐고 몇 번이나 허무한 기분이 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아~ 갑자기 열받는다.

     

     그리고 여성향 게임인 주제에 RTS 방식의 배틀 파트가 꽤나 어렵다. 역할렘 루트는 완전히 과금을 전제로 한 난이도라서, 나는 유키치 씨[각주:1] 여러 명과 작별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아, 그만두자. 전생의 이야기지만 이건 흑역사다. 이제 떠올리고 싶지 않아.

     

     하여간, 그런 이유로 나는 악역영애 아나스타샤를 구하는 방향으로 진행시키고 싶다.

     

     이것은 내 억지 같은 것이다. 물론, 아나스타샤와 혹시 잘 될지도? 라고 생각하는 면도 있다. 미인이고 성격도 내가 볼 때는 정상적이니.

     

     다만, 현실적으로 생각해서 일개 시민이 공작영애와 맺어지다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애초에, 나는 게임에 등장하지 않는 단순한 시민이다. 등장조차 하지 않으니 Mob에 불과하다.

     

     만일 내게 작용하는 강제력 같은 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그 후, 루르덴의 시민들의 모습을 본 자는 아무도 없었다' 라는 루르덴 함락의 이벤트 때의 이 한 문장일 것이다.

     

     파멸까지 앞으로 8년. 가능한 한 모든 수를 써보자고.

     

     운명을 파괴해서, 내가 어머니를, 그리고 이 마을과 악역영애 아나스타샤를 반드시 구해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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