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Interval4 교차×××=±진화→≡미래 opening
    2022년 05월 18일 04시 02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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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156/

     

     

     

     ㅡㅡ나는 『사야 ~SAYA~』 라고 쓰인 제목란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무아지경으로 가사를 썼는데, 그것으로 정말로 좋았는지, 그 이상으로 쓸 수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불안해진다. 하지만 지금, 그 이상으로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은 내가 정말로 이 '사에'라는 소녀를 연기하고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하아......불안한 걸까.'

     

     우리가 소속된 그룹 『CC17』및, 그 상위 그룹에 해당하는 『EXIT77』을 소유한 예능 프로덕션 『플라워링 프로』의 사무소의 한 방에서, 나는 무심코 한숨을 쉬었다.

     좋은 연기란 무엇일까. 츠구미의 연기는 대단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전전긍긍했다. 카이 씨의 연기는 자연스러웠다. 진짜로, 일상 속 한 장면 같았다. 에마 감독이 이끌어낸 GOU 씨의 연기도, 정말로 그런 부류의 사람에서 협박하는 것 같은 박력이 있었다.

     

     '그럼, 나는?'

     

     아이돌로서 살아왔다. 아이돌로서, 선배의 서브였기는 하지만 섣달 그믐날의 가합전에도 출연했던 적이 있다. 몇천 몇만 명의 앞에서 하였던 퍼포먼스가, 이 여배우라는 무대에서 도움이 될만한 느낌이 안 든다. 그것이, 아무리 자신이 본의가 아니라며 한탄했다 해도 결국은 이 아이돌이라는 직업에 기대어 온 거냐고 지적당하고 있는 것만 같아서, 분한 느낌도 있다.

     

     '그래도.'

     

     그래, 그래도 나는 이미 불렀다.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겠다며, 주장했다. 그럼 여기서 도망칠 수는ㅡㅡ

     

     "싫어."
     "뭐가?"

     "꺅...... 아, 아카루? 있었어?"
     "그야, 사무소니까 당연히 있지."

     검은 머리를 둘로 땋아 뒤로 넘긴 여자아이. 붉은 브릿지와 날카로운 눈매가 특징적이며, 키는 나보다 머리 하나 반이나 차이 난다. 작은 키와 드센 그녀ㅡㅡ츠츠지카오카 아카루는, 상위그룹 『EXIT77』 의 멤버고...... 나의 소꿉친구다.

     아카루는 나의 '대본의 제목을 만지더니 한숨을 쉰다' 라는 기행을 목격하자, 이것 보라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 나서 겉모습에 어울리지 않은 거친 동작으로 맞은편 소파에 앉더니, 다리를 꼬았다.

     

     "또 고민이야?"
     "으, 음~ 그럴지도."
     "어영부영하네....... 그래서?"

     "그래서라니?"
     "난 연기자의 일 따윈 모르지만, 이야기는 들어줄게. 그래서?"
     "아, 아하하. 아카루는 억지스럽네~ ㅡㅡ저기 말야."

     가사는 썼다. 마음도 담겼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연기하게 되자 곤란해진다. 기술은 연습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임시변통으로 일류가 되려는 생각은 없지만, 아이돌로서 사람 앞에는 나서는 거니까 최소한의 처신은 해낼 것이다.

     하지만 역할에 몰입하려 해도, 이해가 안 간다. 대사와 설정을 읽어보아도, 본인과 만나는 것도 아니니까.

     

     "ㅡㅡ그렇게 생각했더니, 점점 모르게 되어버렸어."

     지지부진. 제대로 연기하는 것만을 생각하다 보니, 연기하는 방법조차 모르게 되었다.

     

     "흐음~ 그럼, 설정에 쓰이지 않은 부분을 상상해보지 그래?"
     "뭐?"

     "연기하는 대상의 인생이 머리에 들어오면 연기하기 쉽지 않겠어? 추리소설과 똑같아. 정보가 갖춰지지 않으면 범인은 알 수 없는걸."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아카루가 그렇게 말하니, 묘한 설득력이 느껴진다.

     

     "너, 무슨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사에라는 여자아이."
     "그럼, 사에가 어떤 인생을 걸어왔는지, 추리..... 가 아니라, 상상해보면 되잖아?"

     악몽의 발단이 되는 소녀, 시지마 사에. 설정을 읽는 것만으로는, 그녀의 인생은 모른다.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나날은, 나 스스로 보충할 수밖에 없다.

     

     "뭐, 말한 이상 어울려 줄 테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말해."
     "진짜? 그럼, 함께 리메이크 전의 『사야』를 보고 싶은데, 어때? 혼자선 무서워서 제대로 볼 수 없었거든....."
     "엥."

     아카루가 함께 봐준다면...... 좀 더 제대로 세부까지 볼 수 있을지도. 역시 아카루는 믿음직해~

     

     

     

     

     

     

     

     

     

     

     번쩍 눈이 뜨인다. 자신의 방. 침대 위. 뿌연 기억을 떨쳐내자, 어젯밤의 기억이 떠오른다. 배역이 결정된 시점에서 몇 번인가 보았던 『사야』였지만, 어느 정도 냉정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옆에서 같이 봐줬던 아카루 덕분일 것이다.

     아카루는 항상 당당했는데, 『사야』를 보는 중에도 변함없었다. 아카루를 무릎 위에 둔 나를 무섭게 하지 않기 위해서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미동도 하지 않고 다 끝난 뒤에 한 마디...... 그래.

     

     '아카루......'

     

     익숙지 않은 침대라 꿈자리가 사나웠는지, 눈썹을 찡그리며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아카루. 그녀를 일으키지 않도록 아카루의 손에서 슬쩍 빠져나와서, 있는 힘껏 기지개를 켠다.

     

     "으으......으으......사야......아으아으......"

     "음? 무슨 말이지? ......잠꼬대인가?"

     

     아카루의 눈에 햇빛이 비치지 않도록 살짝 커튼을 열고서, 그 앞에 의자를 대고 걸터앉는다. 커튼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햇살이 무릎에 놓은 대본에 내리쬔다.

     배역의 항목. 시지마 사에의 이름을 손으로 문지른다. 그녀는 흔한 중산층에서 태어난 소녀였다. 어린 시절부터 습득이 빨라서 한번 들은 일은 잊지 않는 신동이었지만, 타인에게 맞춰주는 걸 잘 못해서, 누군가한테 마음을 주는 일도 없었다. 맞벌이하는 부모는 그녀한테 그다지 흥미가 없었고, 그래서 '평범한 애정'을 몰랐고,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도 몰랐다.

     

     '계속, 외톨이였구나, 사에.'

     

     고독을 품은 채 미소로 얼버무리는 방법만 잘하게 된 사에는, 사람들한테서 차츰 주목받게 되었다. 융통성을 배운 그녀는 손에 닿는 우수생이고, 인상도 좋으며 항상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좋아했고, 때로는 질투했다.

     하지만 사에는ㅡㅡ그래. 사에는, 보내오는 시선과 마음에 대해서 아무런 감정도 품지 않았다. 왜냐면 얼버무리는 것만 잘하는 여자아이가, 진정한 마음이란 것을 알리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분명, 만난 거야.'

     

     사야라는 이름. 집단 괴롭힘 때문에 자살한 소녀의 유령. 괴롭힘 당하는 원인은 뭐였더라? 간단하다. 그녀 또한 사에와 같았던 것이다. 고독한 천재. 외톨이. 다만, 사야는 사에보다도 감추는 게 능숙하지 않고 적당히 하는 것도 못해서, 혼자 잘났다며 박해당했다.

     사야는 극 중에서 어른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유는 출연자의 나이에 맞춰서.....라는 이유는 아닌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사야라는 소녀의 소원 같은 것이었던가. 그래서, 원령이 되어서 '완결'된 그녀가 떼어놓은 양심의 모습을, 어린이의 모습으로 결정했다...... 라고, 에마 감독은 내게 가르쳐줬다. 

     

     "으으......으음......히메는 내가 지킬ㅡㅡ어, 어라?"

     

     멍하니 사에와 사야의 궤적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자, 침대에서 아카루가 일어났다.

     

     "음? 아, 일어났구나. 잘 잤어? 아카루.
     "아~ 음~ 아~......흐암......아, 맞다, 여기."
     "어제는 함께 해서 고마웠어. 그런데 방금 무슨 말 했어?"

     

     우물거려서 잘 안 들렸는데...... 아카루는 미간을 모으며 끙끙댄 후에, 고개를 저었다.

     

     "...... 잠꼬대야. 기억 안 나."
     "그래?"

     "그래서? 할 수 있을 것 같애?"

     "응."
     "이제 확실히 말하네?"

     "아카루 덕분인걸."
     "......흐음~ 그래? 그럼, 힘내 봐."
     "응. 고마워."

     기분은, 틀이 잡힌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는 평소와 같다. 무대에 오를 때, 나는 '아이돌인 나'로 바뀐다. 그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사에의 인생을 쫓아서, 운명을 알고서, 마음을 담아서.....'사야로 바뀐다'.

     크게 심호흡을 한다. 아침의 쾌청한 공기가 가슴을 채울 때까지 되풀이했다. 나는 내 나름의, 내게 가능한 연기를 해보자. 그럼 츠구미와 미나코 씨도 기뻐해 줄지도 모르니까.

     

     

     

     

     

     

     

     

     

     

     

     

     

    ――/――

     

     

     

     [사야]라는 영화의 매력은 어느 곳에 있는 걸까. 츠구미 씨에 대한 존경심을 일단 억누르고, 그런 흔한 생각을 한다. 당시의 공포영화. 그 히트작 전부에 키리오 츠구미라는 이름이 있던 것은 아니다. 그 당시에는 나중에 뒤에 손톱자국을 남기는 듯한 공포영화가 많이 존재했는데, 그중에서 두각을 드러낸 것이 [사야]라는 작품이었다.

     당시의 공포영화......예를 들어 [용의 무덤]에도 출연했던 우르이 마츠코 주연의 [원한의 길]과, 내 어머니...... 시키미네 우메코 주연의 사이코 스릴러 [0캐스트] 가 유명했나. 그 작품들은 확실히 공포를 느낄만한 완성도였지만ㅡㅡ츠구미 씨는 다른 작품과 달랐다.

     

     예를 들어, 몸짓에 의해 몸을 크게 보이는 연기.

     예를 들어, 완급에 능숙한 신체운동으로 이끌어내는 착시현상.

     예를 들어, 기계음이나 더빙이 아닌 자신의 성대로 이끌어내는 괴기음.

     

     그 모든 것이 총괄되어 이끌어내는 것은, '다른 연기자까지 끌어들이는' 공포다. 악령을 진심으로 무서워하는 연기자의 존재가, 관객의 마음을 '할퀸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역할은, 당시의 츠구미 씨를 뛰어넘고 현대기술을 상회하는 연기를 하는 것......이지만.

     

     '에마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주어진 각본. 새롭게 늘어난 배역. 사야의 양심에서 떨어져 나온 '사요'라는 배역. 츠구미는 뛰어나서, 당시의 내가 연기했던 사키를 연기하는 린과 동등한 재능을 가졌으면서도, 엄청난 무언가를 숨긴 것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베테랑 배우조차 주저하게 될 '리메이크 영화의 새 등장인물'이라는 캐릭터를 맡기면, 정말로 해낼 수 있을까.

     

     '츠구미쨩은, 분명 주어진 해답을 이끌어낼 거야. 하지만......정말로 살려낼 수 있어? 에마.'

     

     대본에 쓰인 배역은, 어려운 것이다. 왜냐면ㅡㅡ

     

     "키리타니 씨, 준비 들어갑니다!"

     "ㅡㅡ예, 알겠어요."

     대본을 닫고는 스태프를 돌아본다. 처음에는 히메가 연기하는 시지마 사에와 우정을 쌓는 장면부터. 삽입할 장면은 이미 거의 촬영을 끝내 놓았고, 이제는 출연자의 현장감을 위해 스토리 진행과 동시에 촬영하게 되지만..... 십중팔구, 배우로서 미숙한 주연이 연기에 몰입할 수 있게 해 주려는 배려겠지. 정말, 만만치 않은 사람.

     

     '그럼, 히메 씨는 고민을 해결했으려나.'

     

     가사가 완성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럼, 털어내기는 했다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세일러복을 입고 준비를 끝낸 히메를 보고는.

     

     "...............후후, 과연."

     

     이미 사에라는 배역이 강림한 건지, 유리구슬처럼 텅 빈 눈동자로 서 있는 히메의 모습을 시야에 담았다.

     사에라는 캐릭터. 그 성장. 그 경위. 제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한 표정. 당시, 사에를 연기했던 츠바키 씨를 방불케 하는 기백. 도대체, 무엇을 받아들인 걸까......후후후.

     

     "여어, 기다렸어, 오우카."
     "당신은 꽤나 의기양양하네요, 에마."
     "그야 당연하지. 역시, 츠구미한테 맡긴 게 정답이었어. 내가 기대한 대로의 노래를 만들어줬다고."
     "......호오?"

     기대한 대로라.

     역시, 에마는 본질적으로 정말 비슷하다.

     

     "그럼, 나도 조금 분발해볼까?"

     

     지금의 히메 씨라면 분명, 먹히지는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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