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Interval3 두근×두근=진화←Joule ending
    2022년 05월 17일 16시 54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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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153/

     

     

     

     예전부터 생각대로 되었던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가족도, 친구도, 진로도, 아이돌도. 그런 내가, 정말로 에마 감독이 인정할만한 가사를 쓸 수 있을까.

     걱정과 불안감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츠구미처럼 밝게 웃는다면, 나도 저런 식으로ㅡㅡ아니, 그만두자. 기대한들 헛수고일 뿐이니까.

     

     부모님은 일본인인데, 외국인처럼 옅은 갈색머리도.

     그룹의 테마에 따르는 것처럼 호감있게 행동하는 자신도.

     자기 마음 하나도 만족스레 다룰 수 없는 것도.

     다른 사람보다 조금 큰 키도.

     얼빠진 듯한 이목구비도.

     

     전부.

     전부.

     

     '생각대로 된 일은, 한번도 없어. 나의 꿈도.'

     

     손을 이끄는 기척에 제정신을 되찾는다.

     

     "히메 씨?"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한테 걱정을 끼칠 수 없다면서, 나는 있는 힘껏 미소 지었다.

     

     "아하하, 미안~? 좀 멍하게 있었나 봐."
     "그래요? 기분이 나빠지면 가르쳐주셔야 해요?"
     "응응, 알았어~ 괜찮다구."

     그 질풍노도의 촬영 뒤, 나는 츠구미와 함께 그녀의 집으로 향하고 있다. 밀착하라는 분부대로, 놀랍게도 집에서 묵게 해준다고 한다. 거절하려고 했지만, 매니저와 사무소에 미리 연락까지 해뒀다.

     가사를 쓰지 못했다..... 라는 변명도 이젠 불가능하다. 이렇게나 신경 써줬는데도 아무것도 모른다고는 말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정말 대단했어."

     "그래요? 감사합니다~"
     "츠구미쨩은 제대로 인사도 하고 대견하네~"

     "에헤헤~"

     

     부끄러워하는 츠구미의 깜짝 놀랄 정도로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현실회피를 끝내기로 한다. 영화 속에서만 보았던 서양식 저택이다. 정말 여기에 살아? 이야~ 대단해......

     정문에서 손을 이끌려서, 정원을 건너 커다란 문 앞에 선다. 그러자 고용인 같은 분이 문을 열어준다. 집에 들어가 보니, 정면에 선 사람은 기모노를 입은 여성의 모습.

     

     "잘 오셨습니다. 당신이 토키와 님이신가요?"

     "아, 네. 갑작스럽게 죄송해요. 오늘은 잘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그냥 이름으로 불러주셨으면 하는데요....."
     "후후, 그래? 그럼 히메쨩. 오늘은 우리 집이라고 생각하고 편히 쉬다 가렴. ......아, 자기소개가 늦어서 미안하구나. 나는 미나코. 츠구미의 어머니랍니다."

     다소곳이 고개를 숙인 사람은, 정말 일본풍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미인. 다섯 살 아이가 있는 어머니로는 보일 정도로 윤기 있다.

     그리고 츠구미와 색상은 정반대지만, 상냥하게 미소 짓는 입기와 흐뭇하게 가늘어진 눈이, 츠구미와 정말 비슷했다.

     

     "오늘은 가사 제작을 한다면서."
     "아, 네."
     "그렇다면, 도서실도 자유롭게 써도 된단다."

     서재가 아니라, 도서실인가요......

     고용인 중 하루나 씨라는 분의 안내로, 저택 안을 안내받는다. 이건, 정말 어쩌지......

     

     

     

     

     

     

     

     

     

     

     

     

     

     

     

     ㅡㅡ결국, 호화로운 저녁 식사와, 매우 반짝거리는 아버지의 소개와, 정말 드넓은 욕조에 들어간 사이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고 말았다.

     직전까지 함께 있었던 츠구미도, "이제 잘 시간이란다." 라며 반짝거리는 아버지가 데려가고 말아서, 기댈 곳이 사라지고 말았다.

     어찌저찌해서 안내받은 도서실에서 어휘사전 등을 대출해 오긴 했지만, 충격적인 일이 너무 많아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이건 혹시, 슬럼프......?

     

     "정말, 어떻게 하지......"

     정말로, 항상 이렇다. 생각대로 되었던 일은 한 번도 없다.

     

     "평소와 다름없어...... 이렇게, 살아가는 걸까. 계속, 계~속."

     '이러다 우르우 씨까지 실망시켜버리면, 나, 나는ㅡㅡ'

     

     "열심히 하고 있네요."
     "ㅡㅡ어, 아."

     생각이 끊긴다. 고개를 들어보니, 맞은편 자리에 앉은 츠구미의 어머니.

     

     "진척은 어때?"

     "아하하, 그게~ 그다지요. 미나호 씨는, 그 어쩌다 여기에?"

     

     뺨을 긁으며 웃는다. 예의상 짓는 웃음. 힘들다고도 말할 수 없는 자신이 싫어진다. 정말 싫어.

     

     "......무리하는 모습이라서, 조금 참견하고 싶은데 어때?"
     "드, 들렸나 보네요. ㅡㅡ하지만, 그래요. 솔직히, 막혀버려서요."

     조언 같은 것을 듣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여성이 날 싫어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생각하는 한심한 내가, 무심코 자신의 목을 세로로 끄덕이고 말았다.

     

     "왜, 그렇게, 생각하셨, 나요?"

     

     자신이 쓰고 있던 가면에, 금이 갔다.

     

     "후후, 경험이야. 아직 미숙하지만, 나도 한 명의 어머니라서."
     "츠구미쨩도 괴롭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나요?'

     

     이럼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만 물어보고 만다. 그 뭐든지 가능해 보이는 츠구미가, 내게 없는 전부를 가진 츠구미가 나와 마찬가지로 괴로워했던 일이 있었을까.

     

     "그야 있었지. 그 아이는 꽤 보여주지 않지만, 전에는 때때로, 양보할 수 없는 무언가와 갈등하는 모습도 있었단다. 눈치챘다고 생각하면 그 아이가 풀이 죽으니까, 비밀이란다."

     "예, 그야 물론이죠."

     장난기 가득한 윙크에, 무심코 조금 반해버린다. 이렇게나 상냥한데도 이런 표정이 가능하다니, 츠구미도 남편분도 복 받았구나. 부럽다. 하지만.

     동시에 생각난 것은, 츠구미 또한 '천재' 라는 하늘 위의 존재가 아니라, 평범한 아이 같은 면도 갖고 있다는, 안도감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히메쨩은ㅡㅡ괴로운 일이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니?"
     "예ㅡㅡ?"

     

     하지만, 괴로운 표정은 보일 수 없는 거라고, 아이돌은 웃어야만 한다고 배웠다. 아니. 나만이 아냐. 사무소의 선배들도 동료들도, 그렇게 배웠다.

     괴로운 모습으로 사람을 즐겁게 만들 수는 없다. 그래서 괴로운 것은 나쁜 일이다. 몹쓸 짓이다. 그건 상식이었다. 그랬는데.

     

     "인간이라는 것은 복잡해서, 괴롭다고 생각하면 그걸 이겨내려는 계기를 붙잡지 못해. 괴롭다, 힘들다. 그런 마음이 생겨났다면, 그건 지금 눈앞에 벽이 보인다는 성장의 증거라고 생각하거든."

     ......그런 식으로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하지만, 머리색이나 체격이나, 그런 어쩔 수 없는 일도 있잖아요."

     "물론 그래. 옛날에는 나도 내가 싫었단다. 후후....... 이건 남편이 했던 말이지만ㅡㅡ그럼, 네 전부가 어쩔 수 없다는 말이냐."

     전부라니, 무슨 뜻일까. 나는 한 번도 내 생각대로 된 적이 없었는데.

     

     "너의 강하고 잘 들리는 노랫소리도, 누구보다도 또렷하고 개성 있는 멋진 댄스도 마음에 안 든다는 뜻?"

     "그건, 연습한다면 누구나ㅡㅡ"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럼, 조금 다른 일로 눈을 돌려보자. 괴로워도 웃을 수 있는 것은, 너의 상냥함이란다. 누군가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상냥함. 안색을 엿보는 것은, 네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증명이고."

     안색을 엿본다고 쉽게 들켜버린 것에는, 이제 놀라지 않는다.

     

     "네 머리카락도 몸매도, 내가 볼 때는 정말 아름답게 보이는걸. 하지만 히메쨩,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거구나."
     "윽ㅡㅡ하, 하하. 아시는 건가요."
     "무례한 말을 하고 말아서 미안하구나. 나이를 먹으면 이렇게 오지랖만 넓어져서."

     "그렇지, 않아요. 저는ㅡㅡ저는, 그렇게 말해주는 게 기쁘니까요."

     이렇게나 상냥하게 대해주는데, 이렇게나 친근히 해주는데, 나는, 나의 비굴함으로 이 분의 말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자기 긍정도 못하는 주제에, 또다시 타인의 안색을 엿보는 타협점을 고르고 만 듯한 기분도 있지만.

     

     "고마워. 그럼, 참견하는 김에 하나만 더."
     "아, 예."
     "멀리 돌아가고 말았지만, 내가 전하고 싶은 것은, 하나뿐. 자신을 인정해주렴."

     "자신......저, 를? 하지만, 제가 저를 인정할 리가 없잖아요."

     인정할 리가 없다.

     왜냐면 항상 안 되었다.

     왜냐면 포기할 뿐이었다.

     나 따윈, 인정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정말로 그럴까?"

     

     정말, 로?

     

     "과거는 변하지 않아. 그럼, 미래는? 현재는? 바꿀 수 있을 거야. 단지, 싫어하는 일을 제외해 왔던 너 자신을, 정말 조금이라도 상관없으니 받아준다면, 분명."

     

     미나코 씨의 말씀이, 약간, 조금, 그럼에도 확실하게 가슴에 스며든다.

     

     "하지만ㅡㅡ하지만, 받아들이는 법을 잘 모르겠어요."
     "어라? 그 수단은 이미 알고 있을 텐데."
     "알고 있다니...... 아."

     가리킨 곳에는, 백지의 노트가 있었다.

     그것은, 내가 계속 눈을 돌려왔던 미래라는 이름의 캔버스와 비슷했다.

     

     "해볼게요. 얼마나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 쓴다면, 들어주실 수 있나요?"

     "그야 물론이지. 기대하고 있을게."

     잘 자렴, 하고 나가는 미나코 씨한테, 고개를 숙여 인사할 여유는 없었다. 다만, 어째서 쓰지 못했는지 모를 정도로, 가사가 머릿속에서 흘러넘쳤다.

     

     

     

     

     에마 감독은, 내게 '전력으로 보여라'라고 표현했다.

     카이 씨는, 내게 '꼬리표를 떼라' 고 말했다.

     미나코 씨는, 내게 '자신을 받아들여'라고 말씀하셨다.

     

     

     츠구미는, 내게 '각오란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다.

     

     

     

     

     "츠구미쨩은, 꿈을 떠올리게 하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해줬지만ㅡㅡ내가 보기에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걸로 보여."

     나는 나를 좋아하게 되고 싶다.

     그럼에도 만일, 나의 노래를 그런 식으로 든든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에는 대답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것은 수많은 누군가를 위한 가사가 아니다. 지금을 바꾸고 싶은 나와 현재를 이겨내고 싶은 모두의, 대다수가 아닌 누군가와 나 자신의 등을 떠밀기 위할 뿐인, 제멋대로고 이기적인 노래.

     

     

     

     

     

     

     예전부터, 노래를 부르는 게 장기였다.

     어머니가 노래를 칭찬받으면, 뛸 듯이 기뻐했다.

     왜일까. 그런 옛날의 일을, 보잘것없는 작은 장면을, 단지 멍하니 떠올렸다.

     

     

     

     

     

     

     

     

     

     

     

     

     

     

     

     ㅡㅡ후일.

     다 쓰고서 그대로 잠들고 만 나는, 서둘러 다음 업무로 향했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스튜디오를 빌려서, 막 써놓은 곡을 CD에 담아서 츠구미의 집으로 보냈다.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만날 수는 없어 보였기 때문에, 전화로 츠구미한테 도착했나 확인도 했는데.

     

     

     『지금, 마침 들으려고 하던 참이에요!』

     "뭐? 지금? 그렇구나. 그럼 제대로 구워졌나 확인해보자~"

     『네! 마미, 히메 씨야!』

     『어머나. 후후, 그럼, 모처럼이니 곡명을 가르쳐주겠니?』

     

     

     스피커폰으로 돌려준 건가. 두 사람의 목소리가 잘 들린다.

     나는 곡명을 전하려고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노래를 들은 뒤에 해도 될까요?"

     『ㅡㅡ그래, 그러렴』

     

     

     이게 제대로 구워지지 않았다면 부끄럽겠다 싶어서, 나온 것은 그런 말이었다.

     멤버 전원은 모이지 않았지만, 『EXIT77』 쪽의 아카루가 키보드를 쳐준다며 참가해줬기 때문에, 연주는 나의 베이스와 아카루의 키보드뿐. 간소한 것이지만, 왠지 닭살이 돋을 정도로 고양되었다.

     

     

     그 한순간.

     괴로움과, 아주 약간의 원한과, 가진 모든 용기를 가사에 담아서.

     

     

     

     

     

     

     

     『내 모양을 장식하는 건 항상, 금은보화의 어여쁜 돌.

     누군가한테 보이려고 치장된, 예쁘고 아름답기만 한 상자.

     사로잡히고, 멋대로 자리 잡고, 한탄하며 발버둥치자, 부서졌네.

     철의 규격으로 측정되는, 허무한 마음의 천칭.

     

     이 좁은 수조 속에서, 누군가가 정한 라벨을 달고 있어.

     이 갑갑한 생활권이, 내 가격을 계산하는 저울.

     

     때려 부수고

     뛰쳐나와.

     이제 싫어.

     

     거짓말 따위

     듣는 것도 질렸어.

     '도망쳐도 돼' 라고,

     말해도 돼?

     

     내 가치를 정하는 건, 나 밖에 없어.

     

     

     내 몸을 장식하는 욕설의 가시 바다.

     누군가가 제멋대로 붙여버린, 새하얗고 깨끗한 꼬리표.

     붙잡혀서, 건져 올려지고, 울며 그을리다, 메말랐네.

     돈의 천칭으로 재는, 내 운명의 무게.

     

     이 좁은 모형정원 안에서, 난 라벨을 달았어.

     이 갑갑한 아쿠아리움이, 내 가치를 재는 스케일.

     

     때려 부수고

     뛰쳐나와.

     이젠 싫어.

     

     거짓말쟁이의 말은

     이제 질렸어.

     '도망쳐도 돼' 라고,

     말해도 돼?

     

     내 가격을 정하는 건 누구일까.

     

     목록에 나열된 라벨들이, 식물원 안에서 외치고 있네.

     쇼 케이스에 붙은 꼬리표들이, 상자 안에서 울고 있네.

     

     플라스틱으로 된 마음의 상처.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된 아름다운 기억.

     

     남이 붙이고 매긴, 내 의사의 가격은.

     뒤바뀌고 강요된, 내 의지의 가치는.

     

     진가는.

     

     

     (누군가가 정하는 건, 이제 싫어!)

     

     

     말해도 돼?

     '도망쳐도 돼' 라고

     이제 질렸어.

     거짓말쟁이의 말 따윈.

     이제 싫어.

     

     

     뛰쳐나와.

     때려 부셔.

     

     

     내 진가를 정하는 건, 나야.

     

     

     내 마음의 상징은, 아무것도 없는 캔버스.

     누가 웃든 놀리든, 내 의사는 흔들리지 않아.

     붙잡히지 않고, 도와주고, 웃어넘기며, 기원하자.

     타인이 멋대로 만든 규칙에, 난 얽매이지 않아.

     

     이 아무것도 없는 하늘 아래서.

     무한히 펼쳐진 별을, 바라보자.

     

     자유를 가슴에 품고 날아오르는 새처럼.

     내 날개는 풀려났네.            』

     

     

     

     

     

     

     노래가 끝나고 누군가가 말을 꺼내기 전에, 부끄러움을 숨기며 곡명을 말한다.

     

     

     "곡명은, Appreciation, 입니다."

     

     

     '진가'라고 명명한 그 곡의 이름을.

     

     

     

     

     

     

     

     

     

     

     

     

     

     

     

     

    ――Let's Move on to the Next Th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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