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ater15 scene42022년 05월 08일 11시 25분 4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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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취! 으으, 추, 추워."
꿈속의 모습은 상상력에 좌우되는 모양이다. 꿈속에서도 연기 연습을 시도했던 키리오 츠구미의 기억에서는, 상상력을 높이기 위해 눈을 감고서 사무소의 쿠라베 타마미한테 '뜨거운 오뎅'을 먹여달라고 했던 적도 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이렇게나 추운 것은 상상력 탓이려나. 으으, 상상력이 대단한 것 같지만 왠지 미묘해. 다행히 잠옷 차림이 아니라 자주 입는 원피스 차림이지만.
'여기......꿈속, 이지?'
납치당한 거라면 계절까지 바뀌지는 않았을 테니.
그렇게 생각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일단 묘한 부분이 있었다. 이런 외국인 아이가 여름옷 차림으로 걸어 다녀도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오히려, 어느 정도의 움직임이 있는 사람이 힌트가 될지도. 걸어다니며 찾아보자. 아침까지 끝나려나.
"음? 하지만 여기는 혹시......"
걷고 있자, 소방서가 보였다. 나는 그다지 본 기억이 없지만..... 키리오 츠구미의 기록에서는 짙은 인상의 광경.
무심코 소방서 앞을 바라보니, 『도쿄 소방청 이케부쿠로 소방서』의 글자가 보였다. 그리고 소방서 앞에 내걸린 게시물을 보니, 날짜는 헤이세이 12년ㅡㅡ서기 2000년이었다.
'극장 앞이다......'
도시마구의 이케부쿠로 소방서 앞. 그 길을 따라가면 있는 것이 '도쿄예술극장'이다. 도쿄도가 도민들을 위해 공연을 여는 장소인데, 세계 최대의 파이프오르간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때 키리오 츠구미가 소속되었던 작은 사무소인 '쿠라베 예능사무소'는, 당시의 소장이었던 쿠라베 토키오가 회사원 생활을 끝내고 부이인 타마코 씨와 함께 설립한 사무소였다.
사무소의 장소는 우연히도 나중에 설립되는 도쿄예술극장의 근처라서, 극장이 생긴 뒤에는 '여기에 나갈만한 배우를 배출하자'라는 꿈을 가졌지만 당시의 라이벌이었던 시라카미 예능사무소가 배우를 빼내가 버려서, 츠구미가 소속되었을 대는 다른 배우가 안 남았다.
역에서는 약간 떨어졌고 설립이 1965년이라서 그리 집값이 비싸지 않았던 덕에 어떻게든 사들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자금이 바닥을 드러내서 인재의 유출을 막을 수 없었던 모양이지만.
"좋아!"
볼을 탁 치고서 기합을 불어넣는다. 극장을 지나서 도쿄예술극장 오른편에 있는 도요시마 구립 서이케부쿠로 공원이 있는 곳으로 꺾는다. 길은 기록을 더듬어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다.
이케부쿠로 공원은 왼쪽으로 끼고 걸어가면 릿쿄 거리에서 골목으로 들어선다. 릿쿄대학보다 이전에 방향을 틀어서 조금 더 골목길을 걸어가면..... 있다.
"여기다......"
쿠라베 예능사무소.
1층 부분은 업무용 차량이 1대, 그리고 키리오 츠구미의 차량이 1대 주차되어 있다. 업무용은 마크2고 츠구미 것은 새빨간 마치다. 차량 번호도 키리오 츠구미의 기억과 똑같다.
바깥 계단을 올라가면 2층 부분이 사무소이며, 3,4층 부분은 대기실 등의 업무용 공간. 5층 부분은 쿠라베 일가가 산다는 구조다. 1983년에 키리오 츠구미가 소속될 당시에는 소장의 외동딸인 타마미가 아직 5살인 때였다. 소방서 앞의 정보가 맞다면, 지금은 2000년. 타마미는 22세다.
'하지만 이렇게 불쑥 찾아가도 괜찮으려나......'
항상 내 곁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1명.
처음으로, 혼자다.
"스읍......하아......"
눈을 내리깐다.
눈을 감는다.
혼자다.
그렇다고 해도, 여태껏 키워왔던 것들은 거짓이 아니다.
저벅저벅하는 소리를 내며 계단을 오른다. 녹내음. 까칠한 콘크리트 벽. 벽을 향해 손을 뻗어서, 손잡이를 비튼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현관 매트와 신발장. 그리고 응접용 소파와 테이블. 파티션 저편에는 사무용 책상이 놓여있다는 간소한 구성.
사람이 방문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쿠라베 소장은 항상 응접용 소파에 앉아 궐련담배를 피웠었다. 그 기록과 똑같이, 턱수염을 기른 남자ㅡㅡ쿠라베 토키오 소장이 신문을 한 손에 들고 있다.
"저기~"
"음? 너는ㅡㅡ큰일이다."
"큰일?"내가 말을 걸자, 쿠라베 소장을 고개를 들더니 눈을 부릅떴다.
"크크크큰일이다! 타마미~! 타마미~! 외국인 아이가 길을 헤매고 있어! 나는 영어를 못한단 말이다, 타마미~!"
황급히 일어서다니 달려가는 쿠라베 소장. 안쪽 계단을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혼내는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건물을 쩌렁쩌렁하게 뒤흔들었다.
멀어서 잘 안 들리는데, 아마 '어린이 혼자 놓아두고 온 건 아니겠지!?'라는 소리였다고 생각한다.
'당연하지만, 키리오 츠구미의 기억 그대로네. 알고는 있어도 직접 보니 이렇게나 달라.'
백문은 불여일견. 그런 말의 의미를 실감하고 있자, 허둥지둥 사람이 돌아왔다. 흑발흑안이고 시뇽으로 머리카락을 묶은 여성. 키리오 츠구미는 그녀를 정말 어린 시절부터 알고 있다.
"에~ 에~ 헤, 헬로~?"
영어사전을 한손에 든 타마미가 내게 말을 걸었다.
"저기, 일본어도 괜찮아요."
"나이스 투 미츄......엥? 어라, 그랬니? .......아빠?"
"이, 이야~ 급한 볼일이 생각났으니 이만!"
"아, 이봐! 정말이지 진짜."
멋진 도주 실력으로 빠져나간 쿠라베 소장을, 입을 떠억 벌리며 바라본다.
타마미는 쿠라베 소장을 제지하려던 손을 힘없이 떨구더니, 이마에 손을 대며 고개를 흔들었다. 질려버렸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몸짓이지만, 왠지 이상했다.
"소란 피워서 미안. 그래서, 음~ 미아?"
"아뇨! 저기, 키리오 츠구미 씨를 찾으러 왔습니다!"
"츠구미 씨를? 음~ 지금은 촬영 중이니까...... 아, 아니다. 중지되었지."타마미는 일정이 기록된 노트로 예정을 확인한 뒤, 그렇게 대답했다.
"내일 정도면 돌아올 거라 생각하는데......"
"저기, 내일은 본국으로 돌아가야 해서, 오늘이 좋은데요....."
"아~ 그래? 일본어를 할 수 있어도 외국인이니까."타마미 씨는 납득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츠구미 씨한테 무슨 볼일이래?"
"대화할 게 있어요."
"대화?"
"네. 츠구미......씨와, 소중한 대화를.""그랬구나~ 츠구미 씨는 정말 여러 곳에서 친구를 만든단 말이야. 뭐 좋아. 오늘은 휴일이니 놀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한번 가볼 만한 곳은 아니까 함께 가볼래?"
타마미의 제안은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아마도......아니, 직감이지만ㅡㅡ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
"아뇨, 그냥 장소를 가르쳐주세요!"
"음~ 걱정되는데...... 아아, 생각해보니 여기까지 혼자서 왔다는 것도 이상한가. 알았어. 음 아마ㅡㅡ"타마미는 그렇게 말하더니, 키리오 츠구미가 있을만한 장소를 가르쳐줬다.
"고맙습니다. 그럼 가볼게요!"
"응. 조심해?"
"네!"
장소는ㅡㅡ히노모토 방송국. 휴일인데도 방송국에 다닌다는 인상은 과연 어떨까.
타마미 씨한테 고개를 숙이고서 사무소를 뛰쳐나온다. 히노모토 방송국을 가려면 이케부쿠로에서 유라쿠초선으로 향하면 된다. 표를 사서..... 표를 사서? 도, 돈, 없어. 어쩌지.
'아니, 하지만 꿈이니......기합으로!'
우으으으 하고 집중하자, 손바닥 안에 동전의 감촉이. 펴보자 우가키에게 쫓길 때 츠나기가 던져줬던 500엔 동전이 손바닥 위에서 반짝거리고 있었다.
"좋아......!"
기지개를 켜고서...... 역무원이 있는 곳으로 가서 표를 구입. 어떻게든 개찰기 통과하고는 전철에 올라탔다.
'흐, 흔들려.'
기록은 결국 기록에 불과하다. 떠올랐을 때는 몰랐었지만, 꿈속이라고 해도 키리오 츠구미의 기록 속은 정말 현실감이 넘쳤다. 그래서 전철에 타서 이동하는 것도 간단히 생각했었지만, 의외로 어려웠다.
정말 긴 시간 동안 흔들렸던 기분이 든다.
긴장이나 흔들림 등으로 어깨를 짓누르는 피로감을 떨쳐내면서 어떻게든 전철을 내린다. 그 후 히노모토 방송국을 향해 걸어간다.
사옥의 위치는 다행히 변하지 않은 모양이라서, 차창 너머로 길만 알았지만 어떻게든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 있으면 좋겠는데."
입을 닫아서 더 이상 약한 소리가 흘러나오지 못하게 한 다음, 커다란 빌딩으로 내딛는다.
접수대로 향해서 예약은...... 이이익, 하고 집중하자, 목으로 거는 게스트 카드가 나타났다. 이것을 들이밀면 이제 관계자다.
"저기, 실례해요, 키리오 츠구미 씨는 계신가요?"
프론트에서 발돋움을 하며 물어보자, 접수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역무원한테서 표를 살 때는 그것만으로도 괜찮았다. 하지만 임기응변의 역할을 원한다면, 좀 더 키리오의 기억에 남는 사람을 상대로 해야 할까?
하지만 여기는 꿈속. 키리오 츠구미의 기억 속이다. 기록이 옅은 사람만으로 구성된 공간이라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옅은 기록이라면 애초에 이 장소 자체가 기록 속에 선명히 남을 필요가 없으니까.
'그럼, 누군가...... 아.'
주변을 돌아보자, 창가에서 매니저 같은 남자와 대화하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부드러운 기질의 검은 머리카락. 약간 군청색으로도 보이는 검은 눈동자. 날카로운 눈매. 토키 CM에서 함께 했던 카이.....가 아니라, 조금 더 침착한 분위기의 저 남자는, 어쩌면.
"저기."
결심하고서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남자는 나를 보고 곧장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게 무슨 볼일이라도?"
"역시...... 카키누마 씨, 맞죠?""그렇, 습니다만? 왜 이런 곳에 아이가......"
"타마미 씨한테 듣고 왔어요. 츠구미 씨가 여기 있을지도 모른다 해서요."
카키누마 소조 씨.
요정의 상자, 그리고 사야에서도 함께 연기해주시는 대선배.
그는 꿈속에서, 젊은 모습인 채로 나의 물음에 의아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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