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15 scene3
    2022년 05월 07일 19시 32분 0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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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128/

     

     

     

     우르우와 대화한 이튿날. 키리오 츠구미와 만나기로 정한 것은 좋았지만, 방법을 모르는 채 당초의 예정이었던 츠나기를 찾아가게 되었다.

     병원의 안뜰. 벤치에 앉자 햇빛이 스포트라이트처럼 우리를 비춘다. 단기 입원 중인 츠나기의 병문안을 온 나는 그와 나란히 대화하고 있다.

     

     "츠구미도 입원해본 적이 있다며? 어떻게 한가함을 달랬어?"

     "나는 그림책을 읽거나 연기 연습을 하면서 시간때웠어."

     "흐음. 그럼 나도 시간을 아껴볼까나."

     

     팔짱을 끼며 한숨을 쉰 츠나기는 왠지 따분하다는 듯 눈을 감았다. 이번 달 말일까지는 퇴원할 수 있다고 해도, 슬슬 할 일도 사라졌을 테니까.

     

     "츠구미는 사야의 낭독회, 어땠어?"

     "아직 따라 했을 뿐이라서, 대면회 같은 느낌이었어."
     "대면회라. 하지만 토키 광고 때 대결했던 아이도 있다지? 괴롭힘이라던가ㅡㅡ당할 사람도 아닌가, 츠구미는."
     "그거 무~슨~의미?"

     

     입술을 삐죽이자, 츠나기는 눈을 돌리며 웃었다. 

     

     "츠나기는 요즘 어때?"

     "일단은 피지컬과 멘탈 양쪽을 체크한다고나 할까. 피지컬은 순수한 영양실조. 멘탈은, 뭐 여러 가지. 치료라고 해도 좋은 냄새가 나는 방에서 상냥해 보이는 형의 이야기를 들을 뿐이라고."

     츠나기는 왠지 따분하다는 듯 그렇게 고했다. 여태까지 정말 바쁜 나날이었으니까.

     

     "그랬구나...... 맨탈케어인가~"

     "츠구미는 뭔가 고민이라도 있어?"
     "음......고민이려나."
     "그래? 어떤 건데?"

     

     맑고 깊은 푸른 눈으로, 츠나기가 날 들여다본다. 바다의 깊은 곳. 심해의 색. 들여다보면 빨려 들 것만 같아.

     

     "예를 들어ㅡㅡ꿈 속에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좋다고 생각해?"
     "꿈속? 음......그래. 오늘 마침 있을 테니 물어볼게. 잠깐 기다려!"

     "뭐? 아, 츠나기!?"

     츠나기는 경쾌하게 일어서다니 내가 말릴 틈도 없는 속도로 병원 안을 달려갔다. 나는 그런 그의 모습을 단지 입을 떠억 벌리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기다렸지, 츠구미."

     얼마 지나자 들린 츠나기의 목소리에 시선을 준다. 안뜰을 달려서 돌아왔나 보다. 츠나기는 몰라도, 그한테 손을 이끌린 백의의 오빠가 약간 숨을 들썩이고 있다.

     

     "츠나기.....앗, 저기, 바쁘신 와중에 죄송합니다!"
     "아, 아하하하, 괜찮아. 츠나기 군이 기운 나게 하는 게 내 일이니까. 그런 일환이지. 아아, 그리고 나는 카운셀러인 미나즈키 유타카. 잘 부탁해."

     미나즈키 선생님은 마른 몸에 눈이 작은 편안한 분이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소심해 보인다고 들을 것만 같은 처진 눈과 푸른 기운이 감도는 검은 머리.

     

     "그래서, 음~ 츠구미쨩이었지? 츠나기 군이 자주 이야기했던. 뭔가 묻고 싶은 일이 있다던데...... 무슨 일일까?"

     자주? 자주라니, 어떤 이야기를 하는 거람. 아니, 지금은 제쳐두자.

     

     "저기, 꿈속에 들어가고 싶어요."
     "꿈속? 흠, 자각몽을 꾸고 싶다는 뜻이려나."
     "자각몽?"

     "자신의 의지로 꿈속을 움직일 수 있는 꿈을 말해."

     

     꿈속을 자유로이 움직인다. 키리오 츠구미가 있던 곳은 내 의식의 깊은 곳이었다. 꿈은 심층 의식이 드러난다고도 하니, 어쩌면, 그 방식으로......

     

     "츠구미는 꿈에 들어가고 싶어?"
     "응. 저기, 츠나기는 그런 생각은 안 해?"

     "글쎄. 꿈속에서도 츠구미랑 만난다면 행복하겠지만, 꿈으로는 부족해서 말야."
     "에엑!?"

     "츠, 츠나기 군은 어른이네. 나, 두근거렸는걸......"

     

     그런 나의 연기는, 츠나기가 내 머리카락을 한번 쓸어 올리며 고한 한 마디에 쉽게 무너지고 말았다. 저, 점점 츠나기가 대담해진다. 어, 어쩌지.

     

     "그, 그래도, 그렇구나. 꿈속에서도 츠나기 군을 만나고 싶은 거네? 음, 츠나기의 심리 상황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으니, 자각몽을 꾸는 법을 알려줄게!"

     "정말인가요!? 근데 저, 츠나기를 만나고 싶어서가 아니라요."
     "아하하. 그래, 내가 무신경했네. 미안."

     아니,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지만 부끄러워서 츠나기의 얼굴을 못 보겠어!

     

     "자각몽의 초보자한테 적절한 것은, MILD법이려나. 오스트레일리아의 대학에서 연구된 방법인데, 하는 방법은 정말 간단해. 입면...... 잠에 들고서 5시간 후에 일어난 다음 다시 잔다는 방식인데, 두 번째로 잘 때 『다음에 꿈을 꿀 때, 나는 꿈속에 있다』를 몇 번이나 외우는 거지."

     "......알겠습니다. 정말 감사해요! 미나즈치 선생님!"

     "하하하, 됐다. 하지만, 너무 꿈속에서만 지내지 말도록 해라? 현실의 츠나기 군이 슬퍼할 테니."
     "으으, 그러니까 아니란 말이에요....."

     

     어깨를 떨구며 힘없이 반론하는 나의 등을, 츠나기가 달래는 것처럼 탁탁 두드렸다. 기쁘긴 하지만, 원인은 너라니까?

     

     

     

     

     

     

     

     

     

     

     츠나기의 면회시간이 끝나고서 집으로 돌아갈 무렵에는 하늘이 점점 노을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코하루 씨."
     "예. 무슨 일이신가요?"

     

     집으로 돌아가서 문에 손을 댄 코하루 씨를 불러 세운다. 이것을 열면 모두가 맞이해 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전에.

     

     "코하루 씨는 계속 함께 있어줄 거야?"

     "네. 츠구미 님이 '실하'고 할 때까지는, 언제까지나."
     "후후, 그럼 계속이네?"

     

     나이 차이가 나도.

     태어난 시대가 달라도.

     환경이, 가족이, 친구가, 전부다 정반대여도.

     

     "자, 츠구미 님."
     "응 ㅡㅡ다녀왔습니다!"

     

     문을 열고서 달려간다. 좋아하는 대디와 마미. 그리고 하루나 씨도 있다. 평소에는 바빠서 마미보다 만날 기회가 적은 대디를 향해 점프하자, 대디는 가볍게 안아 올려주었다.

     

     "오늘은 활발하네, 츠구미."
     "그럼 안 돼?"
     "아니. 다만, 정말로 천사의 날개가 돋아났나 하고 놀랐을 뿐이란다."

     "오늘은 닌교초에서 좋은 고기를 얻었으니, 비프스튜란다."
     "츠구미, 오늘은 내 여신의 수제요리를 먹을 수 있겠구나."
     "마미의 수제요리!? 앗싸!"

     

     나란히 걸어간다. 오늘은 코하루 씨도 자리에 앉게 해서, 가족 모두가 저녁식사다. 따스하다. 기쁘다. 몸의 안에서 상냥하고 산뜻한 마음이 흘러나온다. 만일 아직 키리오 츠구미가 이 감각을 느낄 수 있다면 기쁘겠다. 왜냐면, 그녀는 내게 있어서.

     

     "자, 츠구미. 마미한테도 안기거라."
     "응!"

     

     평소의 일상. 변하지 않는다. 따스한 생활. 지키고 싶은 시간이 있기 때문에, 나는.

     저녁식사의 자리로 향하는 길에, 의지를 강하게 다진다. 그녀는 완고하니까, 웬만한 일로는 붙잡혀주지 않을 거다. 그러니 나는 그녀 이상으로 완고해져서 맞서자.

     

     

     

     

     

     

     저녁식사를 끝낸 밤. 이를 닦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천막이 달린 침대에 몸을 눕힌다. 내일은 오전에 예정이 없다. 하루나 씨와 코하루 씨한테 '아침에 깨우지 마.' 라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수긍해주었다.

     지금은 밤 20시. 어린이는 잘 시간. 자명종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고 말 테니, 스마트폰의 어플로 자명종 대신 바이브가 울리는 것을 세팅해놓았다. 으으, 제대로 일어날 수 있을지 자신 없어.

     

     '한밤중에 잠시 일어났다가, 그 말을 중얼거리며 다시 잠들자.'

     

     눈을 감자.

     의식이, 둥실둥실하게 떠오른다.

     

     

     

    ――"…………음?"

    ――"…라、……어…?"

     

     

     

     진동으로 눈이 뜨인다. 음? 5시간이나 지났나?

     서둘러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해보니, 제대로 지나있었다. 깊게 잠들면 시간 따윈 정말로 순식간이다. 조심하자.

     

     "좋아! ㅡㅡ 『다음에 꿈꿀 때, 나는 꿈속에 있다』. 『다음에 꿈꿀 때, 나는 꿈속에 있다』. 『다음에 꿈꿀 때, 나는 꿈속에 있다』. 『다음에 꿈꿀 때, 나는 꿈속에 있다』"

     

     

     다시 점점 의식이 녹아들고서.

     

     

     『다음에 꿈꿀 때, 나는 꿈속에 있다』

     

     

     그리고.

     

     

     『다음에 꿈꿀 때, 나는 꿈속에 있다』

     

     

     뚜껑이.

     

     

     『다음에 꿈꿀 때, 나는 꿈속에 있다』

     

     

     열려서.

     

     

     『다음에 꿈꿀 때, 나는 꿈속에 있다』

     

     

     나, 는.

     

     

     

     『다음에 꿈꿀 때, 나는 꿈속에 있다』

     

     

     

     나는, 눈을 떴다.

     

     

     

     

     "엥? 어라? 여긴ㅡㅡ"

     

     

     푸른 하늘.

     하얀 구름.

     아스팔트.

     

     

     

     "ㅡㅡ여긴, 어디?"

     

     

     

     사람.

     차.

     도로.

     자전거.

     

     

     

     

     도시의 시가지 속, 나는 혼자 오도카니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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