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ater15 scene52022년 05월 08일 17시 04분 0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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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노모토 방송국의 회랑.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말을 기다리는 모습은, 보면 볼수록 카이와 똑같다. 안경을 쓰면 카이와 같은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비슷하다. 머리색은 다르지만.
"타마미...... 쿠라베 소장의 따님인가. 정말이지, 츠구미는 또 뭔가 저질렀구만. 하지만 아쉽게도 여긴 없다고 생각해."
"그런가요."
"그래. 애초에 츠구미는 '혈색'의 촬영ㅡㅡ아니, 중지되었나."혈색? 그녀의 기록을 찾아보자 바로 나왔다. 대학교 4인방의 괴롭힘 끝에 자살로 몰아넣은 동급생한테 저주를 받아 죽는다는 영화다. 이건 분명ㅡㅡ키리오 츠구미의 유작이었을 터.
그 촬영이 중지되었다는 말은, 이 꿈속 세계에서는 그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뜻?
"츠구미한테 볼일이 있다면 사쿠라한테 물어보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
"사쿠라...... 오우카 씨요?""오우카? 아니, 아역배우 '사쿠라'인데?"
아, 그렇구나. 과거라면 오우카 씨는 10살이다. 예명도 바꾸지 않았으니 아직 사쿠라인 채로 있겠네. 이 무렵 오우카 씨가 살던 장소는, 분명 메구로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는 말은 난보쿠 선으로 주욱 가면 되는 거네. 좋아.
"감사합니다. 전 가볼게요!"
"그래, 힘내라."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어주는 카키누마 씨. 그에게서 등을 돌려서 방송국을 뛰쳐나온다. 지금 어느 정도나 시간이 지났을까. 신경 쓰여서 손목을 보니, 붕 떠오르듯이 손목시계가 나타났다. 대단해. 판타지 같아.
시각은 12시를 지날 무렵. 시작이 몇 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한두 시간은 지난 느낌이 든다. 시간이 지나는 속도가 다를지도?
'왜지. 조금 안 좋은 예감이 들어.'
초조함에 떠밀려 달려간다. 도로를 질주하고 인파를 제치며 역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난보쿠 선의 개통은 2000년에 했다. 아직 새것인 전철에 올라타서, 이번에는 좌석에 걸터앉는다. 창으로 보이는 광경은 어두운 벽뿐. 통과하는 플랫폼의 불빛이 왠지 쓸쓸하다.
'그래, 지금 안에 장소를 떠올려두자.'
으으으, 하고 신음소리를 내며 키리오 츠구미의 기록을 더듬는다. 메구로 역을 나와서 곤노스케자카를 내려가면 먹자거리가 보인다. 그곳을 조금 넘어서면 다리가 있는데, 다리를 건너서 좁은 길을 나아가면 당시의 오우카가 살았던 맨션이 있다.
이 무렵에는 오우카의 어머니인 시키미네 우메코가 거의 집에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오우카가 쉬는 날에는 우르우나 키리오 츠구미가 죽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메구로ㅡㅡ메구로ㅡㅡ』
"앗, 내려야 해."
전철을 내려서 계단을 오른다. 어른용 계단은 어린이인 내게는 너무 높다. 움켜쥔 표를 개찰구에 넣을 무렵에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기억을 따라 고개를 내려가서 다리를 건너 맨션이 보일 무렵에는, 피곤해서 어깨가 무거워질 정도로ㅡㅡ어라? 이렇게나 지치기 쉬웠나?
'키리오 츠구미의 기록ㅡㅡ그녀의 어린 시절의 스펙에 맞춰져 있어?'
정신 차린다. 나는 츠구미. 츠구미 소라호시 로월. 대디와 마미의 딸. 손을 움켜쥐었다가 편다. 그것만으로도 몸에 활력이 돌아왔다. 키리오 츠구미의 기록 속이라고 해서 전부 그녀가 되어버리면, 분명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기운을 되찾은 몸으로 달려간다. 오렌지색 벽돌풍의 벽. 15층의 맨션. 관리인과 친했던 그녀는 자주 편의를 받았다. 익숙한 관리인실의 옆을 지나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으로.
"좋아, 도착했다!"
1501호실. 끄트머리의 집. 고급진 검은 문. 인터폰 위의 문패에는, 시키미네의 2글자가.
"으으으으......인터폰, 높아!"
발돋움을 해서 높은 위치의 버튼을 어떻게든 누른다. 문 저편에 울리는 벨소리. 걷는 소리가 바로 들려오나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안 들린다.
다시 발돋움을 해서 다시 한 번. 다시 한번. 또 한번. 왠지 두근거린다. 또 한번. 한번 더 추가요! 가 아니라, 으아아아, 어떡해.
"어, 없어......?"
어쩌지, 큰일이다.
"이런~"
여기 없다면, 어디에 있는 걸까?
생각해, 생각해, 생각해. 카키누마 씨는 뭐라 말했지? 분명 '혈색'의 촬영이 중지되어서 그녀는 한가하다고 했다.
그녀가 당해버린 교통사고. 그것이 일어나지 않은 세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라면? 아직 일어나지 않았을 뿐이라면?
'오늘은ㅡㅡ며칠?'
손목시계를 본다. 날짜는ㅡㅡ10월2일. 분명 그 사고는 밤에 일어났다. 하지만 어디서? 현장을 출발해서 어느 부근에서 교통사고가 일어났지?
'혈색'의 촬영 장소는 안다. 하지만 아무리 기록을 찾아봐도, 그녀의 교통사고의 현장이 나오지 않는다. 혹시 언제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시간이 지나가버렸다면?
"설마."
핏기가 가신다.
안 좋은 망상을 떨쳐내려는 듯,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는다.
'그래.'
그래, 분명 츠구미는 다음 현장으로 향하는 도중이었다. 오우카와 우르우와 함께 오랜만에 촬영할 수 있다며 기뻐했던 작품. 분명 버스 탈취범에 의해 버스와 함께 불타버린 여성이, 손 닿는 대로 사람을 습격한다는 이야기.
분사체의 악령이라는 배역이었으며, 현장은.... 그래ㅡㅡ오다이바였다. 그 전의 '혈색'의 촬영 현장은 분명 기사라즈였다고 생각한다. 도쿄만의 우미호타루를 지나쳐 일직선으로 향하는 도중, 분명 대본을 한창 읽고 있었으니 어느 정도의 거리를 주행했는지는 모른다.
"안 되겠어, 움직여야 해."
멈춰서 있어도 의미는 없다. 일단 '혈색'의 촬영이 중지되었다면, 직접 오다이바의 현장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라면ㅡㅡ어라? 키리오 츠구미는 전차로 오다이바에 가본 적이 없어?
맨션을 나와서 역까지 달린다. 그녀가 노선도를 본 적이 있냐 없냐는 도박이지만..... 메구로 역의 발권기에는 제대로 노선도가 있었다. 사람은 한번 본 것을 잊지 않는 법이구나. 이끌어내지 못할 뿐.
"으으으으.......좋아, 5백엔."
이 오백 엔에는 몇 번이나 신세 지는구나. 꿈에서 깨어나면 츠나기한테 고맙다고 해야지.
표를 사서 전차에 올라탄다. 손목시계를 보니, 시각은 앗 하는 사이 3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3시간은 지나지 않았을 텐데. 흔들리는 전차가 굼뜬 느낌이다. 야마테 선에서 보이는 개발 중인 시가지. 스카이트리는 보이지 않는 도쿄의 경치. 심볼은 아직 도쿄타워였던 무렵.
"기, 길었다......"
가까스로 환승해서는, 어떻게든 오다이바로. 목적지인 촬영 현장에 도착할 무렵에는, 하늘이 점점 주황빛으로 바뀌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제 그리 시간은 없을 것이다. 그녀는 대체 어디를 돌아다니고 있는 걸까. 찾아내면 한 마디 불평해도 괜찮을 거야.
'촬영, 촬영, 촬영...... 있다.'
노선과 가까운 교차점에 세워진 로케용 버스. 많은 사람들 사이. 안쪽에서 접이식 의자에 앉은 두 사람의 모습. 10살의 오우카와 30대임에도 불구하고 10대 후반으로만 보이는 우르우. 이렇게 나란히 보자 자매처럼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
나는 인파를 헤치고서 깜짝 놀라 날 바라보는 두 사람의 앞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어쩌지. 어떻게 말해야 돼!
고민하는 내게, 당황하면서도 말을 건 사람은 우르우였다.
"저기, 일본어 아니?'
"아, 네!"
"그럼 누군가가 막지 않았어? 여긴 관계가 이외의 출입금지인데?"
"그건 그렇지만, 저기ㅡㅡ츠구미가."
키리오 츠구미의 이름을 말하자, 가만히 바라보던 오우카의 눈썹이 찔끔 움직였다.
"츠구미가 교통사고를 당할 것 같아서, 찾고 있어요!"
만나고 싶어.
하지만 살아있어주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걸.
"뭐어? 츠구미 씨가 교통사고를 당할 연약할 분일 리가 없잖아요. 그렇죠? 우르우 씨."
"미안, 사쿠라. 말하려는 건 알겠지만...... 이 아이,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아."
"예? 우르우 씨?"우르우의 분위기는 다른 누구보다도 진지했다. 사실 그녀가 가장 자신답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아마 우르우가 우르우로서 행동하지 않는 모습을, 키리오 츠구미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 또한 내 꿈속에 린이 나타난다면, 그녀는 분명 그녀 그대로일 테니까.
"사쿠라, 알아서 잘 말해놔."
"네!? 정말, 어쩔 수 없네요. 그 대신 츠구미 씨를 끌고 오셔야 해요!""그래. 자, 가자."
걸어가는 우르우를 서둘러 쫓아간다.
"짐작되는 장소는?"
"혀, '혈색'의 촬영 현장과 이곳 사이예요!""그럼 달려가면 만나겠네."
그렇게 말하며 우르우가 걸어간 곳에는, 흑은색 바디의 오토바이가 있었다. 바디에는 검정 바탕에 황금색 라인. 우르우가 스스로 정비까지 하던 애마, FLSTS 1999년식.
"자, 헬멧."
"와우......고맙습니다."
"왠지 이상한 느낌이네. 첫 대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우르우 씨......"우르우에게 안겨서 뒷좌석에 앉는다. 커다란 오토바이에 어렵지 않게 탄 우르우의 등을 끌어안자, 열기가 전해져 왔다.
"제대로 붙잡아. 떨어지지 않도록 해."
"네!"부릉, 하며 점화되는 소리. 이어서 간헐적으로 소리가 커져가는 엔진. 록밴드의 연주를 듣는 것 같은 음색이 오토바이를 물들인다.
"날아간다."
"네? 예?"우르우의 말이 엔진음에 뒤덮인다.
대답하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ㅡㅡ우리들은, 바람을 가르고 있었다.
'그녀도 이렇게 우르우 씨의 뒤에 앉아본 적이 있었을까?'
마치 쳐대는 듯한 바람.
아스팔트를 부술 듯한 엔진음.
지나치는 다른 차의 후미등.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런 걸 꿈속에서까지 재현할 수 없잖아.....!'
움켜잡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런 처음 느껴보는 부류의 공포.
'아니, 그래도, 잠깐.'
그녀라면 어떻게 했을까?
십중팔구, 이 공포를 즐겼을 것이다. 그럼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고개를 들자ㅡㅡ그것은 마치, 별하늘 속에 있는 것만 같은 광경이었다.
"예뻐....."
가로등.
네온사인.
후미등.
그렇게 고개를 들어서 눈치챌 수 있었다. 오고 가는 차들 사이. 왼쪽 대각선에서 주행하는 한 대의 1톤 트럭.
'어라?'
그 운전석에, 누구도 타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우르우 씨! 저 차!"
"응? 어? 뭐야 저거, 싸구려 공포영화냐!?""저것일지도 몰라요!"
"아~ 교통사고, 교통사고였지. 과연ㅡㅡ앞질러가자. 꽉 붙잡아!"
알겠다고 대답하기도 전에 오토바이가 가속한다. 격한 엔진음. 연주하는 바람소리. 우르우의 등에서 전해지는 것은, 심장소리일까.
"앞질러가서 츠구미를 말리면 사고는 안 당해!"
트럭을 앞질러 앞으로 나오ㅡㅡ려고 한 순간. 주변의 소리가, 사라졌다.
"하늘이......"
별이 없는 밤하늘. 네온사인도 꺼지고, 가로등은 깜빡이고 있다. 1톤 트럭만이 기분 나쁘게 주행하고 있는데, 앞질렀을 그것은 다시 우리의 앞에 나타났다.
"따라잡을 수 없어!"
단지 우르우의 목소리와 고동만이 전해진다. 마치 우르우와 함께 영화라도 보는 것만 같다. 차갑게 불어닥치는 소리조차 무섭다.
우르우의 초조함이 달라붙은 등에서 전해져 온다. 멀리 내다본 앞에는, 아스팔트 위에 서 있는 사람이. 검은 머리를 나부끼며 트럭의 앞에서 움직이지 않는 여성.
꿈속.
기록 속에서 죽으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어쩌면.
'트럭을 따라잡을 수 없어. 여기까지 왔는데, 겨우 찾아냈는데, 그녀를, 나는ㅡㅡ'
버릇이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강하게 움켜쥔 손바닥 안에 동전의 감촉이 느껴진다. 손을 떼어놓을 수는 없지만, 아마 500엔 동전을 움켜쥐고 있을 것이다.
꿈속. 그, 그래. 자각한다면 피로도 풀리고, 집중만 하면 손목시계와 500엔 동전도 나타난다. 그럼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것을 소환한다면?
"부탁해. 힘을 빌려줘ㅡㅡ코하루 씨!"
어둠 속에서 나타나듯이, 한 대의 오토바이가 나란히 달린다. 시커먼 바디와 선명한 램프. 검은 헬멧의 바이저를 들어 올리자 약간 보이는 눈가는 강하게 반짝이고 있다.
"어? 어!? 저기, 네 지인이야!?"
"네!"
코하루 씨는 트럭과 같이 달리다가, 유리창을 검은 막대기로 깨트렸다. 재주껏 한손으로 잠금을 풀더니 오토바이를 버리고 운전석에 올라탔다.
"스턴트맨도 할 수 있겠네...... 뭐 상관없어 우리는 저기서 멍하니 서 있는 츠구미를 한방 먹여주자!"
"네! 예!? 하, 한방 먹인다니요???"
브레이크가 걸리며 도로가로 향하는 1톤 트럭을 곁눈질하며 츠구미가 보이는 곳까지 나아간다. 하지만 조금 더 가면 될 때쯤에서, 오토바이가 멈췄다.
"우르우 씨?"
"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모양이네."
"네?"오토바이에서 내린 우르우 씨한테 안겨서 아스팔트에 내려선다. 그녀가 공중을 향해 손을 뻗자, 어떤 일정한 장소가 파문처럼 일렁이면서 손을 막아내었다.
"혼자 갈 수 있겠어?"
"......네!""그, 그럼 나 대신 한방 부탁해."
"히, 힘내 볼게요."
한걸음 나아간다. 경계로 구분되어있는지, 내 앞에도 파문이 일어났다. 하지만 날 말릴 수는 없어. 한걸음 다가가서 파문 저편으로 통과했다.
"왔어, 츠구미."
밤하늘에 별은 빛나지 않는다.
깜빡이는 가로등이 스포트 라이트처럼 키리오 츠구미를 비춘다.
고개를 숙여서 눈가가 보이지 않는 그녀가ㅡㅡ내 목소리에 약간 몸을 움찔한다.
따라잡았다.
그러니 이제, 놓치지 않아!
제대로 이야기를 해줄 때까지, 난 물러설 생각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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