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14・second half 실→계←반=Ignition! scene2
    2022년 05월 02일 19시 47분 1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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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115/

     

     

     

     유히 TV라는 방송국이 있다. 나는 아직 히노모토 TV의 드라마에만 출연해봤지만, 유히 TV라고 하면 유명 특촬물을 몇 년이나 방영한다는 등 내 시절에 들을 기회가 많았다. 뭐 호러 여배우는 어린이 취향의 방송과는 정반대의 존재라서 인연은 없었지만.

     토키의 CM촬영이 유의미하게 끝나고 나서, 나와 코하루 씨는 업무용 차량으로 롯폰기를 향했다. 가는 도중에 스마트폰으로 여러 가지를 조사해볼까 생각했지만ㅡㅡ린의 문자가 와서 그쪽을 우선하기로 했다.

     

     

     『츠구미, 바다에 가고 싶어』

     

     

     뭔가에 영향이라도 받았던 걸까. 한 마디 덧댄 문장에 쓴웃음을 짓는다.  오디션은 8월 15일. 이때까지 그리 여유가 없으니, 오디션 후에 가면 좋으려나. 린의 여름방학이 8월 31일까지이니 그 사이에 한번 시간을 만들고 싶다.

     

     "코하루 씨, 코하루 씨. 오디션 말인데요......"

     "예?"

     

     코하루 씨한테 스마트폰의 화면을 보여주자, 그녀는 몇초 동안 멈춰버렸다. 그러고 나서 그렇군요, 라며 고개를 끄덕인 뒤에 노트북을 열더니 예정을 확인해줬다.

     

     "알겠습니다. 어딘가에서 시간을 내 보도록, 히타치 매니저와 확인해보도록 할게요."

     "고마워, 코하루 씨!"

     

     미소지으면서 감사를 표하자, 코하루 씨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줬다.

     

     "아니요. ㅡㅡ이제는 바다에서 노는 츠구미 님의 모습에 제가 무사할지 어떨지."
     "음? 방금 뭐라 했어?"

     

     이어서 중얼거린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아뇨, 아무일도 아니랍니다."
     "그래?"

     

     뭐, 코하루 씨가 그렇게 말한다면 상관없나. 그보다도, 안절부절못하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린한테 답신을 보낸다.

     

     

     『날짜 잡아준대!』

     『앗싸! 스승님도 와도 돼?』

     『물론이지! 쥬리아쨩하고 미미쨩한테도 말하자!』

     『좋아. 그쪽은 내가 이나호 씨를 통해 두 매니저한테 물어볼게』

     

     

     이나호 씨. 린의 매니저인 히타치 미나호 씨. 분명 코우 군의 매니저인 코가네 씨의 여동생이었지. 남매라니~ 부럽다~ 나도 동생이나 여동생이 있었으면.

     

     

     『오빠한테 츠구미의 수영복을 보이는 건 아깝운데 어쩔래?』

     『딱히 닳는 것도 아니니 괜찮은걸......』

     『일단 오빠한테도 말해볼게. 오빠는 츠구미의 상냥함에 감사해야 돼』

     

     

     다섯살 아이의 수영복이래 봐야 뻔하니까..... 어쩌면 오우카 씨의 수영복이 훨씬 코우 군의 눈에 독이 될지 모르겠다. 오우카 씨는 예쁘니까. 코하루 씨도 예쁘지만, 수영복을 입어줄지 잘 모르겠고.

     

     

     『츠구미, 다음에 같이 수영복 사러 갈래?』

     『좋아!』

     『오예!』

     

     

     희희낙락하며 스마트폰에 글자를 치고 있을 린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린이 즐거우면 나도 기뻐.

     

     "츠구미 님, 슬슬 도착입니다."
     "아, 네!"

     

     코하루 씨의 말에, 스마트폰을 파우치로 넣는다. 운전수인 마카베 씨한테 방송국 앞에 차를 세워 달라고 하자, 정문 앞에 우뚝 서 있는 루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서 있는 그 모습은 대단했다.

     코하루 씨한테 눈짓을 하고서 쓴웃음짓는 그녀와 나란히 걷는다. 루루는 바로 우리를 눈치챘는지 손을 흔든 다음, 묘하게 멋진 선글라스를 벗고는 합류했다.

     

     "기다리고 있었어. 자, 가자."
     "저기, 루루, 어디로?"

     "......지하로 이동하는 모양이던데."

     허가증이 없기 때문에, 차로 들어갈 수는 없다. 하지만 루루는 얼굴이 통하는지, 슥슥 나아가는 그녀를 따라 도보로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슥슥 나아가는 그녀의 뒤. 왤까, 왠지 가슴 안이 저린다. 왜지? 직감?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ㅡㅡ그리고, 정보.

     

     

     예를 들어, 루루가 순순히 말을 들을 상대.

     예를 들어, 그 루루의 상대와 관련이 있는 상대.

     예를 들어, 그 관련있는 사람한테서ㅡㅡ전혀 연락이 오지 않는 것.

     

     

     모든 퍼즐이 착착 맞춰진다. 그러고 보니 '사야'는 유히 TV계열의 제작이었지, 아마.

     

     "츠구미, 도착했어."

     

     루루가 걸음을 멈추자 나도 멈춰섰다. 루루가 가리킨 곳에 서 있는 자는, 내가 생각한 것과 조금 다른, 루루의 오빠ㅡㅡ'로로' 씨의 모습이 있었다.

     로로 씨는 검은 벤츠의 옆에 서 있었는데, 그 뒷좌석에서 두 사람이 내려왔다. 1명은 츠지구치 씨다. 의족을 느낄 수 없는 움직임으로 똑바로 걸어오는...... 그 옆.

     

     "츠나기......"

     

     검은 머리를 쓸면서 츠지구치 씨한테 감사를 표하는 모습. 그 몸짓에ㅡㅡ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가자."
     "아, 응."

     루루를 따라 똑바로 걸어갔다. 로로 씨가 처음으로 눈치챈 다음, 그리고 츠지구치 씨. 그들이 우리들을 주목하고 나서야 츠나기도 나를 바라보았다.

     

     "왔어, 로로."
     "이제 왔니, 루루. ......자, 츠나기. 요즘 연락도 안 했지? 우연히 근처에 온 모양이라서 말을 걸어뒀어."

     

     두근거리며, 가슴이 재빠르게 뛴다. 무심코 양손을 가슴 앞에 모으며 침착하게 보이려 해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왜냐면...... 왜냐면.

     

     "아, 저기...... 미안. 사토루 군, 누구였더라?"
     "츠나기의 친구입니다ㅡㅡ이름은 당신과 같습니다, 츠구미 씨."
     "뭐어~!? 로로도 참, 어, 어떡해."

     

     

     호칭.

     음성.

     표정 변화.

     

     

     츠나기라면, 츠나기라면 내 스펙을 알고 있으니 이 정도로 작은 대화를 전부 들린다고 생각할 것이다. 또한, 아직 거리도 있고 속삭이는 걸로 들리게 하지 않으려는 것을 알 수 있다. 깨달아버린다.

     나를 모른다니. 으음, 그것 뿐만이 아냐. 츠지구치 씨는, 츠지구치 씨는 방금, 츠나기를 어떻게 불렀더라?

     

     "에ㅡㅡㅡ"

     

     츠나기가 그렇게 말하고서, 공백. 이 시간은 의식을 전환시킬 때 쓰는, 연기할 때에 쓰는 나의 버릇.

     

     "ㅡㅡ오랜만이야, 츠구미."

     츠나기의 연기를 하고 있다.

     분명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이전의 츠나기를 완벽히 연기하고 있다.

     음성도 몸짓도 전부 다.

     

     하지만 내가 츠나기를 잘못 볼 리가 없다.

     그리고ㅡㅡ나는 나를 잘못 볼 리가 없다.

     

     "당신은, 누구?"

     "!"

     "츠나기는, 츠나기는 어디로 갔어?"

     "이, 이런~ 곤란한데."

     

     연기가 들통나서 곤란하다는 듯 웃는 표정. 나도 의식 밑바닥에서 본 적이 있는 표정이다. 츠나기의 연기가 들통나서 츠구미가 된다니 어떻게 된 일이람?

     어째서. 누가 좀. 어떻게. 츠나기는. 나는. 나는. 우리들은. 가슴이 아프다. 찌릿찌릿, 찌릿찌릿하고 쑤시는 듯한 아픔. 입술은 떨리고, 어깨는 움츠러들어, 절벽 위에 서 있는 것만 같은ㅡㅡ아아.

     

     

     '이것은, 공포다.'

     

     

     일상을 잊는 공포.

     친구를 잃는 공포.

     잃어버리는, 공포.

     

     

     "미안, 츠구미. 널 울리게 하려던 건 아냐ㅡㅡ츠나기는 반드시, 네게 돌려줄 테니까. 사실, 그,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미안."

     

     

     멍하니 서 있는 내게 미소 지으면서, 츠나기를 등을 돌렸다. 무심코 손을 뻗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서 소리 낼 수가 없었다.

     키리오 츠구미가 나 이외에도 전생했다? 그럴 리는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하지만 가슴속, 의식 밑바닥에서 불타오르는 듯한 분노와 위화감이 용솟음친다. 나와는 명백하게 다른 감정.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 그에 당황하고 있었다.

     

     "츠구미 님, 츠구미 님?"
     "잠깐 츠구미, 괜찮아? 저기, 미안합니다."

     

     루루가 사과하다니 별일이다. 저런 얼빠진 감상을 생각해버릴 정도로, 나는 나의 감정에 당황하고 있었다.

     하지만, 점점 알겠다. 만일 누군가가 츠나기를 저런 식으로 왜곡시켰다면, 그 자는.

     

     "코하루 씨."
     "네."

     "린도대 부속학교에, 상담 예약 좀 잡아줄 수 있나요? 무리같으면 코우 군한테 물어볼게요."

     

     린도대 부속학교. 원래는 츠나기와 함께 갔어야 했을 장소.

     시급히 해야만 할 일이 생겼다. 조금이라도 많이,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언젠가? 언젠가 츠나기한테 몸을 되돌려? 그런 느긋한 말을 하는 사이, 츠나기는 어떻게 되는 거야?

     그보다 정말로 그녀가 츠구미라고 한다면, 그런 상태에서 츠나기의 친구가 나타났는데, 저런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내 친구와 내 츠구미를 욕보이는 것도 적당히 해.'

     

     

     어두컴컴한 결의를 굳힌 나한테서, 코하루 씨와 루루가 한걸음 물러선다. 이제 상대가 어떤 거물이든 미물이든 관계없어.

     

     

     

     

     

     본때를 보여줄 테니, 목을 씻고 기다리도록 해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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