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대관으로서~통치와 군무~ ――116――
    2022년 04월 10일 20시 42분 4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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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118/

     

     

     

     다음 날은 밤 시간대에 사람을 대량으로 초대하고서 하는 보고회다. 설마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미리 구 쿠나프 후작령의 지리를 조사시켜둔 일이 도움이 된 듯한 느낌.

     척후들한테 저택으로 오게 해서, 보수를 지급하며 안하임 지방의 지형, 도면 상황, 지리적인 특징을 설명하게 했다. 하지만 역시 청취할 인원이 많아서 시간이 걸리는 건 어쩔 수 없다.

     다만 내 사정을 이해해 준 것과, 이 3명은 나와 동행하기로 내정되어 있어서인지 노이라트와 슌첼, 프렌센도 열심히 질문하거나 확인하는 등 내가 눈치채지 못한 점도 도와주고 있다.

     

     "하아아아......"

     "피곤하군요......"

     

     20명 정도의 보고를 전부 들었을 무려에는 모두 녹초다. 지도 작성을 위해 옆방에서 계속 듣게 했던 리리도 조금 지친 표정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차를 우려 주었다. 고맙다.

     신경 써줬는지, 내온 차는 미지근하다. 모두 첫 잔을 거의 단번에 들이켰다.

     

     "미안하지만, 한잔 더."

     "저, 저도 부탁합니다."

     "저도. 그리고 리리도 쉬어. 차도 마셔도 돼."

     "네, 감사합니다."

     

     날 포함한 모두가 2잔째를 주문한다. 예절 바르게도 자신은 차를 우릴 뿐이었던 리리한테도 마시도록 권하고서, 2잔째를 홀짝거리며 써둔 메모나 간략도 등을 바라본다. 음, 그리진 않았지만 대략적으로는 파악한 듯한 기분은 드나.

     

     "프렌센, 오늘 아침에 부탁했던 준비는 되었어?"

     "예, 보리도 주머니로 옮겨놓았습니다."
     "좋아, 이제 조금만 더 쉬고 그쪽으로 가볼까."

     

     아~ 초콜릿이나 사탕이 필요해.

     

     

     

     긴 휴식 뒤에 모두가 저택의 안쪽으로 이동. 짐을 쌓아뒀을 뿐인 방을 치우고서, 작다, 고 말해도 6명 정도는 주변에 앉을만한 테이블을 놓게 하여, 한가운데에 낙하방지용의 테두리를 붙인 커다란 접시 같은 판도 설치해놓았다. 음, 문제없어 보인다.

     

     "이걸 어떻게 하시려는 겁니까?"

     "지금부터 작업이다. 척후들의 정보대로 할 셈이지만, 틀렸다고 생각하면 팍팍 지적해줘."

     

     시간이 아까우니 바로 작업에 들어간다. 케테 보리의 자루에서 내용물을 그릇으로 퍼내고서 판 위에 직접 흩뿌린다. 옆에서 놀란 목소리를 내지만 설명보다 보는 편이 빠르다.

     

     점점 케테 보리를 그 위에 흩뿌려서 대략적인 면으로 퍼트리자, 낮은 언덕이 되는 한 곳을 기준으로 해서 산을 만들거나 반대로 조금 파이게 하거나. 내가 무엇을 하는지 처음으로 이해한 자는 리리였다.

     

     "아...... 저기, 베르너 님, 지금 만드는 언덕은 조금 높은 편이 좋아요."
     "음, 그래?"

     "네, 이쪽에 있을 언덕과의 높이가 맞지 않아서요."
     "이 정도?"

     "네, 그리고 이쪽도 높게 만들게요."

     

     이 대화로 다른 사람들도 뭘 하는지 파악한 모양이다. 안색이 뒤바뀐 프렌센이 "실례하겠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하고서 바로 뛰쳐나갔다. 아아, 게테 보리가 조금 부족한가.

     노이라트와 슌첼도 움직여서, 방금 만들었던 메모와 간략도를 손에 들면서 여러 가지로 작업하기 시작했다. 음, 역시 스스로 작업내용을 이해하고 나서 돕는 편이 움직임이 좋아.

     

     돌아온 프렌센도 포함해 보고 내용을 입체화시켜간다. 산들의 지역, 함몰지의 위치, 병사를 숨기기 쉬운 장소, 군의 이동 효율이 좋아 보이는 지형, 이렇게 하자 이제야 나 자신도 전체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좋아, 이 정도인가."

     "알기 쉽네요, 이거."

     

     리리가 감탄한 듯이 소리 낸다.

     

     "미안하지만 리리, 이틀 정도 걸려도 되니까, 이걸 토대로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줬으면 해. 그걸 3장 정도 그려줘. 그리고 이쪽에서 이 높이로 본 그림과, 저쪽에서 비슷한 높이로 바라본 것도 부탁하고."

     "네."

     

     미소 지으면서 기운찬 대답 고맙다. 요 며칠 동안은 리리한테 여러 그림을 그리게 할 예정이라서 이쪽은 내심 미안한 기분이 든다. 내 의뢰만 시키면 조만간 어머니한테서 불평을 할 것 같다.

     음~ 그건 그렇고 지키기 쉬운 지형이라고는 할 수 없겠어. 지형에 기대기보다 방어시설 쪽을 충실히 하는 편이 좋은가. 아니 오히려......

     

     "베르너 님, 이런 발상을 어디서."

     "음? 아니, 나 자신이 알기 쉽게 하고 싶었던 것뿐인데."

     

     프렌센의 물음에 그렇게 대답한다.

     

     "노하우는 조만간 백작령의 해저드맵 제작에도 써볼까."

     "해저~드 맵?" [각주:1]

     

     이런, 입으로 말하는 나쁜 버릇이 나와버렸다. 리리가 의아한 목소리로 되풀이했다. 이 중세풍 세계, 입체 지형 모형도 없고 지도도 일반적이지 않다. 해저드 맵 같은, 것, 도.......잠깐.

     

     "그럼 리리, 부탁해. 프렌센, 리리가 도면을 그릴 때까지 이 방의 청소는 금지다. 무너지면 곤란하니까. 노이라트와 슌첼은 리리가 곤란하면 상담에 응해줘."

     "아, 예."

     "베르너 님?"

     

     갑자기 말이 빨라진 내게 모두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지만, 내쪽은 여유가 없다. 이건 바로 확인해두고 싶다.

     

     "미안하지만 잠깐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 조사하고 올게. 뒤를 부탁한다."

     

     대답도 듣지 않고 방을 나선다. 노르베르트를 찾아서 집무실로 향했다. 빠른 걸음인 탓인지, 메이드들이 묘한 눈으로 보는 듯한 기분도 든다."

     

     "노르베르트, 서고의 열쇠를 빌려줘."

     "이거 베르너 님, 작업 중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서고에 무슨 볼일이십니까."

     "부임 건으로 참고가 될만한 기록이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과연. 백작가의 행정기록입니까."

     

     그렇게 말하며 저택의 열쇠 꾸러미를 꺼내 주었다. 동행해서 문을 열어주는 것까지가 집사의 일이니 당연한가. 마도 램프도 준비해서 그대로 백작가의 서고로 향해 문만 열어주게 했다.

     

     "그럼, 조심하십시오."

     "그래, 알고 있어."

     

     이 경우 조심하는 것은 부상이 아니라 고가의 책을 훼손하지 말라는 의미였지만, 실제로도 조심하지 않으면 험하게 다룰 것만 같다. 일단 농업 방면의 기록과, 역대 백작 중 일기를 쓴 사람의 것이 있으면 그것도 꺼냈다.

     그렇지만 자세히 읽은 것은 아니다. 그 단어를 찾아서 페이지를 휘리릭 넘긴다. 10권 가까이의 책을 확인하고서,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고서 무심코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왜냐.

     

     왜 이 세계에는, 대규모 자연재해의 기록이 없는 거지?


     

    1. 긴급 대피 경로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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