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편~신지장(神之章)~】15 : 사신의 갑옷2021년 12월 30일 03시 00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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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절반은 일과로 변해버린 던전 공략의 감시였지만, 함께 감시하는 자들은 그날그날 다르다. 나는 기본적으로 매일이지만, 소피아와 안바르, 그리고 레오노라, 리리, 테나의 순으로 빈번하다.
오늘은 평소보다 사람이 많아서, 대부분이 내 집무실에 모여서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
리리는 소피아의 무릎 위에 앉아있고, 레오노라는 안바르의 옆에서 전과 마찬가지로 시중드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내 뒤에 테나......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그녀만은 볼일이 있어서 여기에 없다.
왜일까, 분명 홈일 텐데 어웨이 한 기분이다.
"오늘이면 아바마마께서 20계층에 도달하는가."
"길었구나......"
"네, 정말 그래요......"
며칠 동안 수수께끼 풀이에 내몰린 탓인지, 소피아와 안바르는 조금 야윈 것으로 보인다.
"수고했어."
".........................후우."
".........................하아."
아무래도, 예상 이상으로 지친 모양이다.
"그래서 앙리, 20 계층에도 보스가 있는 거지."
"물론."
"분명, 20 계층은 리빙아머였던가."
"응, 맞아."
"10 계층에 비하면 꽤 평범한 보스구나."
"그래?"
과연 평범할까. 그걸 보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텐데.
◆◇◆◇◆◇◆◇◆◇◆◇◆◇◆◇◆◇◆
혼합 파티가 보스 방에 발을 디디자, 문이 자동적으로 닫힌다.
[저건......]
[이 방의 주인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것도 없는 방 안, 그들한테서 전방 10미터 남짓 주변에 눈길을 끄는 존재가 있다. 한쪽 무릎을 굽힌 형태로 앉아있는 그것은, 전장 5미터는 될법한 거대한 칠흑의 갑주였다.
"어이, 잠깐 기다려.
저것의 어디가 리빙아머냐."
"응?"
안바르가, 입가를 씰룩거리며 영상 안의 보스에 대해 물어보았다.
"아니, 백번 양보해서 리빙아머라는 것은 인정한다 치고, 어떻게 보아도 단순한 리빙아머가 아니잖아."
"원형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저건 오리하르콘이네요."
"그것뿐만이 아냐, 가호를 덕지덕지 달아놨다고."
그들의 말은 거의 맞다.
처음 소환했을 때는 인간보다 약간 커다란 정도의 백은의 갑주였지만, 가호를 부여하자 색이 검게 물들고 배 이상으로 커지고 말았다.
이것이 20 계층의 플로어 보스ㅡㅡ사신의 갑옷 : 앙릴아머다.
그들이 다가가자, 앙릴아머는 서서히 일어나더니 양손에 검과 방패를 들었다.
[조심해라, 레나르베, 빅트.
어쩌면 앞선 드래곤 이상일지도 몰라]
[예, 명심하겠습니다]
[과연, 이거 성가실지도 모르겠군요]
보다 빠르게 전투태세를 취한 마왕 측이었다.
[가자, 라이오넬!
오레인! 원호를 부탁해]
[그래]
[알겠습니다. 맡겨주세요]
용사들 측도 진형을 갖추고 제각각의 무기를 꺼낸다. 그들의 무기를 보고, 나는 문득 의문이 들어 소피아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성검이나 성창은 뭘로 만들어졌어?"
"저것도 오리하르콘이에요.
추가호 저의 가호도 부여했지만, 소유자의 보호에 치중된 거라 위력에는 그다지 영향이 없지요."
"당대 마왕이 가진 마검도 마찬가지다.
뭐, 이쪽은 소유주의 보호는 그다지 생각하지 않고 위력을 중시했을 뿐이지만."
왠지 오리하르콘과 가호의 품평회처럼 되어버렸다.
빅트의 얼음 화살을 방패로 막은 틈을 노리려던 레나르베였지만, 단단한 느낌에 얼굴을 찌푸리면서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반격을 피한다.
[큭, 단단해!?]
[안됐지만, 저희들은 폐하의 가호에 힘쓰는 편이 좋아 보입니다]
한번 공격해보고 효과가 없음을 즉시 알아차린 레나르베와 빅트는, 재빠른 판단으로 대미지를 입히는 것보다 혼란과 지원으로 전환하려는 모양이다.
[핫!]
2명의 원호를 받고 공격을 감행하는 아저씨. 그 검격은 앙릴아머에 흠집을 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흑룡을 날려 보낼 정도의 위력에도 불구하고 앙릴아머는 그 자리에서 물러서는 일 없이 반격을 하면서 손에 든 대검을 휘둘렀다.
[큿!?]
순간적으로 마검을 써서 받아내는 아저씨가 그 위력을 견디지 못하고 날아갔지만,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착지했다.
[무사하십니까, 폐하!?]
[문제없다.
그보다 곤란하군, 드래곤과 다르게 무생물이라서 우리 공격에 겁을 먹지 않아]
[용사들 쪽도 그다지 통하지 않는 모양이군요]
견제를 되풀이하면서 재빨리 의사교환을 하는 마왕 측.
빅트의 말대로, 용사들 쪽도 공격은 하지만 재미를 못 보고 있다.
[단단해! 드래곤보다 성가셔]
[성창으로도 이 정도의 옅은 상처밖에 안나는 거냐고!?]
[분하지만, 저의 성궁으로는 대미지를 입힐 수 없어 보여요]
오레인의 성궁과 달리 아크의 성검과 라이오넬의 성창은 대미지를 입힐 수는 있지만, 그래도 결코 큰 상처는 아니다.
[빅트, 뭔가 방법이 없을까?]
[그렇군요......보아하니 적은 이쪽의 공격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모양입니다.
대미지를 입지 않는 저와 레나르베의 공격에도 계속 반응하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그러니 저의 원호로 레나르베가 공격하고, 폐하의 마검으로 반격하는 틈을 찌르는 것이 최선이겠지요]
[과연, 그럼 그거대로 가자]
[알겠습니다]
재빨리 작전을 결정짓고서, 마왕 측이 달려 나갔다.
앙릴아머는 어디까지나 기계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공격 측이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우직하게 같은 대처를 반복한다. 그 때문에, 아저씨들은 한번 확립한 패턴을 되풀이하는 것만으로도 대미지를 누적시킬 수 있었다.
연계를 취하지는 않지만, 용사들의 공격도 적당한 견제가 되어 칠흑의 갑옷이 입는 상처가 늘어났다.
"처음에는 어떻게 되나 생각했는데, 순조롭네요."
"그래, 이대로 되풀이하면 이기겠지."
"뭐, 아바마마나 레나르베는 역시 대단하다고나 할까요......"
"..................?"
낙관적인 세 사람에 반해, 리리는 상황을 잘 모르겠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안이하기는.
나는 계시를 써서 어떤 인물에게 계시를 내렸다.
[음?]
가장 먼저 이변을 깨달은 자는 레나르베였다. 이어서 멀리서 보고 있던 빅트와 오레인이 깨닫고, 아저씨와 아크 일행이 뒤늦게 눈치챘다.
[움직임이......변했다?]
그렇다. 여태까지는 효과가 없는 레나르베와 빅트, 오레인의 공격에도 반응했었던 앙릴아머가, 그들의 공격은 완전히 무시하고 대미지가 들어오는 아저씨, 아크, 라이오넬만 표적으로 삼았던 것이다.
이변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앙릴아머가 검을 든 채로 손을 치켜들자, 그곳에서 여러 암흑탄이 나와서 파티를 공격하였다.
[꺄악!?]
[우오!? 위험해!]
[바보 같은! 의지가 없는 갑옷이 마법을!?]
[말도 안 돼! ......설마, 저 갑옷?]
앙릴아머가 흑마법을 쓴 것에 놀라는 혼합 파티. 그들이 놀라서 굳어버린 틈을 타서, 앙릴아머는 대검으로 아크와 라이오넬을 향해 횡베기를 하였다.
[크......으아!?]
[젠장!? ......커헉!]
성검과 성창으로 잠깐 막는 일에는 성공했지만, 체격과 파워의 차이가 커서 그들은 몇 미터 날아갔다. 라이오넬 쪽은 운나쁘게도 날아간 방향에 벽이 있어서, 벽에 등을 부딪히게 되어버렸다.
"어이, 무슨 짓은 한 거냐?"
"저 갑옷, 안에 누가 있죠?"
소피아와 안바르가 나한테 물어본다.
"그러고 보니, 테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게 신경 쓰였는데...... 설마......"
"테나 언니가?"
그렇다, 테나가 이 방에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거 위험한데, 조금 전과 움직임이 완전 달라]
[예, 같은 방법으로는 대처가 안 됩니다.
저와 빅트의 공격은 무시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견제도 안 되나요.
조금이라도 대미지를 입히지 못하면 안 되겠네요......]
빅트는 그렇게 말하고서, 아크와 라이오넬 쪽을 흘끗 시선을 돌렸다.
대미지가 없는 레나르베와 빅트의 공격은 견제가 안 되었기 때문에, 유효타인 아저씨의 공격을 맞게 하려면 약간이라도 대미지가 들어가는 공격으로 견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게 가능한 자는 용사뿐이다.
[폐하......]
[음......어쩔 수 없지]
빅트의 의미심장한 시선을 받자, 아저씨는 담담히 끄덕이고는 앙릴아머의 경계를 풀지 않으면서 아크 쪽으로 다가갔다.
[어이]
[마왕?]
[한 번만 말한다.
녀석을 쓰러트리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네놈들의 힘이 필요하다......도와줘라]
[웃기지 마, 누가 도움을......아크?]
아저씨의 말에 라이오넬은 반사적으로 거절하려 했지만, 그전에 아크가 라이오넬을 손으로 제지했다.
[어떻게 해야 좋아?]
[어이, 아크!?]
[이미 알고 있잖아, 라이오넬.
우리들만으로는 녀석을 쓰러트릴 수 없다고]
[그건......]
아크의 설득에, 라이오넬은 반박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아아, 진짜!
알았다고, 협력해준다!]
[훗]
결국 라이오넬은 동의했고, 아크와 라이오넬이 앞에, 아저씨가 뒤에 서서 다시 앙릴아머와 맞섰다.
[공격은 맡겨라, 네놈들은 녀석의 틈을 이끌어내라!]
[어쩔 수 없으니 해주지만, 이번뿐이라고!]
[가자!]
◆◇◆◇◆◇◆◇◆◇◆◇◆◇◆◇◆◇◆
어라? 왠지 의기투합했네......?
영상 안에서 전개되는 드라마에 아련한 눈길을 하고 있자, 뒤에서 감탄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설마 앙리, 고집부리던 그들을 화해시키기 위해 일부러 시련을?"
"헐, 가끔은 좋은 일도 하잖아."
"생각했구나, 앙리."
"앙리 님, 대단해."
엥? 아니 아니, 그런 해서 나한테 무슨 이득이 있어. 라고 말하고 싶지만, 리리의 순수한 감탄의 표정을 보자 말하기가 어렵다.
나는 대답하지 않은 채 말없이 영상을 바라보았다. 그런 나의 귀에, 다급한 통신 너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앙리 님, 이젠 무리예요! 버틸 수 없어요!]
목소리의 주인은 현재 용사와 마왕의 맹공에 맞서고 있는 테나다.
[수고했어, 이제 돌아와도 돼]
어차피, 이젠 그녀라 해도 멈출 수 없어 보인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테나를 앙릴아머의 안에서 집무실로 전이시켰다.
"주, 죽는 줄 알았습니다......"
약간 울먹이는 테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영상을 보니, 자동조종 모드로 돌아가서 갑자기 움직임이 단순해진 앙릴아머는 점점 흠집이 늘어났다. 파괴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중층 플로어를 돌파당하고 말자, 이제는 뒤가 사라지고 말았다.
남은 것은 하층 플로어뿐. 조금 불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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